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프레트 가이어의 <웃음의 철학>(글항아리)을 잠시 손에 들었다가 엉뚱하게도 이삼성 교수의 <한반도의 전쟁과 평화>(한길사)가 떠올랐다. 통일과 관련된 책들의 간단한 목록을 만들어봐야 해서 낮에 펼쳐보았던 책이다. 그러면서 든 생각은 지난달 남북정상회담과 이달에 어어질 한미, 북미정상회담 때문에 저자가 학계에서는 가장 바빠질 사람 가운데 한 명이겠구나 싶었다. 더불어 이번 책은 나오자마자 개정판 준비에 들어가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은 ‘핵무장국가 북한과 세계의 선택‘이라는 부제에서도 가늠해볼 수 있다.

˝저자 이삼성(한림대학교 교수)이 80년대부터 연구한 성과를 집대성한 것으로, 북한 핵개발의 역사와 90년대부터 본격화된 북한 핵위기의 역사를 치밀하게 추적한다. 미국, 한국 등 당사국 정부나 의회, 기타 유력 싱크탱크가 만든 보고서에 언론보도 등을 종합해 ‘팩트첵크’를 매우 충실하게 해냈다.

이러한 빈틈없는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남한 핵무장론’, ‘블러디 노즈(bloody nose) 선제타격론’ 등 일각에서 제기되는 군사적 해결방법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소리인지 비판한 다음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협정과 동북아시아 비핵지대 실현에 대해 논한다. 이때 학계에서도 저자 고유의 이론으로 주목하는 ‘대분단체제론’이 주요한 근거가 된다.˝

저자의 제안과 구상이 직접 현실화될 수 있는 국면이 펼쳐지고 있으니 책의 결론도 달라질 수 있겠다. 개정판이 곧바로 나올 만큼 한반도에 중대한 변화가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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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관은 없지만, 여성 잡지와 과학강좌 시리즈의 제목이다. 계간 <우먼카인드>는 이번에 3호가 나왔다. 여성잡지를 볼 일이 거의 없지만(은행이나 병원에서나 볼 수 있을까?) <우먼카인드>는 조금 성격이 다른 잡지여서 주목하게 된다. 



"여성의 목소리로 말하고 여성의 눈으로 새로운 가치를 읽어내는 잡지 <우먼카인드> 한국판. <우먼카인드>는 “여성을 위한 새로운 시대New era for women”라는 취지 아래 2014년 호주에서 태어났고, 3개월에 한 번 소개되는 계간지다. 이번 3호는 ‘존엄’이라는 키워드를 관통하는 이야기들로 꾸려졌다. 성폭력과 차별과 혐오의 세상에서 불의에 맞서는 우리의 의지와 연대를 생각해본다. 여성으로서 ‘나’의 명예와 권리는 여성 전체의 명예와 권리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모든 여성이 당당하게 자신의 명예와 권리를 지켜내고 존엄과 평화와 행복을 누릴 수 있을 때 나의 명예와 권리 또한 지킬 수 있다. 연대는 그러한 토양을 다지는 가장 확실한 길이다."


문학이나 시사 잡지와는 독자층이 얼마나 겹치는지 모르겠다. 이런 잡지의 수요는 얼마나 될까. 



<렉처 사이언스>는 재단법인 카오스에서 기획하여 진행하는 과학강좌를 단행본으로 펴내는 시리즈다. 첫 세 권은 2016년에 휴머니스트에서 출간되었고, 지난해부터는 반니에서 나오고 있다. 



짐작엔 똑똑한 고등학생부터 읽어볼 수 있을 듯한데(중학생 영재부터?) 교양과학의 현단계와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는 시리즈다. 이번에 나온 6권은 '미래과학'이 주제.   


"<미래과학>은 빅데이터, 인공지능, 로봇과 같은 기술뿐만 아니라, 기후와 우주에 이르기까지 더 넓은 범위에서 과학은 어디까지 발전했는지, 앞으로 어디까지 나아갈 것인지, 그 과정에서 우리는 무엇을 고민해야 할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답한다. 아직도 명확한 답은 없으며, 우리는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그 길을 탐색하려 한다."


주제가 흥미를 끌기에 구입하려다 시리즈 도서여서 전권을 페이퍼에 모아보았다...


18. 05.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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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트50 2018-05-06 06: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렉처 사이언스는 얇아서 맘에 듭니다^^* 제가 뇌과학 인지과학에
관심이 많습니다. 이쪽 분야도
소개해주시길요~~^^

로쟈 2018-05-06 10:47   좋아요 0 | URL
네, 뇌과학 쪽은 아시는 대로 거의 매주 나오다시피 합니다.~
 

‘이주의 발견‘은 싱서학자이자 퀴어신학자 테드 제닝스의 <무법적 정의>(길)다. ‘바울의 메시아 정치‘가 부제. 저자는 앞서 <예수가 사랑한 남자>(동연)와 <데리다를 읽는다/바울을 생각한다>(그린비)로 소개되었다. 이번에 나온 책은 바울의 정치신학을 로마서 읽기를 통해서 되짚어본다.

˝알랭 바디우(<사도 바울>), 조르조 아감벤(<남아 있는 시간>(한국어판 제목: 남겨진 시간)), 아코프 타우베스(<바울의 정치신학>), 자크 데리다(<법의 힘>), 슬라보예 지젝 등등. 현대의 급진적 (정치)철학자들 다수가 바울에게서 사유의 계기를 찾는다. 그들은 바울의 무엇에 주목하는 것인가. 이 책 <무법적 정의>는 현대 정치철학에 영감을 주는 그 원천을 바울의 진정서신 중 하나인 로마서로부터 읽어낸다. 바울은 제국 로마의 인민들에게 무엇을 말하려 했던 것인가. 테드 W. 제닝스는 그 편지 로마서를 한 줄 한 줄 따라 읽어가며 이를 추적한다. 이 책은 동시대 철학자들과 함께하는 로마서 다시 읽기이다.˝

바울신학과 급진적 정치철학과의 조우는 지젝 덕분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그 연장선에서 읽어볼 수 있겠다. 하지만 역시나 만만찮은 주제이고 분량이다. 책읽는 뇌도 도서관에서 대출해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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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먹으면서 펼쳐본 책은 다양한 커리어의 저자들이 공저한 <광기와 소외의 음악>(생각의힘)이다. 부제처럼 붙어 있는 나머지 제목이 ‘혹은 핑크 플로이드로 철학하기‘. 원제가 ‘핑크 플로이드와 철학‘이다. 핑크 플로이드의 노래는 앨범 제목이기도 한 <더 월>(1979)밖에 모르지만(고등학교 때인가 갓 졸업했을 때인가 처음 다녀본 카페에서 늘 틀어주던 뮤직비디오가 ‘더 월‘이었다. ˝우리는 교육이 필요 없어요.˝) ‘광기와 소외의 음악‘이란 건 알겠다.

˝지난 반세기 동안 수억 장의 음반을 팔아치우며 전설의 반열에 오른 핑크 플로이드는 보통 사람들의 삶을 소외시키는 현대사회의 광포성을 날카로운 풍자와 알레고리로 고발하고, 대중음악의 산업 논리를 거부하며 끊임없이 음악적 인식의 지평을 넓혀왔다.

핑크 플로이드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는 서구 대중문화의 근간이 뿌리내리고 있는 현대적 삶의 어두운 면을 정치사회적, 철학적 맥락에서 광범위하게 들여다보아야 한다. 이들은 오랫동안 철학자들이 분석하고 숙고해왔던 경험, 개념, 이론의 상당수를 깊이 다룬 작품 세계를 완성해냈다. 그 안에는 소외의 본질과 이유, 존재의 형이상학, 부조리, 인지, 정체성 그리고 예술적, 상업적인 진정성의 본질이 담겨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광기도 있다.˝

그래서 철학적 성찰거리가 된다는 것. 요즘이야 모든 음악(과 뮤직비디오)을 인터넷상에서 곧바로 감상해볼 수 있으니 책을 읽기에도 좋은 조건이다(음악을 보고 듣지 않는다면 읽어나갈 수 없는 책이기도 하다).

대중문화와 철학을 다룬 책들이 간간이 나오고 있다. 캐스 선스타인의 <스타워즈로 본 세상>(열린책들)도 그렇고(영화쪽은 따로 묶어도 될 정도다), 사이먼 크리칠리의 <데이비드 보위>(클레마지크)도 그렇다. 국내서로는 평전 형식이지만 강헌의 <신해철>(돌베개)이 크리칠리의 표현을 빌면 ‘그의 영향‘을 다룬 책이다.

˝강헌은 신해철의 쉼 없는 새로운 시도와 과감한 행보, 탁월한 예술적 문제 설정 능력이 1990년대 한국 대중문화의 폭을 넓혔으며, 음악이 지성적으로 사유되는 동시에 대중에게 깊은 감동을 줄 수 있음을 증명했다고 말한다.˝

대중음악의 팬들이 책을 통해서도 음악과 만나면 좋겠다. 출판계에서 하는 얘기로, 서태지의 열광적인 팬이라도 서태지에 관한 책은 읽지 않는다. 핑크 플로이드의 팬들은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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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의 강의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탓에 피곤하여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났다. 아니 아침을 먹고는 한 시간 더 자고 일어났다. 어젯밤에 한 일이라고는 부재중에 온 택배들을 푼 일, 그리고 시사팟캐스트를 듣다가 만 일 등.

배송된 책들 가운데 하나는 모리오카 고지의 <죽도록 일하는 사회>(지식여행)다. <고용 신분 사회>의 저자로 일본의 경제학자다. 일단 <죽도록 일하는 사회>를 읽어보기로. 부제는 ‘삶을 갉아먹는 장시간 노동에 대하여‘다. 일본 얘기만은 아니다.

˝저자는 세계 곳곳에서 ‘일본인이 무색할 만큼’ 맹렬하게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발견하고 노동시간이 길어지기 시작한 이유로, 크게 네 가지를 꼽는다. ‘글로벌 자본주의’, ‘정보자본주의’, ‘소비자본주의’, ‘프리타 자본주의’가 그것이며, 이 책에서는 각각 한 장(章)을 할애해 현대사회의 과노동 요인을 차례로 규명한다.˝

우리 역시 대표적인 장시간 노동국가에 속한다(멕시코와 경합한다던가). 더불어 효율성은 낮다는 비판도 받는다. ‘과노동 시대‘의 원인이 무엇이고 어떤 탈출구가 있는지 알아봐야겠다. 제목만으로는 닐 포스트먼의 <죽도록 즐기기>와도 짝이 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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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우스 2018-04-29 1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고보니 로쟈님은 하루 24시간이 바쁜 분이잖아요. 저도 좀 그런 편이지만, 그게 강요해서 된 게 아니라는 점에서 ‘죽도록 일하는 사회‘의 취지랑 안맞는 듯해요. 가끔 생각해봅니다. 나는 왜 이러고 사는가. 돈 때문인가, 아니면 명예욕인가, 아니면 내가 늘 대는 핑계처럼 거절을 못해서, 인가. 답은 셋다가 아닐까 싶네요.

로쟈 2018-04-29 20:07   좋아요 0 | URL
네 노동으로서의 일은 그렇죠. 아렌트 개념으로 작업이나 행위라면 다른 의미를 갖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