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잉여사회 - 남아도는 인생들을 위한 사회학
최태섭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잉여가 사회를 특징지우는 키워드가 되었다.
사전적으로 남는 것이라는 이 단어를 통해 무엇을 생각할 수 있을까?
취준생,대졸실업자,능력에 비해 너무 낮은 대우를 받는 사람들
고등교육으로 눈은 높아졌는데 비해서 자리가 적어기에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 현상은 한국만의 문제도 아니고 이 시대만의 문제도 아니다.
미국에서 대졸취업이 급격히 줄다보니 학위를 가진 레스토랑 웨이터가 결국 스페셜 메뉴의 발음을 정확히 하는데 쓰고 있다고 비꼬는 투의 컬럼이 나오기도 했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이 현상을 겪었고 영화 <전차남>의 주인공이 딱 잉여의 모습이다.
시대를 바꿔 보면 한반도에서 1930년대에 유사하게 잉여 현상이 발생했었다.
총독부의 문화통치로 배출된 대학생들이 갈 곳이 없어서 하향취업을 해야만 했다.
군대를 동경한 학교선생님,머리 좋은 일제 하급관료, 대학 중퇴생으로 28세까지 도박판 전전하는 이.
다들 재주에 비해 자리가 없다고 불만 많았던 잉여들이다.
박정희,최규하,이병철 등이 그 주인공이다.
1930년 대공황이 잉여의 출발점이었다고 하면
잉여의 궁극적 해법은 사회가 뒤집히는 것이다.
그래서 잉여들 중에서 혁명가들이 많이 나왔고 이들에게 시달리던 지배층은 불만을 외부로 돌리려고 했다. 제국들은 전쟁이라는 불덩이 지옥속으로 할 수 없이 뛰어들게 마련이었다.
한국이라는 나라의 오늘의 잉여 모습을 정리하고 해석하려는 이 책의 시도는 괜찮았다.
그렇지만 저자의 해법은 저자의 시선과 위치의 수준에 머문다.
살아남자, 그리고 성장하고 만나자.
난리통이 끝나서 서로 기약없이 헤어지는 사람들이 위로 삼아 주고 받는 말들이다.
그리고 그냥 거기까지다.
해법은 이제 고독하게 남겨진 각자의 몫이다.
일본이야기를 잠시 해보면, 일본은 성장과 성숙,하산을 먼저 경험한 나라다.
하산의 과정에서 등장하는 만화가 <도박묵시록 카이지>다.
잉여로 불리우는 많은 젊은이들 이들을 도박이라는 게임으로 몰고 다시 냉혹하게 착취하는 어른들의 모습이 나타난다.
목숨 건 게임속에 내몰리는 이들 속에서 카이지는 비슷한 말을 남긴다.
살아남자,서로 돕고,이를 헤쳐나가자
카이지의 놀라운 역량 발휘로 도박을 이길 수는 있었다.
하지만 매번 악은 반복된다. 젊은이들의 철 없음은 여전하다.
한국의 금융 중에서 계속 늘어가는 섹터가 <대부업>이다.
그 주변의 모습은 바로 만화 <카이지>에 드러나는 것들이리라.
잉여사회는 시작은 창대하지만 당분간 계속 이어가기는 어렵다.
저자가 군대를 가야만했기에..
한윤형이 자신의 삶을 <키보드워리어>에 담고 군대로 가는 청춘열차에 몸을 실었듯이
최태섭 또한 다음주에 군대를 간다.
다음은 무엇일까?
잉여를 홀로 보지 말아야 한다.
사회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고 문제의 원인은 복합적, 다층적이다.
그러니 쉬운 해법은 없다. 저자도 이점을 강조한다.
그냥 모여서 외친다고 사회가 변할까? 명사들의 멋진 말을 리트윗하면 바뀔까?
아니다 사회는 훨씬 공고하게 묶여 있다.
잉여들이라고 스스로를 라벨 붙인이들(너무 실례가 되지 않는 표현이라면)을 보면
사회와의 고리가 약하다. 고리가 약하고 표피적인 걸 뒤집어 보면 관계 맺기에 매우 서투르다.
자신감 부족하고, 표현력 약하고, 상처 많이 받았고, 그래서 더 소극적인 스타일로들 보인다. (짧은 스케치니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기를..)
잉여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분명 어딘가에 있다.
혼자서 찾는다면 오래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혜는 골방이 아니라 광장에서 구해지는 것이고 그 안 어딘가에 소크라테스가 있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