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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와 혁신을 통한 반도체 제조 일류화 경영
오세용 지음 / 청어 / 2016년 11월
평점 :
반도체가 초호황이다.
수출증대와 무역흑자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원인은 선진국의 경기회복과 광범위하게 벌어지는 4차산업혁명 덕분이다.
자율차, 인공지능 등 우리 주변에는 안보이지만 실리콘밸리를 핫하게 달구는 트렌드는 모두 더 나은 반도체를 요구하고 있다. 공급의 핵심에는 삼성과 하이닉스가 한몫 하게 된다.
이 책의 저자는 삼성 경영자 출신으로 하이닉스에서 사장으로 3년간 생산책임자를 역임하였다.
우연히 발견한 책이었지만 읽다가 정말 놀랐다.
가장 먼저 너무나 솔직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혁신이란 거죽을 벗고 변신함이다. 그렇기에 오늘의 나를 명확히 직시해야 하는데 이게 무척이나 고통스러운 일이다.
하이닉스는 지금은 당당히 한국경제의 한몫을 하지만 과거 상당기간 세금과 채권단 그리고 주주의 희생이 있었다. 오너쉽도 계속 바뀌었는데 상당기간은 채권단 휘하에서 불안정한 경영을 했다.
반도체 산업은 스피드가 생명이다. 오늘날 한국 반도체가 1위가 된 저변에는 고 이병철 회장의 결단이 깊게 자리하고 있다. 마르크스가 자본가의 투자는 "목숨을 건 도약"이 있다고 했는데 삼성반도체의 출발이 딱 그런 모습이었다.
하이닉스는 불안정한 경영리더십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버텨오고 수많은 경쟁자를 물리치고 2위에 올라섰다. 대단한 기적인 셈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저자는 매우 날선 비판으로 삼성과 하이닉스의 차이를 드러낸다. 읽다보면 거의 낯이 뜨거워질 정도의 수준의 칼질이다.
가장 간단하게 말해서 SK 그룹의 최고경영진은 반도체라는 업을 전혀 모른다고 한다.
하이닉스 문화의 장점은 "협조성", 한마디로 서로 안싸우고 잘 지낸다고 한다. 그런데 이건 절대로 장점이 될 수 없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그냥 어려울 떄 같이 고생했으니 잘 지내보자는 수준이라 한다.
직원들에게 직무만족도를 조사해보면 매우 낮다. 경쟁사 대비. 왜 일까? 당연히 비슷한 일 하면서 보상이 작으니 말이다.
저자는 실례로 상무보라는 직급을 열거한다. 외형은 임원 보상은 부장급. 그럼에도 임원으로서 아무떄나 나가라면 나가야 한다고 한다.
이런 등등 거의 민낯 수준의 비판이 책 하나를 가득 채운다.
그럼에도 저자가 이 책을 지은 이유가 비판에만 있지는 않다. 저자는 3년간 사장으로 재임하면서 혁신작업을 주도했다.
그 사유와 과정, 목적이 아주 명확히 드러난다.
요즘 4차산업혁명 이야기가 많지만 그 핵심에는 스마트팩토리가 있고 반도체공장이 핵심 요소다. 얼마전 실제로 전자신문 컨퍼런스에 가보았더니 하이닉스와 연관 많은 SK그룹사에서 중국 혼하이에 컨설팅한 예를 보여주고 있었다.
컨퍼런스에서야 멋지지만 이 책의 저자가 열거하는 하이닉스의 정보화 수준에 비교해보면 일류라고 하기에는 어렵다.
책은 그런 점에서 문제와 이상 과제 등을 재정리하도록 도움을 준다.
책의 핵심에는 삼성을 벤치마킹하면서 하이닉스를 견인한 저자의 노력이 있다.
두 기업을 비교해보면
문화와 프로세스에서 차이가 매우 컸다.
저자가 주로 압박한 부분은 성과를 측정하는 지표들이었다. 숫자를 내놓는데 그 숫자를 만드는 공식에서 의외로 비체계화가 많았다.
기준을 흔들면서 더 나아가 저자는 자신의 행위가 전체 성과에 어떻게 결과로 만들어지는지 꺠우치라고 강조한다.
문화의 경우도 차이가 컸다.
저자가 처음 가서 한 일에는 신발장을 없애서 근무환경을 깔끔하게 한 일이 있다. 처음에는 관성상 반대가 심했지만 막상 바꿔보니 별 문제가 없었다.
다음에는 협력사들 근무환경을 분리한다. 원래 이들 협력사는 같은 기업이지만 IMF를 거치면서 갈라진 사람들이다. 냉정하게 보일 조치다.
이 둘 모두에는 합리성 우선 원칙이 있다.
이게 삼성 문화다.
아주 냉정하게 보이지만 성과를 내도록 최적화된 원리다.
저자의 두 기업 비교는 특히 구매에서 두드러진다.
삼성은 여러가지 방식의 구매 기법을 모두 활용하는데 비해서 하이닉스는 매우 단조로웠다. 전문성도 매우 떨어졌다고 한다.
이런 저런 비판들이 많았지만 저자는 3년간 많은 일을 하고 회사를 떠나게 된다.
이 대목에서 약간 럽게 한국 반도체 산업을 보게 된다.
하이닉스가 살아날 수 있었던 동력에는 여럿이 있다.
그 중에서도 삼성과 같은 나라에 있다는 점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원래 한 나라의 산업 SCM은 제조와 장비,부품이 공진화한다. 같이 발전한다는 이야기다. 삼성이 선도하다보니 그 영향에 의해 발전한 주변산업이 다시 후발업체에도 헤택을 준다.
반도체 학과가 생기고 인력이 나오고 또 교류되면서 말이다.
경영자는 어떤 일을 하는가? 실제 경영자는 얼만큼 효과가 있게 일을 하는가 가만 보면 기업 현장에서는 막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런 점에서 저자가 만든 3년간의 작업은 정말 쉽지 않은 성과였다고 보인다.
그 결과들이 쌓여서 오늘의 하이닉스의 일류화가 이루어졌으니 결과상으로도 맞는 말일 것이다.
저자가 강조한 부분은 그래서 다시 마음을 울린다.
잘 대해주는 리더가 좋은 게 아니라 성과를 내도록 만들어 모두를 결과적으로 행복하게 만드는 리더가 정말 훌륭한 리더라는 말이다.
삼성의 기업문화가 바로 그랬고 자기는 이를 이식하다 보니 온갖 비판을 다 뒤집어 썼지만 시간이 지랄수록 가치를 알게 된다는 결론이다.
앞으로도 한국 반도체 산업에서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보이는 저자에게 큰 기대를 해본다. 그리고 반도체 산업에 새로 진입하는 신입들에게 꼭 이 책을 권한다.
더해서 일본 반도체 패전이라는 책도 같이 권한다. 중국의 새로운 꿈들이 바로 이런 책들을 보면서 한국을 몰락시키고 자신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려고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