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의 기묘한 몽상 익사이팅북스 (Exciting Books) 27
이언 매큐언 지음, 앤서니 브라운 그림, 서애경 옮김 / 미래엔아이세움 / 2005년 12월
평점 :
절판


책을 읽는 내내 그리고 책을 덮으며 내 어린 날들은 어디로 가버린 걸까를 생각했다. 11살, 12살의 그 시절이 나에게 존재하기나 했었던 것인지 곰곰이 그 시절을 생각해 보았다. 그 시절 같이 놀던 단짝 친구 이름이 떠올랐다. 내 친구 민규... 상민이... 그 아이들은 지금쯤 누군가의 아내가 되고 누군가의 엄마가 되어 잘 살고 있겠지...


우리는 우리에게 이런 때가 있었다는 사실을 잊고 산다. 잊고 살다가 이런 책을 보면서 돌아보게 된다. 우리도 피터처럼 그런 때가 있었다. 나도 그 시절 ‘나는 누구일까?’하는 생각을 했었다. 나는 내가 있는 세계와 다른 사람이 존재하는 세계가 떨어져 있다는 것이 이해되지 않았다.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고 내가 주인공인데 엄마나 아버지께서 밖에 나가서 무얼 하시는 지 볼 수가 없고 동생이 나가서 놀면 알 수가 없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도 이것이 꿈이고 꿈에서 깨어나면 다른 세계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무서워졌다. 그때 내 엄마가 다른 사람이면 어쩌지? 우리 아빠가 다른 사람이면? 내 동생들이 아닌 아이들이 있다면? 나도 그랬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가족 없이 혼자도 살고 싶었더랬다. 보기 싫은 친구는 사라져 줬음 하는 생각도 했고. 동생 데리고 이모 댁 가는 버스 안에서 내릴 곳에서 못 내려 종점까지 갔던 적도 있다.


그때 동네를 다닐 때 팔딱팔딱 뛰어 다니던 기억이 난다. 작은 일에도 신이 났고 바닷가 조약돌이 보물처럼 간직되던 시절... 피터의 어린 시절의 기묘한 공상은 그 시절 나의 어린 시절이었고 내 기묘한 공상이었다.

 

피터는 늘 입장 바꿔 생각해 보는 아이이다. 피터의 공상은 나와 너가 항상 함께 한다. 그러기 때문에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도 우린 피터처럼 생각하지 못하며 살고 있다. 어린아이에서 어른이 되어 가는 시점의 피터, 아직 사춘기도 지나지 않은 피터의 머리 속 공상은 놀라운 지혜로 가득하다. 지금도 못하고 앞으로도 못할 많은 점들을 피터에게서 배우며 우리의 아이들이 학교에서 멍청한 표정으로 가만히 있는다고 해도 야단치지 말고 다독여줄 선생님들이 우리 아이들에게 절실히 필요함을 느낀다. 피터, 피터와 같은 아이, 모든 아이들의 공상은 그 자체만으로도 보석이기 때문이다. 아니 우리가 갈고 닦아 원석을 보석으로 만들어 줘야 하는지도 모른다. 


나는 피터보다 총명하지 못했지만 그래서 싸우고 절대 화해하지 않았지만 그 미안함을 다시 일깨워줘 고맙다. 그 시절이 내게 있어 지금의 내가 있다는 것... 오늘의 내가 힘들고 지쳐가지만 그 아름다운 날들을 기억하며 또 누군가 그런 날들을 보내고 꿈꾸리라는 생각만으로도 행복하다. 아마 피터도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그 바닷가 파도 소리는 우리 모두가 한번은 겪게 되는 어린 시절을 나이 들어 어른이 되어도 잊지 말아야 한다는 울림은 아닐지...

 

* 이 책이 이언 맥완의 책이라 어린이 책일지가 의심스러웠다. 작가가 쓴 유일한 어린이 책이라니 안심이다. 그리고 작가의 새로운 면목을 발견한 것 같아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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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 2006-03-14 1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 이름보고 긴장했다가
나중엔 막 기분이 좋아졌지요~ ^^

물만두 2006-03-14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몽님 읽으셨군요^^ 너무 좋았어요~

플레져 2006-03-14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냥이의 두 눈은 섬짓한데 내용은 몹시 당기네요.

물만두 2006-03-14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양이 눈은 그냥 폼입니다~ 아주 좋아요~

반딧불,, 2006-03-14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보관함에 담아뒀는데.
별언냐도 심하게 지름질하셨는데...ㅠㅠㅠ

물만두 2006-03-14 14: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 많이 찌르면 반드시 보셔야 합니다^^

진주 2006-03-14 1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리뷰 멋었어요. 재미있다니 다음 도서관 갈 때...

물만두 2006-03-14 19: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보세요^^
 
이야기꾼 여자들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 정유리 옮김 / 북하우스 / 2006년 3월
평점 :
절판


아라비안나이트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한번쯤 이런 생각이나 상상을 했을 것이다. 잠이 안 올 때라던가, 무료하고 심심할 때, 누군가 나에게 재미있고 환상적인 이야기를 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마 이것은 어린 시절 베갯머리에서 손자에게 옛날이야기 해주시던 할머니를 그리워하는 그럼 심정과 맞닿아 있을지도 모르겠다.


이 작품 속 이야기꾼 여자들을 모으는 남자도 그런 생각으로 이 일을 시작했다. 그는 바닷가 저택에 비스듬히 의자에 기대거나 누워 여자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여자들은 각양각색이다. 이야기를 들어준다기에 온 여자도 있고 자신의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하고 싶어 온 여자도 있다.


첫 번째 얘기부터 독사를 사로잡는다. 환상적인 대나무 숲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들려주는 여자에게 일어난 일은 환타지적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이야기는 몽환적이기도 하고 현실적이기도 하고 오싹하기도 하며 단순하기도 하다.


<초록 벌레>, <걸을 수 있는 낙타>, <잠자는 숲>, <스이코(水虎)>, <매화나무>는 환상적인 느낌이 강한 작품들이다. 일본의 전래 동화나 다른 나라의 동화, 혹은 요괴 이야기 같은 것들이 섞여 오묘한 맛을 내고 있다.    

 

<내가 아니야>, <어둠의 통조림>, <글자>, <전혀 다른 이야기>는 약간 오싹한 공포와 SF적인 느낌을 주는 단편들이다. 특히 <글자>는 보르헤스적인 남미 소설 특유의 환상 소설적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다.


나머지 작품들은 추억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작품들과 소통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들이다. <사각의 세계>와 <바다 위의 보사노바>는 인간들이 소통하는 방법이 다를 때 우리를 일깨워 주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문명과 문화에서 오는 소통의 부재와 인간 개인의 생각에서 오는 소통의 부재에 대해서 말이다.


<선물>, <몸>, <여름의 나날들>, <러스크 님>, <마술>, <Ambarvalia>는 추억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낭만적이기도 하고 약간은 진부하기도 하지만 어린 시절 우리가 친구들, 부모님과 함께한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같이 놀던 친구들, 나의 첫사랑, 아버지와의 놀이... 지금은 다 잊었다 생각하는 것들이 파도처럼 잔잔하게 밀려온다.


이 단편집은 17편이나 수록되어 있어 각기 짧은 이야기들이다. 그래서 근사한 천일야화를 생각하면 안 된다. 하지만 천일야화보다 더 좋다. 나이가 들어 그런 지어낸 얘기보다는 나도 겪었음직한, 나도 한번쯤 꿈꾸었을 법한 이야기가 더 마음에 와 닿는 것이므로...

 

지금도 어느 바닷가에는 자신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러 오는 여자들을 기다리는 남자가 파도소리에 몸을 맡기고 넘실거릴 것이다. 하지만 나는 나에게 이야기해주는 많은 사람들을 기다리지 않아도 만날 수 있다. 많은 책속에서 많은 이야기들을 만나므로... 내 방에는 이야기꾼 여자들은 찾아오지 않아도 이야기꾼이 숨 쉬는 책들은 많다. 그러므로 세상 공평한 것 아닌가. 부자가 아니어도 이렇게 좋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으니...


이 작품에서는 17개의 단편이 있고 그 단편마다 어울리는 삽화가 있다. 그 삽화가 더 근사하다. 아마 이 책을 놓치는 독자는 두 가지를 놓치게 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리고 작품이 자신의 생각과는 달리 그저 그랬다 싶어도 한 가지는 건질 수 있다. 그림... 마지막으로 이 작가가 추리소설 작간데 이런 작품으로 만나게 돼서 안타깝다. 기회가 된다면 이 작가의 추리소설 출판을 부탁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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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dai2000 2006-03-14 0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오즈 이치의 <쓸쓸함의 주파수>와 이 작품 중에서 장고를 하다 오즈 이치를 샀는데 이 책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역시 장바구니로 들어가야겠군요. 저도 이 작가의 추리소설, 특히 유명한 <밤의 매미>를 읽어보고 싶네요. ^^;;

물만두 2006-03-14 1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님이 이리 찌르시는군요^^ 저도 밤의 매미 보고 싶어요 ㅠ.ㅠ

stella.K 2006-05-18 1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자가 죽었나요? 땡기네...

물만두 2006-05-18 1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자가 죽었다구요? 아니요~
 
사랑을 생각하다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2월
평점 :
품절


‘사랑은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하는 것이다.‘라고 읽는 내내 말해주고 싶었다. 아니 도대체 쥐스킨트씨가 갑자기 어떻게 되었길래 사랑에 대해 고금을 넘나들며, 작가들 사이를 오가며, 작품들 안을 헤집으며, 심지어는 성서와 신화를 비교하면서까지 사랑을 생각하게 되었단 말인가.


오오, 통재라! 내가 원한 쥐스킨트의 작품은 이런 것이 아니었거늘... 사랑은 지극히 통속적이며 인간적이고 단순하며 그냥 존재하는 것이다. 누가 사랑을 작정하고 하고 누가 사랑을 ’자, 이제부터 우린 사랑을 하는 거야.‘라고 하며 한단 말인가. 토마스 만처럼 그렇게 갑자기 뜬금없이, 주책스럽게 시작하는 것이 사랑이다. 그 작가가 토마스 만이라는 걸 뒤에 알았지만.


사랑을 해부하고 헤집어서 뭐에 쓸려고 그랬는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다. 당신 귀에 이런 소리가 안 들렸나 모르겠다. ’나, 사랑인데 나 좀 내버려둬.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사랑이 사랑에서 시작을 하던 죽음에서 시작을 하던, 죽음이 죽음에서 끝이 나던 사랑에서 끝이 나던 간에 우리가 아직도 <러브스토리>와 <로미오와 줄리엣>을 꿈꾸고 드라마와 영화, 노래에서 사랑만이 전부인 것처럼 반복되는 것은 이미 사랑을 인간이 믿지 않고 있다는 반증일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 아니 존재하기 때문에 사랑을 하는 것이다. 왜? 그것보다 더 어리석은 말이 어디 있는가. 당신도 사랑하는 사람이 어리석다고 했지만 그들에게 사랑에 대해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 또한 어리석은 일이다.


쥐스킨트씨, 당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참 궁금하군요. 혹 뇌진탕이라도 일어난 거 아닌가, 이 어리석은 독자는 되묻고 싶습니다. 사랑 얘기해서 뭘 하려고 했는지요?   

 

참, 그런데 중간 중간의 빈 페이지는 왜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아주 깜짝 놀랐다. 파본인 줄 알고. 글이 이어져 아닌가 생각하고 있는데 무슨 연유로 그렇게 만든 것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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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 2006-03-09 16: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두님이 추리소설 말고 다른 책 손에 쥐고 있는 건 쉽게 상상이 안 가요.
..비추리도 많이 읽으시지만.

물만두 2006-03-09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주언니 제 시작은 추리가 아니었답니다 ㅠ.ㅠ;;;

Mephistopheles 2006-03-09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물만두님..안부를 여쭤봤자 쥐스킨트씨의 대답은 하나 일껍니다..
`제발 나를 그냥 냅두란 말이여요..네~!!'

물만두 2006-03-09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매피스토님 제 말이 그 말입니다. 왜 사랑을 건드렸냐구요 ㅠ.ㅠ
 
우리는 철새처럼 만났다 문학과지성 시인선 147
황인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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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이다. 봄이다. 황인숙의 시집을 미친 듯이 사모으던 작년에 읽지 않고 넣어 두었다가 오늘에서야 읽게 된 시집. 너무 자주 읽어야 할 것들을 뒤죽박죽 만들고 미루고 제쳐두고 그러지만 때론 어느 순간 저절로 내 눈에 띄어 내 손이 가게 만드는 책들도 있다. 오늘은 이 시집이 눈에 띄었다.


유난히 봄에 대한 시가 눈에 띈다. 봄이 오니 그런 모양이다. 작가는 죽고, 썩고, 메말라가는 것들을 얘기하면서 악착같이 살아감을 보여주고 있다. 죽을 가치도 없다고 하면서 말이다. 동의한다. 죽을 가치도 없어 나도 산다. 아니 죽을 이유도 없고, 죽기도 싫고, 그래도 나 죽으면 슬퍼할 누군가가 있다는 이기심으로 산다. 마치 그 슬픔 때문에 산다는 것처럼.


당신과 나도 철새처럼 만났다. 만남은 짧고 어쩜 만남이 아닌 스침인지도 모르겠지만 여운은 남길 것이다. 여운 없는 만남이란 얼마나 허무한 것인지를 알기 때문에.


오늘은 병원에서 약 타오는 날이었다. 주치의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다. “더 나빠지지 않아 고맙습니다.” 그 말을 듣고 엄마는 좋아하셨다. 구원이란 이런 것이다.


내가 느끼는 것, 내가 만들어 가지는 것, 내가 가치를 부여하는 것. 그래서 당신의 시를 읽으며 나는 당신에게 당신의 시는 가치가 있다고 말하고 싶다. 독자의 이 말이 당신에게는 구원이 될테니까. 우린 서로가 서로를 구원할 수 있다. 아니 위약효과처럼 그럴싸하게 보일 수는 있다. 진짜는 신께서 하신다고 하니까.


가짜일망정 우리 서로를 구원하며 살았으면 한다. 구원, 그거 별거 아니다. 오늘이 있어 고맙고, 내일이 와서 고맙고, 당신이 있어 고맙고, 바람 불어 고맙고, 봄이 와서 고맙고... 그런 많은 고마움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당신께 고마움을 바친다. 오늘 나는 당신의 시를 읽고 좋았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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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솔로 2006-03-02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보겠습니다. 그리고 읽고 난 뒤 감사의 말을 올리겠습니다.

물만두 2006-03-02 2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보세요. 이 시인 좋아요~

페일레스 2006-03-03 2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3월 1일부터 한국일보에 황인숙씨가 [길 위의 이야기]라는 장편掌編을 연재하고 있답니다. ^^ 한 번 보시겠어요?
[길 위의 이야기]

물만두 2006-03-03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일레스님 감사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로드무비 2006-03-04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페일레스님, 저도 읽어볼게요.
물만두님, 제가 님의 이런 진솔한 리뷰 좋아하는 것 아시죠?^^

물만두 2006-03-04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루비레드 - 삶의 숨은 진실을 찾는 15편의 심리동화
로렌 슬레이터 지음, 조영희 옮김 / 에코의서재 / 2006년 1월
평점 :
품절


솔직히 이 책에 대한 설명만 듣고 동화를 재해석해서 이 동화는 이런 관점에서 어쩌구 저쩌구 하는 식으로 쓰여져 있기를 바랬다. 나이가 들면서 내가 예전에 읽었던 동화들이 아이들이 읽기에 얼마나 잔인한 것들로 가득 차 있는 지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좀 더 새로운 시각을 심리학자인 저자로부터 얻기를 원했다. 하지만 읽어보니 내가 원하던 그런 책이 아니었다. 단순하게 작가가 새로운 시각으로 쓴 각색한 동화 몇편과 창작물이 있을 뿐이었다.


<백설공주>로 우리가 알고 있는  Snow White에 대해서는 이 작품에 등장하는 <루비 레드>보다 더 좋은 책이 있다. 에드 맥베인이 추리 형식으로 쓴 동화 이름을 딴 매슈 호프 시리즈 중 하나인  Snow White and Rose Red가 <엘렉트라 콤플렉스>라는 제목으로 출판되었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이 충격적이기는 하지만 이 작가가 생각한 것보다는 훨씬 낫다.


누구나는 아니겠지만 가끔 이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특히 자신을 닮았음 바라던 것이 닮지 않은 부분만이 눈에 뜨일때 부모들은 자식에게 실망하기도 할 것이다. 또 엄마들은 흔히 딸들에게 ‘너는 나처럼 살지 말아라.’라고 말한다. 이런 맥락에서의 얘기라면 수긍이 가는 면도 없지 않아 있지만 그것보다는 왜 계모일 수밖에 없었나가 동화에 대한 심리적 해석이었어야 한다고 본다. 그 시대 어머니를 나쁘게 그리는 것보다 낫기 때문이었지 않았을까가 내 생각이다. 그런데 아버지는 왜 항상 빠지는 건지 그것에 대한 해석도 부족하다. <루비 레드>에도 아버지는 존재감이 없다. 아버지로 인해 일어난다고 말은 하지만 실상 아버지는 철저하게 배재된다. <백설공주>에서처럼. 그것에 대한 심리적 성찰도 부족했다. 또 다른 하나의 미완성적인 동화를 탄생시킨 것이다.


하지만 이런 기존의 동화를 다시 쓴 것이 아닌 것 같은 작품들은 오히려 독특하다. 괜찮은 SF 단편을 보는 느낌을 준다. 너무 성적인 면에 집착하는 것이 흠이고 여성에 대해서만 경직된 시선이 아쉽지만 <하늘 너머 하늘>이라던가 <잃어버린 것들의 요정>은 좋았다.


물론 누군가의 작품과 비슷해 보이는 작품도 더러 보인다. 인간의 생각이란 한정된 것이라 심리학자도 어쩔 수 없었던 모양이다. 기존의 동화 중 그래도 <거위>는 괜찮았지만 이런 얘기는 우리도 하던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의 탐욕, 성욕, 소유욕, 집착과 지배에 대해 얘기하고 있지만 결국 저자는 우리가 늘 아는 것과 같이 버리고 같이 이루고 감싸 안으며 포용하는 잠언과 같은 결말을 보여준다.


다 읽고 나서 우리가 도대체 동화를 읽고 자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했다. 그것,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그림 형제의 동화라던가 안데르센의 동화들이 아이들이 읽기에 적합하게 쓰여졌던 것이었을까. 아니면 아이들을 위해 읽힐 것이 없던 시대에 그저 생각없이 읽히던 것이 습관처럼 내려온 것은 아닐까. 나는 후자라고 생각한다.

 

어떤 부모도 아이들에게 잔인한 동화를 읽어줄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것이 잔인하다고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읽어주고 읽게 하는 것이다. 우린 아직도 아이들에게 백설공주와 신데렐라를 읽어준다. 아무 생각없이. 그런 것부터 고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때보다는 적어도 읽어줄 책들이 많은 오늘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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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06-02-22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그렇군요. -_-a 사놓구 아직 못 읽었어요. ;; 근데 정말 어렸을 적 아무 생각없이 재미있게 읽던 동화책이 얼마나 잔인한 내용이었는지 깨닫고 느므나 오싹 -_-;;;;

물만두 2006-02-22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밤님 생각하면 정말 아이들이 읽을게 못되는 작품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Mephistopheles 2006-02-22 2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설공주의 경우 원본은 엽기 잔혹 근친상간에...
이런 걸 애들이 읽을 수 있게 바꿀 수 있다는 것에 감탄한 적이 있었습니다..

물만두 2006-02-22 22: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 새엄마에 아버지의 존재감을 없앤것이겠지요. 신화의 영향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