플리바겐, 북한을 보는 새로운 프레임
김광수경제연구소 북한경제팀 지음 / 서해문집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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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리바겐

 

김광수 연구소가 또 하나의 중요한 주제에 대해 성과를 내놓았다.

통일은 매우 빠른 속도로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지만 제대로 된 연구도 진지한 성찰도 찾기 어려웠던 영역이다. 이 분야에 대해 이 책 <플리바겐>은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해서 뛰어난 성과를 만들어내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 통일 정책이었다. 남북간에는 자존심 논란이 되다가 점점 갈등이 커지더니 군사적 파열음까지 나타났다. 그 결과는 중국과 미국까지 불러들이는 거대한 대립구도였다. 이런 한국에 대해 중국은 점잖지만 냉정한 충고를 던진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 중국은 열심히 북한의 경제이권을 챙겨간다. 각종 지하자원의 장기 채굴권, 항만 등 인프라 활용 권리는 기본이 몇 십 년 단위다. 구한말 고종이 왕조의 수명연장을 위해 이곳저곳에 권리 떼어주던 일이 고대로 반복되고 있다. 더해서 북한의 관리들이 자국에서 모은 달러를 국경 너무 중국은행에 입금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얄미운 북한정권이지만 그냥 무시하기에는 후유증이 너무 크다.

대표적인 문제는 통일비용이 점점 커진다는 점이다. 남과 북은 단순 비교를 해보면 1인당 GDP2만불과 700불로 격차가 크다. 이를 3000이나 1만불까지 끌어 올리는 과정에는 막대한 지출이 들어간다. 수백-수천조가 넘을 것으로 추정되는 이 돈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는 이제 우리의 숙제가 된다.

 

아마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간단한 문제 몇 개를 열거해보자.

 

통일 뒤 북한의 화폐는 남한의 화폐와 어떻게 교환해주어야 하는가?

달러,북한돈,남한돈,중국돈 모두를 유통시키는 것이 바람직한가?

최저 임금은 얼마로 책정해야 하는가?

북한의 기존 기업들의 민영화는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가?

남한 기업의 북한 진출은 어느 규모로 어떤 형태로 허용할 것인가?

등등. 쉽지 않은 문제들이 줄줄이 나온다.

 

자본주의 교육을 받지 않고 자본 축적을 하지 못한 북한 사람들을 남한이나 중국기업과 바로 경쟁시키면 대부분 노동자 신세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은 자명하다.

그렇지만 스스로의 힘으로 키우기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혼란을 감수해야 한다.

여기서 간단히 동구권 붕괴 후의 케이스를 보자.

동독은 서독과 한민족이었기에 지원을 많이 받아내었지만 서독에는 큰 부담을 주었다.

과거 러시아는 독자적으로 풀어가려고 하면서 많은 혼선을 겪었지만 결국 자원의 힘으로 벗어났다.

북한은 그러면 어찌 해야 하는지?

여기까지는 내가 해본 문제제기들이다.

 

이 책에서는 다른 좋은 내용도 많다. 북한 경제의 특수성을 역사적 접근 등을 가지고 쉽게 이해시켰다. 이제 출발한 이 작품이 김광수 연구소의 다른 걸작들처럼 한발한발 힘을 모아서 커져갈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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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군 이야기 1 시오노 나나미의 십자군 이야기 1
시오노 나나미 지음, 송태욱 옮김, 차용구 감수 / 문학동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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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노 나나미는 전쟁 이야기를 할 때 가장 빛난다.

저술의 폭이 넓지만 여자 보다는 남자, 특히 성공한 권력자에 대해 우호적이다.

그녀에게 마키아벨리는 친구고 캐사르는 연인이다. 두 사람 다 권력에 있어 남과 다른 통찰을 가졌고 이를 관철해낸 인물이다.

새로운 책 <십자군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야기 꾼으로서의 시오노 나나미에 대해 또 한번 감탄하게 된다. 사람들이 이미 잘 알고 익히 들어온 이야기를 가지고 작가가 어떻게 풀어 나갈까 궁금했는데 역시 걸작을 탄생시켰다.

그녀의 장기는 싸움 묘사다. 구체적으로 어떤 수단으로 어떤 과정을 거쳐 이루어 졌는지에 대해 잘 묘사해낸다. 역사는 위인전이 아니다. 위인도 가만 보면 매우 구체적이고 평범한 문제를 잘 소화해낸 해결사다. 세상 일의 기본은 사람을 움직이고 사람을 먹이고 사람을 싸우게 만드는 일이다. 십자군 전쟁을 만들어 간 리더들도 이러한 범주에서 볼 수 있다. 멀리 프랑스,이탈리아 등 여러 나라에서 갑자기 사람들이 모였고 이들이 바다를 건너 이스라엘 까지 가고 여기서 싸움을 하게 되는 일이 마치 동화처럼 이루어진다. 누군가의 눈에는 충분히 기적으로 보였을 일이다. 100년 정도 지나면 기적이 아니라는 점이 판명 되지만 그건 저자의 책 다음 권의 임무다.

 

처음 교황과 수도사가 문제를 만들고 다음으로 영주와 기사들이 호응하고 여행을 하면서 다양한 일화가 발생하는 일련의 진행이 한편의 로망으로 풀려나간다. 주인공들은 중세인이다. 현세는 내세를 위한 징검다리일 뿐이었다. 그래서 순례는 일생의 큰 미션이었다. 덕분에 은자 피에르의 호소에 순례자를 나선 많은 이들도 기꺼이 순교자가 되었다.

지금의 눈으로 보면 어떨까? 종교개혁과 세속화를 거친 현대인들의 눈에는 우매와 맹목으로 비쳐질 지 모른다. 하지만 때는 천년전이고 세상은 신의 대리인들의 갈등과 싸움이 벌어진다.

그 세계의 실상을 저자는 잘 묘사해낸다. 그녀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교황청,왕궁,뱃길,비잔틴제국 그리고 술탄들의 천막까지 따라가게 된다. 하나 하나의 공간 속에서 새로운 체험을 하게 된다. 이상과 현실, 권력의 비정과 잔혹을 같이 느끼는 그러한 체험 말이다.

 

매우 만족스러운 독서였고 1권이 2권 보다 훨씬 뛰어나다. 앞으로의 작품도 계속 기대가 된다. 단 로마인 이야기가 후반부에 흥미가 확 떨어지는 것 같은 우려만 이겨내 주기를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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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en 2012-02-07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마천님의 글을 읽어보니 십자군 이야기가 무척 흥미로울 것 같은 생각이 확 드는군요..

교통과 통신이 정말 '한심스러운 수준'이었을 때 그토록 많은 군대가 제각각 머나먼 곳으로 원정을 나서다 보니 별의별 일이 정말 많았을 것 같아, 십자군 이야기가 늘 궁금했는데 언제 한번 저도 읽어보고 싶습니다. 멋진 리뷰글 잘 읽었습니다.

2012-02-07 2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oren 2012-02-08 21:27   좋아요 0 | URL
저도 '전쟁'에 대해서는 관심과 흥미가 많다고 여기고 있었는데, 사마천님께서는 '전쟁 전문가'와도 친분이 있으시군요. 전쟁사의 대가이신 분과 자리를 함께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언제 기회가 되면 같이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ㅎㅎ

2012-02-13 1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대통령이야기 - 국민을 받들고 시대정신을 구현한 대통령은 누구였을까?
강준식 지음 / 예스위캔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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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만에서 노무현까지 대통령들을 모아서 한권으로 조망하였다.

한 사람 마다 소소한 개인사에서 굵직한 업적까지 모아서 최대한 균형을 가지고 살펴본 저술이다.

읽다 보면 다양한 개인적인 일화를 알게 되는데 실제 지도자로서 공적인 삶의 행태와 서로 연결된다.

인물들의 공통점은 매우 권력 지향적이고 노력파였다.

이승만은 감옥에서 사형수 신분에도 영어 공부를 했다. 최규하도 노령에도 영어 단어를 외운다.

해외 경험이 다들 많았다. 이승만은 최초의 한국 박사다. 윤보선,장면 모두 유학생으로 영미권에서 공부했다. 해방 후 이들은 급속히 승진할 수 있었다. 최규하와 박정희는 만주로 유학을 갔다. 돈이 없어서 일본이 제공해주는 출세의 기회를 최대한 활용했다.

돈이 있으면 돈으로, 돈이 없으면 노력으로 자신을 한껏 끌어 올렸다.

모두들 운이 좋았다.

이승만,박정희,김대중 모두 대통령 되기 전에 사형선고를 받았고 전두환,노태우는 끝나고 사형선고/구형을 받았다.

박정희가 남로당 연루 군인 1000명 중에 살아남은 유일한 인물이라는 점은 그의 운세를 설명한다. 

역사가 미묘한 점은 처음에는 역사가가 주관적으로 해석 시켜 정리해 놓은 책에 감동하다가 점차 이에 싫증을 낸다는 점이다. 현대사를 놓고 계속 싸움이 일어나지만 점차 갈등이 줄면서 보다 차분하게 역사를 볼 수 있어진다. 얼마전 고 박태준 포스코 회장의 추모 강연을 듣다가 강사가 말미에 요즘 평가가 올라가는 인물이 이승만이라고 언급했다.

매우 고집불통이고 내치에 실패했고 무수히 억울한 죽음을 만들어낸 인물이었지만 그의 인생은 굴곡이 컸다. 그리고 한반도 남쪽이 미국 휘하에 남게 된 덕분에 오늘의 발전이 있었다는 점에 대해 점점 평가가 올라간다. 지난 노무현,김대중 정부를 거치면서 세인들의 박정희에 대한 평가가 올라갔듯이 역사의 지혜는 종종 심판의 방향을 묘하게 잡고 움직여간다.

마치 유럽이 종교전쟁을 거쳐서 신교와 카톨릭이 죽어라 싸움을 했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 하나로 움직여 가는 것과 비슷한 모양새다.

세월이 더 지나가면 지나갈수록 최근 일을 새롭게 보려는 노력이 이어질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전두환,노태우의 통치도 나름 긍정적인 측면도 찾을 수 있다. 두 사람 다 민족의 가슴에 철천지 원한을 남게 했지만 말이다.

그런 점에서 다 모아서 보면서 곰곰히 따져보자는 저자의 취지에 적극 공감하게 된다. 정치의 계절 사람들은 신선함을 찾는다. 그런데 가만 살펴 보면 그 신선함이란 결국 과거 어느 시기에 흘러 갔던 누군가의 삶의 모방인 것 같다. 세월은 생각의 색감을 바꾸어 낸다. 흙빛은 털어내고 녹색은 더 빛나게 해서 또 다른 그림을 만들어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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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수학 개념사전 92 - 수학 만점을 위한 중학생 필독서
조안호 지음 / 행복한나무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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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이가 중학교를 가면서 갑자기 선행을 하게 되었다.

빨리 가다보니 머리에 이것저것 빨리 집어 넣었고

이러다 체하는 것 아닌가 하는 고민이 들게 되었다.

아니다 다를까..

 

어려운 건 풀어서 와 하는 감탄을 주다가도

쉬운 걸 보면서도 고개를 갸우뚱 거려서 부모 속을 타게 만든다.

이 모든 문제의 근본에는 기초의 부실이 있다.

수학의 기초는 개념을 잘 잡아야먄 해결이 가능하다.

오죽 하면 왕도가 없다는 말을 제왕 앞에서 하지 않았는가..

 

예를 들면..

함수는 무엇인가?

영어로는 function, 한자로는 함이 들어간다.

그런데 한국 아이들에게 함수는 그냥 함수다.

한쪽에 값 넣고 다른 쪽에서 뽑아낸다.

그러니 실생활과 유리되고 반복적인 패턴 암기로만 되어진다.

보다 근본이 무언지를 묻는 훈련은 결코 없게 된다.

 

조안호님의 이 책은 그런 점에서 한국식 환경에서

바른 접근을 하려는 시도 중의 하나다.

깔끔하게 만들어진 개념 사전은 쉬운 말로 이 개념이 왜 필요한지를

정리해 보여주고 있다.

 

말 나온김에 하나 더 하면

최근에 애플의 아이패드에 새로 나온 iBooks를 보면 미국 교과서가 나온다

이들의 수학교육은 우리와 확연히 다르다.

정의,개념,논증,현실적용 등

정말 제대로 배웠으면 하는 접근법으로 교과서가 구성되어 있다.

 

도움 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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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진 화살 - Unbowed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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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상영


부러진 화살 감상문

적은 돈으로 만든 흔치 않은 소재의 영화가 이토록 사람들을 끌어 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 이 시대 사람들 속에 있던 궁금증을 확 까발렸기 때문이 아닐까?

영화는 상당히 적은 예산으로 만들어졌다. 초반부에서 부터 그런 느낌을 확 받았다. 편집의 자연스러움이 잘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미?
아주 재미있도록 만들어지지는 않았다.
소재도 법.
장소도 법정과 감옥이 많이 나온다.
나머지 지역도 특별히 로케 된 곳이 없는 듯 하다.

여기까지 보면 확실히 예산이 안 들어간 영화구나 하는 느낌이다.
과연 흥행할 수 있을까 의문도 든다.
하지만 이 영화의 포인트는 이런 요소가 아니었다.

참여한 배우가 꽤 훌륭하다, 
안성기와 문성근.

한국을 대표하는 명 배우들이다.

무엇이 이들을 아주 작은 개런티로 영화 촬영장에 불러 오게 되었을까?

주연은 법이 아닐까?

법의 여신은 한손에 칼 다른 손에 저울을 그리고 눈은 천으로 가리고 있다. 여신이 다루는 칼은 때로 사람의 목숨까지도 좌우한다. 그래서 더욱 공정해야 하고 이는 눈에 보이는 것을 그대로 믿을 수 없기에 더욱 진실에 이르도록 매진해야만 한다.

그런데 한국사회에서의 법의 전통은 그러했을까?
매번 그렇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랜 군사독재 전통을 가진 한국 사회에서 법은 때때로 바람직하지 못한 모습도 보였다.
한국의 대통령 중에서 사형수 출신의 숫자는 하고 퀴즈를 내보자.
몇 명이 맞출 수 있을까?
잠시 생각해보시고,.



답은 무려 다섯명이다.
전두환,노태우,김대중
더해서 박정희 마지막 한명은 이승만이다.

한국 사회에서의 법의 역할이 지독히도 넓었다는 점을 알게 해주는 질문이다.

옛날일은 옛날일이고 
작금에 와서.
현정부의 출발에는 촛불이 있었다.

그 결과 만들어진 파생물로 촛불 경찰총장과 촛불 대법원 판사가 나왔다.
노무현 대통령의 자살 직전까지 대법원은 촛불 판사 사퇴 논란으로 게시판이 뜨거웠다.
촛불로 잡혀들어온 피고인들에게 관용을 베풀지 말라고 예하 판사님들에게 압박을 가하셨고 이 문제가 한참 논란이 되었다.
사퇴 직전까지 몰렸지만 마침 발생한 거대한 폭풍 덕에 관심이 옮겨가자 지금도 잘 버티고 계신다.
법의 최후의 심판자로서 말이다.

물론 법이 항상 옳게만 유지되기는 어렵다. 미국에서도 문제가 많은 판결들이 있어서 사후에 사과를 받기도 한다. 특히 흑인에 대한 재판은 그렇다.
멀리 유럽에서도 드레퓌스 사건은 프랑스 민주주의의 커다란 오점으로 남았다.

이 영화는 사건에 대해 너무 좁게 보았다는 비판을 많이 받는다. 상당히 타당한 지적이다. 
위험 무기를 들고 사적 공간으로 찾아가 위협한 것은 분명 죄가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다. 맞다. 죄는 죄다.

그런데 영화는 죄의 크기를 놓고 더욱 억을 하다는 주장과, 죄로 만들어지기 까지의 과정에서 공정한 대우를 받았냐는 주장 이 두가지를 같이 보아달라고 한다. 
이건 좀 다른 이야기다.

그렇지만 이 상황부터 살펴보자.

문제의 출발점은 대학입시가 있었다.

이 때 수학과에서 출제된 문제에 오류가 있었다는 논란이 생겼다. 

당시는 학교들이 경쟁적으로 학생을 선발하고 이를 학교간 순위 매김으로 간주할 때 였다. 
덕분에 작은 흠결이 학교의 커다란 명예훼손으로 이어지리라 우려했을 수 있다.
그래서 적당한 선에서 넘어가자는 현실론이 대세를 이루었는데 김교수는 이를 한사코 에스컬레이션 시켰다. 아마 학교도 상당히 곤혹 스러웠을 것이다. 잘못해서 기준을 바꾸면 탈락한 학부모에게 소송을 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력이 재임용 등 일련의 불이익으로 이어졌다고 김교수가 생각한 점도 쉽게 무시하기는 어렵다. 
당시 김교수가 제기한 입시 문제의 오류에 대해서 외국의 수학자들까지 동조했다는 점에서 더욱 국제적 망신까지 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공개되면 공개될 수록 더 큰 자존심 싸움이 되어 버린다.
이기는 방법은 적당히 숙이고 적당히 타협하면서 실리를 챙겨야 하는데 그런 주변 머리는 김교수에게 없었다.

부연해서 하나 더 하자면 세상은 수학처럼 돌아가지는 않는다. 노벨상을 받은 대 수학자인 뷰티풀마인드의 주인공 내쉬가 나중에 정신분열을 일으켰다. 수학자는 때로 아주 심한 괴짜가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법과 수학 모두 옳게 나온다고 생각한다면 죄송스럽지만 교수님이 과도하게 순수한 탓이다.

사회의 기본 원리는 무리를 지어야 쉽게 산다는 것이다
그래서 함부로 같은 편을 비난 하면 안된다. 어느 순간에 외톨이가 되기 때문이다. 집단에는 더욱 중요한 체면이 있는데 이를 함부로 건드리면 집단의 보복을 당하게 된다.

어쨌든 이래서 영화의 재판은 시작되었다. 몇 차례의 복직 소송이 거절당하자 김교수 입장에서는 몸 버리고 돈 버리고 정말 힘든 상황이 되었다. 자신이 분명 옳은 지적에서 시작했는데 법은 거대함과 한 편이라는 피해의식은 더욱 커졌을 것이다.

그리고 나서 사건이 발생한다.
영화는 이 대목에서 부분으로 집중한다.
이제 싸움은 김교수와 학교가 아니고 사법부 전체와 함께로 커져버렸다.

영화가 픽션이니 팩션이니 하는 논란이 있는 부분이 이곳이다.
좁게 보면 유죄이고. 기껏해야 죄의 대가에 대한 범위가 논란이 될 수 있는데 이를 그렇게 정의투사화 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란이 나온다.

참고로 영화를 통해 정치와 사회에 강한 영향을 주었던 선례는 미국의 명 감독 올리버 스톤의 제이에프케이가 있다. 케네디 암살에 대해 이 영화가 보여준 해석 덕분에 역사학자들은 매우 피곤한 논쟁을 벌려야 했다. 그렇지만 영화를 본 젊은 관객들은 스톤의 해석에 확 빨려들어갔다.

이 영화도 아마 마찬가지 효과를 노렸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었다.

지금 사회가 본 것을 믿고 또 그런 분위기로 가기 때문이다.

덕분에 법의 수호자들이 억울한 면도 나타날 것 같다.
절차적으로 보아 죄는 죄대로 심판 받아야 하는데 말이다.

그런데 지금 시대는 묘한 측면이 있다.
진실이 헷갈리고 이를 가려내는 사법부의 권위는 더욱 의심 받는 시대라 그렇다.

최근 사법부 판결에서 가장 논란이 된 인물은 바로 정봉주 전 의원이다. 금년에 그가 보여준 활약은 지대했고 정치적 파장 또한 매우 컸다. 덕분인지 그의 재판 속도가 갑자기 빨라지더니 실형이 되어버렸다.
그의 지지자들은 아 세상이 정말 꼼수구나 하는 불쾌한 꺠달음을 가지게 되었다.

이 상황에서 나온 이 영화에서 아마 지지자들은 자기 들이 보고 싶었던 정봉주를 보았을 것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정봉주를 잡아 넣는 공정이 의심스러운 바로 그 사법부를 보았을 것이다.
아니 보고 싶어했을 것이다. 확인하고 싶었을 것이다.

사실 진실은 쉽지 않다. 정말 부러진 화살이 어디 얼마나 역할을 한 것인지는 당사자들만이 알것이다. 
좁게 본다면 죄는 분명히 죄다.
이를 무조건 크게 보아야 한다고 해도 얼마간의 무리는 따른다.
하지만 크게 보고자 하는 대중들의 욕구도 얼마간 이해할 수 밖에 없다.

정권말 수 많은 권력의 핵심부들이 검찰의 수사 대상에 오르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의 형, 국회의장 측근, 관료의 핵심 등 다양한 인물들이 나온다. 이들의 혐의는 보통사람들에게는 너무나 경악스러운 수준이다. 대사라는 사람이 수백억 주가 조작 사건의 핵심이 되질 안나.
그러면서도 별 죄는 없는 듯 하다.

법이 이들에게도 같은 수준의 공정함이란 기준을 대었는지에 대해서 사람들은 의심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법의 가장 중요한 최후의 보루인 대법관에 대해서 적절히 임명권을 행사했는지 까지 말이다.

진실은 모호할 수 있지만
사회는 분명 새로운 요구를 강하게 하고 있다.
영화은 하나의 계기이고 설혹 틀렸거나 과장이 있거나 정치적 목적이 있을 수 있다.
그럼에도 대중들은 도구로서 이 영화를 선택했고 그들의 요구는 쉽게 멈추지 않을 것 같다.

동의 하든 동의 하든 영화는 무시하기 힘든 수준이 되어버렸다. 김교수는 학교에서의 선생님으로서의 역할은 못하였지만 아마 한국사회의 사법 및 교정 기관의 행태 변호와 시민의 법의식 제고 등에 대해서는 일정한 기여를 할 가능성이 커졌다.
태어나서 사회를 조금 이라도 낫게 만든다면 그것도 보람 있는 삶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다고 방법을 다 찬성하는 건 아니지만. 결과는 그 방향 쪽으로 간다고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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