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직접적인 계기가 되어 우리를 포함해 전 세계가 또 한번의 전환기로 넘어가는 듯하다. 앞으로 1년 뒤(미국은 그 사이에 대선이 있다) 어떻게 변화되어 있을지 궁금하다. 그렇지만 별로 기대가 되지 않는 나라도 있다. 아베의 일본인데, 아베 이후에 대한 전망도 더 나을 것이 없기에, 새삼 질문하게 된다. 일본은 도대체 어떤 나라인가. 
















새로 나온 책으로 헨미 요의 <1★9★3★7 이쿠미나>(서커스)가 던지는 질문이다. 몇년 전에 나온 에세이 <먹는 인간>(메멘토)을 통해서 알게 된 저자인데, 일본의 저널리스트이자 소설가, 시인이라고 소개된다. 일본의 우경화에 '저항'하는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쓰고 있다고.1937년은 난징 대학살이 일어난 해로만 기억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헬렌 켈러가 일본을 방문한 해였기도 하다. 이런 일이 있었다 한다.  


"1937년 미국의 헬렌 켈러가 일본을 방문했다. 시청각 중복 장애자인 헬렌 켈러는 현대판 성녀로 일본 사회의 열렬한 환영을 받았는데 환영식 행사가 한창일 때 대합실에 놓아둔 그녀의 지갑을 누군가 훔쳐간 사건이 일어났다. '성녀에 대든 자, 현금과 주소록을 훔쳐' '도둑이여 부끄러워하라'. 삼중고(三重苦)의 성녀가 당한 재난에 대한 신문 기사 제목에는 일본인의 당혹감과 분노가 들끓었다. 그리고 전국에서 헬렌 켈러에게 돈과 함께 '일본을 이런 나라라고 생각하지 말아주세요'라고 사죄를 호소하는 편지가 쇄도했다. 그로부터 몇 개월 뒤 루거오차오 사건 조작으로 중일전쟁이 발발했고 그해 연말부터 이듬해 연초에 걸쳐 난징에서는 '인간 상상력의 한계를 초월하는' 난징 대학살이 벌어진다. 헬렌 켈러의 일본 방문을 기뻐하고 그녀의 강연에 진심으로 감동한 다수의 사람들과 중국 각지에서 제멋대로 사람들을 죽이고, 강간하고, 약탈하고, 방화한 일본 장병들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을까. 지킬과 하이드처럼 돌연 인격 변화를 일으킨 것인가."


그래서 던지는 질문이다. 일본은 도대체 어떤 나라인가? 그나마 일본 내부의 성찰의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을 것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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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맘 2020-05-31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대됩니다 정말 궁금하네요
옮긴이가 한승동, 혹시 그 한겨레 기자분?

로쟈 2020-06-01 00:33   좋아요 0 | URL
네, 지금은 그만 두신 걸로 알아요..
 
 전출처 : 로쟈 > 시간의 지도와 생태제국주의

7년 전에 쓴 페이퍼다. <생태제국주의>는 나중에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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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올리려다가 만 페이퍼다. 인류세와 자본세를 화두로 한 책들이 나와서 같이 묶으려 한다. 먼저, 사이먼 루이스와 마크 매슬린 공저의 <사피엔스가 장악한 행성>(세종서적). 원제는 '휴먼 플래닛'(2018)이다. '인류세가 빚어낸 인간의 역사 그리고 남은 선택'이 부제.
















"21세기에 대두한 중요한 과학 논쟁 중 하나인 ‘인류세Anthropocene’ 즉 ‘인간의 시대Age of Man’에 관한 세밀한 탐구서. 문명의 붕괴와 멸종 시나리오로 보는 세계사를 통해 인간이 지구를 지배하는 기본 규칙을 밝혀주는 새로운 증거들을 총망라했다. 인간, 즉 사피엔스가 어떻게 ‘자연의 폭력’이 되었는지를 집요하게 파헤침으로써 인류세라는 불안정한 지구를 살아가는 인류에게 극심한 환경파괴를 극복할 방안으로 보편적 기본소득과 재야생화를 강조하고, 미래에 대한 아직은 실현 가능한 희망을 제시한다."
















지질학계에서는 검토중인 사안으로 알지만, 출판쪽에서는 '인류세'라는 개념을 적극 수용한 책들이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도 인류세인문학단이 발족하여 책을 펴내고 있는 상황. 그것이 사피엔스의 성취인지, 재앙의 시작인지는 두고봐야겠으나 조짐이 좋지는 않다(기후변화와 함께 코로나 사태가 대표적 징후다). 인류세를 다르게 '자본세'로 부를 수 있다면(실제로 인류세의 기점은 산업혁명으로 보는 시각과 2차 세계대전 이후로 보는 시각이 있다. 어느 쪽이든 자본주의 문명이 인류세의 핵심 조건이다). 














이번주에 나온 라즈 파텔 등의 <저렴한 것들의 세계사>(북돋음)가 이 문제를 숙고하게 해준다. 라즈 파텔은 앞서 <경제학의 배신><식량전쟁> 등의 책으로 소개된 저자. 이번 책의 부제는 '자본주의에 숨겨진 위험한 역사, 자본세 600년'이다. 자본주의의 탄생과 함께 인류니, 아니 지구는 자본세로 진입했다는 얘기?


"‘자본주의는 세계를 싸구려로 만듦으로써 작동해왔다’는 저자들의 메시지는 기후 위기, 극단적 불평등, 금융 불안 같은 현재의 위기가 자본주의가 감춰온 비용이 비로소 우리에게 청구서로 날아들었음을 서늘하게 지적한다. 이들 위기는 별개의 해법으로 고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세계라는 총체를 제대로 이해함으로써 재구성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때로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과연 우리가 어떤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인지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그런 성찰을 강요받고 있다는 것도, 인류세 혹은 자본세의 특징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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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서프라이즈'의 하나는 영국의 저명한 역사가(러시아사 전공이다) 올랜도 파이지스의 <유러피언>(커넥팅)이다. 지난해 가을 영국문학기행 때 런던의 해처드 서점에서 갓 나온 신간으로 구입한 책인데, 이렇듯 빨리 소개될 줄은 몰랐다. 파이지스 교수의 전작들이 그렇게 많이 팔려나간 것 같지 않은데, 그럼에도 이런 중후한 책이 발빠르게 번역돼 반갑다. 
















"올랜도 파이지스는 이 책 <유럽인>을 통해 유럽 연합이란 하나 된 국가공동체가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이었던 '유럽 문화'와 '국제주의적 문화'의 형성 과정을 이반 투르게네프, 폴린 비아르도와 루이 비아르도 부부의 생애와 국제사 관점에서 바라본 유럽사로 살펴본다."


번역본의 부제는 '세 사람의 생애로 보는 유럽 문화의 탄생'인데, 원저의 부제를 반영하면 그 '유럽문화'는 '코즈모폴리턴 문화'다. 러사아 작가 투르게네프와 프랑스의 오페라 여가수 비아르도의 관계는 투르게네프의 전기에서도 읽을 수 있다(비아르도 평전도 영어로는 나와 있지만 너무 방대해 구입을 보류했다). 그들의 관계를 유럽 문화사라는 학장된 시야에서 보고자 하는 게 저자의 착안점. 그리하여 표지 이미지처럼 상당히 고급스럽고 우아한 문화사 한권이 추가되었다. 
















파이지스의 책으로 국내에 처음 소개된 건 러시아 근대문화사 전체를 다룬 <나타샤 댄스>였다. 이후에 각론에 해당하는 책들로 러시아혁명사나 소비에트 사회사 책들이 더 나왔다. 아직 번역되지 않은 책으로는 러시아혁명을 전체적으로 다룬 <인민의 비극>과 <크림 전쟁> 등이 있다(희소한 주제에서 <크림 전쟁>도 번역되면 좋겠다). 아무려나 신뢰할 만한 저자의 책이 신뢰할 수 있는 역자의 번역본으로 나와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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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엔 반 룬의 <생각하는 여자>(창비)를 손에 들었다. 버지니아 울프를 포함해 여성작가와 문학에 대한 강의가 많아서 자연스레 생각해볼 주제들이 있어서다. ‘반 룬‘이란 성 때문에 기시감이 들긴 했지만 저자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호주 작가다. <로드 스토리> 외 두어 권의 소설을 펴냈다. 철학박사학위를 갖고 있고 대학에서는 창작을 강의한다.

<생각하는 여자>는(원저를 검색했더니 지난해에 나온 책이고 보급판은 올 가을에나 나온다) 호주예술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진행한 ‘삶을 위한 생각: 생각하는 여자를 위한 대중철학‘ 프로젝트의 결과다. 여성 사상가들의 생각을 대중에게 소개하는 프로젝트로 주제별로 저자가 만난 사상가들을 같이 만나보게 된다(독자로서는 같이 읽어보게 된다). 가령 ‘사랑‘이란 주제에 대해선 로라 키프니스를 만나보는 식. 다행히 <사랑은 없다>가 번역돼 있는(품절상태지만) 미국 비평가다.

목차를 보니 생소한 사상가도 있지만 절반 이상은 국내에 소개돼 있어서 겸사겸사 그들에 대한 가이드북으로 읽을 수도 있다. 원래 프로젝트 취지가 그런 것처럼.

한편 여성 사상가들을 소개하는 시리즈로 ‘사상가들‘의 첫권도 최근에 나왔다. 샹탈 무페의 <경합들>(난장). 무페의 책은 앞서 여러 권 나왔고 나도 대부분 읽어본 터라 친숙하다(<경합들>의 원서도 진작 구입했었다). 이어지는 리스트의 사상가들이 무탈하게 계속 소개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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