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환란 중에(‘신천지가 겪고 있는 환란‘인지 ‘신천지가 몰고온 환란‘인지 해석은 신앙에 따라 다르겠다) 도올의 예수전이 출간되었다. <나는 예수입니다>(통나무). <도올의 마가복음 강해>에 이어지는 책인데 짐작에는 그 대중적 보급판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강해‘ 같은 묵직한 책의 독자는 한정될 것이기에. 성경을 읽는 독자라면 ‘도올의 예수전‘ 정도는 필독하면 좋겠다.

˝도올이 걸어온 50년 신학탐색여정에서 가장 빛나는 금자탑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마가복음에 대한 치밀한 분석으로 예수라는 인물의 실제적 정황을 찾아내고자 한다. AD 70년 예루살렘 멸망 이후의 폐허에서 예수를 인류의 보편적 메시아로 어필시키려는 마가의 차원 높은 의도와 사상적 고뇌를 포착하여 저자는 2천년 전의 예수를 피가 돌고 맥박이 뛰는 생동하는 오늘날의 인물로 살려낸다.˝

책이 세상을 나아지게 만들 수 있을까(계몽주의의 오래된 기획이다)란 문제와 관련하여 우리시대에 척도가 되는 저자가 몇사람 있다면 도올은 대표급이다. 지난해에 나온 한국현대사책으로 <우린 너무 몰랐다>가 갖는 의의이기도 했다. 지식(인식)의 가치를 재는 중요한 척도는 공유의 범위다. 한알의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아니하면 한알 그대로 있고(참된 앎을 혼자 간직하면 혼자만의 앎에 그치게 되지만)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널리 알려서 나눠가지면 더 나은 세상이 되리라). 지식 코뮤니즘의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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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의 시간정치‘라는 부제 때문에 주목하게 되는 책은 김학선의 <24시간 시대의 탄생>(창비)이다. 저자는 국제지역대학원의 한국학 전공자이고 책은 박사학위논문을 단행본으로 엮은 것. ‘시간정치‘라는 개념에 끌린 건 지난해 나온 엘리자베스 코헨의 <정치는 어떻게 시간을 통제하는가?>(마티)가 생각나서다. 여차하면 서평강의에서 다루려고 했던 책이다. 먼저 코헨의 책에 대한 소개.

˝이 책은 시간이 민주적 합의 과정에 필수적인 요소일 뿐 아니라, 정치 행위자들이 권리를 거래할 수 있게 해주는 대단히 중요한 ‘재화’라고 주장한다. 또한 국가가 시민들의 시간을 다루는 방식에 대한 규범적 분석을 통해 국가가 일부 사람들의 시간을 남용하고 차별하는 경우, 시간의 가치가 평가절하되는 사람들이 겪는 시간적 불평등에 주목한다. 이 책은 민주주의 시스템에서 시간이 가지는 의미를 새로이 생각해보게 해줄 것이다.˝

‘시간의 정치적 가치와 불평등에 관한 분석‘이라는 부제가 주제와 문제의식을 잘 집약하고 있다. <24시간 시대의 탄생>은 좀더 실제적이고 역사적인 연구다.

˝1980년대의 시간정치를 분석함으로써 한국사회에서 시간이 사회발전과 자기개발을 위한 대상이 되는 과정, 즉 신자유주의적 시간의 기원을 탐색하는 책이다. 저자 김학선은 1980년대에 하루 24시간이 정치적·경제적·문화적 자원으로 적극 개발되고 활용되는 점에 주목하며 통치규율, 자원으로서의 시간, 국민국가의 시간제도 등의 측면에서 1980년대의 시간정치를 고찰한다.˝

시간정치라는 개념과 문제틀이 1980년대(제5공화국 내지 전두환정권기)에 대한 어떤 새로운 인식을 가져다줄지 궁금하다.

시간정치, 내지 ‘시간과 정치‘와 관련해서는 랑시에르의 <모던 타임스>(현실문화)도 참고도서다. ‘예술과 정치에서 시간성에 관한 시론‘이 부제. 이와는 별도로 랑시에르의 문학론 관련서들을 엊그제부터 찾는 중이다. 랑시에르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론을 포함하여 상당 분량의 문학론을 썼다. 그에 관한 연구서를 포함해 대부분의 책을 갖고 있는데 중구남방으로 흩어져 있다. 동원령을 발동하면 모여들까. 책을 제대로 부리지 못하는 것이 장서가의 고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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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제목으로 착각할 수 있는 사회학책, 이라고 적으려니 또 마땅찮다. 감정사회학 에세이라고 해야 할까? 김신식의 <다소 곤란한 감정>(프시케의숲). 부제가 ‘어느 내향적인 사회학도의 섬세한 감정 읽기‘다. 소개는 이렇다.

˝비평가 김신식 작가의 ‘심정 3부작’ 출간 프로젝트의 첫 번째 책으로, 사회 현실 속에서 ‘감정’으로 인해 힘겨워하는 이들을 위한 기록이다. 모두 5부에 걸쳐 단어 55개를 선별해 우리가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감정’을 자세히 살펴본다. 탄탄한 감정사회학 연구에 기반을 둔 그의 생각들이 지적인 에세이 형식으로 제시된다.˝

부제만 봐도 사회‘학‘ 책은 아니다. 제목은 몰라도 부제는 보통 출판사에서 붙일텐데, 나 같은 독자는 ‘다소 곤란한 감정‘을 갖게 한다. ‘내향적인‘이란 수식어가 사회학도에게 필요한 것인지 싶어서다. 설사 내향적인 성격이라 하더라도 개인의 성격이란 학문과 무관하거나 참고사항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섬세한 감정 읽기‘라는 표현도 생각하면 군더더기인데, ‘투박한 감정 읽기‘의 사례가 있어야 의미를 가질 터이다. 목차만 보면 책은 55개의 항목의 감정사전에 가까운 것 아닌가 싶다.

그래서 같이 떠올리게 되는 책은 김소연 시인의 <마음사전>(마음산책)과 고종석의 <어루만지다>(마음산책) 등이다(아, 강신주나 아들러의 <감정수업>도 있었구나!). 뒤늦게 발견했는데 책에는 김소연 시인도 (문화연구자 엄기호와 함께) 추천사를 얹었다.

˝그 누구도 나를 목적 없는 선의로 대할 리 없으며, 나의 순수한 선의는 자주 약점이 될 수 있다는 걸 잊지 말 것. 언제나 속마음이 들키지 않도록 포커페이스를 할 것. 속지 않고 살기 위해 타인에겐 되도록 의구심을 품을 것. 언젠가부터 내가 장착하게 된 모토이다. 이 몹쓸 모토 덕분에 내 자신을 나는 더 잘 보호할 수 있게 되었으나, 그래봤자 아주 미미하게 나아졌을 뿐이다. 그에 비해 감정노동의 강도는 어마어마하게 불어났다. 이뿐이면 좋으련만, 하루하루 온갖 말들로 도처에서 받는 상처는 쌓여간다. 받은 상처의 반대편에는 나도 모르게 내가 준 상처 또한 수북할 것이 분명하다. 타인에게 상처를 줬을까봐 내가 한 말들을 뒤늦게 복기하는 괴로움. 당신은 어떠신가. 만약, 당신도 나와 비슷한 피로감으로 살아가고 있다면, 김신식의 <다소 곤란한 감정>을 읽어보길 권한다.˝

아무래도 이 책은 내향적인 독자들을 위한 것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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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은 ‘개인‘과 함께 근대사회뿐 아니라 근대문학 이해의 핵심 주제다. 자연스레 대중의 등장과 그 형상화에 대해서 강의에서 빈번하게 강조하는 편이다. 대중과 관련한 역사서나 사회학적 분석에도 눈길을 줄 수밖에 없는데 독일 학자들의 신작 <새로운 대중의 탄생>(21세기북스)은 그런 면에서 관심도서일 수밖에 없다. ‘흩어진 개인은 어떻게 대중이라는 권력이 되는가‘가 책의 화두.

저자들의 문제의식은 대중에 관한 고전적 이론, 곧 귀스타브 르봉이나 가브리엘 타르드의 대중론에 맞지 않는 ‘새로운 대중‘이 등장했고 이에 대한 이론적 해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이 주제의 선구적인 책이 르봉의 <군중심리>(1895)다). ‘새로운 대중‘과 대비하여 전통적인 대중을 저자들은 ‘포퓰리즘적 대중‘이라고 부르고 그것이 현재는 새로운 대중과 공존한다고 본다. 차이점은 새로운 대중에서는 개인이 집단적 주체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고 보존된다는 것(물 속의 물방울처럼?). 이러한 새로운 현상을 포착하기 위한 이론과 관점을 모색해보려는 게 저자들의 의도다. 동시에 독자로서도 그 결론에 관심을 갖게 된다.

원저는 바로 지난해에 나왔다. 대중이론에 관해서라면 ‘전위‘에 있다고 봐도 무방하겠다. 서평거리가 될 만한 책을 찾다가 후보 중의 하나로 고른다. 혹은 서평강의에서 다룸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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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론>의 철학자 존 롤스의 <도덕철학사 강의>(이학사)가 출간되었다. 출간일로는 어제 나온 책이다. 원저는 진즉 알고 있었고 소장도서로 생각하고 있었는데 구매내역에 없어서 상황을 판단중이다(구매하려던 책을 구매한 책으로 착각한 것인지도).

˝사회·정치철학의 불후의 명저인 <정의론>의 저자이자 20세기 가장 위대한 철학자 중 하나로 평가받는 존 롤즈가 하버드대학에서 진행했던 전통적인 도덕철학 강의를 담은 강의록이다. 당대를 선도적으로 이끈 정치철학자 롤즈는 하버드대학에서 30년간 다양한 도덕철학 강의를 펼치며 철학적 윤리학에 대한 오늘날의 접근 방식과 이해 방식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

‘예일오픈코스‘의 책들을 두 권 강의에서 다룬 적이 있기에(그러고 보니 샌델의 하버드 강의 <정의란 무엇인가>도 강의에서 여러 차례 다루었다) 롤스의 강의도 난이도만 적절하다면 강의에서 다룰 수 있겠다 싶다. 물론 샌델처럼 달변의 강의를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서도. 아, 샌델의 박사학위논문이 롤스의 자유주의 검토와 비판이라는 사실을(아는 사람은 아는) 말이 나온 김에 적어둔다. <도덕철학사 강의>와 <정의란 무엇인가>를 비교해서 읽어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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