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친구와 함께 백화점을 갔다. 친구가 뭘 좀 사려는데 옆에서 봐 달라는 것이었다.
'맨입은 없다' 가 내 신조인 만큼. 나는 백화점을 따라가서 물건을 골라주는 대신 (물건은 그녀의 싸랑해 마지 않는 남친 생일 선물이었다. 나는 CP 컴퍼니에서 니트 점퍼를 하나 골라줬다. 눈알 빠지게 비쌌다.) 작은 선물을 하나 받아챙겼다.
그것은 바로 내 돈 주고 사기는 아깝고 어지간하면 넘에게 받아내고픈 동전지갑!
세상에 동전지갑 따위가 뭔 필요가 있냐고 물으신다면 나는 옳소 라고 대답하겠다. 맞다. 멀쩡한 지갑이 있으면 동전지갑 같은건 필요가 없다. 더구나 요즘처럼 동전의 가치가 하락했을때는 더더군다나 동전 쓸 일이 없으므로. 그 쓰일지 안쓰일지 모르는 동전을 위한 지갑을 산다는건 순 낭비이다. 하지만 이걸 남에게 선물로 받는다면 얘긴 달라진다.
나는 버스를 타고 다니기 때문에 토큰이나 동전을 가지고 다닌다. 허나 내 지갑에는 동전을 넣는 부분이 아예 없기 때문에 늘 주머니에 짤짤 거리면서 넣어 다녔었다. 하지만 겨울이 되어 장갑을 끼니 도무지 주머니에서 동전과 토큰을 찾을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평소 같으면 맛난거 사내라고 외치는 대신 동전 지갑을 사내라고 했다.
소 굳 카테고리에 넣지 않은건. 실용성 면에 있어서 전혀 소 굳 하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소 뷰티풀할 뿐. 네모나게 각이 딱 져 있어서 언뜻 보기에는 동전지갑처럼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안을 열면 마치 포장할때 끝부분 처리 해놓듯 가죽들이 접혀 있고 그 안에 네모난 공간이 나온다. 거기에다 동전을 넣으면 된다. 허나 원채 얇아서 동전을 많이 넣지는 못한다. 지폐도 꼬깃꼬깃 접어서 넣을수는 있으나 한장 이상 넣으면 모양이 망가진다. 내가 알기로는 루이까또즈라는 가죽제품 전문 브랜드가 우리나라껄로 아는데 까르띠에를 밴치마킹 한 것이란다. 그러고 보니 상당히 까르띠에틱 하다. 어찌 되었건 가죽도 이쁘고 모양도 이쁘다. 다만 실용성이 떨어질 뿐. 가격은 3만 7천원 선. 혹시 가지고 싶거든 어디가서 선물받길 바란다. (색상은 블랙과 와인 두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