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나는 괜찮아
로나, 알로나, 알료나 모두
일로나도 괜찮겠어
로라, 슬픈 로라가 있었지
우리에겐 저마다 로라가 있었어
일로브나도 좋아
이리나와 같이 친구할까
하지만 로리타는 안돼
로리도 물론이야
그건 금지구역이야
로나로 가
로나가 가르쳐줄 거야
로나를 믿기로 해
로리는 안돼
왜 자꾸 로라가 생각날까
로라는 눈물나게 해
로라를 기억해
아니 로라는
이제 그만 놓아주자
로나로 가
로나를 사랑해야 해
로나는 괜찮아
로나 곁에 있어야 해
로나가
로라
자꾸 슬퍼지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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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기다려도 오지 않았다
기다리기만 한 건 아니다
장대비가 내렸고
옥수수가 키보다 높이 자랐다
세상이 잠시 슬펐다
누구를 기다렸는지 잊었다
기다리던 시간만 발자국처럼 남았다
빗물에 찍힌 발자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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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7-16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약없는 아니고, 기약있는 기다림 중에 이런 시라니~
자신의 부재를 즐기라는 넘의 남자
빗물에 군화 발자국이라도 찍게
시원하게 한번 와주면 좋으련만~햇볕만 쨍쨍ㅜㅜ

로쟈 2018-07-16 21:58   좋아요 0 | URL
땡볕이라 고생을 좀 하겠네요.^^;
 

인형도 사생활이 있다지
사람들이 볼 때는 근무시간
인형은 인형답게 눈을 깜박이고
인형답게 북치고 춤추고

근무시간에는 군것질을 하지 않아
한 끼도 안 먹는 게 근무수칙

인형은 인형답게 눈알을 빼주고
근무시간에는 팔도 떼주고
미소지으며 다리도 떼준다네
한결같은 표정으로 인형은

영국여왕의 근위대처럼 절도를 지키지
근무시간에는 말이야

특수한 신경에다 특별한 내장에다
인형은 사람답지 않지
인형의 영혼은 용궁에 있지
인형의 가족은 아마도 별궁에 있지

사람들이 보지 않을 때만
인형은 기지개를 켜지
인형의 아침이 밝으면
인형은 뉴욕의 영국인이 되지

사람들이 보지 않을 때
인형은 인형답지 않지
인형은 꿈을 꾸고
인형은 군것질을 하고

달리는 차에도 뛰어들고
옥상에서도 뛰어내리고
인형은 제대로 미쳤지
휴일의 인형은 말릴 수 없어

인형도 사생활이 있는 거지
그런데 누가 본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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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을 지날 때는 언제나
대전발 0시 50분
그 시각에 떠나본 적도
지나가본 적도 없지만
나는 시계가 틀렸다고 생각한다
대전은 0시 50분에만 떠날 수 있다
누구를 떠나는지 잊었어도
어디로 떠나는지 알지 못해도
시각은 정해져 있다
모두가 잠들어 고요한 시간
아무도 내게 말을 걸지 않는다
누구와 작별하고 떠나는지 묻지 않는다
그대로 떠나고 또 떠난다
그렇게 떠났건만
이제 또 지난다
대전에는 머물 수 없다
시계를 0시 50분에 맞춘다
그대가 떠난 곳은 대전이 아니고
내가 떠난 곳도 대전이 아니다
대전은 무엇인가
대전을 지나가야 한다
대전은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대전을 지난다
나는 대전을 지나갔다
지금은 0시 50분
나는 대전을 떠나지 못한다
대전은 왜 나를 붙잡지 않는가
나는 기억되지 않는다
나는 누구를 떠나는 것인가
나는 누구인가
누가 떠난 것인가
나는 누구를 떠난 것인가
그렇게 떠날 수밖에 없다
대전발 0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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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7-13 2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있거라 나는 간다 이별의 말도 없이
떠나가는 새벽열차 대전발 영시 오십분~~~~~~
이시 보자마자 가사가 술술
두동생에 밀려 시골 친할머니한테 맡겨줬던 그시절
할머니의 18번이였었나~
바바리코트 자락을 휘날리며
아빠가 절 데리러 오셨더랬죠
(목포행 완행열차를 타고 오셨어야 딱인데 ㅋ)

로쟈 2018-07-14 15:20   좋아요 0 | URL
네, 제목을 대전블루스로 달려고 했음. 5월에도 한번 쓰려고 했다가 안 됐는데, 어제는 마무리.~
 

말미잘의 장례식이라고
적어내려가던 시를 날렸다
고작 몇 줄이라도
말미잘이 화낼 일이다
말미잘의 결혼식 아니고 장례식이다
특별한 날 말미잘은 아침부터 들뜨고
말미잘은 진작 초청자 명단을 작성했지
이미 죽은 것들은 사절이지
귀신 사절
멍게와 성게는 기필코 와야 하지
언제부터 단짝이었나 멍게와 성게
그리고 말미잘이 있었지
네가 바다의 꽃이었잖니
바다의 아네모네
그런 게 학창시절이던가
너네는 요즘 식당에도 나가더라
내가 마산에서 멍게비빔밥을 먹었어
제주에서는 성게비빔밥이지
해삼은 요즘 어떻게 지내니
전복만큼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우리가 명동에도 진출한 적이 있던가
바닷속처럼 수족관도 활보하고
그때가 좋았지
우리도 멋졌어
이렇게 모이니 해물 장례식인가
말미잘수육에 말미잘매운탕이라니
말미잘도 이런 날이 오는 거지
붕장어와 함께 듬뿍 끓으면서
여름보양식 되는 날
우리 기쁜 젊은 날
다 보내고 나면
말미잘의 장례식
말미잘은 잠을 설치고
말미잘은 특별한 날을 맞이하지
그리고 나는 이런 기념시를 쓴다
말미잘이 기쁜 날 나도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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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7-13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물장례식 초청자 명단에 소주가 왜 빠졌나 했더니
말미잘은 아직 식당에 진출하지 못~ㅋ
말미잘수육 말미잘매운탕은 무슨 맛일지 궁금.

로쟈 2018-07-14 15:23   좋아요 0 | URL
소주는 해물이 아니어서.~ 기장의 별미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