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베르메르 - 누가 명화를 훔치는가
구치키 유리코 지음, 장민주 옮김 / 눌와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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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처음 이 작품을 읽을 생각을 했던 것은 이 작품에 베르메르 작품의 도난에 관련된 미스터리적 요소를 읽고 싶은 생각 때문이었다. 하지만 읽어나가면서 이 책은 단지 도난당한 베르메르를 포함한 여러 화가의 작품을 소재로 삼았을 뿐 말하고자 하는 바는 왜 명화를 훔치게 되고 아직까지 도난당한 명화가 나타나지 않는가 하는 점이다.


왜 명화를 훔치는 걸까?
간단하게 말하면 돈이 되기 때문이다. 명화를 훔쳐서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고자 하는 테러리스트도 등장하지만 결국 명화가 그만큼의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거슬러 올라가 작가는 말하는 것이 작가 후기에도 불편했겠지만 침략자들이 식민지에서 약탈해간 문화재와 보물들을 강대국들은 아직도 반환하고 있지 않다. 요 근래 우리나라에 대영제국박물관 전시회가 있었다. 거기에 가본 사람들이라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그 많은 작품들 가운데 진짜 영국의 것이 몇 점이나 되는지, 그리고 그들이 뻔히 남의 나라 것임이 드러남에도 불구하고 뻔뻔스럽게 여러 나라를 순회하며 전시회까지 할 수 있는 점은 테러리스트라는 인물들을 등장시키지 않더라도 정치적 목적이 명화를 훔치는 동기가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정치적 목적도 그 문화재들이 돈이 되기 때문에 훔치는 것이다. 그러니까 작가가 그 어떤 말을 붙이더라도 가장 큰 이유는 돈이다.

 

그럼 왜 돈이 되는 명화들이 나타나지 않는 것일까?

도난당한 명화 중 발견된 것은 십 퍼센트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왜 명화들이 돈이 되는데 돈으로 바꿔지지 않는 것일까? 두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다. 하나는 저자는 가능성이 적다고 말을 하지만 이미 도난당한 명화들이 돈을 받고 누군가에게 은밀히 팔렸을 가능성이다. 영화나 소설에서나 있을법한 이야기라고 말을 하지만 누가 그것을 알 수 있겠는가. 그들이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고 비밀의 방에서 자신만 감상하고 있을지... 또 다른 하나는 지하에 숨겨져 있으면서 소위 말하는 공소시효의 소멸을 기다리는 것과 가격이 가지고 있으면 더욱 높아지기 때문에 돈이 필요하지 않은 도둑이라면 세상에 내놓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범죄자는 지능적이다. 그들이 지능적이지 않다면 나머지 구십 퍼센트의 명화들의 자취를 이렇게 모를 수는 없는 일 아닐까? 도난당한 미술품만을 올려놓는 사이트가 있는 것도 그렇고 말이다. 그러니 저자는 너무 수박 겉핥기식으로 명화의 도난 사건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그 자신이 명화라는 이름에 빠져 결론 맺지 못할 책을 쓴 것은 아닌가도 싶다. 자꾸 일본인은 명화의 뒤 거래국가가 아니라고 강변하는 것이야말로 우스워 보인다. 어떻게 그렇게 자신하는지. 뻔히 있는 것도 아니라고 말하는 자들 속에서 자란 사람이 말이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라는 책 제목이 생각난다. 이런 책을 쓰는 자들, 명화를 도난당했다고 찾는 자들, 그래서 애매한 이를 또 죽음에 몰아넣는 이들이야말로 과거에도 그랬듯이 현재도 악마처럼 명화를 만들어내는 자들이다. 베르메르의 아내는 베르메르의 사후에 밀린 빵 값을 갚기 위해 베르메르의 그림을 빵집 주인에게 저당 잡혔지만 돈을 마련하지 못해 되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베르메르가 그린 그림으로 베르메르 일가는 그 어떤 혜택을 보지 못했다. 그런데 후세에 그의 그림으로 부를 축적하는 이들이 있다. 안목이 높다고 말하지 말자. 그건 악마 같은 짓이므로...

 

그러므로 누가 명화를 훔치는가 묻는다면 나는 그 명화에 관심을 가진 돈 많은 당신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명화를 만들어 명성을 얻고자 하는 자들, 경매를 담당하는 회사들, 사들이려 경매에 참가하는 자들, 명화의 가격이 최고가를 경신할때마다 알려주는 일을 담당하는 언론매체 종사자들. 바로 우리들 모두가 도난당한 명화에 일정부분씩을 담당했기에 일어날 수 있었고 앞으로도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는 일을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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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코토피아
아스카 후지모리 지음, 이주희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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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코는 일본어로 고양이라는 뜻이다. 거기에 토피아가 붙었다. 그러니까 풀이하면 고양이세계가 될까. 아무튼 독특한 소설임에는 틀림이 없다.


아스카는 고양이를 죽이는 게 취미인 열 살짜리 여자아이다. 아스카가 사는 세계는 지도자와 그를 둘러싼 자문위원회가 다스리는 세계다. 평화적이고 좋은 말들만이 가득한 세상이다. 네 개로 나뉘어 싸움만 하던 세계를 평화롭게 통일한 지도자를 시민들은 찬양했다. 문제는 지도자가 쓴 유언장이 공개되면서 부터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아스카가 고양이에게 먼저 이름을 붙이고 색다르게 죽이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유명인들의 이름이 붙은 고양이들의 죽는 방법을 다 알 수는 없었다. 너무 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고대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는 작가의 이력과도 연관성이 있을 듯 하다.


읽다보면 아스카가 고양이를 살해하는 것과 세상이 돌아가는 것 사이에 어떤 것이 더 나쁘고 안 좋은 것인지 말할 수 없게 된다. 왜냐하면 이미 많은 사람들이 아스카의 고양이처럼 말도 안 되는 방식으로 살해당했고 지금도 살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수직적이어야 한다는 것이 이 세계의 법이다. 그러므로 부자는 돈만 쓰면 되고,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모은 것이든 간에, 가난한 자는 일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것이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이고 이치다. 그런 가운데 아스카에게 당하는 고양이가 무슨 죄냐고 묻는다면 그것이야말로 우문이랄 밖에...


아스카가 등장하는 장면에서 만화적 기법을 도입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랬다면 더 독특하지 않았을까 싶지만 아마도 글로 쓴 것과 그림으로 그려진 것을 보는 것 사이에는 많은 차이가 있을 거고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도 달리 생각해보면 좀 공포 분위기가 풍길 것도 같아서 글씨의 변형만으로 만족해야 할 것 같다.

 

고양이를 죽이는 99가지 아스카의 방법보다 더 많이 우리는 세상에서 사람들에게, 목숨을 가진 것들에게 못할 짓을 하고 있다. 누가 이 작품을 단순히 잔인하고 엽기적이라고 말하겠는가. 이 작품은 아스카를 통해 우리가 직시해야 하는 세상을 보여주고 있다. 전혀 달라지지 않고 나아지지 않을 세상을 말이다. 그러니 꿈을 꾸기보다 차라리 달콤한 사탕 하나를 먹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입이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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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yonara 2006-06-03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리와 스릴러는 언제 읽으시려고... 최근 님의 리뷰 목록을 함 보세요~! -_-+
안그래도 정통추리는 거의 사라진 마당에... ㅠㅠ

물만두 2006-06-04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요나라님 제가 가지고 있는 추리와 스릴러물은 품절, 절판된 상태고 정통추리는 안나오고 제가 요즘 안그래도 반성하는 중입니다 ㅠ.ㅠ
별언니 보세요~

토트 2006-06-04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보고 싶어요. 추천 꾹.^^

물만두 2006-06-04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보세요. 아주 독특한 작품입니다^^

느티나무 2006-07-20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나.. 애묘인이나 비위가 약하신 분들은 읽기 싫어지는 책이죠.

물만두 2006-07-20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느티나무님 그게 이 책의 단점이죠 ㅠ.ㅠ
 
지구 끝의 사람들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정창 옮김 / 열린책들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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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뉴스에 이런 내용이 나왔다. 지중해 참치의 씨가 마르고 있다고 한다.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초밥의 재료중 하나인 붉은 참치 살 때문이라고 한다. 공교롭게도 이 뉴스를 접하던 때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왜 그렇게 기술이 좋은 일본이 참치든 고래든 양식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일까? 내가 이 책을 읽으며 궁금했던 사항 중 하나였다.


두 번째는 세풀베다가 그 많은 나라를 앞에서 언급하면서 유독 일본을 전면에 내세운 이유는 또 무엇이었을까 하는 의구심이었다. 일본이 잘했다는 얘기가 아니라 상어지느러미, 삭스핀 요리를 위해서 상어 지느러미만 자르고 몸통은 버리던 장면이 뉴스에서 나온 적이 있었는데 상어는 보호종이 아니라 괜찮은 건가? 그렇다면 북유럽에서 바다사잔지 바다표범인지 그런 종류를 때려잡는 행위는 무엇이고 미국에서 에스키모들에게 고래잡이를 허용한 것은 무엇인가? 세풀베다가 그중 만만한 나라 하나를 골랐다는 생각이 든다. 시류에 편승한 환경보호를 내세운 작품이라는 점을 지울 수 없었다.


세 번째는 이런 작품이 나왔는데 왜 우리는 이것을 전략적으로 이용해서 독도를 지킬 생각을 못하는 것일까였다. 생각해보자. 동남아시아의 두 나라가 섬을 가지고 국제재판소까지 가게 되었었다고 한다. 그때 이긴 나라는 그 섬의 환경을 보호한 나라였다고 한다. 우리가 만약 독도가 우리 땅임에는 틀림없지만 그래도 모르는 외국에 알리려면 일본이 독도를 자기 네 땅이라고 우기는 것은 고래를 잡기 위한 수단이라고 외친다면 어떨까? 작년엔가 우리나라에서 국제포경위원회의 회의가 열리지 않았었나? 그때 우리는 고래 잡는다는 일본의 꼬임에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처럼 들러리를 섰었다. 그때 왜 독도가 우리 땅이어야 하는지를 피력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 적도 없겠지.


환경과 경제, 사람과 자연이 공존한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만약 지금 이 순간 새만금 간척사업을 하지 않고 그곳에 쏟아 부은 돈을 다른 곳에 썼더라면 어땠을까? 농사짓는 땅에 미군기지 만들어주랴, 아파트 지으랴, 그러면서 FTA협상을 하고, 서민 경제, 농민과 노동자를 위한다고 하면서 그들을 내쫓고 짓밟는 것은 결국 경제 논리만 앞세운 정치였다.


그래서 이 작품의 결말은 아무런 희망도, 아무런 결론도 없이 끝난 것이다. 그러면서도 이런 책을 쓸 수밖에 없었던 것은 소라껍질을 귀에 대면 바닷소리 들리듯이 우리의 양심이 울렁거리기 때문이다. 부르주이적인 편리한 양심... 작가말처럼 무식하면 용감하게 등장하는 양심... 너무 작위적이고 우리 스스로 비참해진다. 아마 작가도 쓰는 내내 비참하지 않았을까. 이렇게 밖에 쓸 수 없는 자신이.

 

제목이 지구 끝의 사람들이지만 우리는 벼랑 끝의 사람들이다. 어쩌면 지구상에 인간이라는 존재가 나타난 것은 45억년 잘 버텨온 지구의 종말을 위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렇다면 고래가 사라지든, 갯벌이 사라지든, 농토가 사라지든 아무 상관없는 일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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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워진다는 것 창비시선 205
나희덕 지음 / 창비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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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하고 깜깜한 곳에서는 단 한 개의 성냥만으로도 밝음을 느낄 수 있다. 몽당한 초 한 자루에도 고마움을 느낄 수 있다. 삶이 어두워 보지 않는 자는 삶의 밝음을 결코 알 수 없다. 아니 그 밝음의 고마움을 느낄 수 없다.


시인은 허공을 휘어잡은 빈손과 눈 녹은 뒤 젖은 콩이 담긴 비닐봉지 안에서 삶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자연과 나무와 새와 나비에 대해서는 내버려두고 싶다. 자연은 그대로, 나무는 휘어진 채, 새는 울고 나비는 날아가게 말이다.

 

가끔 시를 읽고 울 때가 있다. <허공 한줌>이란 시를 읽으며 울었다. 울 엄마는 왜 나를 낳아 저리 마음 졸이며 사실까. 나를 낳지 않았다면 이리 고생하지 않으셨을 텐데. 가끔 울 엄마는 이리 말씀하신다. “너랑 나랑 죽을 때까지 같이 살자.” 매몰차고 못된 딸년은 이리 말한다. “내가 왜 엄마랑 같이 죽어? 내가 더 오래 살아야지.”

 

담 위에 자식이 아슬아슬 올라 있다. 어미는 보고도 어찌할 수 없다. “나 죽어 대신 너 안 아프면 그렇게 하겠다.” 죽어도 눈 못 감을 엄마를 생각하며 이 시를 읽었다. 읽는 내내 울었다. 그렇다. 지어낸 얘기 아니다. 세상천지 널린 얘기다. 우린 모두 죽은 어미젖으로 사는 삶이다. 그리고 그 반대의 얘기도 많다. 자식 가슴에 묻고 죽은 목숨처럼 살아가는 어미들...


절대 놓지 말아야 하는 것조차 놓을 수밖에 없는 것이 삶인 것이다. 삶은 그저 받아들이는 것. 그리고 그 속에서 한 줄기 빛이라도 애써 발견하는 것이다. 어두워진다는 건 그런 것이다. 조금 더 밝음으로 나아가기 위한 몸부림이다. 시인의 움직임이다. 우리네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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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5-30 2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만두 2006-05-31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셨군요. 더욱 건강해지기 위한 발걸음이라 생각하시겠죠^^ 우리 같이 힘네요~ 단무지는 제가 먹겠습니다^^

2006-06-02 0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물만두 2006-06-02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러셨군요. 괜찮아요. 가끔 속안의 얘기를 하고 싶을때가 있으니까요. 저는 이해를 못해도 함께 얘기할 수는 있습니다^^
 
하이쿠와 우키요에, 그리고 에도 시절 - Art 020
마쓰오 바쇼 외 지음, 가츠시카 호쿠사이 외 그림, 김향 옮기고 엮음 / 다빈치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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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을 펼치면 우선 하이쿠와 우키요에, 에도 시절에 대해 간단한 소개가 등장한다. 이 간단한 소개를 통해 우리는 일본 에도 시절에 하이쿠와 우키요에가 왜 생겨나고 풍성하게 꽃 피웠는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이 시대를 잘 보면 우리나라 임진왜란이 끝난 후라는 걸 알 수 있다. 남의 나라 전쟁으로 짓밟고 조선은 물론 힘이 없고 지리적으로도 어쩔 수 없었고 관리가 무능했고 왕까지 무능했다고는 해도 그 백성은 그때 얼마나 고단했을 텐데 이들은 그 전쟁으로 도공들을 끌고 와서 도자기 문화를 꽃피우고 문화적으로 토대를 탄탄하게 마련했다고 생각하니 보면서도 입맛은 썼다. 하나의 책과 그림, 글을 온전히 그대로만 볼 수 없다는 내 좀은 속이 슬프기도 했지만 이제는 이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게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 그래도 좀 위안은 된다.


처음 하이쿠의 계절별로 나누면서 들어가는 첫 단 아래 이런 글귀가 눈에 들어왔다. 분명 하이쿠는 아니다. 내 맘을 이리 편하게 울리는 것은 우리 것이구나 하는 생각에 찾아봤다.


간밤에 부던 바람에 만정도화(滿庭桃花) 다 지겠다

아희야 뷔를 들고 쓸려고 하는것이냐

낙화인들 꽃이 아니랴 쓸지 안은들 어떠하리

 

어느 무명씨가 쓴 시조의 중장과 종장이 수록되어 있었다. 하이쿠가 멋있다고 생각될 때도 있다. 그 짧은 17수안에 담아내는 묘한 매력이 있음을 느낀다. 하지만 역시 시는 문화다. 하이쿠가 아무리 멋있다 해도 그것을 일본적인 것으로 그대로 나타내면 별로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하이쿠는 이제 세계적인 하나의 시풍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므로 우리 식의 하이쿠를 만들어 써도 좋지 싶다. 저렇게 멋들어진 계절과 감상을 일본적인 하이쿠로는 느낄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키요에를 보며 감탄하는 것은 혹여 그들이 마네나 고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 지금도 세계인들이 그들을 그렇게 바라보기 때문에 우리도 그렇게 보고자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우리가 순수하게 정서적으로 매력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야만이 받아들여 재창조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는 것일 테니까 말이다.


문화는 자연스러운 파장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이쿠를 읽으며 우키요에를 보며 사실 난 조금 웃었다. 우스웠다. 뜻을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있었지만 재미있기도 했으니까. 그리고 부러웠다. 하이쿠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왜 우리 시조에서는 매력을 못 느낄까 싶었다. 그런데 난 이런 말 할 자격이 없다. <오주석의 한국의 미 특강>을 아직도 안 읽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문화를 더 어렵게 느끼는 것, 이것도 문제가 아닐까 싶다. 문화를 나눔에 고급과 저급을 따지는 것이 부자연스럽기 때문에 우리 문화에서 우리를 밀어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다. 하이쿠도 처음에는 평민의 일종의 하위문화의 산물이 발전한 것이라고 하니까 말이다.


아카시아 꽃, 향기가 가득하여 즐거운 하루


오늘을 시작하며 하이쿠 한 수 지어봤다. 계절을 나타내는 단어가 들어가야 한다니 아카시아가 봄을 나타내는 것이라 생각한다. 재미있고 쉽게 접할 수 있는 일본을 잘 표현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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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 2006-05-30 1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나라도 저런 책 만들어주면 좋겠어요..

진주 2006-05-30 1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오주석의 한국의 미특강이 얼마나 재미있는데요~
(전 이 책만 생각하면 열받아요 좋다고 빌려줬다가 못 받은 책 중에 하나라서 ㅜ.ㅜ)

낙화인들 꽃이 아니랴-이 부분 너무 좋아요! 캬햐~

물만두 2006-05-30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디님 저도요. 쉽고 편하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이 나왔음 좋겠어요.

물만두 2006-05-30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언니 저도 이 책에서 하이쿠보다 이 시조가 더 좋았어요. 재미있다니 봐야겠네요. 전 어려울 것 같아서 자꾸만 뒤로 미루게 되더라구요.

jedai2000 2006-05-30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강하게 사고 싶은 책이 나왔습니다. 꼭 사서 읽어보겠습니다.

물만두 2006-05-31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다이님 꼭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