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스나이퍼 KODEF 안보총서 74
크리스 카일 외 지음, 양욱 외 옮김 / 플래닛미디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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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이라크 참전 군인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어 갖고 왔다.

그의 나이는 85세다.

노익장이라는 단어가 머리를 스쳤는데 흥행도 대박이 났다.

그리고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되었다.

이라크 전쟁을 통해 미국이 범죄의 길에 들어섰다고 비난하는 마이클 무어 등이 비판의 핏대를 세웠고 이를 반박하는 우파의 외침도 거세다.

한국에서 <국제시장>이 좌우 진영의 이데올로기 논쟁거리를 촉발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반면 그냥 영화로도 충분히 봐줄만하고 부모님 생각하며 울고 나오면 충분하지 않느냐는 주장도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스나이퍼라는 제목이 뜻하듯 영화의 주인공은 저격수다.

최고의 성적을 올린 그의 공식 사살 기록은 160명, 비공식은 255명에 이른다.

전설에 도달한 그의 군 생활은 성공적이었지만 기록 속에 들어 있는 여자,어린아이들은 점차 그의 마음을 누른다.

그도 결국 한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가는 과정과 포개지기 때문이다.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이력을 잠시 돌아 보자.

젊어서 총잡이로 유명하던 그는 아주 독특한 영화를 만들면서 새로운 면모를 보였다.

<용서받지 못한자>에서는 노쇠한 왕년의 갱스터의 변모한 모습을 보였다.

<그랜토리노>에서 월남전 참전군인이 인생 마지막에 젊은이들을 위해 대속하는 역할로 나타났다.

젊은날의 이스트우드가 헐리우드 흥행 공식의 충실한 도구였다면 나이들어가면서 쉬지 않고 관객에게 과거의 통념을 깨보라고 자극하고 있다.


이 작품 또한 다양하게 읽힐 수 있다.

주인공은 텍사스의 카우보이다.

텍사스는 부시의 고향이다. 론스타(Lone star)라는 주의 상징 답게 그들은 멕시코에서 강제로 빼앗아 독립했다가 미국에 합류했다는 특이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텍사스의 레인저 박물관에는 독립하고 나서도 무장한 듯 보이는 멕시코인들을 무참히 학살한 민병대의 화려한 기록이 담겨 있다.

이라크 전쟁터는 이런 전통과 이어지고 있다.

남의 땅,남의 집 하지만 자신의 생각을 강제하고 이를 위해 폭력을 행사하는 군인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그려진다.

그리고 그들의 관념을 지배하는 가치는 딱 하나 전우애다.

생존을 위한 전쟁터에서 그들의 관념은 매우 좁아진다.


덕분에 그들은 근본에 대한 질문을 해보기 쉽지 않았다.

생화학 무기가 발견되었는지? 이라크인 스스로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정말 우리나라는 잘 한 것인지? 이런 물음들은 과도한 사치였다.


하지만 사회는 서서히 지쳐가고 있다.

사망자 수천명, 부상자는 수만명을 끌어안고 가야 했다. 더욱 더 큰 일은 정신적 외상을 입은 참전용사들이다. 


부시의 선전포고에 만장일치로 환호하던 미국의회의 모습이 처음에는 좋았지만 지나 보면 사고의 단순성을 보여준다.

결국 전쟁의 명분이 되었던 <생화학무기>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지만 여기에 큰 문제를 제기하는 미국 정치인은 소수다.

정치만이 아니라 미국인들의 정치 의식 또한 생각보다 단순하다.


하나의 이데올로기에 충실헀던 인간이 그 행위에 의해 단죄 된 대표적인 예가 독일의 아이히만이다.

그의 재판을 오랫동안 참관한 한나 아렌트는 <도구적 인간의 무지>에 대해 비판하는 글을 썼다.

동료에만 내 생각에만 충실하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더 큰 고민을 하지 않았다고 단죄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렇게 단순한 의식에 대해 간간히 자극제를 던지는 것이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떠 맡은 일이다.

85세라면 편히 쉬기에도 쉽지 않은 나이인데 그는 스스로도 변하고 남도 변하기를 원하는 것 같다.

이 영화가 논란을 일으키고 미국에서 흥행도 대박을 낸 점을 놓고 마이클 무어 등은 비판을 가한다.

그럼에도 미국이 고민하고 변하고 있고 그걸 더 자극하는 데 일조 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렵다.


도구적 인간에서 벗어나 세상 전체와 공감하는 노력은 계속 이어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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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 81호 - 2014.겨울 - 창간 20주년 기념호
문학동네 편집부 엮음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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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가 당선작을 내지 못했다.

덕분인지 유명 작가들의 단편이 한데 모아져서 한 권으로 푸짐해졌다.

잘 된 일 일까?


그런 문학동네에 낯선 손님 하나가 등장했다.

피케티와의 대담이 실려있다.

피케티와 문학지, 낯선 조합 같지만 그렇지 않다.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에는 발자크와 제인 오스틴의 소설이 자주 인용된다.


19세기 자본을 만들어낸 엥겔스는 

"발자크의 소설이 수많은 사회과학서보다 당대를 이해하는 데 낫다"라는 

격찬을 했었다.

21세기가 되어서도 여전히 발자크는 <자본>과 인연을 맺고 있는 셈이다.

왜 일까?

돈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던 사람들은 사실 돈이 없던 사람들이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도박빚에 시달리면서도 도박 중독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웠다.

발자크 또한 20대에 진 막대한 빚을 갚지 못한체 끊임없이 돈을 추구했다.

그가 빚을 지게 된 이유는 사업 실패였는데 

이를 통해 그의 눈이 열렸다고 한다.

발자크 소설의 주인공들은 금액을 정확히 이야기하고 매우 합리적으로 계산하며

행동하려고 한다.

실패가 그냥 헛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발자크는 잘 보여주었다.


이번 문학동네에 실린 김훈의 소설을 보면 금액에 대해서 매우 세밀히 묘사하고 있다.

길가에서 파는 밥값이 왜 3000원인지, 가게에서 파는 밥값 5000원과 왜 차이나는지 등.

남녀간에 섹스는 나누어도 절대로 밥값을 내주지는 않는다는 것 등.


얼마전 지인 한분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지금의 담론들이 <지금,여기>가 없다고 한탄하는 목소리를 들었다.


발자크,피케티 둘 다 프랑스의 거장들이다. 

아마 몇년전 심금을 울린 <레미제라블>이 프랑스의 위고 작품이라는 점도 상기시키면 좋겠다.


냉정한 관찰은 공감으로 이어지고 다시 진지한 성찰이 더해지면서 훌륭한 문학이 탄생한다.

한국도 이제 문학을 위해 냉정함과 진지함이 더 필요한 때가 되었다.

그만큼 아파하는 이들이 많은 시대에 문학이 붕 떠 있다는 아쉬움을 가졌다.

딱 하나 김훈이 예외였지만 이제 70을 바라는 노익장만 계속 기대할 수는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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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다 애장판 6~10권 박스세트 - 전5권, 완결
데즈카 오사무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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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내가 군대의 행군을 지켜보고 있다.

이 군대의 목적지는 그의 고향 마을이고 목적은 마을을 없애는 것이다.

사내가 여러번 고향 사람들에게 싸움을 멈추라고 호소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곧 이어진 싸움에서 고향마을 사람들은 패배하여 몰살을 겪게 된다.

그 잔혹한 현장을 더듬으며 이 사내는 깊은 고통에 빠지고 자신의 가르침을 무시한 고향 사람들의 무지를 안타까워하고 또 자신이 하고 있는 일, 스스로 깨닫고 남에게 알려주고자 하는 삶에 대해서까지 의문을 갖게 된다.

당대는 잔혹한 세상이었다.

강자는 약자를 겁박하였다. 멀쩡하던 이도 싸움에 지면 노예가 되었고 천대 받았다.

서로를 구분짓고 믿지 않았다.

심지어 아버지와 아들도 경쟁자였다. 아버지는 아들이 언젠가 자기를 해치고 이 자리를 탐낼 것인가 하고 경계했고 아들 또한 그러했다.

오직 힘만 위세를 발휘하는 이 세계를 다들 고통의 바다라고 불렀다.

사내는 여전히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사내의 말은 힘이 있어 여러 제자들이 따라왔다.

그의 제자 중 상당수는 살인자였다. 아마 살인의 세상에서 가장 잘 힘을 발휘한자가 대 살인자였기 때문이었으리라.

하지만 그의 가르침을 듣고 살인자는 깨달은자로 변신했고 살인을 멈추었다.

왕자는 아버지를 가두었다가 다시 풀어주게 된다.

노예를 학대하던 이들도 채찍을 멈추게 된다

그의 발걸음이 가는 곳곳에서 갈등과 고통이 줄어들었다.

그의 삶은 여전히 적지 않은 힘을 지금까지 남기고 있다.

바로 후일 붓다라고 불리우는 고타마 싯달타의 삶이었다.

고향 마을 석가족이 몰살되는 것을 지켜보아야만 했던 그의 고통은 승화되어 오늘날에도 이어지는 가르침을 주었다.


아톰의 작가 데즈카 오사무는 붓다의 초기 인간적 삶을 고스란히 복원해내어 명작을 안겨주었다. 넘치는 정보가 더 큰 현명함을 주지는 못한다.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살아가다 보면 정보의 바다가 곧 고통의 바다인지도 모른다. 

그런 세상에서 붓다의 가르침은 여전히 우리에게 고통을 덜어내는 노력의 길로 인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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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장
김호경 소설, 박수진 각본, 윤제균 각색 / 21세기북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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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장>과 <변호인> 두 영화는 천만관객을 모으며 영화판을 흔들었다.
공통점은 한국현대사를 다룬 것, 차이로는 정치적관점으로 각기 보수와 진보로 쏠렸다.


현대사는 기성세대 다수가 직접 겪은 역사인데 오히려 서로 다른 기억을 가지고 있다.

6,70대 노년층은 국제시장에서 흥남부두 철수 경험을 직접 가지고 있다.

4,50대 장년층은 변호인에 나온 민주화투쟁의 시대를 겪었고 직접 참여도 했다.

매번 선거에서 연령대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투표행태는 자기가 겪은 경험이 더 크고 소중하다고 느낀 덕분이리라.


두 편의 영화가 다룬 두 시대는 이제 점점 멀어져간다.

과거를 지배하는자가 현재를 지배한다는 말이 있다. 

아련해지는 역사를 놓고 이제 누가 어떤 기억을 더 강하게 남길 것인가 하는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소감이 들었다.


역사를 두꺼운 책을 찾아가며 이해하려는 노력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영화는 양이 작고 감동을 끌어내야 하기에 한편으로 더 쏠림이 강하게 일어난다.

그러다보니 세대간의 대화는 잘 만들어지지 않고 불통으로 흐른다.

하지만 국제시장과 변호인이 차이남에도 둘 다 보면서 눈물 흘린 사람도 있다.


한국이라는 나라를 바깥에서 보면 몇 가지 특징이 느껴진다고 한다.

기적을 이루었지만 기쁨을 잃었다는 외신 기자의 표현이 무겁게 다가왔다.

해결책은 없을까? 

얼마전 <명량>의 김한민 감독의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한국영화를 외국에서 높이 사는 이유로, 재미와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남들이 보면 참 쉽지 않은 일을 실제 그렇게 단기간에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기적일 것이다. 하지만 요즘 기쁨은 상대적으로 적어진다.

한국이 <국제시장>의 경제성장과 <변호인>의 민주화를 동시에 이루는 기적을 만든 나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

두 가지를 모두 끌어안으면서 대화가 열린다면 기쁨도 돌아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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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장을 보았다.

주인공 황정민이 동생 시집보낼 돈 모으겠다고 월남가서 목숨을 거는 장면이 짠했다.

월남에서 돈을 많이 벌어들인 기업은 어디일까?


마침 최근에 동문회보에 채명신 장군 이야기가 나왔다.

월남전의 사령관이었고 가난한 한국인들이 더 잘 먹을수 있는 방안을 고민했던 분이다.

무기를 작전에 썼다고 미군에게 둘러대고 빼내서 한국군 전력증강에 쓰려고 했다.

채장군이 물자수송업무를 미국 대기업 벡텔이 낚어채니까 이를 한국기업 K의 몫으로 돌리려는 노력한 대목이 나왔다.

여기까지는 아름다운 미담이다.

채장군이 귀국해서 박정희에게 해고되고 야인 생활하면서 좋은 모임 하느라 TV 30대를 바로 그 한국기업 K에게 부탁했다.

돌아온 것은 싸늘한 반응.

이를 보고 대노해서 인간이 이렇게 사는가, 당신이 과연 재벌을 운영할 그릇이 되는가 하고 노발대발한다.

채장군은 평소에 여자 나오는 술집에 가지 않았다고 한다. 6.25에 죽은 부하들의 미망인들이 먹고 살 것이 없어 술집으로 나오는데 그걸 어떻게 같이 먹느냐고 했다.


누구는 어제는 어제고 오늘은 오늘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그건 것 다 따지면 어떻게 사느냐고 말이다.


하지만 가만 보면 군대,정부,기업 모두 하나의 생태계로 묶여진 존재다.

크게 보면 오늘과 내일이 서로 다르지 않고 네 것과 내 것이 구분되지 않는다.

채명신 장군은 지금 돌아가서 사병 묘역에 묻혔다.


K기업은 어디일까?

바로 한진일 것이다.

한진 전 회장의 회고록을 보면 운송사업으로 대박을 내는 대목이 아주 생생하게 나온다.

틀릴 수도 있지만 확률은 매우 높다고 내가 추정해본다.


조현아 사태를 보면서, 

국제시장과 채명신 장군 이야기가 동시에 떠올랐다.


한국의 발전을 기적이라고 하지만 그 기적은 몇몇의 리더 만의 몫은 아니다.

다 같이 목숨 걸고 뛰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그 원리를 잘 알았던 채장군은 스스로 가장 낮은 곳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K그룹은 그렇지 못했다.


남들의 수고는 잃어 버리고 모든 성과는 자기에게 돌리고 결과물은 독식하려고 한다면 오래가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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