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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1disc) : 아웃케이스 없음
모토키 마사히로 외, 타키타 요지로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삶이 무엇인지 알려면,
삶이 아닌 것을 보는 것이 좋겠다.
삶이 마쳤을 때 "마지막을 장식" 하는 직업이 있다.
납관사다.
장의사가 보다 행정적이라고 하면 납관사는
죽은이의 몸을 닦고 치장하는 가장 궂은 일을 맡고 있다.
삶의 우연 속에서 고향 야마가타로 흘러 들어와 납관사가 된 주인공 고바야시의 앞에는 여러 죽음이 놓여 있다.
무연고로 죽은 노인
자살한 젊은 처자
오토바이 사고로 죽은 미성년자
오랜 지인,목욕탕 아주머니
이런 죽음과 하나 하나 마주하면서 그의 마음은 일에 대한 깊이를 알게 된다.
죽음과의 대면은 보다 간절히 삶을 이해하게 만들어간다.
내가 만지는 것, 내가 먹는 것, 내가 오다가다 보는 것들.
살아 있는 모든 것을 보다 간절하게 느끼게 만든다.
죽음들을 모아 보면
인연이라는 단어가 나온다.
가족과의 불화는
무연고로 쓸쓸이 죽는 노인을
자살로 마감하는 이해 받지 못한 청춘을 만들어낸다.
가족과의 불화는 고바야시도 피할 수 없는 주제다.
아내는 직업을 못 마땅해 해서 친정으로 가버린다.
그렇게 어려움 겪는 그 이지만 또 하나 남은 인연, 바로 아버지를 생각하게 된다.
6세라는 어린 나이에 바람나서 휙 떠나버린 아버지의 모습은 이제 흐릿하다.
그리고 손에 쥐어지는 건 돌멩이다.
어려서 개천가에서 주고 받은 돌멩이는 서로에 대한 관심이었다.
그리고 개천 아래에서 보이는 건 연어의 모습이다.
죽을 힘을 다해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서 알을 낳고 죽어 흘러내려오는 그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자연의 장엄함을 읽게 된다.
삶이란 과연 무엇일까?
왜 태어나고, 왜 죽어야 하는가?
목적이란 과연 있는 것인가?
사람의 죽음과 연어의 죽음이 포개지면서 자신을 낳은 이, 그리고 자신이 낳게 되는 이 까지 세대를 이어가는 삶의 법칙을 고민하게 된다.
그리고 결국 그는 아버지의 죽음을 만나게 된다.
죽음의 순간에 그의 손에 쥐어진 돌멩이 하나에 고바야시는 마음의 돌멩이를 내려 놓게 된다.
죽음은 우리에게 용서와 화해를 권유하게 된다.
삶의 덧 없음은 곧 욕망의 부질없음을 갈증,애욕 모두를 휩쓸고 가버리는 영원히 흐르는 강물인 것 같다.
몇 가지 덧붙이면 영화 속에서 일본 사회의 거품 무너짐을 느꼈다. 멋진 직업, 첼로를 연주하며 곳곳을 여행하자는 프로포즈의 메시지는 이제 공수표가 되었다.
거품이 무너진 시대에 예술가들의 설자리는 그만큼 좁아진다.
그리고 귀향. 그것도 부모님의 집이라도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부모 세대는 죽기 전까지 자신의 업을 충실히 해보려고 한다. 목욕탕집 아주머니가 그렇다.
반면에 아들 세대는 더 나은 직업을 가지길 원했지만 한계를 부딪히고 그 덕에 부모의 자산소득에 기대려고 한다.
도대체 업이라는 본질 개념은 없고 꼭 그렇게 나온다.
이는 다 무엇일까?
일본의 성장이 멈추고 인구가 줄면서 점점 내려 가기 때문에 나오는 일들이다.
패전 이후의 가난에서 일어나 자신의 업을 이룬 세대가 볼 때 자식과는 갈등이 많을 수 밖에 없다. 그런 사회적 배경이 고스란히 담아져 있다.
한 가지 더 이야기하자면 죽음 속에 있던 그들이기에 더 삶을 탐닉하게 된다. 특히 먹는 것에 대한 집착은 강하다. 관이 놓여 있는 사무실 2층에서 복어 요리를 구어 먹으며 정말 맛있구나 느끼는 대목은 죽음과 삶의 대조, 자연의 죽음 속에서 우리가 누리는 삶의 향기를 잘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