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근대생활사큰사전‘ 시리즈가 나오기 시작했다. 권창규의 <인조인간 프로젝트>(서해문집)는 ‘근대 광고의 풍경‘이 부제고, 최병택의 <욕망의 전시장>은 ‘식민지 조선의 공진회와 박람회‘가 부제다. 전체 시리즈는 각각의 키위드에 대해 책 한 권 분량을 할애하기에 ‘큰사전‘이라고 이름을 붙인 모양이다. 가령 <인조인간 프로젝트>의 소개는 이렇다.

˝‘시각‘ 섹션의 ‘광고‘ 키워드를 다룬 <인조인간 프로젝트>에서는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인 1890년대 후반부터 1945년 전까지 광고를 다룬다. 특히, 광고의 수가 많았던 1920~1930년대의 신문광고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같은 저자의 책을 검색하다가 오래 전에 나온 <상품의 시대>(민음사)도 관심이 가서 구입했다. 부제가 좀 긴데, ‘출세, 교양, 건강, 섹스, 애국 다섯 가지 키워드로 본 한국 소비사회‘다.

˝저자 권창규는 국문학 전공자로서는 드물게 문화 자본과 소비에 관심을 가지고 광고를 통해 한국과 한국인을 읽어 냈다. 대한제국과 식민지 시기에 나온 광고를 비롯해 문학과 신문·잡지의 기사를 섭렵하며 상품 소비가 삶의 중심으로 부상한 근대의 일상을 살피고 상품의 호출해 낸 한국인의 실체를 조명한다.˝

광고를 주제로 한 <인조인간 프로젝트>와 같이 읽어볼 수 있는 근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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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일 강상중 교수의 신작이 나왔다. <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사계절). 그러고 보니 지난해에 나온 <만년의 집>은 건너뛰었다. 재작년에 나온 우치다 타츠루와의 공저 <위험하지 않은 몰락>까지가 내가 기억하는 책이다. 아무튼 신작은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의 현대사를 다루고 있다. 그 현대사를 압축한 표현이 책의 제목이다(현재 일본의 상황과도 정확하게 들어맞는다).

˝2018년 메이지 150주년을 앞두고 과거에 대한 찬사와 만세 구호가 휘몰아치고 전 국가적 성대한 기념식을 준비하며 애국심을 고취하던 그때, 강상중은 메이지가 남긴 야만적 차별과 불평등, 그리고 그로 인해 비참에 빠진 국민을 보듬는 작업을 시도했다.˝

같이 떠올리게 되는 건 한 세기 앞서서 그러한 문제를 직시했던 작가 나쓰메 소세키다. 강상중 교수 자신도 소세키에 대한 책을 쓴 바 있고, 근대의 문제들을 사유하는 데 있어서 막스 베버와 함께 가장 중요한 저자로 참고하고 있기도 하다. ‘떠오른 국가와 버려진 국민‘, 혹은 약간 변형하여 ‘떠오른 국민과 버려진 개인‘이라고 하면 소세키의 문제의식이지 않을까 싶다. 하반기에는 소세키의 <나의 개인주의>도 강의에서 다시 읽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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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독 철학자 한병철 교수의 <폭력의 위상학>(김영사)이 번역돼 나왔다(짐작에 영어로 가장 많이 번역된 한국인 철학자다. 물론 독어로 쓴 책들이 영어로 번역된 것이지만). <피로사회>로 화제가 된 이후에 대부분의 저작이 번역되고 있는데(분량은 얇아도 종수는 많다) 타이틀 가운데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다. 몇년 전에 다섯 권의 책을 강의에서 다루면서 <에로스의 종말><아름다움의 구원>까지 읽었는데, 기억에는 이 책들보다 먼저 나온 저작이다.

˝폭력의 구조, 역사, 정치, 심리, 가해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시스템의 폭력까지, 오늘의 세계를 지배하는 폭력에 관한 분석을 담은 책이다. 주권사회에서 근대의 규율사회로, 다시 오늘날의 성과사회로, 사회의 변천과 더불어 그 양상을 달리하고 있는 폭력의 위상학적 변화 과정을 살피고, 점점 내부화, 심리화하고 있는 이 시대의 폭력을 예리한 시선으로 읽어낸다.˝

시스템의 폭력을 다룬다는 점에서는 지젝의 <폭력이란 무엇인가>와 비교해서 읽어봐도 좋겠다. 비록 지젝의 책은 절판된 상태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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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입하는 방관자’를 자처하는 저널리스트 그리고 인류학자˝로 소개된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정보는 저자가 대만인이라는 점이고 이번에 처음 번역된 그의 책 <슬픈 경계선>(추수밭)이 아시아 여행기라는 점이다. 대만 인문학자의 책이 가끔씩 눈에 띄는데 나로선 아시아 여행기라는 점에 눈길이 갔다. 그러고 보니 제목도 유사한데 한국 지식인들의 아시아 기행을 다룬 <슬픈 아시아>(푸른역사)도 있었다.

˝국경, 세대, 인종, 계급 등 다양한 경계에 대한 르포르타주이자 여행 에세이, 그리고 문화인류학 필드워크. 타이완의 인류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아포가 십여 년 간 강제로 그어진 경계인 한국 휴전선부터 세대 간 소통이 점점 어려워지는 조선족들의 가정, 미국과 일본 사이에 놓이게 된 오키나와, 전쟁을 잊고 싶어 하는 베트남과 톈안먼을 기억하는 홍콩에 이르기까지 아시아의 국경과 분쟁 지역, 그리고 일상을 둘러봤던 기록들을 정리했다.˝

세계문학강의가 주로 구미에 편중돼 있었는데 이제 차츰 제3세계로 시야를 넖히는 중이다. 동아시아를 제외하면 동남아와 서남아가 그간에 공백이었다. 이 지역 문학과 역사가 빈곤하게 소개된 탓이다(전공자도 태부족이겠다). 그렇지만 아주 없는 건 아니므로 대안을 궁리하며 준비는 하고 있다. 언젠가 문학기행까지 가능할지는 기약할 수 없지만 대표 소설들이 소개되길 기다리면서 이런 여행기도 챙겨놓는다. 아, 지난해 나온 책으로(하지만 알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다) <한국의 동남아시아 연구>(서울대출판원)도 요긴한 참고자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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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일대 강의 <죽음이란 무엇인가>(엘도라도)로 처음 소개되었던 셀리 케이건의 책이 오랜만에 추가되었다. 이번에는 동물윤리에 관한 것이다. <어떻게 동물을 헤아릴 것인가>(안타레스). ‘사람과 동물의 윤리적 공존을 위하여‘가 부제다.

˝이 책은 케이건 교수가 옥스퍼드대학교 우에히로 실천윤리 센터의 초청을 받아 진행한 특별 강좌를 재구성한 것으로, 인간과 동물의 도덕적 ‘지위’와 의무론적 ‘권리’ 그리고 윤리적 ‘공존’에 관해 고찰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동물윤리와 관련하여 바로 떠올릴 수 있는 책은 피터 싱어의 <동물해방>이다. 이후에 이 분야의 쟁점이 무엇이고 논의가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해볼 수 있겠다(목차라도 일별해볼 필요가 있다). 나로선 일주일에 한번쯤 만나는 강아지 한 마리가 ‘동물 경험‘의 전부이긴 하지만 동물 학대 사례가 여전히 심심찮게 보도되는 걸 보면 이 주제에 대한 관심의 공유가 필요하다. 사회적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

개와 고양이에 관한 책은 과장해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데 최근에 나온 책은 <개는 우리를 어떻게 사랑하는가>(현암사)다(처음엔 주어가 바뀐 줄 알았다). 동물행동학을 전공한 저자가 쓴 ‘과학책‘으로 ‘개의 특별한 애정에 대한 과학적 탐구‘가 부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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