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네간의 경야>에 대해 험담하는 동안 비로소 아침에 주문한 책이 배송되었다. 크리스마스 이브의 기분을 내는 데 전혀 도움이 안될 만한 책, <서사론의 새로운 연구방향>(한국문화사)이다. 제목에서부터 독자들을 발길로 걷어차는 책이다. 아마도 소수의 문학전공자들에게나 어필할 법한데, 나 같은 독자가 그에 해당한다. 서사이론 내지 서사학이 좋아하는 분야는 아니지만 뭔가 새로운 게 나왔다고 하면 관심까지 접어두지는 못한다.

원저는 독일에서 2002년에 나온 책이다. 공역자들이 10여년에 걸쳐 함께 강독한 듯한데 ‘새로운 연구방향‘이라고 하기엔 좀 미심쩍다. 벌써 16년이 지났는데 그 사이에 변화나 진전이 없었다고 장담할 수 있겠는가. 그에 견주면 몇년 전에 나온 <서술이론1,2>(소명출판)이 더 나중에 나온 책이다. 영어 원저가 2005년에 나왔기에(분량이 방대해서 번역본은 두 권으로 분권돼 나왔다). 그 역시 13년 전이고 보면 오십보백보인지도 모를 일이지만.

검색해보니 내년에도 옥스포드에서 <내러톨로지>란 제목의 책이 나온다. 입문서로 보이는데, 그래도 서사학 분야의 발전사를 정리해놓지 않을까 싶다. <서사론의 새로운 연구방향>이나 <서술이론>이 갖는 새로움은 그런 책을 참조해봐야 식별할 수 있겠다. 그와는 별도로 ‘페미니즘 내러톨로지‘ 같은 장은 눈길이 가는 장이다. 이 주제의 서사학 책들이 몇 권 있었는데 새삼 아직 번역되지 않은 것인지 궁금하다. 페미니즘의 물결이 페미니즘 서사학 쪽으로도 흘러 넘쳤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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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전야에 읽어야 하는 책이 따로 있을까? 있을 법하지만 그렇다고 따라 읽겠다는 건 아니다. 아침에 전혀 무관한 책들을 주문하고 당일배송을 기다리는 참인데, 막간에 다시 나온 책이 있어서 적는다. 프랑스 철학자 조르주 캉길렘의 <정상적인 것과 병리적인 것>(그린비). 예전에 인간사랑판(1996)으로 나왔던 책의 재간본. 개정판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계산해보니 22년만에 나온 책이다(진작 절판된 것인가). 다른 번역본으로 <정상과 병리>(한길사)도 있었다. 이 역시 1996년에 나왔던 책이다. 두 번역본이 경합했던 셈인데 이제 한 종이 남게 되었다.

캉길렘은 푸코의 스승 가운데 한 명으로 <정상적인 것과 병리적인 것>은 특히 푸코의 초기 저작들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알려진다. <정신병과 심리학>(문학동네)이나 주저 가운데 하나로 <광기의 역사>(나남) 등이 그 영향하에 있는 책이다(거기에 정신의학에 관한 콜레주드프랑스의 강의록들도 추가할 수 있겠다). 안 그래도 푸코의 영어판 인터뷰집을 오랜만에 주문해놓고 기다리는 중인데 캉길렘의 책이 눈에 띄어 반갑다. 적고 보니, ‘정상적인 것과 병리적인 것‘이 성탄절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잘 가늠이 되지 않는다. 굳이 관계가 있어야 하는 건 아님에도 불구하고 왜 신경을 쓰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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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강의 부담이 줄어서 지난 주말에 손에 든 책은 그레그 스타인메츠의 <자본가의 탄생>(부키)이다. 원제는 ‘야코프 푸거의 삶과 그의 시대‘. 제목이 ‘자본가의 탄생‘으로 바뀐 데서 알 수 있지만 푸거는 자본가의 원형이라고 할 만한 인물임에도 우리에게는 생소하다. 영어권에도 사정은 비슷해서 2015년에 나온 이 책이 가장 좋은 소개서라고 한다. 16세기 야코프 시대에 전성기를 구가했던 푸거 가의 근거지는 독일 아우크스부르크다. 푸거는 어떤 시대를 살았던가.

˝콜럼버스가 바다를 넘고 다빈치가 모나리자를 그리던 바로 그 시대. 모든 방면에서 유럽은 바뀌고 있었다. 군소 가문에 불과했던 합스부르크 가문은 전통의 강자인 프랑스를 밀어내고 스페인에서 헝가리에 이르는 제국을 건설했다. 가톨릭교회는 대금업 금지를 철폐했으며, 면죄부 판매에 반대하여 종교개혁이 촉발되었다. 복식 부기가 확산되고 무역로가 바뀌면서 한자동맹이 붕괴하고 경제 중심지가 이탈리아에서 서유럽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부르주아와 영주의 착취에 시달리던 농민과 노동자들이 투쟁을 전개했다. 그 모든 일의 중심에는 야코프 푸거가 있었다. 이 책은 바로 그 야코프 푸거의 파란만장한 삶을 담고 있다.˝

책의 부제는 ‘자본은 어떻게 종교와 정치를 압도했는가‘. 말 그대로 ˝국가와 자본주의가 형성되던 근대 초의 한 단면˝을 잘 재현하고 있는 책이다. 덕분에 비슷한 주제의 책들도 책장에서 빼왔는데, 데이비드 프리스틀랜드의 <왜 상인이 지배하는가>(원더박스)와 제이컵 솔의 <회계는 어떻게 역사를 지배해왔는가>(메멘토) 등이다. 자본주의 형성과 발달에 관한 책은 적지 않지만 ‘상인‘과 ‘회계‘로 주제를 한정해서 읽어보려 한다.

내년봄 이탈리아 문학기행을 앞두고 베니스에 관한 책들도 여러 권 주문해놓은 상태인데, 야코프 푸거 당대에 베니스는 여전히 세계 최고의 상업도시였고 야코프가 상인으로서 도제 수업을 받은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황제와 교황까지도 채무자로 만들며 거래를 한 ‘재계의 마키아벨리‘가 등장하면서 북부 독일의 한자동맹과 남유럽 베니스의 시대는 저물게 된다. 그리고 합스부르크 가문이 자본을 배경으로 유럽의 패자로 등극하게 된다. <자본가의 탄생>은 근대 유럽의 탄생 과정에 대한 흥미로운 독서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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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씨(BookC) 2019-01-13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무현이 ˝권력은 이제 자본에게 넘어갔다˝고 말하기 600년 전에 이미 넘어갔군요..
 

아침부터 또 책과 씨름하다가('읽느라'가 아니라 '찾느라'다) 다시금 낭패감을 느끼며(이런 식으로는 안 된다!) 그냥 밀린 페이퍼 가운데 하나를 처리한다(이런 페이퍼 거리는 자동 망실되기까지 하루에도 몇 개씩 쌓인다). 아리스토텔레스에 관한 것이다. 그리스 철학 고전 가운데 내가 강의에서 다룬 건 플라톤의 <국가>나 몇몇 대화편, 그리고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등이다. 그렇다고 더 욕심이 있는 건 아닌데(다뤄야 할 책들이 부지기수인지라) 한편으로는 기회가 닿지 않기도 했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 같은 경우가 그렇다. 언젠가는 지방의 한 연속강좌에서 정치철학에 관한 강의를 계획하면서 플라톤의 <국가>와 함께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도 커리큘럼에 포함시켰는데, 문학 강의로 바뀌면서 무산되었다. 이번에 <정치학>을 옮긴 김재홍 교수의 가이드북 <아리스토텔레스 정치학>(쌤앤파커스)이 출간되었기에 생각이 났다. 그런 강의의 부교재로 읽어볼 만한 책이다. 





 










'리더스 클래식' 시리즈의 하나로 나왔는데, 앞서 <애덤 스미스 국부론>, <존 론스 정의론>, <존 로크 통치론> 등이 나왔다. 고전의 다이제스트이자 가이드북에 해당하는 시리즈다. 



다시 아리스토텔레스로 돌아오자면 <정치학>의 경우에는 천병희 선생의 번역본과 함께 김재홍 교수의 번역본을 교재로 쓸 수 있다. <정치학>과 함께 다시 떠올린 책은 <영혼에 관하여>(아카넷)다. 이번에 새 번역본이 나와서인데, 예전 궁리판은 절판된 상태였다. '정암고전총서'의 첫 권인데, 정암학당 고전 연구자들의 그리스-로마 고전 번역 총서다. 근간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자연학>과 키케로의 <법률론> 등이 예고돼 있다. <영혼에 관하여>의 의의는 무엇인가.


"<영혼에 관하여>는 아리스토텔레스 이론 철학의 최고봉인 <형이상학>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술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동물/생물 관련 저술들에 다리를 놓는 작업으로 평가받는다. 이 저술에서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을 비롯한 고대 철학자들의 연구를 총괄하고 비판적으로 사유하여 영혼을 ‘삶의 원동력’으로 논한다."


내년 고전 독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혼론에서부터 시작해봐도 좋겠다... 


18.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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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 손택 일기와 노트‘ 둘째 권이 나왔다. <의식은 육체의 굴레에 묶여>(이후). 첫째 권 <다시 태어나다>를 어디까지 읽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데(그에 앞서 책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마치 독촉하듯이 둘째 권이 나왔고 또 어김없이 원서와 함께 주문했다. ‘손택의 모든 책‘이라고 작정했기에 불가피한 수순이다. 다만 좀 체계적으로 읽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수전 손택론 정도 쓸 수 있으려면 어디까지 읽었는지, 무얼 더 읽어야 하는지 점검도 필요하다.

손택의 에세이, 혹은 매력적인 작가론을 읽자면 그녀가 다루는 작가나 작품도 읽어야 하기에 일의 견적이 늘어난다. 그래서 독서를 보류한 경우도 기억에는 꽤 된다. 지금 다시 점검해보면 예전에 읽을 수 없었던 작가나 작품도 있으리라. 지금은 독서가 가능한. 가령 로베르트 발저만 하더라도 그렇다. 발저론이 손택의 책 어디에 실려 있는지도 확인해봐야겠다.

그리고 ‘일기와 노트‘라면 나대로도 쓸 수 있는 장르다. 이렇게 페이퍼로 적는 것 말고 조금 긴 호흡의 글도 써야겠다는 생각이다. 내년의 과제로 진지하게 고려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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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12-19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조 해야 할 것>에 나오는 발저의 목소리
샘글 통해서? 알게 된후 지난 발저 강의 때 읽었던~
이글 읽고 다시 찾아서 읽어봤네요.

로쟈 2018-12-20 22:14   좋아요 0 | URL
네, <강조해야 할 것>에 있군요. 저도 찾아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