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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제국의 미래 - 삼성전자, 인텔 그리고 새로운 승자들이 온다
정인성 지음 / 이레미디어 / 201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반도체는 한국의 얼굴이자 기둥이 되는 산업이다.
이런 반도체 산업을 노리는 경쟁자가 늘어나게 된다. 2018년 중국
제조2025는 도전장이었고, 더해서 2019 일본의 소재 수출 제한으로 반도체 전쟁은 국제전이 되었다.
덕분에 일본이 규제에 들어간 <포토레지스터> 이런 용어가 갑자기 산업을 넘어 신문, 정치권에 퍼져나간다.
그러면 한국인들은 과연 얼굴과 기둥이 되는 반도체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저자 그리고 내가 보기에도 상식과 진실의 GAP이 매우 크다.
이유로 여럿 있지만 우선 상당수의 정보가 산업기밀이라 일반에 유통이 안되는 점을 들어야 한다. 반도체에 대한 책도 극히 드물어서 일본 교수 유노가미가 쓴 <일본
반도체 패전>, 하이닉스 경영자가 오세용이 쓴 책 <변화와 혁신을 통한 반도체 제조 일류화 경영> 말고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지식의 가뭄에서 이 책은 충분히 단비 같은 역할을 해준다.
책의 강점은 기술적 친절함, 산업 역사 관통, 미래지향적 문제의식이다.
1. 기술적 친절함
이 책의 주요한 특징 하나는 기자가 쓴 르뽀 같은 가벼움 대신 기술자로서 무거움을 준 것이라고 꼽고 싶다.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기술을 이해시키려고 정말 정말 다양한 그림을 보여준다. 하나
하나 잘 새겨두면 약이 될 것이다. 저자의 표현을 따르자면 반도체 제조는 건축에 비유할 수 있는데 현대
반도체는 <거대한 플랜트>처럼 되었다고 한다. 일단 낯선 용어의 범람에 비해 상당히 쉬운 접근 아닌가 한다.
2. 반도체 기업간 전쟁 역사,
저자는 반도체 산업의 시원에서 오늘까지의 역사를 꽤 길게 다룬다. 특히
한국 반도체 패권쟁취의 과정이 나온다. 먼저 메모리 다음 NAND에서다.
30여년 세월 동안 이 시장에서는 국가간 패권이 미국에서 일본, 다시 한국으로 넘어가는 변화를 겪었다.
이 과정에서 삼성이 92년 일본을 물리치고 디램에서 선두에 올라선
다음 지금까지 꽤 긴 시간을 수성하고 있다. 특히 도시바가 개발한 낸드에서도 재빨리 기술적 수용을 하고
인텔이라는 강력한 도전자도 물리쳐버린 건 전략과 경영의 승리였다.
저자는 이 과정을 꽤 세세하게 이해시킨다. 컴퓨터 구조에 따른 보조기억장치의
필요성, HDD 업체들의 한계 이 틈을 노려보던 삼성이 애플과의 결합을 통해 단숨에 시장의 패권을 장악하는
과정을 드라마처럼 보여준다.
대조되는 건 원천기술을 개발한 도시바의 느려터진 태도다. 채용을 미루고
기술 개발자에 대해 쥐꼬리만한 보상금을 준 덕분에 연구자는 결국 퇴사한다. 지금 도시바의 낸드 사업부는
몰락에 처해 있다.
삼성의 성공요인이 정확히 반대편에 놓여 있다는 건 우리들이 잘 알고 있다. 빠르고
정확한 의사결정과 위험을 감수하고 신기술에 집중한 점 등이다.
디램의 패권 쟁취 또한 삼성식 경영의 효율이 잘 보여지는데 이는 책에 더 자세히 나와 있다.
그렇게 삼성은 애플과의 연합, 이후 경쟁 나아가 현재 벌어지고 있는
구글 등 클라우드 서버 업체들의 요구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3. 미래지향적 문제의식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건 앞날이다. 중국의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150조에 달하는 국가의 자본을 등에 엎도 덤벼드는 그들에 맞서 한국은 반도체 우위를 지켜낼 수 있는건가?
반대로 삼성전자의 영토가 비메모리,파운더리 등으로 넓어질 것인가?
미래학자도 경영컨설턴트도 아마 기업을 이끄는 경영자 자신도 이 질문에 쉽게 답하기 어렵다.
그럼 중국의 도전은 어떻게 될까?
다 이야기해버리면 소설은 아니지만 스포일 같이 독자의 선을 넘어버린 느낌이다.
여기서 저자가 독자에게 주려는 힌트는 역사와 기술에 대한 이해다. 미래는
쉽게 예단할 수 없지만 과거를 통해 넘겨 짚어 볼 수 있다.
이런 책이 많이 팔려야 한국 사회의 산업 이해도가 높아진다.
누구나 읽기에 아주 편하다고는 이야기 못하겠다. 이과 특히 공학을
다룬 책이 가지는 난이도는 분명 있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독자로서 나 또한 한 두번에 그치는 독서로
다 소화하기 어렵다는 점을 밝힌다. 막바로는 안되지만 오래 옆에 두고 장맛을 묵혀가면서 산업의 지식을
지혜로 숙성시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