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비(http://www.dambee.net/)에서 학술동향기사를 하나 옮겨온다. 담비에는 학술저널들에 실린 논문들을 '리뷰팀'이 정리해주는 기사들이 게재되는데, 어차피 일반 독자들과는 거리가 먼 논문들이지만 '리뷰' 정도는 따라가볼 수 있고, 그게 교양의 한 부분을 이룰 수도 있겠다. 플라톤에 관한 이 정리기사는 '19-20세기 플라톤 연구동향 총정리'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짤막한 리뷰로서는 너무 큰 타이틀이 아닌가 싶지만 믿거나 말거나 한번 읽어봄 직하다. 이제이북스의 플라톤 전집은 곧 나오기 시작하는 건지 궁금하군...  

담비(07. 03. 03) 플라톤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풀라톤의 대화편들은 플라톤의 당대와 그의 사후 이래로 각 시대나 사상가들에 의해 매우 다양하고 상이하게 해석되어 왔다. 이런 플라톤 저작연구의 다양성과 상이성은 근본적으로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이러한 플라톤에 대한 메타철학적 물음에 대한 답변이 시도돼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김진 경희대 교수로 '철학탐구' 제19집에 실린 '플라톤, 어떻게 읽을 것인가'에서 만나볼 수 있다(*칸트 전공자인 김진 교수와는 동명이인인 모양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1855년 슐라이에르막허(*슐라이어마허)가 플라톤 대화편의 형식과 내용은 '분리될 수 없다'는 관점을 내보였으나, 이러한 해석의 원칙은 당시 헤어만이 이끄는 발전론적 관점 때문에 큰 주목을 받지 못하다가 최근 재음미되고 있다. 그것이 대화드라마적 관점의 연구를 견인해내고 있다. 이것은 대화편 안에 내적으로 구성된 철학적 요소들을 주목함과 동시에 대화편의 문학적, 희곡적 요소들, 등장인물, 무대장치적 묘사, 해설자의 설명, 기타 문학적 장치 등을 고려하여 본다는 뜻이다. 

플라톤은 역사상 유래없이 자신의 전 저작을 대화의 형식으로 저술한 유일무이한 철학자다. 그는 서술의 형식 그 자체를 자신의 철학적 사상에 포함시키려고 했다는 것(*그렇다면 데리다가 벤치마킹하고 있는 철학자는 바로 플라톤?). 김 교수는 플라톤의 대화편이 다른 철학적 대화편의 저술가와 비교해 보았을 때 문학적으로 정교하고 치밀하며 체계적인 구성양식을 보여준다고 주장한다. 다양한 희곡적 요소들의 적절한 배치로 저자가 대화의 내용으로만 전달하기 힘든 철학적, 역사적, 대화상황적 뒷배경을 정교하게 묘사한다는 것.  

그러려면 무엇보다 논문식 해석을 지양해야 한다. 대부분의 철학적 저작이 저자가 주장하려는 바가 분명하지만, 플라톤의 저작은 이러한 직접적 이해의 방식이 우선적으로는 배제되어 있다는 것. 일단 플라톤이 등장하지 않는 책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쉽게 그의 주장으로 단정지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는 '플라톤의 익명성'이란 주제로 연구자들이 풀어야 할 과제로 남겨져 있다고 한다.

그러면 저자 자신이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대화편을 어떻게 읽어나가야 할까. 여기서 두번째 원칙이 발생하는데, 철학적, 문학적 요소를 꼼꼼히 고려하는 것이다. 철학적 요소의 예를 들자면 질문과 대답같은 것이다. 대부분의 플라톤 대화편에서는 '질문'보다는 '답변'에 무게중심이 가 있다고 한다. 때로 질문을 주장으로 착각하여 해석하는 방식을 지양해야 함을 강조하는 것. 그리고 김 교수는 플라톤 대화편의 대화논증술적 서술들이 가만히 보면 규칙성이 감지된다고 한다. 먼저 가장 많이 등장하는 형식은 "예"와 "아니오"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들이 많다는 것이고, 그 다음으로는 "이런 의미인가 아니면 저런 의미인가"와 같은 선택질문의 형식이 많다.

마지막으로 각 대화편은 완결된 일회적인 통일적 전체라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각 대화편은 플라톤에 의해 탄생된 허구이며, 등장인물들이 역사적 인물이고, 역사적 모티프를 갖는 것이라고 해도, 결국 플라톤이라는 저자에 의해 재구성되고 창조되어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렇게 보면, 대화편끼리 서로 부딪히는 현상을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국가편에 나오는 참주와 법률편에 나오는 참주는 매우 다른 의미로 사용되고 있는데, 이는 국가편의 대화가 이뤄지는 곳이 피레아스(pireas, 당시 상업과 민주정치의 요새)로 시라쿠스(Syrakus) 출신의 거주외국인 케팔로스(Kephalos)의 집이다. 여기 등장하는 케팔로스의 두 아들은 참주정치의 희생자들로 이들에게 참주정의 장점을 얘기할 수 없다는 상황이 있다는 것. 반면 법률편의 상황은 역사적 배경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에 플라톤이 마음대로 자신의 생각을 주장할 수 있었다는 식이다.

플라톤은 동시대부터 그 난해성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위에서 고찰한 대화드라마적 해석방법은 이러한 난해성을 뚫고 플라톤과 만나기 위해 지난 19~20세기 동안 플라톤 연구자들이 시행착오를 거치며 도달한 대체적인 합의점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리뷰팀)

07. 03.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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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7-03-08 15: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자료 퍼갑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프랑스의 저명한 사회학자이자 철학자 장 보드리야르가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어제의 일이다. 기억엔 작년엔가도 방한했던지라 건강이 양호한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던 듯하다. 국내에도 널리 알려지고 비교적 적지 않은 책들이 번역/소개된지라 왠지 '가까운' 저자 한 사람을 잃은 듯한 기분도 든다(얼마전에 <예술의 음모>에 관해 페이퍼를 적기도 했지만, 나는 그의 책들을 열댓 권은 갖고 있는 듯하다).

급하게 검색을 해보니 그의 최신간은 (영역본이긴 하나) <연기된 유토피아(Utopia Deferred)>(2006)이다. 앙리 르페브르가 이끌던 그룹/잡지 '유토피아(Utopie)'에 1967년부터 1978년까지 10여년간 게재한 글들과 인터뷰를 모아 펴낸 책이라 한다. 당연한 말이긴 하나 이 '시뮬라시옹'의 철학자도 자신의 죽음은 연기시킬 수 없었던 모양이다. 고인의 명복을 빈다. 아울러 내달쯤에는 그의 책도 한 권 정도 읽어봐야겠다. 경향신문의 관련기사를 옮겨놓는다. 필자는 국내에서 '보드리야르 전문가'로 통하는 배영달 교수이다(꽤 많은 번역서들을 냈지만 추천할 만한 책은 떠오르지 않는다).

경향신문(07. 03. 08) '기호화사회 파헤친 급진 이론가’ 佛 장 보드리야르 별세

프랑스의 저명 철학자이자 사회 이론가인 장 보드리야르가 6일 파리의 자택에서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7세. ‘시뮬시옹’ 이론으로 유명한 고인은 1929년 서부도시 랭스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교사를 지낸 뒤 파리 10대학에서 사회학을 가르치며 50권 이상의 저서를 남겼다. 특히 그는 지난 1991년의 걸프전쟁에 대해 어느 쪽도 승리하지 못했다고 주장했으며 9·11 테러에 대해서는 세계화가 자신과의 싸움을 시작한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타계한 프랑스 지성계의 거목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는 현대 사상의 모든 경향과 유파를 벗어나 독자적인 자리를 확보한 세계적인 석학이었다. 한편으로 그는 사회적인 것과 사회적인 것의 죽음과 변형을 중시하는 극단적인 사회학자였으며, 실재가 기호와 이미지에 의해 대체되는 시뮬라시옹 과정 속에서 사라져버린 세계의 잃어버린 의미를 찾는 형이상학적인 철학자였다.

다른 한편으로 현대의 신화를 명쾌하게 분석한 롤랑 바르트처럼 그는 현대사회의 모든 현상을 파헤치는 현대성의 분석가였으며,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격화시키고 급진화하기 위하여, 그리고 미래주의적 비전을 확립하기 위하여 그러한 현상들을 파악하는 급진적인 작가였다. 이렇듯 보드리야르는 사상사적 위치를 설정하기 어려운 탁월한 사상가였다.

사회학과 철학의 테두리 밖에 머물면서 어느 한 곳에 구속되기를 거부한 보드리야르는 초기 저작 이후 끊임없는 도전과 도발을 시도한 급진적인 이론가였다. 그는 ‘급진적 사유’를 통해 전통적인 사회문화이론을 배격하는 독특한 글쓰기로 주목을 받았다. 그의 글이 철학·문화·사회 이론의 영역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스타일로 인해 다채로우면서도 아이로니컬하고 도발적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글쓰기를 통해 프랑스 안에서는 부르디외·들뢰즈·라캉·데리다와 견줄 수 없는 보드리야르이지만, 그의 첫번째 저작인 ‘사물의 체계’ 이후 그는 줄곧 프랑스 밖에서 더 잘 알려진 프랑스 지성들 중의 한 사람이다. 한국에서는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그의 주요 저작인 ‘소비의 사회’ ‘기호의 정치 경제학 비판’ ‘생산의 거울’ ‘시뮬라시옹’이 잇달아 소개되면서 국내의 인문사회과학 분야와 문화예술 분야에 많은 반향과 논의를 불러일으켰다.



‘포스트모더니즘의 큰 별’로 불리는 보드리야르 사상은 크게 세 가지 핵심적인 개념들로 구성된다. 이 세 가지 개념들은 소비·기호체계·하이퍼리얼리티(시뮬라크르)인데, 이 개념들에는 결코 분리될 수 없는 상관관계가 있다. 단지 텍스트에 따라 이 개념들 중에서 한 개념이 번갈아가며 논의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물론 보드리야르 사상의 토대를 이루는 이 핵심적인 개념들을 이해하는 것만으로 보드리야르 사상 전체를 면밀히 파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세계 유수의 다양한 학술지와 웹진 등에 꾸준히 기고하는 등 글쓰기와 강연을 계속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시뮬라시옹’이 존재하는 현대사회를 새롭게 조명한 ‘시뮬라시옹’을 분석하는 것은 그의 사상을 이해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 사상가 보드리야르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것이 ‘시뮬라시옹 이론’이기 때문이다. 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 이론은 그의 저작 ‘사물의 체계’ ‘소비의 사회’ ‘상징적 교환과 죽음’ ‘악의 투명성’ ‘완전범죄’ ‘토탈 스크린’ 등에서도 그 흔적과 아우라가 발견된다.

현대사회의 본질을 꿰뚫고 있는 그의 이 시뮬라시옹 이론은 ‘현대=시뮬라시옹 시대’로 이해될 정도로 엄청난 영향력을 지녔다(*물론 이 영향력에는 영화 <매트릭스>의 기여도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사실 현대 이론에서 시뮬라시옹에 관한 담론들은 흔히 우리가 새로운 현대사회 혹은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 살고 있다는 생각으로부터 파토스와 반향을 얻고 있다. 따라서 현대사회에서 시뮬라시옹 이론은 성숙한 현대이론의 핵심요소이다. 보드리야르는 시뮬라시옹이 지배하는 현대사회에서는 ‘실재가 이미지와 기호의 안개 속으로 사라진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 유명한 명제는 시뮬라시옹 시대에 사물의 내재적 실체성이 증발해 버린다는 점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데, 그 자신도 이제 시뮬라시옹 시대의 이미지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배영달|경성대 프랑스지역학과 교수)

07. 03. 07.

P.S. 보드리야르에 '관한' 책으로 두 권을 꼽아두고 싶다. 그의 죽음을 염두에 두고 꼽은 그 두 권 중의 하나는 폴 헤가티의 <장 보드리야르: 살아있는 이론>(2004)으로 'Live Theory' 시리즈의 한권이고, 다른 하나는 보드리야르 전문가 중 한 사람인 마이크 게인이 편집한 인터뷰집 <보드리야르 라이브>(1993)이다. 완독하지는 않았지만 특히 후자는 입문서로서 적합하지 않나 싶다. 그나저나 사람은 가도 이론은 살아남는 것인지, 아니면 그 또한 시뮬라시옹에 불과한 것인지 문득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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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tournelle 2007-03-07 23:52   좋아요 0 | URL
오늘 프랑스의 인터넷 르 몽드지를 통해서 그의 죽음 소식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한 명의 프랑스 사회학자이자 철학자가 우리의 곁을 떠나는 것 같아 아쉽네요.

기인 2007-03-08 07:44   좋아요 0 | URL
견고한 모든 것은 안개 속으로 녹아 사라진다.. 맑스 & 엥겔스
포스트 모던은 정말 '포스트' 모던 한것인지, 역시 의문이네요 ^^;
 

'국가지식포털'이란 게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하지만 '심봤다!'가 아니라 이 또한 '요지경' 속이다. 왜 '우리'가 하는 일은 다 이 모양인가? 아마도 아침신문의 기획특집쯤 되는 모양인데(정치만 고민할 일이 아니다!), 근심스러운 기사이지만 남의 일로 치부할 수도 없는지라 옮겨놓고 함께 고민해보시길 제안한다.

한국일보(07. 03. 06) 국가지식포털은 '정보의 고물상'

“지식의 만물상이라고요? 여기저기 헤매다 시간만 버렸어요.” 디지털미디어방송(DMB) 사업 자료를 찾기 위해 국가지식포털(www.knowledge.go.kr)에 접속한 P사 대표 박모(39)씨의 푸념이다. 정부와 공공기관 등 1,000여 단체가 보유한 지식정보를 체계적으로 볼 수 있는 곳이라는 설명은 차라리 비아냥거림 같았다. 검색된 자료 대부분이 DMB 서비스가 시작되기 이전 것인데다 원문보기를 누르면 ‘페이지를 찾을 수 없다’는 메시지가 뜨기 일쑤였다. 박씨는 “운영자가 최신 이슈에 관해 선별한 자료를 제공한다고 자랑한 ‘테마지식’ 코너마저 철 지난 자료들만 올려놓았다”라며 “지식의 미로라고 부르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지식포털’(이하 지식포털)에 쏟아 부은 예산의 규모를 알게 되면, 박 씨는 아예 입을 다물지 못할 것이다. 정보통신부는 포털의 기반인 데이터베이스(DB) 구축에 1999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3,500억원을 투자했고, 포털 구축에만 20억원을 썼다. 정통부가 지난해 말 확정한 ‘지식정보자원관리 기본계획’에 따르면 2011년까지 5년간 DB 확충 등에 1,831억원이 추가로 투자될 예정이다.

지식포털 구축은 미래 국가경쟁력의 바탕이 될 ‘공공정보의 재이용(Re-Use)’, 다시 말해 정부가 보유한 정보를 일반인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사업. 그러나 1일 평균 순방문자(UV)는 지난해 말까지 500명 미만, 검색 기능 등을 강화해 재 개장한 올 1월에도 1,300명에 그쳐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나 다름없다. 가장 큰 문제는 제대로 된 정보를 찾기 어렵다는 것. 검색의 정확도가 떨어져 같은 정보가 수십 건 중복 검색되는가 하면, 길잡이 노릇을 해야 할 ‘요약’ 정보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운영자가 선별한 ‘테마지식’의 조류인플루엔자 관련 자료 중 ‘전염병 위기관리 전략’을 찾아보자. 한국관광공사의 공식 자료인데도 요약 정보에는 발행처 ‘미확인’으로 나온다.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은 공공 DB 구축 사업도 주먹구구식으로 추진됐다는 지적이 정부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정부는 1990년대 초반부터 공공정보의 DB화와 보급을 추진해왔지만, 아직까지 어느 기관이 어떤 정보를 보유하고 있으며 활용가치가 얼마나 되는지 등에 대한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산하기관 관계자는 “공공 지식정보자원의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DB화를 추진하다 보니 정보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이희정기자)

한국일보(07. 03. 06) "정부주도 포털 필요한가" 무용론 제기

국가지식포털의 운영은 정보통신부 산하 한국문화진흥원에서 직원 단 1명이 맡고 있다. 콘텐츠 관리부터 신규서비스 기획까지 하고 있지만, 이용자 질문에 답하고 오류를 점검하기에도 벅차다. 진흥원측은 3월 중 민간기업 가운데 운영업체를 선정하고, 서포터즈 3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공공 정보의 관리를 민간 업체에 맡길 수 있느냐는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이것이 지식포털 활성화의 해법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지식포털의 부실은 그 기반인 공공 데이터베이스(DB) 구축과 통합ㆍ연계 사업의 근본적인 문제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우선 지식포털이 제공하는 공공 정보가 제한돼있다. 공공 DB는 1993~97년 구축한 초창기 DB와 외환위기 당시 정보화근로산업 성과, 2005년부터 행정자치부 주도로 구축한 행정DB 등 여럿이지만, 지식포털에서는 정보통신부 주관 ‘지식정보자원관리사업’에 따라 구축된 DB만 서비스한다. 게다가 DB 표준화도 이뤄지지 않아 애초부터 공공 포털 형태로 통합검색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무리였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공공 기관들마저 지식포털보다는 민간포털과 직접 손잡고 싶어하는 실정이다. 정부 산하 연구기관의 관계자는 “사이트 방문자수로 실적 평가를 받는데, 찾는 사람이 많지 않은 지식포털과 제휴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통합사이트를 운영하는 대신에 민간의 정보가공을 지원하는 쪽으로 방식을 바꾸는 게 어떠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산하기관 관계자들도 “민간포털에서 쉽게 각 기관의 사이트를 찾아 이용할 수 있는 상황에서 별도의 정부 주도 포털이 필요한지 의문이 든다”고 말하고 있다.(이희정기자)

한국일보(07. 03. 06) 엉뚱한 정보·잠자는 코너

지식과 정보를 많은 사람이 공유하고 활용하도록 하는 것은 정보화시대 국가의 의무다. 가령 국가가 보유한 과학 정보를 공유하면 대학과 연구기관의 신기술 생산으로 이어지고, 첨단산업의 발전과 일자리 창출로 가치가 확산된다. 정보통신부가 내세운 ‘국가지식포털’(www.knowledge.go.krㆍ이하 지식포털)의 목표도 정부ㆍ공공ㆍ민간 기관 등 1,000여 곳이 보유한 활용가치 높은 지식정보자원을 누구나 손쉽게 찾아 생산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원 스톱 서비스’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식의 만물상’이라는 화려한 포장과 달리, 실상은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초라하다.

이름값 못하는 국가포털

정통부는 1월 지식포털 서비스를 공급자 중심에서 사용자 중심으로 대폭 개편했다고 밝혔다. 검색 기능 업그레이드, 분류체계 개선, 블로그를 비롯한 개인화 서비스 강화 등이 골자다. 그러나 여전히 ‘원하는’ 정보를 ‘손쉽게’ 찾을 수 없다. 같은 정보의 중복 검색 문제도 여전하고, 주제별 분류체계도 일반 기사가 ‘연극/영화’ 항목에 뜨는 등 엉터리가 많다.  요약 정보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어떤 것은 목차, 어떤 것은 원문 일부를 맥락 없이 뚝 떼내 보여주는 등 기준이 제 각각이고 내용도 부실하다.

간판과 달리 검색 가능한 DB가 제한된 경우도 있다. 초기 화면에 배너까지 달아 서비스 하는 ‘국가전자도서관’은 본래 국립중앙도서관 국회도서관 법원도서관 등 7개 주요 국립도서관의 통합검색 시스템이지만, 지식포털에서는 국립중앙도서관 자료만 이용할 수 있다. 전문적인 지식 유통을 위해 개설한 국가지식포럼과 국가지식블로그의 운영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지식포럼 개설자의 상당수가 포털 운영자인 정통부 산하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직원들이고, 인기포럼이라는 곳도 개설자가 자료 몇 건을 올려놓았을 뿐 사실상 ‘휴면상태’다. 블로그 서비스는 업로드 한 글이 갑자기 사라지거나 글자가 깨지는 일이 잦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지식포털은 지난해 공공부문 우수 웹사이트로 선정돼 ‘2006 웹어워드’를 수상했다. 한국정보문화진흥원은 이 상을 수여한 웹어워드코리아의 후원기관이다. 정보화의 거센 물결도 우리나라의 관료주의 만큼은 깨뜨릴 수 없다는 지적이 그래서 나온다.

저작권 개념이 없는 지식사업

경기 양평에 국악음반박물관을 운영하는 노재명(38)씨는 지난달 14일 정통부 장관을 저작권 침해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그가 20년간 전국을 돌며 발품과 돈을 들여 수집하고 정리한 국악 관련 자료 가운데 1만여점을 지식포털에서 허락 없이 무단 게재했기 때문이다.

노씨가 인터넷((www.hearkorea.com)에 올린 이 자료들은 문화관광부 산하 한국문화정보센터가 운영하는 문화포털(www.culture.go.kr)을 통해 지식포털에 제공됐다. 지식포털에 연계된 5개 전문정보센터의 하나인 문화포털은 민간 콘텐츠까지 검색로봇을 활용한 웹 수집 방식으로 검색한다. 문화포털의 경우 제목과 2, 3줄의 정보만 보여주고 클릭하면 원문 사이트로 이동하는 딥 링크(Deep Link) 방식인 반면, 지식포털은 팝업 창을 통해 제공하는 요약정보에 원문 전체 혹은 일부를 그대로 띄워놓는다.

저작권조정심의위원회 이영록 책임연구원은 “딥 링크의 저작권 침해 여부는 견해가 갈리지만, 저작권자의 허락 없이 원문 전체 혹은 일부를 그대로 보여줄 경우 저작권 침해”라면서 “요약 정보도 원문의 창작적 표현이 포함되면 2차 저작물에 해당돼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식포털은 노씨가 지난달 초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하자 해당 콘텐츠를 삭제했고, 노씨가 고소장을 낸 직후인 지난달 17일 문화포털의 웹 수집 방식으로 들어온 자료 37만건을 모두 삭제했다.

한국일보(07. 03. 06) 외국의 공공정보 관리 실태

위성의 지리정보, 경찰의 교통정보, 기상청의 날씨정보…이 같은 공공정보를 민간이 가공하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조한다. 컨설팅그룹 파이라 인터내셔널이 집계한 데 따르면 미국에서 공공정보 활용으로 창출한 경제적 가치는 2000년 기준 약 877조원, 유럽연합(EU)에선 약 79조 5,0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우리의‘국가지식포털’처럼 정부 주도의 포털 사이트를 통해 검색 하게 하는 시스템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다. 미국 유럽은 민간이 공공 정보를 자유롭게 가공ㆍ유통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정보 공개’를 넘어 적극적인 ‘정보 배포’로 정책을 전환했다. 2003년 11월 유럽의회는 ‘공공정보 재이용(Re-useㆍ상업적 이용)에 관한 지침’을 공표했다. 회원국 간 제도의 차이를 최소화해 기업들이 공공정보 활용을 통해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한 것. 또 EU는 민간 수요가 많은 지리 교육 문화 과학 학술 등 정보를 활용해 기업과 공공기관이 함께 부가가치가 높은 상품을 개발하는 ‘e콘텐츠플러스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2005년부터 4년간 총 1억4,900만 유로가 투입될 예정이다.

미국은 오래 전부터 공공정보의 활용을 시장에 일임해왔다. 1966년‘정보자유법’이 연방정부 정보에 대한 국민의 접근권을 보장한 이후, 미국은 정부 문서의 이용, 재판매ㆍ재배포 제한금지 등 일정한 원칙을 정해 민간에서 정부의 지식을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발전시켰다. 자치단체와 공기업은 지적재산권을 판매할 뿐 아니라, 민간기업을 통해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문준모기자)

07. 03. 06.

P.S. 정보화 격차, '디지털 디바이드'란 용어가 유행어처럼 쓰인 적이 있었다. "정보기술의 혁명적 발전에 따라 정보 습득 능력을 지닌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 간의 격차가 커지는 것"을 말하는데, 주로 사회적 불평등이 계층별 정보화 수준(인터넷 활용 등)에 있어서 격차를 가져오고 이것이 다시 불평등의 재생산으로 이어지는 걸 경계하는 말이다. 나는 거기에 덧붙여 국가간/언어간 '콘텐츠 디바이드'라는 걸 근심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엊저녁 한 모임에서도 화제가 됐었지만 구글과 네이버의 차이, 정보의 양과 질에서의 차이를 고려하면 이 '디바이드'는 만만하게 넘어갈 수 있는 문제 같지 않다. 10년, 20년후에도 인터넷세상에서 지식언어로 한글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국가지식포털' 같은 마인드라면 이미 시작도 해보기 전에 진 게임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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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osculp 2007-03-06 12:35   좋아요 0 | URL
그 차이라는것이 지금 학생들의 수준에서는 영어능력의 차이로 나타날것 같습니다.초등학교 3학년에서 영어를 처음 배우는데 이건 공적인 배움이고 사적으로는 미국원어민들보다 쓰기나 단어능력들은 한 2-3살 위에 이르도록 배우는것이 지금 현실이니까요. 그대로 먹고살만하면 다들 외국으로 보내는지도?
올해들어 회사때문에 미국과 캐나다로 떠난 두분이 있는데 자식들은 초딩이고 한국에서 영어유치원 다니면서 영어공부했는데 그쪽나라 가서 언어테스트하고 나서는 한학년 월반했다고 하더군요. 구글과 네이버의 차이만큼이나 영어를 원어민 수준에서 하면서 영어로 과외받으면서 크는 애들과 그렇지 못한 애들, 국가에서 뭘 해주길 바라는거, 그것이 도서관이나 접할수 있는 자료(한겨레인가 학교 도서관 상황에 대한 기사도 본것 같은데)같은, 거의 요원하지 않나 싶습니다.

로쟈 2007-03-06 19:57   좋아요 0 | URL
제가 우려하는 것은 그러한 개인간 차이가 궁극적으론 국가간/언어간 차이로 고착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심지어 한국에 대한 의미있는 자료도 영어로 읽어야 하는 상황이 오는 게 아닌가 염려됩니다...
 

가십 기사가 하나 눈에 띄어 옮겨온다.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했던 일러스트레이터' 노먼 록웰의 도난당한 그림 한 점이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의 사무실에서 발견되었다는 것인데, 소장자인 스필버그는 '장물'인 줄 알지 못하고 구입했다고. 하지만 나의 흥미를 끈 건 록웰도 스필버그도 아니고, 그림의 제목인 '러시아 교실'이다. 실제로 러시아(당시엔 소련) 학생들의 수업장면을 그린 작품이다.   

뉴시스(07. 03. 03) 노먼 록웰의 도난작품, 30여년만에 스필버그 감독의 사무실에서 발견돼

미국인들이 가장 사랑했던 일러스트레이터, 노먼 록웰(미국, 1894 - 1978)의 작품 한 점이 도난당한 지 30여년 만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사무실에서 발견됐다고 미 연방수사국(FBI)이 2일(현지시간) 밝혔다. '러시아 교실(Russian Schoolroom)'이란 제목의 이 그림은 지난 1973년 6월25일 미 미주리주의 클레이튼 미술관에서 사라졌었다.

지난 1989년 합법적인 경로로 이 작품을 구입한 스필버그 감독은 영화 제작자 중 한 명이 FBI에 수사를 의뢰한 지난 주까지 이것이 도난 작품이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FBI는 전했다. 미술품 감정사들과 FBI의 조사 결과 진품으로 판명된 이 작품의 초기 감정가는 약 70만달러(약 6억 6000만원).



공산주의 지도자 블라디미르 레닌의 흉상이 놓여진 교실에서 천진난만한 표정을 짓고 있는 러시아 학생들의 모습을 그린 이 유화 작품은 "처분이 결정될 때까지" 스필버그 감독의 소유로 남아 있을 것으로 드러났다. 이 작품이 도난당할 당시 클레이튼 미술관에 근무하던 메리 엘렌 쇼트랜드는 작품이 사라지던 날 "록웰의 석판화를 주제로 한 특별전이 진행되고 있었다"며 "이 작품은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함께 전시됐던 것"이라고 말했다.

미주리주의 한 고객에게 2만 5000달러에 팔릴 계획이었던 이 작품은 그러나 구매가 결정된지 며칠만에 미술관에 침입한 괴한들과 함께 사라졌다. 쇼트랜드는 "그들이 가져간 것은 이 작품뿐"이었다며 "이 작품만을 원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 후 종적이 묘연해진 이 작품은 지난 1988년 뉴올리언스 주의 한 경매소에서 7만 400달러에 보험금 10%의 조건으로 낙찰된 것으로 확인됐다. 쇼트랜드는 약 15년 전 뉴욕의 한 소규모 미술관에서 이 작품을 판매한다는 광고를 보고 클레이튼 미술관의 모회사인 시카고의 '서클 파인 아트'에 연락을 취했으나 '러시아 교실'을 되찾는데는 실패했다고 말해다.



일상생활의 소소한 순간에 드러나는 인생의 의미를 표현하는데 뛰어났던 록웰의 작품은 '가장 미국적'이란 평가와 함께 많은 미국인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록웰은 '러시아 교실'이 사라진지 5년 후인 1978년, 84세의 나이로 작고했다.(정진하기자)

07. 03. 04.

P.S. 생소한 이름이지만(미국은 넓다!) 찾아보니 록웰은 국내에도 소개돼 있다. 어깨가 좁고 얼굴이 긴데다가 수척해보이는 듯한 인상이 '미국식' 그림들과 잘 어울려 보이지는 않지만 아래의 '궁핍으로부터의 자유' 같은 그림은 '아메리카니즘'의 상징으로도 읽힌다. 관련서가 더 소개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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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에 가장 고대하는 책 중의 하나는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스>(생각의나무, 2007)이다. 역자는 역시나 김종건 교수인데, 상품 소개가 뜨지 않아서 책이 범우사판을 한 권짜리로 다시 내는 것인지 개정된 내용이 있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달라진 내용이 없다면 일종의 '트릭'이다). 제목이 <율리시즈>에서 <율리시스>로 바뀐 이유도 잘 모르겠고(그냥 '차별화 전략'인가?).

 

 

 

 

나로선 범우사판의 <율리시즈>를 모두 갖고 있고, 역자의 <알기 쉽게 풀이한 율리시즈>(범우사, 1997)도 챙겨놓은 지 오래이다. 다만 이 세기의 문제작을 완독하지 못했을 따름이다. 간혹 여름방학때면 조이스학회에 주관하는 '율리시즈 강독' 강좌가 개최되곤 하는데, 언젠가부터 한번 들어본다고 마음만 먹다가 두어 차례 흘려보내고 말았다. 사정이 여의치가 않았던 것인데, 덕분에 2종류 갖고 있는 <율리시즈>의 원서도 책장에서 자고 있다. 게다가 범우사판 <율리시즈>와 관련서들이 모두 박스에 들어가 있는지라 이번에 나온 책이 개정번역판이라면 새로 구입해볼 생각을 품어본다. 그런 생각의 와중에 문득 '준비' 같은 게 필요하지 않나 싶어서 이 페이퍼를 쓴다.

 

 

 

 

먼저 조이스에 관한 책들을 챙겨둘 필요가 있겠다. 리처드 앨먼의 평전 <조이스1,2>(책세상, 2002)가 일단 챙겨두어야 하는 소장도서(조이스 컬렉션을 마저 채우려면 돈푼깨나 깨지겠다). 나는 이 두툼한 평전 대신에 얄팍한 조이스 두 권, 곧 데이비드 노리스의 만화 <조이스>(김영사, 2006)와 프랭크 스타터의 <30분에 읽는 제임스 조이스>(랜덤하우스코리아, 2006)을 챙겨두고 있는데, 상황을 봐서 용적을 늘려야겠다(사실 문제는 책값이 아니라 꽂아놓을 공간이다). 거기에 국내서를 보태자면 나영균 교수의 <제임스 조이스>(정우사, 1999), 김학동 교수의 <제임스 조이스>(건국대출판부, 2001)를 꼽아볼 수 있겠다. 두 권 모두 아직 절판되지 않은 책들이다.  

<더블린 사람들>에서 <젊은 예술가의 초상>을 거쳐서 <율리시즈>에 이르는 조이스의 여정에 대해서는 굳이 따로 언급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여러 종의 번역서들이 나와 있다). 다만 거기에 덧붙여 횡적으로 읽어야 할 책들도 있다. 러시아작가 나보코프가 세계 4대소설로 <율리시즈>와 함께 꼽은 책들인데,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같은 경우 국내 유일의 완역본(국일미디어, 1998)이 현재는 절판중이지만 같이 읽어두어야 할 고전이다. 거기에 카프카의 <변신>, 그리고 안드레이 벨르이의 <페테르부르크>(문학과지성사, 2006)까지가 그 네 권의 소설들이다(카프카의 경우엔 <변신>을 꼽았는지 아니면 다른 작품을 꼽았는지 헷갈리긴 하다). 모두 20세기 전반기에 각 언어권별로 세게문학이 산출해낸 걸작들의 목록이다.

 

 

 

 

그리고 종적으로 읽어야 할 책은 물론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뒷세이아>(도서출판 숲, 2006)부터이다. 이 방대한 고전도 읽어내려면 상당한 견적을 요한다. 영역본도 한두 종 정도는 갖춰놓는 게 좋겠고(인터넷에 떠 있긴 하지만 편의상) 해설서도 챙겨두도록 하자. 피에르 비달나케의 <호메로스의 세계>(솔출판사, 2004)나 강대진의 <고전은 서사시다>(안티쿠스, 2007)가 적절한 길잡이가 돼줄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아우구스테 레히너란 오스트리아 작가가 다시 쓴 <오디세이아>(문학과지성사, 2006)도 번역/소개돼 있다. "그리스 서사 시인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를 현대의 독자들을 위해 새롭게 쓴 작품. 원전이 가지고 있는 문학적 가치와 의의를 그대로 전하는 동시에 읽는 재미를 준다. 지도와 등장인물 소개 글을 수록해 장대한 텍스트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부분들을 짚어준다.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명화도 함께 실었다"고 한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책이 프랑코 모레티의 <근대의 서사시>(새물결, 2001). 문학사의 모더니즘에 대한 도발적인 재평가/재서술을 시도하고 있는 이 야심만만한 책의 한 장이 '<율리시즈>와 20세기'에 바쳐져 있다.

Улисс

개인적으론 지난 2004년 모스크바 체류시 러시아어본을 구하고자 했었던, 하지만 끝내 구하지 못한 책이 세 권 있는데, <율리시즈>는 그 중 하나이다(<모비딕>과 <특성없는 남자>가 다른 두 권이다). <율리시즈>의 경우는 러시아어본을 종종 볼 수 있었지만 너무 고가였다(기억에는 3만원이 넘는 액수였다). 

Улисс

그러는 사이에 작년에 보다 대중적인 판본의 새 번역서가 나왔다(역자가 같은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유감스러운 건 인터넷서점에서 품절중이라는 것. 내가 <율리시즈>를 읽기 위하여 마지막으로 손대볼 수 있는 건 이 러시아어본을 손에 넣는 일이다...

07. 03.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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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7-03-04 03:08   좋아요 0 | URL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퍼갑니다.

류스케 2007-03-04 10:28   좋아요 0 | URL
책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신 분이군요 ^^ 추천하고 갑니다~

biosculp 2007-03-04 13:31   좋아요 0 | URL
지금 강대진의 고전은 서시시다 를 읽고 있는데 글이 간결하면서 번역투가 아니라 머리복잡하게 하지 않고 뚜렷이 읽히게 만듭니다. 더불어 고전읽기의 해법이라는 책머리의 제목처럼 고전속으로 들어가고 싶게 만드니(들어갈지는 들어가야 하니 아직은?) 최근 읽은 책중 최고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근데 혹시 도스토예프스키를 읽기위하여라는 페이퍼를 쓰신적은 있나요.
열린책들에서 새로운 판본을 210질 낸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는데 나오면
달려들어볼 계획인데요.

로쟈 2007-03-04 14:42   좋아요 0 | URL
두분의 추천, 감사합니다. 그리고 <고전은 서사시다>는 서점에서 보고 바로 손에 들 뻔한 책인데, 책값을 보고서 다시 내려놓은 기억이 있습니다.^^; 좋은 책들임에도 많이 팔릴 거라고 생각들을 안 하는 것인지(실제로 많이 안 팔리는 것인지) 저자의 책들이 주로 고가입니다. 도스토예프스키에 대해선 다른 페이퍼들을 좀 쓴 게 있습니다. '새로운 판본'이 어떤 건지 잘 모르겠는데, 210질 한정본인가요?..

biosculp 2007-03-04 16:10   좋아요 0 | URL
새로운 판본이 아니라 겉표지가 새로운것입니다. 한정본이더군요.아직 나오지는 않고 출판사에서 가격고민중인것같더군요.

로쟈 2007-03-04 19:00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저는 이미 전집 초판을 갖고 있는 데다가 여러 권의 '빨간책'을 소장하고 있어서 '고민'할 필요는 없을 거 같습니다.^^

2007-03-05 0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쟈 2007-03-05 13:38   좋아요 0 | URL
**님/ 햇빛비둘기님의 정보를 참고하시길...
햇빛비둘기님/ 목돈 들어가게 생겼네요.^^;

로쟈 2007-03-05 15:35   좋아요 0 | URL
주석 말씀하시는 거지요? 저도 갖고 있습니다. 다만 박스에 있을 뿐입니다.--; 마음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소 2007-03-07 06:52   좋아요 0 | URL
안 그래도 조만간 '율리시즈'를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근데 마침 이 책 발간 소식을 듣고 살까,말까 고민하던 차에 로쟈님 페이퍼 보니 구매의욕이 불끈 솟아 오릅니다. 아주 알찬 페이퍼네요.^^ 추천 꾸욱!!

로쟈 2007-03-07 23:04   좋아요 0 | URL
다소님/ 이 카테고리가 '로쟈의 낚시'랍니다.^^
**님/ 메일 드렸습니다. 감사.^^

2007-03-13 21: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쟈 2007-03-14 23:04   좋아요 0 | URL
**님/ 그러셨군요. 강선생과는 직접 면식은 없지만 한다리 건너서 예전에 얘기를 많이 들었습니다(<잔혹한 책읽기>가 나오기 전에). 저에 대한 '온갖 소문'은 뜻밖인데 아직 숨어계신 분들이 다 드러나지 않은 탓이란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