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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전과 그의 시대 ㅣ 이덕일의 역사특강 1
이덕일 지음, 권태균 사진 / 옥당(북커스베르겐) / 2014년 1월
평점 :
절판
사극 정도전이 인기다.
그 성공에는 이덕일 소장의 기여가 매우 크다
1년 전부터 연구진과 함께 같이 공부하자 하면서 시작한 여러번의 강의와 토론이 오늘의 생동감 있는 사극을 만들어내었다.
고려에서 조선으로 왜 바뀌었을까?
시골무사 이성계의 활솜씨?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음덕이라고 하는 용비어천가?
그러면 고려부터 자세히 알아야 한다.
그리고 고려의 문제에 분노해서 칼을 찾아 헤메대가 마침내 그 칼을 써서
세상을 뒤흔들어 만백성들에게 새 삶을 찾아 준 정도전의 모습이 드러난다.
당대의 모습은 혁명 동지 조준의 상소에서 잘 드러난다.
"불쌍한 백성들이 사방으로 흩어져 개천과 구덩이에 빠져 죽는다"
특히 원나라 추종을 비난하면서 멀리 나주의 부곡으로 귀양간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거기서 만난 농부 왈.
"그렇다면 나는 그대의 죄목을 알겠도다. 그 힘이 부족한 것을 헤아리지 않고 큰소리치기 좋아하고, 그때의 불가함을 알지 못하고 바른말하기 좋아하며, 지금 세상에 났지만 옛사람을 사모하고, 아랫자리에 있으면서 위를 거스른 것이 죄를 얻은 원인이로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간단히 말해 원나라에 부역하면서 무능한 인간들이 지배자가 되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능력으로 겨루어 올라선 것도 아니고, 나라경영 보다는 자기 일족의 당대 번영만 관심 둔 돼지 같은 집단이었다.
그들이 다 같이 재물에만 탐하고 무력은 모조리 원나라에 의해 좌우되니 나라는 삽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다.
이 모두를 뒤집으려고 결심한 정도전의 한 칼이 세상을 뒤집었다.
그렇게 만든 조선이라는 나라를 살펴보자.
시작이 반이라고 하는데
나라 살림도 마찬가지다. 처음 만든 틀을 중간에 바꾸기는 정말 어렵다.
지금 미국을 보면 제조업의 성장을 막고 있는 가장 큰 문제가 바로 의료보험의 부재다.
막대한 의료비가 소요되고 덕택에 기업연금이 파산하고 노조는 강성으로 돌아선다.
하지만 이를 바로잡기에는 오바마의 노력으로도 멀리 가지 못하고 있다.
정치가 한번 민주화되고 이권단체가 자리 잡으면 법안의 통과를 통한 나라의 기초 재설정은 거의 어렵게 된다.
정도전이 만든 틀들은 조선을 오래 가도록 남겼다.
그런 점에서 그는 역적이 아니라 영원한 공신인 것이다.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들어오는 그의 모습은
지도층의 부패와 무능에 의해 도탄에 빠진 백성들을 구하기 위해 온 삶을 던져 발버둥치는 신산한 모습이리라.
이덕일 소장의 작품들이 많지만 조선을 다룬 것들이 가장 빼어나다.
역시 그것도 전공, 즉 시작이 반이라는 이치와 매한가지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한 가지 내용에 의문을 달고 싶은 것은 요동정벌에 나섰으면 명이나 조선 둘 중 하나가 망했을 것이라는 대목이다. 과연 조선이 안 망했을까?
책에서 거론한 동이족 연합, 몽골-여진 등 모두의 협격이 가능했을까?
역사의 가정은 부질 없다고 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쉽지는 않았을리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