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혈왕 충선왕 - 그 경계인의 삶과 시대 몽골 제국과 고려 2
이승한 지음 / 푸른역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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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충선왕의 삶은 고대로 드라마다.

아버지 충렬왕과의 갈등, 아내와의 대립으로 왕위를 하루아침에 빼앗김, 자식과의 갈등으로 큰 아들을 죽임.

이렇게 보면 막장이다.

반면에 아버지가 원공주인 며느리를 다른 남자에게 결혼시켜서 아들을 개털로 만들어 버리려는 위기속에서 뒤집기 한판을 시도한다.

원 황실계승전에서 한쪽에 패를 걸어 승리를 쟁취한다.

막판 대역전으로 한번에 생존,왕위를 모두 획득한다.

기황후 보다는 차라리 충선왕이 등장하는 드라마가 왜 안나오는지 궁금할 정도다.


충선왕 시대를 보면 원이라는 제국 속에서 고려인들의 생존력을 볼 수 있다.

위기는 곧 기회다.

원이라는 제국이 몽골의 말발굽과 함께 다양한 세계의 문화를 고려로 가져왔다.

간단히 말해도 목화,호두 등 씨앗만 하더라도 엄청난 가치를 가졌다. 

화약 또한 몽고가 아니었다면 고려에게 전해지기는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이런 물질의 이동 뿐만 아니라 고려인들은 더 커진 세상에서 활약 무대를 찾았다.

이왕 공녀와 환관으로 갈 거면 아예 출세해야겠다고 마음먹고 독하게 활약하는 인물들이 늘어난다.

역관들의 지위가 향상되어 거의 외교관이 된다. 삐끗하면 전쟁을 불러들이니 차라리 외교가 더 효과적이 된다.

상인들의 영역도 넓어진다. 시장의 크기는 분업의 깊이라고 한다. 왕이 아예 마음먹고 전략수출물자를 개발한다.

이런 식의 사회변화는 한민족들의 적응력을 보여준다.


몽골에 눌려사는 세상이 행복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압박속에서도 기회를 찾아 놀라운 변신을 해나가는 고려인들의 모습에 애정이 갔다.

그 대표가 바로 이 책의 주인공 충선왕인 점은 물론이다.


다 사랑스럽지는 않지만 찬사를 더 해주고 싶은 그런 인물들 고려시대의 국난을 이겨내는 주역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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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 - 어려운 시대에 안주하는 사토리 세대의 정체
후루이치 노리토시 지음, 이언숙 옮김, 오찬호 해제 / 민음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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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의 반대말은 희망이다.

일본의 최근 인기 드라마는 <천황의 요리사>다.
메이지시대인 러일전쟁 전후 청년으로 상경해서 요리의 길로 들어섰다가 
결국 천황의 요리사로 올라서게 된 실존인물 이야기다.

주인공을 살펴보면 일단 하는 짓들이 바보다.
일을 맡기면 3개월을 못 버티고 뛰쳐나온다. 집안에서는 골칫덩어리라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남의 집에 데릴사위로 넘겨버렸다. 그런데 또 가출이다.
여기서 잠깐, 드라마의 주인공이 다 똑똑하면 사실 재미가 없다.
모자란 사람이 성공하는 걸 보고 아 저건 나도 할 수 있어라는 공감이 들어야 성공이다.
그런 바보 주인공의 변화는 한순간에 일어난다.
요리의 본질에 대한 스승의 지도에 본질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 본질은 바로 정성과 진심이다.
기술은 모자라도 좋지만 정성이 없으면 죽은 것이라는 말을 몸으로 느끼게 해준다.

이후의 이야기는 쭉 승승장구다.
일본인 파리 요리 유학생으로는 거의 1호로 보인다.

그렇다면 이 드라마는 왜 일본에서 인기일까?

국가에는 운이 있다.
국운이 올라갈 때는 어지간해서는 같이 올라간다.
영화 <국제시장>이 그립다고 하는 것 만큼이나 일본에서는 메이지시대를 좋아한다.
상승의 시기는 희망이 절망보다 크다.
반대로 하강의 시기에는 절망이 희망보다 크다.

어느 쪽이 많으냐에 따라 다른데 요즘같으면 희망을 이야기해도 그건 남이야기고라는 말을 많이 듣게 된다.

국운을 경제학적으로 측정하려면 성장률과 인플레,환율이라는 지표가 도움이 될 것이다.
고도성장,고인플레,고환율로 가는 길목에서는 다들 희망이 커진다.
요즘 그리스 사태가 논란의 중심이다.
인플레냐 디플레냐를 놓고 청년들과 노인들의 갈등이 크다.
청년들 입장이라면 차라리 인플레를 택하는 것이 답이다.
유로를 나가는 순간 독자화폐로는 엄청난 인플레가 발생하는데 이를 통해서 과거에 갖혀 있는 연금구조를 해소시키는 것이 청년들에게는 답이 된다.
물론 그냥 해소되는 것만은 아니다. 독일이나 다른 나라에 가서 일하고 그 돈으로 다시 돌아 올 수 있으면 된다.

이야기를 다시 돌려서 천황의 요리사라는 드라마의 메시지는 무엇일까?
요리라는 직업이 제대로 대접받는 것은 그렇게 오래는 아닐 것이다.
조선시대 중인이던 역관들이 외교관이라는 이름으로 제대로 대접 받게 된 건 근대의 현상이다. 대한제국에서도 역관 출신이 갑자기 주미대사가 된 경우도 있었다.
그렇게 신분의 장벽이 무너진 상태에서 우르르 위로 달려가는 시대
바로 그게 청춘의 시대다.
그 청춘의 시대의 성공비결은 정성과 진심이라면 매우 단순히 느껴지지 않을까?

드라마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사실적인 것, 소망적인 것.
몇년전부터 춘향전의 이도령이 실제 인물이라고 해서 봉화군에서는 관광코스로 개발하고 있다. 그럼 춘향의 실제 모습은 어떨까? 아마도 변사또에게 맞아 죽었던 것이 실제였을 것이다.
드라마는 그 설움을 달래기 위해서 소망을 담은 것이다.

<천황의 요리사>는 일본에 다시 한번 청춘의 시대를 불러오려고 하는 정치와 사회의 리더들의 바램을 담고 있다.
바보 하나 내세우고 너도 이렇게 못하냐는 자극을 준다.
그리고 여기서 봐야 할 해석 포인트가 있다.
디플레냐 인플레냐이다.
그리스 사태의 관전도 매한가지인데..

아베노믹스의 핵심은 인플레다.
정확히는 인플레 심리다.
과거가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노력이 더 큰 성과를 내는 시대로 만들어보자고 심리를 흔드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토리 세대를 유혹하기 위해
일본은 여러 노력을 하고 있고 
드라마는 그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에서는 누가 절망과 희망을 이야기하고 해결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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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제주다 - 고희범의 제주 깊이보기
고희범 지음 / 단비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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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를 검색하니

<집없어도 제주부동산> 사라는 책이 떠오른다.

한달 살아보기 등 특이한 제목들도 나온다.

제주 붐에 맞추어 이것저것 살펴보았는데 최근 눈에 띄어 주의깊게 읽은 책은

바로 이 책 <이것이 제주다> 였다.


고향이 제주고 한겨레신문 편집부국장이었던 저자가 제주 탐방 40여차례의 경험을 잘 녹여내었다.


이책을 통해서 내가 새롭게 알게 된 것만 다음과 같이 정리해보겠다.


서귀포 앞 작은 섬이 있었다. 범섬. 이곳은 제주도의 목호(몽골 출신 목동)의 최후 저항 거점이었다.

지인 집 앞에서 힐끗 보고 경치 좋네 했는데 생각을 달리 하게 되었다.


김정희 귀양지가 관광지가 되어 있었다. 그 부근에 정약용의 조카딸의 귀양지가 있었다. 남편을 잃고 신앙을 지키다가 여생을 관노로 마쳤다고 한다. 추자도를 거쳐오면서 아들을 내려 놓아서 노비의 삶을 살지 않도록 배려했다고 한다. 

이곳이 천주교의 관심지역이라고 하면 반대로 천주교와 민초들의 충돌은 이재수의 난이었다.


제주 동해안을 지나면서 오조해녀의 집이라고 보았다.

맛집으로 알려진 곳인데 이 지역의 해녀 들이 항일투쟁에 나섰다는 역사를 새롭게 알게되었다. 1000여명의 해녀가 일제에 맞섰다니 관리들도 시껍했을 것 같다.

덕분에 각종 착취 구조가 완화되었다니 대단한 싸움이었다. 

시바 료타로도 제주해녀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 일화도 같이 들었다면 소감이 컸을 터인데.. 

동해안이 농사는 어렵지만 해조가 잘 된다는 것도 새롭게 알게되었다.


서귀포의 법화사가 국제교역항로로서 크게 활용되면서 만들어진 절이고

이 절의 불상을 명나라가 요구해서 중국으로 가져갔다고 한다.

꽤 복잡한 역사고 중국-일본 항로가 계속 활용되었다면 어땠을까 하는 물음을 갖게 한다.


힐끗 보고 지나가게 되는 관광지의 여행과는 다르게

제주 출신이 하나 하나 전문가들과 탐방하면서 나눈 이야기들이 잘 녹아 있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꼼꼼히 관심두고 다르게 보도록 도와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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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뱅크, 은행의 종말을 고하다
크리스 스키너, 안재균 / 미래의창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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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 열풍이 점점 커지고 있다.

정부에서는 인터넷은행을 하반기에 시범,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허가할 계획이다.


간편결제에 이어 인터넷은행까지 규제완화 중심의 정부정책이 계속 시도되고 있다.

인터넷은행이 지금 우리에게 다가오지만

해외에서는 여러가지 실험이 시도되고 성공사례도 많다.

케냐의 엠페사가 대표적인 사례고 폴란드의 엠뱅크도 꽤 유명하다.

가까운 일본에서도 인터넷은행이 자리잡고 있다.


이 책은 전반부는 디지털뱅크의 여러 특성을 설명한다.

화폐의 경우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화폐까지 포괄적으로 담아낸다. 

디지털뱅크가 탄생하게 만든 기술적 흐름, 디지털뱅크가 가지는 특성, 변화를 사업기회로 만들어낸 주요 사업자들의 인터뷰 등 다양한 내용이 잘 정리되어 있다.

통상 새로운 분야에 대해서는 책을 보면 느리다.

책은 과거를 담기 때문에 실무에는 소용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책이 유용한 이유는 한국의 변화가 타국에 비해서 느렸기 때문이다.


주목해 볼 부문은

디지털뱅크의 등장이 주로 변경, 즉 금융 서비스가 어려운 외곽지대나 

유로권의 바깥 부분인 폴란드 등 체제전환국에서 효과적이었다는 점이다.

경계의 극한상황에서 자원절약과 효과극대화를 위한 실험이 전개된다.

금융에서도 마찬가지로 고액의 환전수수료를 지불하고 싶어하지 않았던 니즈에서

와이즈트랜스퍼가 나오고

저금리에 못 참은 중국소비자들이 알리바바 은행과 페이에 몰려간다.


한국은 어디쯤일까?

적당히 자족하고 적당히 경계하고

더 이상 모험하기 싫어하는 존재가 아닐까?


한국이 IT강국이라는 프라이드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많이 놓치고 있다.

금융의 경우도 각종 페이 PAY의 시대에 한국은 뒤쳐지고 있다.

그보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대부업의 일본계의 싹쓸이로 만들어지는 금융약자들의 고금리 압박,

크라우드펀딩이 없어서 아이디어들의 상업화가 늦어지는 것들이다.


금융의 핵심은 과거와 미래의 연결, 즉 재능과 지위가 서로 만나서 상승효과를 내는 것이다.


한국이 금융허브형 사업을 해본다는 건 솔직히 반대다.

금융강국들의 공통점은 유태인,역사에 대한 오랜 관심,무역허브 등이다.

한국은 어느 것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차라리 다른 접근법은 어떤가?

잘하는 IT서비스 마인드와 순발력으로 새로운 사업기회를 만들면 어떨까?


개인적으로 관심있게 보는 건

크라우드펀딩이 다음,네이버 플랫폼에서 어떻게 확장될 것인가?

저금리 시대에 증권그룹사들이 인터넷뱅크를 만들어 수신과 여신 모두 포괄하는 흐름을 만들어 기존 금융사들에 비해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까?

쿠팡과 같은 판매,물류 인프라 기업과 소셜이 결합되면..

등등이다.


네이버가 장악한 인터넷, 카카오가 장악한 소셜이 다양한 금융영역과 접목하면서 많은 기회를 만들어내리라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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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4
헤르만 헤세 지음, 전영애 옮김 / 민음사 / 200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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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세가 화가인가?

작가의 그림을 보는 건 얼마나 가치가 있을까?

일단 가보기로 했다. 그리고 보았다.

무척 좋았다.

헤세가 한때 자살충동을 느꼈고 시도까지 했었다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덕분에 탄생한 작품이 <수레바퀴 밑>이다.

입시지옥에서 고민하던 많은 청춘을 위로하던 명작이다.

헤세의 신학교나 한국의 고교시절이나 매 한가지였다.


섬세한 정신의 문학지망생이 엄격한 윤리의 프로테스탄트 신학자 가정에서 어떤 고통을 겪어야 했을까?

그리고 그 고통은 거기서만 멈추었을까?

아니다.

문학도로 성공했지만 전쟁반대,아내의 정신병,아들의 병 등 불행이 한꺼번에 쏟아진 헤세에게 병은 재발하였다.

이때 탈출구는 심리학자 융이었다.

결과적으로 매우 좋았고, 융의 말에 의하면 <치유받은 치유자>가 되었다고 한다.

자신의 상처를 어루 만지고 보듬고 올라선 사람만이 남을 치유할 수 있다.

그 치유의 과정에서 수단의 하나로 선택한 것이 바로 그림 그리기라고 한다.


작가와 그림.

이제 좀 연결이 된다.

처칠도 그림 그리는 작가였다.

고흐는 그림도 잘 그렸지만 동생 테오와의 편지글도 무척 훌륭했다.

헤세는?

여기 나온 그림들도 제법 훌륭했다.

그리고 헤세의 고향, 살던 곳들, 박물관 등등을 모아다가 영상으로 처리하여 우리 눈앞에 보여주니 헤세의 삶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좋아하는 작가라면 아니 한 작품이라도 즐거이 읽었다면 이렇게 적은 비용으로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무척이나 반가울 것이다.


전시장에 소개된 헤세의 명언들 몇가지만 소개하련다.


"사람은 자기 자신과 하나가 될 수 없을 때만 두려움을 느낀다.

사람들이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자기 자신을 알게 된 적이 한번도 없기 때문이다.


새로운 삶의 공간, 즉 노년의 앞마당에 들어가기 위해

이 단계에서 우리가 지녀야 하는 마음자세가 있습니다.

그것은 다른 사람들의 판단에서 더 자유로울 수 있는 것, 열정에 휘둘리지 않는 것

영원한 것에 대해 평온하게 경외심을 갖는 것입니다.


내게 운명은 친절하지가 않고 인생은 변덕스럽고 냉혹하였다"


좋은 문장은 오랜 시간을 넘어서 우리에게 오래가는 울림을 준다.

상처나 노년에 대한 이야기는 요즘 아들러의 미움받을 용기가 뜨는 것과 매한가지 느낌을 주었다.

융,심리학,상처,치유,그림.

여러 단어들이 연달아 꿰어진다.


그 청춘의 시절, 고민도 컸지만 맞서려는 용기도 컸던 시절의 추억을 되살려준 시간이었다.


젊은날 열심히 읽고 추억으로 남겼지만 꽤 오랜시간 가까이 하지 않았던 헤세의 책들을 다시 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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