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에 차가 너무 많이 밀려들면 교통체증이 발생하듯이 너무 많은 책이 쏟아지면 독서체증이 일어난다. 봄꽃 구경을 가는 것도 아니면서 주말마다 내가 겪는 체증이다. 새로 나온 책들뿐만 아니라 읽어야 할 책들과 찾아야 할 책들, 새로 주문해야 할 책들이 뒤엉켜서 머릿속이 난장이다. 이러다가는 ‘독서지옥‘도 헛말이 아니겠다.

어지럽게 쌓여 있는 책들을 놓고도 구입할 책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이 아이러니하지만 현실이다. 방금 장바구니에 넣은 ‘이주의 발견‘은 미국의 거물 보수주의 이론가 러셀 커크(1918-1994)의 <보수의 정신>(지식노마드)이다. 1953년에 초판이 나오고 이후에 7판까지 나온 보수주의 교과서 같은 책이다. 2차대전 이후 미국 보수주의 운동의 틀을 제공해주었다고 평가받는다.

그렇다고 한국 자유당 보수나 현 미국의 트럼프 보수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면 ‘전혀‘라고 해야겠다. 일단 책의 부제가 ‘버크에서 엘리엇까지‘인데, 그건 최소한 에드먼드 버크나 토마스 엘리엇 정도는 읽어줘야 보수라는 얘기다(한국에서 ‘책읽는 보수‘란 얼마나 희귀한가).

˝버크에서 엘리엇까지라는 부제가 말하듯이 저자인 러셀 커크는 프랑스혁명에서부터 1950년대까지 보수주의의 사상사를 다루었다. 사회 발전을 위한 개혁이 사회 그 자체를 태워버리는 대화재가 될 수 있음을 간파한 버크, 다양성이라는 미덕 아래 획일화된 평범함이라는 악을 품은 민주주의의 모순을 읽어낸 토크빌, 추상적 자유는 방종이기에 법 앞에서의 규범적 자유를 옹호한 존 애덤스 등, 이 책은 자유주의가 초래할 위험과 폐해를 통찰한 보수주의자들의 위대한 상상력으로 가득 차 있다.˝

러셀 커크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엘리엇과 그의 시대>란 책도 썼기 때문인데 <보수의 정신>과 함께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 주문대기 상태. 안 그래도 다음주에 엘리엇의 <황무지>에 대한 강의도 있어서 엘리엇에 관한 자료들을 읽으려던 참이었다. <T.S. 엘리엇: 인간과 문학>(동국대출판부)은 또 어디에서 찾는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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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간판급 인문학자 마사 누스바움의 새책이 출간되었다. <인간성 수업>(문학동네). ‘인간성 계발‘이라고 제목이 예고되었던 책이다. ‘새로운 전인교육을 위한 고전의 변론‘이 부제이고 원저는 1997년에 나왔다.

˝교육학의 고전이 된 마사 누스바움의 명저. 저자 누스바움은 비판력, 이해력, 상상력을 토대로 한 ‘자유교육’의 고전적 기원과 이상을 끌어와, 우리가 대학에서 무엇을 어떻게 배우고 있고 배워야 하는지 역설한다.˝

누스바움의 책들과는 인연이 없지 않은데 <시적 정의>(궁리)와 <역량의 창조>(돌베개)는 강의에서 다루었고, <공부를 넘어 교육으로>(<학교는 시장이 아니다>)에 대해서는 서평을 쓴 바 있다. 그렇더라도 <혐오와 수치심>(민음사)을 포함해 두툼한 책 몇권은 아직 읽을 짬을 못 내고 있다.

누스바움의 책 가운데 관심이 있는 건 그리스 고전을 다룬 초기 저작들이다. <욕망의 치료> 같은 책이 대표적인데 <인간성 수업>도 전인교육을 위한 고전의 변론이라니까 무관하지는 않겠다. 고전 독서나 교육의 의의를 대해서 간혹 강의를 할 때가 있는데 누스바움의 고견도 참고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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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만으로 세월을 느끼게 해주는 저자들이 있는데 하버드대학의 신학자 하비 콕스도 거기에 속한다. <세속도시>(1965)로 명성을 얻은 저자의 신간이 나오다니! 1929년생으로 2009년 정년퇴임했지만 여전히 정력적인 모양이다. 2016년에 펴낸 <신이 된 시장>(문예출판사)이 번역돼 나왔다. 여기서 ‘시장‘은 마켓을 말한다. ‘시장은 어떻게 신적인 존재가 되었나‘가 부제.

˝하비 콕스는 신학과 경제학이라는 두 가지의 시선으로 우리 사회를 들여다본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친 신학자로서 하비 콕스는 초기 기독교의 가르침은 물론 다양한 기독교 서적과 연구, 프란치스코 교황이 발표한 최근 문서 등을 검토하면서 교회가 어떻게 부를 획득해왔는지, 예수의 가르침과 성서에서 어떻게 부의 과도한 축적을 비판하고 부의 정기적인 재분배를 시도했는지, 프란치스코 교황이 부의 불평등에 대해 어떤 비판을 해왔는지를 면밀하게 검토하고 분석한다.˝

<성서 어떻게 읽을 것인가>(알에치코리아, 2017)와 <종교의 미래>(문예출판사, 2010) 등 근년에 나온 책들도 모두 구입했지만 묵혀놓은 터였는데 <신이 된 시장>만큼은 독서 기회를 마련해 보아야겠다. 구순을 맞은 신학자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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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당연한 일이지만 MB에게 구속영장이 발부되었다는 뉴스를 접하고 기운을 내서 적는 페이퍼다. 시사 팟캐스트 청취자라면 귀에 익은 이름일 터인데 ‘민중의 소리‘ 이완배 기자의 <한국 재벌 흑역사>가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다. 지난 2015년에 나왔다가 절판된 책인데 알라딘에는 상권만 뜬다(상권만 나오고 절판된 것인지). 하여간 한번 검색해본 기억이 있다.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과 재벌개혁 등의 과제가 한창 진행중인 상황에서 왜 청산과 개혁이 우리에게 필요한지 잘 말해줄 수 있는 책이겠다. 그래서 토마스 만의 <부덴브로크가의 사람들>을 강의하는 시간에 책을 소개하기도 했다. 나도 오늘 주문했으니 내일이나 받아볼 테지만.

˝재벌들이 한국 현대사에 남긴 어두운 발자취를 기록한 책. 삼성과 현대, LG와 SK, 롯데와 한화 등 재벌의 어두운 역사를 반추하고 비판하면서 한국 사회를 성찰한다. 이 책은 (상)권에서 비교적 내용이 방대한 삼성과 현대를, (하)권에서 LG, SK, 롯데, 한화 등 여러 재벌의 흑역사를 기록한다.˝

바라건대 국민 필독서로 집집마다 한권씩 꽂아두고 일독하면 좋겠다. 이런 건 시민적 책임의 일부로서 ‘공적인 독서‘에 해당한다. 정부의 개헌안도 요 며칠간 발표되었는데 차츰 정권교체의 효과가 가시화/제도화되어 가는 느낌이다. 야당의 반대로 개헌안의 통과여부는 불투명하지만 모든 일은 사필귀정이어야 한다. 전두환 구속 이후에 가장 바라던 바가 이루어져 다행스럽다. 내일은 맥주라도 한잔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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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레닌 전집1‘이라는 품번이다. 60번대 전후의 책들이 먼저 나와서 전집이 거꾸로 나오는 건가, 대체 완간은 되는 건가 궁금했는데 1권이 출간돼 의문이 풀렸다. 이제 한 60권 나오면 된다?! <이른바 시장 문제에 관하여>는 처음 들어보는데, 소개를 보니 국내 초역이다. 게다가 레닌이 23살 때 썼다니 풋풋하기까지 하다.

˝레닌 전집 1권. 러시아 혁명가 레닌의 저작 중 가장 일찍 씌어진 것으로, 국내에는 처음 번역 소개되는 책이다. 23세의 청년 레닌이 마르크스주의자로서 처음으로 세상에 내놓은 작품으로, 레닌은 이 책을 통해 나로디즘(인민주의/민중주의)과 단절하고 혁명가로서의 발걸음을 내딛었다. 농촌의 변화와 농민 문제를 경제적 측면에서 살핀 「농민 생활의 새로운 경제적 양상」과 러시아의 초기 자본주의 발전에 대해 고찰한 「이른바 시장 문제에 관하여」가 수록되어 있다.˝

아무려나 첫단추에 해당하는 책도 나왔으니 ‘레닌 전집‘이라는 ‘무(모)한도전‘이 언젠가 종착지에 이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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