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 부자들 - 비정한 장사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이상규 지음 / 이상미디어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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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식당 창업이 급격히 늘고 있다

원인은 아쉽게도 베이비부머의 은퇴다.

먹는 장사는 가까이 있어서 쉽게 보인다. 여느 가게에 가보면 헛점이 많이 보이고 저 정도는 하는 느낌이 든다. 

거기에 귀를 잡고 유혹하는 컨설팅업체와 프랜차이즈들의 목소리가 간지럽게 들린다.

하지만 그것이 진실일까?

가만히 놔두고 지나간 시간을 되집어 봄이 중요하다.

부동산들은 많이들 알고 있다. 한 장소에서 어떤 가게들이 얼마나 오래 버텼는지. 

하지만 진실은 쉽게 알려지지 않는다.

저자는 대물림해서 요식업에서 일하는 사업가다. 더해서 출판도 하고 있다.

그 결과물로 나온 이 책은 다양한 실전 경험을 녹여내서 창업 희망자에게 좋은 지침이 된다.

저자는 우선 식당업은 제조업이다라고 정의한다.

제조업의 가장 기본은 마케팅이나 영업이 아니고 제품이다.

식당 또한 맛이 기본이 되어야지 겉으로 보여주려는 마케팅에 아무리 힘써도 오래 못간다고 이야기한다. 차라리 그 시간에 제조의 핵심이 되는 구매를 들여다보고 제조공정에 해당하는 요리를 세밀히 관리하라고 한다.

대를 이어 사업하는 집에는 역사에 대한 관점이 있다.

그 간단한 예가 신촌 지역 20년 동안 남아 있는 큰 가게는 딱 5개 뿐이라는 사실이다.

갈비집,다방 등 명물들도 세월의 긴 파고를 이겨내기 어렵다

이렇게 긴 파고는 아니더라도 곳곳에서 벌어진 싸움의 귀추를 잘 알아두는 것은 도움 된다.

우리나라가 워낙 쏠림 현상이 강해서 

닭도 찜닭,붉닭,튀김 등 시시철철 몰려서 창업이 일어난다.

이 과정에서 재료 공급업체들이 발전시킨 프랜차이즈는 과장된 수요예측으로 창업자들을 현혹시키기 일수다.

지금 반짝 반짝 거리게 보여도 그 유행은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져버리기 일수다.


현란한 이론보다 낡은 경험 하나가 더 낫다는 것이 저자의 지론이다.

잠시 컨설팅이나 전시회를 멈추고 식당 밥 오래 먹은 이들을 찾아다니면서 한수씩 배워가는 게 오히려 남는 장사다.


식당붐의 원인이 베이비부머의 은퇴라는 점은 앞에서 언급했다.

근본 해결책은 쉽게는 보이지 않는다.

역시 중요한 것은 사회의 성숙이다. 가까운 일본의 식문화에는 오래 물려주고 싶은 장인의 자부심이 녹아 있다. 반대로 한국으로 보면 식당을 가업이라 생각하고 물려주기 보다는 거의 대부분 자식에게 좀 더 나은 직업을 물려주겠다는 악착스러움이 더 많았으리라.

그렇게 성장한 세대가 다시 식당업으로 몰려온다면 뭔가 어색함이 있으리라.

해결책은? 여전히 쉬운 답은 아니다.

부자가 되기 전에 기본을 익히는 것이 출발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 독서였다.

식당업,식당,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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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지배 - 제국은 왜 항상 몰락하는가
티머시 H. 파슨스 지음, 장문석 옮김 / 까치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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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제국, 멋진 말이다

로마,스페인,나폴레옹,영국 등 많은 제국이 위용을 드러냈고

지금도 그 영광의 흔적이 남아 있다.

지금 세계는 2차대전 이후 미-소 대결이 이어지다가 소련이 붕괴된 이후 미국이 단독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그러면서도 미국은 자신을 제국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한다.

이 문제는 미국에서도 많은 논란거리다.

특히 911에서 아프간,이라크 전쟁을 거치면서 부시행정부에 대한 비판이 많았고 제국이라는 논쟁은 뜨거운 화두였다.

미국의 미래에 보다 강력한 리더십을 요구하는 니얼 퍼거슨 등 우파학자에 반해서 이 책의 저자 파슨스는 제국의 환상을 깨라고 주문한다.

그는 역사상 유명한 제국들의 한 단면을 파헤쳐 드러낸다.

메스를 들고 껍데기를 벗겨서 속살을 드러내는 솜씨는 놀라웠다.

덕분에 나는 많은 새로운 일들을 알게 되었다.

역사, 세계사는 특히 몇몇 거대한 사건들만 기억하게 된다.

하지만 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왜 그럴까 하는 궁금증이 이어진다.

보다 세밀하게 봐야만 아 그래서였구나 하고 이해가 갈 수 있다.

개인적으로 나폴레옹 제국에서 뮈라,제롬 등 형제나 인척들이 계속 나폴레옹에게 반항하고 여기에 맞서 나폴레옹이 분개하는 장면이 나온다. 배은망덕이 따로 없군 하는 느낌이었는데 막상 이 책을 보면서 충분히 가능했겠구나 하는 생각을 가졌다.

나폴레옹은 프랑스만 우대하는 정책을 과도하게 펼쳤고 덕분에 프랑스 상공업은 발달시켰지만 반대로 다른 나라들은 역차별이 너무 많았다. 그게 과도하고 무리하게 만들어진 것이 대륙봉쇄령이고 이는 막대한 손실로 나타났다.

이런 등등 저자의 관심은 영국의 인도지배,스페인에서의 아랍제국 등 시대를 넘나들며 흥미를 전달한다.

새로운 것을 알게 해주는 흥미 만큼이나 그의 주제는 우리에게 제국이라는 화두를 키워준다.

현대 세계에서 미국의 역할이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는 멈추지 않는 과제다.

미국이 왕의 압제에 벗어나는 자유인들의 봉기로 출발하였기에 오늘도 그들은 제국이라는 말은 거부한다. 막강한 군사력, 막대한 경제력 그럼에도 이제 낡아버린 체제, 아무것도 새롭게 해결하지 못하는 정치체제. 미국의 모순은 그 덩치 덕분에 세계의 모순이 되고 있다.

앞으로도 과연 이런 거북한 위치가 계속 될까?

저자가 보여주는 여러 시사점이 정말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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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왕의 가문
시바 료타로 지음, 양억관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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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도쿠가와는 전국시대 최후의 승자다.

그의 앞으로 천재 노부나가,히데요시가 있었고, 싸움의 달인 다케다, 인질생활을 해야 했던 이마가와 등 거대한 존재들이 많았다.

하지만 그는 결국 한발한발 올라가면서 패왕의 자리에 올랐다.

그리고 그의 생각은 고스란히 실현되어 250년간 일본을 움직이는 원리가 되었다.


그럼 우리는 도쿠가와에 대해서 무엇을 알고 있을까?

도쿠가와가 임명한 다이묘들이 근세까지 이어져 일본의 귀족층을 다수 형성하였고 지금도 지방에서 존중을 받는 경우가 많다.

명문가라는 개념이 한국에서는 전란을 거치며 많이 사라졌지만 일본은 아직도 강하다.

그것 보다 더 강한 것은 일본인들의 삶의 모델이라는 역할이다.

시작은 미약하였고 과정 또한 고난의 연속이었지만 결국 패자가 되는 그가 취했던 여러 태도는 오래 오래 각인되었다.

특히 인내를 중시하는 기질의 사람들에게 그는 선호의 대상이 된다.

일본인은 속을 드러내지 않는다

하나에 정진하여 장인이 된다

잘 존중하지 않으면 등을 돌린다 등

일본인이라면 이렇구나 하는 개념에 대해서 우리는 외형은 알지만 속까지는 잘 모른다.

이 책을 보면서 일본인이라는 존재에 대해서 잘 이해하게 된다.


섬뜻 했던 대목도 있다.

오다 노부나가를 접대하기 위해 미카와 수천의 군사들이 몸으로 강물을 막아 물의 흐름을 약화시키는 장면이 있다. 노부나가는 감격하면서 생애에서 거의 없던 휴식을 즐긴다.

하지만 그는 젊었을 때 도쿠가와를 인질로 붙잡았던 오다가의 일원이었다. 그리고 동맹이었지만 사위였던 도쿠가와의 장남과 도쿠가와의 정처를 살해하도록 지시한 적이 있다.

도대체 이게 원수인지 은인인지 서로 구별이 잘 되지 않는다.

마찬가지의 관계는 그의 신하들과도 이어진다. 가장 고참 부하는 아들을 죽이는데 일조를 했다.

그렇다고 여기서 그가 싫은 내색을 하면 나라가 무너진다.

과연 맞는 일들일까?

이렇게 복잡한 사회 속에서 그는 관계를 매우 중시했다.

재물과 보상에 인색해서 쫀쫀하다는 혹평도 들었지만 그가 쉽게 아래사람이나 남을 내치지 않았다는 점은 오랜 기간 지속된 성장의 동력이었다.


삶에서 관계를 빼면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그의 말은 그래서 무게 있게 다가온다.


천재는 아니었지만 꾸준하게 성장했던 그의 삶의 태도에서 배울 점들도 많다.

오다는 복속하지만 따라하기 힘든 존재라고 여겼다. 반면 다케다는 심한 적이었지만 오히려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해서 패잔병을 적극 끌어 안았다. 

오래 살아야 했기에 여자를 가려서 만났고 건강관리는 거의 의사 수준이었다

그 덕분에 히데요시가 떠난 다음에도 정정해서 세상을 뒤집어 버릴 수 있었다.


작가 시바 료타로가 도쿠가와를 싫어했기에 책을 안남긴 줄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이 번역되었다.

문장 또한 훌륭하고 세부적인 사항을 꼼꼼하게 정리해주었다.

왜 그때 이런 태도를 취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 아주 잘 묘사가 되어 있어 이해가 쉬었다.

서서히 내려가는 제국이지만 아직 우리는 일본에서 배울 점이 많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가치는 일본인을 보다 잘 알게 해줌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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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 - 20대와 함께 쓴 성장의 인문학
엄기호 지음 / 푸른숲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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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기호식 글쓰기에는 독특한 매력이 있다

학생들과 격 없이 토의하고, 글을 모은다.

글 속에는 속 생각들이 자유롭게 표현되어 있다.

그런 글을 쭉 읽어가다보면 사회의 한 부분을 구성하는 젊은 세대들의 

민낯을 보게 된다.

거리를 걷고 있는 즐거운 혹은 그렇지 않은 이들의 속 사정을 어떻게 알수 있을까?

속을 이만큼 잘 드러내주는 엄기호의 노력 덕분에 독자는 청년들과 한 다리 건너

대화를 할 수 있게 된다.


나도 잉여,지잡대라는 단어를 처음 들었을 때의 충격은 매우 컸다.

충분히 이해가 가는 조어지만 거기에서 자기 비하를 읽었다.

자존감의 상실. 

꿈도 많이들 이야기 되지만 그 이전에 자존감을 잃어버린 세대와 말을 터보는 것이 더 필요할 것이다.


경청은 모든 문제 해결의 첫번째 수순 아닐까?

기성세대가 말을 트기 위한 첫걸음으로 이 책을 읽어 봄이 좋다고 추천하고 싶다.


이 책은 마케팅 측면에서는 억울한 점이 컸다.

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제목 놀음에 밀려 버렸다.

청춘 이야기는 거의 없는 그 책은 순수하게 제목과 저자의 신분(서울대 교수라는) 덕분에

대히트를 기록했다.

이 사건이야말로 한국 출판 시장의 한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반면 엄기호의 노력은 진지하고 꾸준하다.

그의 노력은 계속 이어져 최근 <단속사회>가 서점에서 사회과학 1위로 올라가는 기염을 토하게 만들었다.


그의 바닥 훑기 식의 노력이 이제 제대로 대접 받는 것, 진정성이 결국은 이겨가는 구나 하는 감탄을 하게 만든다.


여기까지는 감탄이고 이제 한계를 보자.


이 책이 목소리를 담고, 사회학의 접근을 통해 부연 해석을 해주는 것은 좋다.

하지만 마지막에 그래서 어쩌냐는 해법에 대해서는 엄기호를 비롯한 대안학자들의 글에는 답이 없다.

두더지? 그건 아마도 우석훈이 이야기한 짱돌 만큼이나 허망한 해법이다.


한국 사회의 변화에는 참조모델이 있다. 

하나는 일본이다. 거품 붕괴 이후 일본에서 나타난 현상들이 시차를 두고 한국에서 보여지는 것이 우리를 겁나게 만든다.

그건 간단히 최근 일본을 가서 직접 구경해보면 알게 된다.

자존감의 상실. 


이 부분을 잘 살펴 보면 일본의 사회 변화는 경제적 구조 변화와 제도의 변화 위에서 이루어지는 현상임을 이해할 수 있다. 일본 사회과학자들의 노력은 그런 분석들을 많이 수행해놓았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문제도 경제와 제도 차원에서 접근해볼 수 있다.

엄기호의 지금 방식이 바닥 훑기 식, bottom-up이라고 하면 반대편에서 내려다 보기 즉 top-down식 읽어가기도 중요하고 둘이 만나는 접점에서 진정한 해법이 있으리라 보인다.


청년들을 보면서 아프다, 이해하겠다 이렇게 말하는 건 의무의 일부만 한것이다.

어른들의 진정한 임무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구조를 살펴보고 제도를 바꿀 권력은 어른들이 독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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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속사회 - 쉴 새 없이 접속하고 끊임없이 차단한다
엄기호 지음 / 창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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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을 깨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사회학자 엄기호는 틀을 깬 사람이다.

교수가 굳이 되고 싶지 않다고 선언했다.

그러고 나니 논문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대신에 무척 좋은 책을 많이 만들 수 있게 된다.

그의 책에는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과 교감하며 만들어낸 이야기가 담뿍 담겨 있다.

학생들의 날 목소리는 정말 독자들을 흥미롭게 한다.

지금 시대가 어른이 없고 <꼰데>만 남고, 아이들은 없지만 <애새끼>는 있다고 한다.

뭔 소리냐고? 하는 물음 가진 분들은 엄기호의 시리즈 도서를 읽어줘야 한다.

이 책들에는 목소리를 빼앗긴 청년들의 날선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좌냐 우냐는 구분은 중요하지 않다.

저성장 속에서 줄세우를 요구하는 사회의 압박은 청년들을 짓누른다.

그리고 눌리우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작게만 들린다.

엄기호는 이 속으로 풍덩 들어가 바다밑에서 건져낸 말들을 끌어내 모아 본다.

그의 가장 핵심 능력은 공감이다.


더해서 그는 날카로운 분석을 통해 우리 사회가 새롭게 만들어내고 있는 독특한 면모를 묘사해낸다.

강남과 목동의 아파트 군의 입구가 왜 닫혀 있는지?

바깥을 빙빙도는 학원차가 대입성공과 사회진입으로 이어지는 선이라면

입구의 CCTV는 불필요한 관계를 필터링 하는 선이다.

그렇게 날줄과 씨줄은 서로 다르게 이어지고 구별짓게 된다.

헬레콥터 맘들이 만드는 여러 행동들은 거대한 교육산업을 키우지만 반대로 아이들은 볼모가 된다.

그리고 교사는 겉돌고 이 경쟁에서 탈락한 이들이 모인 학교의 교실들은 냉소로 휩싸인다.

명문대생이 자살하면 뉴스가 되지만 그렇게 대우 받을 위치가 못 되는 이들에게는 몸부림도 사치스러운 일이 되어버린다.


과연 온당한 것인가?

작가의 단속, 즉 끊어지고 이어짐이라는 묘사는 꽤 시의 적절했나보다.

얼마전 대형서점에서 이 책이 1위가 된 것을 보면.


제목을 보면서 나에게는 하나의 풍경이 떠올랐다.

편의점 앞 아르바이트생이 잠깐의 휴식에 담배를 물려 휴대폰에 몰입하는 장면.

그들의 일의 현장에는 금이 그어져 있다. 단절이라는.

편의점 일은 유통업이다. 컴퓨터에서 쏟아내는 신호에 따라 기계적인 일을 하면서 그들은 단절을 느낀다.

그래서 그들은 접속을 시도한다. 끊임없이 페북이나 카톡과 같은 가상세계로.

하지만 그 시도는 아무리 많아도 겉돌 따름이다.

모여서 같이 부딪끼고 땀 흘리는 것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아니리라.

공감을 찾아 가상을 돌아다니지만 아무리 해도 가슴은 뜨거워지기 어렵다.

그렇게 끊어지고 이어짐이란 화두는 우리에게 새로운 숙제를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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