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이름만으로는 가늠이 안된다. '채석장 시리즈'. 문학과지성사의 새 인문 시리즈가 런칭되었는데, 취지문에 따르면 "논쟁적인 주장을 펼치는 정치, 사회, 예술 에세이, 그리고 작가들의 사유가 담긴 편지, 일기 등을 소개"하는 시리즈다. 일차분으로 나온 건 <'자본'>에 대한 노트>와 <아카이브 취향>, <정크스페이스/미래도시> 세 권이다. 
















에이젠슈테인이 찍으려고 했던 영화 <자본>에 대한 노트가 일단 눈길을 끄는데, 거기에 알렉산더 클루게의 글이 보태졌다. "문학과지성사의 새로운 인문 에세이 시리즈 ‘채석장’의 첫 책으로, 마르크스의 <자본>을 영화화하려고 했던 세르게이 에이젠슈테인의 작업노트(1927~28년)와 함께 에이젠슈테인의 이 미완의 기획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이데올로기적 고대로부터 온 소식>(2008년)이라는 영화를 만든 알렉세이 클루게가 이 작품의 베니스 비엔날레 전시를 위해 제작한 동명의 소책자(2015년)를 소개한다." 186쪽 분량으로는 두껍지는 않지만 여러 가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두꺼운' 책이다. 
















<아카이브 취향>의 저자 아를레트 파르주는 프랑스의 역사학자이고(18세기 계몽주의 시대가 전문분야라 한다) 두 권의 공저가 소개된 상태. <아카이브 취향>은 영어로도 번역돼 있다. 세권의 책 가운데 (알라딘에서는) 가장 반응이 좋은 듯하다. 나부터도 먼저 손에 들 만한 주제다. 



 













아카이브란 주제와 관련해서는 자크 데리다의 책들이 떠오른다. 구입한 책도 있고 구입해야 할 책도 있다. 정리된 도서관에서 이 책들을 읽을 때쯤이면 노년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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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으로 페이퍼 쓰는 일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PC로 몰아서 적는다. 최근에 나온 책 가운데 독문학자 윤미애 교수의 <발터 벤야민과 도시산책자의 사유>(문학동네)를 어제 구입했다. '스투디움총서'의 하나로 나온 책. 주로 번역자로 활동해온 저자의 첫 단독저작이다. 소개는 이렇다. 

















"20세기 가장 중요한 비평가로 손꼽히는 발터 벤야민을 30년 이상 꾸준히 연구하며 국내외 학계와 독자 대중에게 소개해온 독문학자 윤미애 교수의 첫 단독 벤야민 연구서다. 그간 국내에 벤야민의 저작 대부분이 소개되어 있고 그의 생애와 사상을 밝히는 연구서 역시 적지 않게 출간되어 있는 상황에서, 저자는 한국 연구자로서 새로운 화두로 벤야민의 사유 지도를 펼쳐보이고자 고민했다. 그리하여 벤야민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수많은 키워드 가운데 ‘도시산책과 도시관찰’ ‘자본주의 태동기의 도시’ ‘도시에서 보낸 유년시절에 대한 회상’ 등을 골자로 삼고, 벤야민 특유의 파편적이고 사변적이며 양가적인 사유를 섬세하고 중층적으로 분석해냈다."


제목의 '도시산책자'가 새로운 키워드는 아니다. '산책자'는 보들레르와 벤야민의 공통 키워드로 잘 알려진 주제이기 때문(<로쟈의 인문학 서재>를 펴낸 곳도 지금은 사라진 출판임프린트 '산책자'였다). 이 주제에 대해서 적당한 분량으로 잘 갈무리해놓은 책으로 보여서 구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올 8월에 예정돼 있던 독일-카프카문학기행도 취소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벤야민과 브레히트의 베를린도 만나볼 예정이었다. 가을의 프랑스문학기행도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파리는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와 관련해서도 의미가 있는데(보들레르와 벤야민의 파리) 코로나가 모든 것을 삼켜버렸다. 하는 수 없이 올해는 '준비'로만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다. 손바닥 발바닥으로 열심히 거울을 닦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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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랏빛소 2020-05-15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서야 벤야민의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부산 강연 때 로쟈님의 강의가 생각나서 들렀습니다.
벤야민은 아주 천천히 읽게 됩니다. 슬로우 독서를 어쩔 수 없이 하게 하니 몰입의 즐거움이 생깁니다. 강연 때 로쟈님이 하신 얘기 중 ˝ 책 읽는 사람은 뇌가 타고난 뇌와 다르다. 앞으로 점점 줄어 들테니, 이미 읽기 시작한 사람들이 더 많이 읽는 수 밖에 없다˝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건강하세요. 꾸벅^^
 

가라타니 고진의 신작이 나왔다. <사상적 지진>(도서출판b). 소개에 따르면 "책은 제1강연집 <언어와 비극>, 제2강연집 <문자와 국가>에 이은 제3강연집이다." 일어판 부제를 보니 1995년부터 2015년까지 20년간 진행한 11편의 강연을 수록한 책이다. 
















해서 전작인 두 권의 강연집에도 생각이 미치게 된다. <언어와 비극>(한국어판 2004)은 읽었고, <문자와 국가>(2011)는 읽지 않았는데(어느 틈엔가 읽지 않은 고진 책도 쌓이게 되었다!), 다시금 챙겨놓아야겠다. 아쉽게도 <언어와 비극>은 현재 절판된 상태이고, '가라타니 고진 컬렉션'에도 빠져 있다. 다시 출간되는지 모르겠는데, 돌이켜보면 '주옥 같은' 강연들을 모아놓은 책이었다. 대략 세권의 강연집으로 가라타니 고진 비평과 사상의 진화/변화 과정을 따라가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그의 애독자라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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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풍오장원 2020-03-26 0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언‘도 바리에테신서에서 콜렉션으로 커버 바꾸어서 나온 마당에 언어와 비극도 빨리 재출간했으면 좋겠습니다..

로쟈 2020-03-26 11:33   좋아요 0 | URL
판권계약기간이 끝나서 다른 곳에서 나올 거 같다네요..

알료샤 2021-04-21 11: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라타니 고진 전집을 살펴보며 궁금했던 게 있습니다. 6권, 8권은 있는데, 7권이 빠져 있더군요? 혹 <언어와 비극>이라든가 컬렉션 외에 출간된 도서가 있어 기획상 공백이 생긴 걸까요?

로쟈 2021-04-21 23:38   좋아요 0 | URL
내부 사정은 모르겠는데, 아마 판권 문제가 아닌가 싶네요. 다른 곳에서 책이 나오는 것 같아요..
 

페미니즘 관련서는 거의 매주 출간되고 있기 때문에 뉴스가 되지는 않는데, 그래도 최근에 나온 책 두 권은 주목할 만하다. 하나는 <99% 페미니즘 선언>(움직씨)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의 1세대 페미니스트 리인허의 <이제부터 아주 위험한 이야기를 하겠습니다>(아르테)이다. 페메니즘 관련서는 상당히 많이 갖고 있는 편이지만 한동안 읽게 되지 않았는데(너무 많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여성문학 강의와 관련한 필요도 있어서 다시 손에 들고 있다. 페이퍼를 쓰는 일도 잦아질지 모르겠다. 

















먼저, <99% 페미니즘 선언>. 작성자는 저명한 정치철학자 낸시 프레이저를 포함한 3인이다. 페미니즘 선언의 전례가 없는 건 아니다. <레즈비언 페니즘 선언>(현실문화)이나 급진 페미니즌 선언서들은 모은 <페미니즘 선언>(현실문화) 등이 앞서 나왔었다. <99% 페미니즘 선언>은 당연하게도 '99%'라는 말에 방점에 찍힌다. 그리고 차별점이기도 하다. 


"페미니즘은 생물학적 여성만을 위한 운동이 아니다. 99퍼센트의 페미니즘은 여성 혐오와 성 소수자 혐오의 양자택일 싸움을 거부한다. 평생을 일해도 가난한 99% 사람들, 집 안팎에서 자본에 이중 착취당하는 여성들과 생물학적 성에 불응하는 퀴어 LGBTQ+들의 당연한 권리를 위해 싸운다. 이 시의적절하고 불같은 선언으로 모두가 마땅히 누려야 할 세계를 요구하는 페미니즘 혁명이 시작된다."


원서를 구하려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예상대로 전문이 공개돼 있다. 시간이 나는 대로 숙독해볼 참이다. 
















그리고 리인허. 중국의 여성 사회학자이자 걸출한 페미니스트를 처음 알게 된 건 얼마 되지 않는다. 지난해봄 중국문학 강의에서 왕샤오보의 <혁명시대의 연애>(창비)를 읽으면서인데, 요절한 천재작가 왕샤오보의 아내가 리인허였다. 왕샤오보와 사별한 이후에 리인허는 트랜스젠더 택시기사와 재혼하여 입양 자녀와 함께 살고 있다 한다. 그녀의 인생 자체가 '선언적'으로 보인다. 이번에 나온 책은 부제가 '검열의 나라에서 페미니즘-하기'다. '검열의 나라'는 물론 중국을 가리킨다. 


"전 세계 여성 결정권자의 60퍼센트가 중국인이며, 유리천장 문제에서 중국은 꽤나 주목받는 나라다. 그렇다면 중국은 정말 ‘여성우위사회’일까? 유교적 남존여비, 사회주의적 무성화, 개혁개방과 함께 밀어닥친 성 관념의 변화까지 우리와 다른 듯, 닮은 중국의 페미니즘은 어떤 모습일까? 페미니즘이라는 렌즈를 통해 살펴본 중국 사회의 모습에서 우리는 우리의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만나게 된다.

중국 1세대 페미니스트이자 LGBT 운동가인 리인허의 페미니스트로서의 고민과 시선을 담은 책이다. 1950년대 태어난 저자는 전통적인 ‘남존여비’,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을 거치며 소거된 ‘여성’과 사회를 지배한 ‘성 엄숙주의’, 개혁개방 이후 자유주의적 성 관념이 유입되기까지 전복의 전복을 거듭한 중국의 역사, 문화, 사회적 토양에서 지속적으로 여성과 성소수자의 삶을 고찰하며 목소리를 내 왔다. 언제나 시대와 불화했던 이 전위적 페미니스트의 에세이는 그 다양한 부침의 결과물들이 상존하는 중국의 사회의 정경을 포착한다."


지난해 강의시에는 미처 확인하지 못했는데, 리인허의 책으론 <중국여성의 성과 사랑>(동방미디어)이 진작에 번역됐었다. 중국에서는 1996년에 나오고 번역본 출간은 1997년이다. 현재는 절판. 왕샤오보의 작품들도 흥미롭게 읽었는데, 더 널리 알려져서 번역본이 더 나오면 좋겠다...


20. 03.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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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철학자 자크 랑시에르의 대담집이 나왔다. <자크 랑시에르와의 대화>(인간사랑)다. ‘피곤한 사람들은 어쩔 수 없지!‘가 부제. 부제가 어떻게 나온 건지는 읽어봐야 알겠다. 원저는 2009년에 나왔고 랑시에르의 저작을 전반적으로 훑어보게 해주는 구성이다.

˝랑시에르는 자신의 철학적 여정과 발언들의 변경과 지속들을 드러내면서 자신의 말과 글들을 논평하고 설명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이 대담집에서, 랑시에르는 다른 이론적인 발언들과의 관계에서 자신의 사유를 정의·재정의하고, 그 경계를 확정하고자 하며, 정치, 미학, 예술, 영화, 문학에 대한 자신의 텍스트들의 떨어질 수 없는 성질을 드러내고자 하며, 자신의 글들이 불러일으킨 질문과 비판에 대답하고자 한다.˝

되짚어보면 <불화>(길) 이전의 초기 저작들은 아직 번역되지 않았는데 소개될 가능성이 있는지 궁금하다. 얼마전부터 랑시에르의 문학론에 관심을 두고 몇권의 책을 찾는데 아직 성과가 없다. <문학의 정치>(인간사랑) 등이 관련서다. <불화>도 보이는 대로 빼내놓아야겠다. 이번 대담집을 읽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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