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감기 환자가 되어(병원 신세까지 진 건 아니지만) 두 시간 저녁잠을 자고 회복기 모드로 넘어가는 중이다(김광석의 노래를 들으며). 피로나 스트레스가 만병의 근원이라고 감기 또한 원인은 다른 데 있는 것 같지 않다. 피로 누적에 기온이 떨어진 게 불청객을 불러들인 것. 하루 정도 묵었으니 내일 아침까지는 배웅할 수 있기를 바랄 뿐.

이것저것 할일이 많고 그 중에는 새로 나온 책들을 분류하고 정리하는 일도 포함되는데, 정리할 공간이 더이상 남아있지 않아 바닥에 쌓아두기 시작한 이후로는 언제나 허덕이는 일이다. 비유하자면 업무가 점점 가중되는데 사무실 일손은 바닥난 상황이라고 할까(한때 ‘최근에 나온 책들‘을 열심히 주워섬기기도 했지만 그런 열정은 더이상 남아있지 않다). 토드 메이의 <부서지기 쉬운 삶>(돌베개)을 손에 들자니 제목에 이래저래 떠오르는 생각들이다.

토드 메이는 <질 들뢰즈>(경성대출판부)로 안면을 튼 저자인데 벌써 10년 전에 나온 책이다. 그 사이에 <죽음이란 무엇인가>(파이카)도 나왔지만(구매한 책이다) 절판되었다. <부서지기 쉬운 삶>의 원서를 주문하면서 확인하니 독자적인 책을 여러 권 더 펴냈다. <부서지기 쉬운 삶>을 읽어보고 추가적인 구입도 고려해보려 한다. 소개는 이렇다. ˝‘나는 지금 여기서 무얼 하고 있지?‘라고 자문하는 사람이 꼭 읽어야 할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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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01 07: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2-01 1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주말의 지방강의를 남겨놓고 있지만 11월 한달간의 긴 일정이 끝나간다(주말은 12월이군). 전국일주 수준의 지방강의가 연이어 있었고 주말과 휴일도 없다시피 했다. 일단락되고 보니 무탈하게 소화했다는 안도감이 든다. 후유증이 없지는 않아서 점심부터는 감기 증상이 있다(미세먼지 탓인지도 모른다). 경과는 내일 아침이 돼봐야 알 것 같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뜨는 것처럼 12월에는 12월의 일정이 있고 그 또한 만만치는 않다. 다만 지방강의가 줄어서 이동거리도 현저하게 줄 예정. 그렇지만 한해를 정리하는 일정들이 추가되기에 마음은 계속 분주할 듯싶다. 더불어 내년도 준비해야 하는데, 관심주제 가운데 하나로 ‘니체와 도스토예프스키‘도 꼽고 있는 터라 최근 며칠간 니체의 책들도 새로 구입하거나 다시 구했다. 이번주에 새 번역본이 나온 <선악의 저편>(아카넷)도 그 중 하나.

돌이켜보니 청하판으로 읽은 게 거의 30년 전이지 싶다. 책세상판 전집으로도 일부 장을 읽었지만 통독하지는 않았다는 생각에 이번에 3종의 번역본을 나란히 빼놓았다. <선악의 저편>은 1886년에 나왔으니 <차라투스트라>에 바로 뒤이은 후기작이다. 그렇지만 보통은 <차라투스트라>보다 먼저 읽어보도록 권장하는 니체 입문서가 <선악의 저편>이다. 따로 페이퍼를 적겠지만 12월의 고전으로 <선악의 저편>을 읽으려고 하고, 겸사겸사 니체와 도스토예프스키에 대한 생각도 정리해보려 한다.

절판된 책들 가운데는 레프 셰스토프의 <니체, 톨스토이, 도스토예프스키: 비극의 철학>(현대사상사)도 찾아볼 참이다. 박스보관도서라면 도서관에서 빌려야 하는 상황. 약에 쓸 책들은 항상 이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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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gles 2018-11-30 0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찾으려면 그 책이 없는 경우가 종종 있죠~ㅎㅎㅎ 내년엔 니체와 도스토옙스키 강좌를 기대하며 저도 읽어봐야 겠네요. 날씨 안 좋은 요즘, 꼭 건강 유의하시길..

로쟈 2018-11-30 09:46   좋아요 0 | URL
네 감기 조심하세요.~

가명 2018-12-01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님 최근에 든 생각인데 전자책활용이 어떨까요 종이책을 읽은 다음 보관은 전자책으로 하는거죠

로쟈 2018-12-01 10:53   좋아요 0 | URL
네 그것도 방도인데 저는 종이책 세대라 책은 손에 들 수 있어야.^^;

오지 2018-12-07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종이책~^^ (종이책 읽기를 권함 /김무곤/더숲)
니체를 손에 들었어요~초반 넘어가고 있는데 그의 마음을 먼저 느끼고 있어요 그래서 새벽까지 전투를 할까합니다.
 

평일보다 한두 시간 잠을 더 잘 수 있다는 걸 제외하면 휴일의 유익은 없는 편이다. 내내 강의자료를 만드는 등의 강의준비로 채워지기에. 그렇다고 미뤄둔 책을 마음놓고 읽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럴 만한 여유 시간이 없어서다. 지난주에 나온 책들 가운데서도 스무 권 가량은 당장 손에 들어볼 만하지만 이 또한 가능하지 않다. 겨우 몇 권 정도 목차를 들여다볼 뿐. 그런 책 가운데 하나가 장세진의 <숨겨진 미래>(푸른역사)다. 제목의 뜻은 부제까지 봐야 가늠할 수 있다. ‘탈냉전 상상의 계보 1945-1972‘.

저자의 주 관심분야는 동아시아의 냉전 문화이고 이에 대한 연구서들을 낸 바 있다. 냉전 연구자가 동시에 탈냉전에 대한 통찰도 가질 수 있다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분단체제를 넘어서 한반도의 탈냉전, 더 나아가 평화체제 발명과 구축이 시대적 과제가 된 시점에서 지난 시대 탈냉전 상상의 계보를 되짚어본다는 것은 시의적절하면서도 필수적이라고 생각된다. 저자의 작업이 반갑게 느껴지는 이유다.

강의자료를 만드는 중에 유튜브에서 도올 김용옥의 ‘여순 민중항쟁 특강‘을 들었는데(올해가 70주기였다) 모처럼 깊이 공감하면서 역사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지난 정권하에서라면 이런 특강은 방송에서 볼 수 없었을 터이다. 돌이켜 생각하면 역사적 사건이 제대로 해석되기까지 70년의 세월이 소요되었다. 우리는 그날그날의 일상을 살아가지만 동시에 이러한 역사적 시간의 증인이고 목격자이며 기록자다. 70년 뒤에 기억될 지금 시대를 우리는 함께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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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태생으로 현재는 런던대 명예교수로 재직중인 저명한 한국학자 마르티나 도이힐러의 <조상의 눈 아래에서>(너머북스)가 번역돼 나왔다. <한국의 유교화 과정>과 함께 도이힐러 한국학을 대표하게 될 책. 국내에 소개된 한국학자(한국사 전공)로는 미국의 제임스 팔레와 브루스 커밍스, 그리고 일본의 미야지마 히로시와 함께 도이힐러는 그저 놀랍다고 여겨지는 학자다.

이번 책도 매우 흥미로우면서도 신선한 시각으로 한국사 내지 한국인의 역사를 들여다 본다(한편으론 ‘조상의 눈 아래에서‘란 제목이 그렇듯 매우 친숙한 시각이기도 하다). ‘한국의 친족, 신분 그리고 지역성‘이 부제.

˝마르티나 도이힐러 교수가 여든이 넘은 나이에 지난 50년 동안의 열정을 다한 한국사 공부를 집대성한 <조상의 눈 아래에서>. 신라시대 초기에 생겨나 가장 대표적인 사회 단위로 뿌리내린 한국 고유의 출계집단(씨족 또는 족, 겨레라 불리는)에 초점을 두고, 신라 초기(4~5세기)부터 19세기 후반에 이르는 한국 출계집단의 역사를 다룬다. 

도이힐러 교수는 신유학의 변혁능력을 강조한 기존 한국사의 관점은 토착적인 친족 이데올로기의 지속성을 간과했다고 한다. 경상도의 안동과 전라도의 남원을 선택하여 그들이 만들고 다진 촘촘하게 짜인 사회구성을 들여다보고, 한국사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안한다.˝

‘한국 출계집단의 역사‘를 다룬 책이 있었는지는 저자가 참고한 자료목록을 봐야 알겠지만 희소하지 않았을까. 이런 수준의 연구를 기획하고 밀어붙일 수 있는 안목과 역량이 놀랍다고 할 수밖에. 우리의 역사라고는 하지만 한국사에 대해 우리가 더 깊이 이해하고 있는 건지 문득 의문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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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해서 주말마다 지방강의를 다녀오느라 주말이 삭제되었다. 이달 내내 몽롱한 상태로 버텨야 하지 않을까 싶다. 어제는 강릉에 내려간 김에 강문해변에도 가보았지만 말 그대로 눈도장만 찍었다(오죽헌 앞 청풍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다 늦게야 들른 탓에 딱 10분간 바닷바람을 쐬었다). 대개 그렇지만 오랜만에 가본 강릉도 예전에 알던 강릉의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과거가 다른 나라(외국)라면, 그 기억으로 현재를 보는 사람은 외국인일 것이다. 과거에서 온 외국인.

책은 포화상태로 소장하고 있지만 간단없이 해변으로 밀려오는 파도처럼 출간되는 책도 끝이 없다. 방파제로 어떻게든 막아보려 하지만 역부족이라는 걸 확인할 따름이다(책에 빠져 죽지 않기란 무망한 일인지도). 오늘이 1차세계대전 종전 100주년이라 하는데 마침 로버트 거워스의 <왜 제1차 세계대전은 끝나지 않았는가>(김영사)가 출간되었다. 1차세계대전에 관한 책도 나름 적지 않은데 제목이 품고 있는 저자의 문제의식이 관심을 잡아끈다.

1차세계대전에 대해서도 옥스퍼드 가장 짧은 입문서 시리즈의 <제1차세계대전>(교유서가)이 기본서에 해당하는데 저자 마이클 하워드의 <전쟁과 자유주의 양심>(글항아리)까지도 손길이 간다. 매주 한 가지 주제만으로도 읽을 책이 쌓인다면 이 사태를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멀리 수평선을 물끄러미 바라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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