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 대표작가 100인이 ‘내 인생의 거장‘을 찾아 떠나는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의 첫 세권이 출간되었다. 황광수의 <셰익스피어>, 이진우의 <니체>, 그리고 전원경의 <클림트>이다. 각각 작가, 철학자, 화가를 다루고 일는 점에서 알 수 있지만 이 시리즈의 ‘거장‘은 문학과 철학, 예술과 과학 등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어떻게 구성되는가. 가령 <셰익스피어>의 경우.

˝대산문학상 수상자인 문학평론가 황광수가 셰익스피어의 삶과 작품 세계를 살펴보기 위해 방문한 도시는 그의 고향인 스트랫퍼드와 주요 활동 무대였던 런던을 포함해 총 스물한 곳에 이른다. 영국에서 시작해 중서부 유럽을 거쳐 이탈리아와 그리스에 이르는 이 여정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세계를 관통하는 ‘하나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기도 하다. 셰익스피어 작품의 모든 인용문을 직접 우리말로 옮긴 저자는 희곡 대부분에 대한 상세한 분석과 함께 소네트와 이야기시에 대한 기본적인 안내도 담았다.˝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의 <카프카> 편을 맡아서 카프카의 도시 프라하를 두 차려 다녀오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카프카전집(전10권)도 완간돼 적절한 가이드북도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 ‘나의 카프카‘를 갖는 것도 올해의 과제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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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도 나쁨이길래 외출을 삼가며 종일 휴식을 취했다. 요양원에 있는 듯이(대형도서관이 있는 요양원이 있나 알아봐야겠다). 언제나 그렇듯 주말이면 페이퍼거리가 밀리지만 ‘요양중‘이라는 핑계로 미뤄놓고 흘러간 홍콩노래들을 듣는다. 저녁 먹기 전에 ‘이주의 발견‘이라고 점찍어놓은 책 얘기를 적는다. 사이먼 가필드의 <투 더 레터>(아날로그).

얼핏 소설인 줄 알았는데 ‘편지에 관한 거의 모든 것에 대하여‘가 부제인 교양서다. 저자는 사이먼 효과로 왠지 친근한 느낌을 주는데 <거의 모든 시간의 역사>나 <지도 위의 인문학> 등 몇 권의 책이 이미 소개돼 있다. 그래도 한권만 손에 든다면 나로선 <투 더 레터>를 택할 것 같다. 책소개는 아직 뜨지 않아 목차만 참고할 수 있는데 구입해보고 어지간하면 원서도 구해볼 생각이다.

지금이야 이메일이나 문자(혹은 카톡)로 모든 연락을 대신하기에 ‘편지‘란 말조차 낯설게 여겨지는데 생각해보니 마지막 편지를 쓴 지도 얼추 20년 가까이 되어가는 듯싶다. 손편지는 전동타자기를 쓰게 된 이후부터는 쓰지 않게 되었으니 30년이 되어 간다. 하긴 ‘손편지‘란 말 자체가 모든 편지가 손편지였던 시절을 과거로 만든다. 아무튼 나로서도 편지의 몇단계를 거쳐온지라 ‘편지‘란 말에 감응하게 된다. 책이 너무 얇지 않은 것도 마음에 든다. 마치 두툼한 편지를 받았을 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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낱권으로는 크게 주목하지 않았는데 모아놓으니 힘이 느껴진다. 최근에 나온 <권력과 교회>(창비)로 완결된 ‘대한민국 권력 비판 3부작‘이다. 앞서 <권력과 언론><권력과 검찰>이 차례로 나왔었다.

˝‘적폐의 성역’이라 불리는 한국 교회의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신앙과 양심의 목소리를 저버리지 않고 교회개혁에 끈질기게 목소리를 내온 신학자 김진호를 비롯해 한국 교회를 안팎에서 통찰해온 전문가들이 교회 재정과 종교인 과세, 목회자 세습, 여성혐오와 반동성애, 태극기 집회에서 발견되는 광신도 현상의 근원, 구호개발형 선교 등 핵심 쟁점을 파고들며 교회개혁이 과연 가능할지, 개신교 집단이 사회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영성을 발휘할 수 있을지 타진한다. 나아가 쉽게 혐오의 대상이 되고 마는 사회적 약자를 공동체가 어떻게 책임질 수 있을지 사려 깊게 전망한다.˝

한국교회의 민낯에 대한 고발과 폭로는 적잖게 있었다. 그렇지만 이제껏 바뀌지 않은 것은 그들이 갑질 재벌들처럼 ‘성역‘이어서다. 언론과 검찰과 교회가 개혁될 수 있을까.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장래는,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성패는 그 여부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시민의 중지를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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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를 앞두고 ‘올드보이‘ 후보들이 등장한다고 조롱을 사고 있는데 미국의 대표지성으로서 하워드 진과 노엄 촘스키는 내게 좋은 의미에서의 ‘올드보이‘다(공식적으로는 ‘미국의 양심‘으로 불린다). 경륜에서 나오는 지혜와 전혀 늙지 않는 비판정신의 대표격이기에. 비록 하워드 진은 2010년에 타계했지만 저자로서는 건재하다. 지난주에도 그의 신간이 나왔으니!

<역사의 정치학>(마인드큐브)은 1970년에 나온 책이니 오래된 책이긴 하다. 하지만 젊은 역사학자 하워드 진과 만나게 해준다(1922년생이므로 나보다 젊은 나이의 하워드 진이다!). 그는 바로 10년 뒤에 대표작 <미국민중사>를 써내게 될 것이다. <역사의 정치학>을 <미국민중사>의 청사진으로 읽을 수 있는 셈.

˝<역사의 정치학>은 하워드 진의 역사학자로서 면모와 참여적 지식인으로서 면모 모두를 보여준다. 책에 인용된 칼 포퍼의 말처럼, 역사에는 의미가 없지만, 역사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역사적 사건과 시대적 흐름에 대해 역사학자 하워드 진이 부여한 가장 큰 의미는 바로 휴머니즘이다. 그가 기록한 역사란 힘 있는 사람이 자신의 입맛대로 그린 것이 아니라, 이 세계의 권력이 힘없는 사람들에게 얼마나 잔인하고 냉혹하며 비정했는지 날카로운 시선으로 적어놓은 증언에 가깝다. 동시에 그는 가혹한 역사에 맞서 싸운 사람들의 연대와 실천이 인류 역사에 얼마나 중대한 변화를 이루어냈는지 잊지 않고 보여준다.˝

한편 촘스키의 책은 <불평등의 이유>(이데아)와 <파멸전야>가 한꺼번에 나왔다. ‘부와 권력이 집중되는 10가지 원리‘가 부제로 원제는 ‘아메리칸 드림의 진혼곡‘이다. ˝책의 제목이 말하듯이 인류 역사상 가장 부유하고 풍요로우며 여전히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 그리고 그 현실을 상징하던 ‘아메리칸 드림’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아메리칸 드림’뿐만 아니라 세계는 이미 충분히 불평등하다.˝

불평등이라는 화두는 이미 적잖은 지식인과 학자들이 문제삼고 있다. 자본과 탐욕의 브레이크 없는 질주가 파국과 파멸을 가시화하고 있어서다. 촘스키의 또다른 최근작 <파멸전야>(세종서적)는 ‘누가 세계를 지배하는가‘가 원제다.

˝‘누가 세상을 지배하는가?‘ 미국은 이 질문에 ‘미국‘이라는 단 하나의 답이 존재한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촘스키는 사람들이 미국의 실체에 눈 뜨고, 전 세계 대중이 미국의 잔악함을 비판하는 행동에 나선다면 진정한 ‘인류의 주인‘은 바뀔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러한 변화가 전세계적인 규모에서 가능할까. 트럼프의 집권 기간과 그 이후가 미국사에서도 그렇고 세계사에서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 같다. 우리의 경우는 멀리갈 것도 없다. 문재인 정부의 성패가 변화의 시금석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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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분야에서 ‘이주의 발견‘은 미국의 역사가이자 활동가 마커스 레디커의 <노예선>(갈무리)이다. ‘인간의 역사‘가 부제. 저자의 책은 <악마와 검푸른 바다 사이에서>(까치), 그리고 피터 라인보우와 공저한 <히드라>(갈무리)가 소개된 바 있다. 비슷한 주제와 문제의식을 담고 있어서 삼부작으로 읽어도 무방하겠다(게다가 우리에게 소개된 책은 이 세 권이 전부이기도 하고).

˝노예선은 아프리카 해안에서 수백만 명의 사람을 싣고 대서양을 가로질러 그들을 신세계로 데려갔다. 노예무역과 미국 농장체제에 관해서는 많은 것이 알려졌지만, 이를 가능하게 한 노예선에 관해서 알려진 것은 거의 없다. 뛰어난 수상 경력의 역사학자인 마커스 레디커는 <노예선>에서 해양기록에 관한 30년간의 연구를 정리하여 이 전례 없는 함선에 관한 역사를 만들어 냈으며 함선의 흔들리는 갑판 위에서 격동하는 인간의 드라마를 그려냈다. 그는 상어를 꼬리처럼 끌고 다니는 ‘떠다니는 지하 감옥‘에 타고 있는 선장, 선원, 노예의 삶과 죽음 그리고 공포를 냉혹하게 재구성했다.˝

이 책의 의의는 제목 자체가 웅변한다. 마땅히 나와야 할 책이 나온 것. 한국어판 서문에 따르면 영국(1807)과 미국(1808)의 노예무역 폐지 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2007년에 출간된 책이다. 10년 뒤늦긴 했지만 우리도 근대 자본주의의 흑역사로서 노예무역의 실상에 대해 접근할 수 있게 돼 다행스럽다. <악마와 검푸른 바다 사이에서>는 품절된 상태인데 재간되면 좋겠다.

저자는 이후에 쓴 <아미스타드 호의 반란>(2012)를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제작했다고 하는데 스필버그의 영화 <아미스타드>(1997)와 비교해서 보면 좋겠다. <아미스타드>를 뒤늦게 다운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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