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해방론으로 유명한 철학자 피터 싱어의 철학자 입문서로 <헤겔>과 <마르크스>가 나란히 나왔다. 옥스퍼드대학출판부의 ‘가장 짧은 입문서‘ 시리즈를 선별해서 펴내는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의 신간이다. 예전에 <헤겔>은 ‘시공 로고스 총서‘의 하나로 나온 적이 있고, 기억에 이 책은 싱어의 초기 저작이었다. <동물해방>으로 명성을 얻기 전의 싱어.

확인해보니 그렇지는 않다. 초판을 기준으로 <동물해방>은 1975년에, 그리고 <마르크스>와 <헤겔 >이 각각 1980년과 1982년에 출간되었다. 그럼에도 아직 30대이던 시절, ‘젊은 싱어‘의 책들이다(1946년생이어서 싱어는 현재 73세다). 하지만 지난해에도 개정판이 나올 정도로 오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으니 입문서로서 정평을 얻은 책이라고 보아도 좋겠다. 나도 오랜만에 다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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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9-02-16 17: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입문서 잘 쓰는 저자들 너무 좋아요.
앞으로 한 발 내딛게 해주는 최고의 조력자입니다.
알려주시는 샘 또한~

로쟈 2019-02-18 14:45   좋아요 0 | URL
^^

ghig0125 2019-02-19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테리 핀카드의 한글 번역서를 보다 너무 힘들어 중간에 그만 두었는데, 다시 이 책으로 읽어봐야겠습니다.

로쟈 2019-02-19 20:21   좋아요 0 | URL
분량에서 상당한 차이가.~
 

할일이 많아서 이틀간 두문불출했는데 그렇다고 크게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해치운 분량이 적지 않음에도 전체적으로는 별로 표가 나지 않는 수준이다. ‘빙산이론‘은 이런 경우에도 적용되지 않을까 싶은데 어떤 일에서건 우리는 고작 빙산의 일각과 씨름할 따름이다(그게 1/8이다).

머리도 무거운 차에 잠시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린다. 경계 너머로? <상상된 공동체>로 유명한 인류학자 베네딕트 앤더슨의 자서전이 출간되었다. <경계 너머의 삶>(연암서가). 알고보니 2015년에 유작으로 나온 책이다. 한 성실한 학자의 회고로서뿐만 아니라 그의 대표 저작을 이해하는 데도 좋은 참고가 되겠다.

˝이 책은 앤더슨의 외국어 공부의 즐거움, 현장 연구의 중요성, 번역 작업의 희열, 신좌익이 전 세계 학계에 끼친 영향, 후학 양성의 보람, 세계 문학에 대한 애정 등, 세상을 향해 열린 마음으로 살아온 생애를 묘사한다. 그의 저작 중 가장 유명한 <상상의 공동체> 집필의 동인이 된 몇 가지 개념과 영향도 소개하고 있는데, 그 예리하고 독창적인 논의는 민족주의 연구의 틀을 바꾸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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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인권자문위원 장 지글러는 우리에게 친숙한 저자다. 알다시피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갈라파고스) 이후에 그러한데, 정확히 그 짝이 될 만한 책이 나왔다. <왜 세계의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시공사). 부제에 있는대로 ‘손녀에게 들려주는 자본주의 이야기‘여서 똑똑한 중학생 정도면 따라갈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다. 하지만 내용은 자본주의에 무지한 대다수 어른들도 필히 읽어볼 만하다.

˝자본주의가 괴물이 되어버린 지금, 이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며 다음 세대에 어떤 세상을 물려주어야 할까. 그러려면 무엇을 바꿔야 하고 어떤 행동에 나서야 할까. 나를 위해, 우리를 위해, 다음 세대를 위해 나의 역할을 생각해보아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 책 속에 있다.˝

책장을 보니 지글러의 전작 <유엔을 말하다>(갈라파고스)도 눈에 띈다. <왜 검은 돈은 스위스로 몰리는가>(갈라파고스)에 대해선 서평에서 다룬 적이 있다. 어느 쪽이건 이어서 읽어봐도 좋겠다. ‘자본주의 이야기‘라는 점에서는 아룬다티 로이의 <자본주의>(문학동네)로 넘어가도 좋겠는데 지글러의 책보다는 난이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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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가 그렇다. ‘서양 고전문헌학 입문‘. 고전문헌학 전공자 안재원 박사의 <원천으로 가는 길>(논형). 이미 키케로의 <수사학>(길) 번역과 해제를 통해서, 그리고 <인문의 재발견>(논형)을 통해서 고전문헌학의 세계를 부분적으로 소개했던 저자가 본격적인 입문서를 펴냈다.

어떤 수준의 독자를 상정한 책인지는 모르겠으나 부제와 목차로 보건대 교양서로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서양고전학이라는 분야가 대학원협동과정으로만 개설돼 있는 사실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그 자체로 전문적인 분야이긴 하다(비유하자면 ‘양자역학 입문‘ 같다고나 할까). 소개로 대략 내용과 의의를 가늠해볼 수 있다.

˝서양 고전 문헌학은 말과 글을 전하는 문헌들의 전승 관계를 조사하고 그 관계를 해명하며 그 해명을 바탕으로 원전을 복원하는 학술(ars)이고 원천에 다가가는 길(via)이다. 원천으로 가는 길을 나설 때에는 필수적으로 알아야 하고 몸에 익혀야 하는 기술이 세 가지가 있다. 비판 정본 기술, 판독 기술, 개별 단어 처리 기술이 그것이다. 

이 책은 이 기술들이 학술적으로 어떤 고민과 역사적으로 어떤 논쟁을 거치면서 축적되었는지를, 즉 원천으로 가는 길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소개한다. 원천으로 가는 길을 만들자는 주장은 기원전 3세기에 알렉산드리아 도서관에서 일했던 학자들에 의해 처음 제기되었지만, 이 주장은 2400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 이 길은 지금도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다.˝

인생을 여러 번 사는 게 아닌 이상 나는 서양고전학을 전공으로 택할 생각이 없지만(그건 고대러시아문학을 전공할 생각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나의 주된 관심대상은 근현대 문학이다) 입문서 정도라면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게다가 이탈리아 여행도 앞두고 있어서 서양 고전시대(고대 그리스와 로마)에 대해서도 벼락치기 공부를 좀 해두어야 한다. ‘원천으로 가는 길‘에 이 책에 눈길이 가고 출간이 반가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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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7 16: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1-27 16: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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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7 17:1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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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현대사나 현대문학(당대문학)을 읽으려고 할 때 당연히 거쳐갈 수밖에 없는 인물이 마오쩌둥이다(모택동이란 이름으로 처음 알았는데 인제는 오래 쓰다 보니 ‘마오‘도 친숙해졌다). 의당 좋은 평전이 나왔어야 하는 인물. 알렉산더 판초프의 <마오쩌둥 평전>(민음사)이 그런 요구에 부응하는 책이었는데 이번에 더 두꺼운 책이 출간되었다. <폴 포트 평전>의 저자 필립 쇼트의 <마오쩌둥>(교양인)이다. 어떤 마오를 그리고 있는가.

˝혁명가 마오는 뛰어난 현실 감각과 투철한 이상 추구 사이에서 스스로 모순이 되었다. 그는 계급 없는 유토피아를 꿈꾸는 붉은 황제가 되었다. 그 결과 인류의 4분의 1은 단숨에 중세적 노예에서 근대적 주체로 일어섰지만, 다시 역사상 최악의 기근으로 내몰렸고, 급진적 문화혁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려들었다. 20세기의 정치 지형을 뒤흔든 지도자, 혁명에 몸을 던진 투사이자 혁명의 이상에 갇힌 수인, 마오쩌둥은 바로 현재 중국의 역사이다.˝

러시아혁명에 견주면 마오는 레닌과 스탈린을 합해놓은 형상이다. 그를 일컬어 ‘다면적인 혁명가‘라고 말할 때 그 여러 얼굴에 해당한다. 러시아혁명과 마찬가지로 마오의 중국혁명은 대표적인 인민혁명(민중혁명)의 사례로 미국혁명이나 프랑스혁명과 같은 시민혁명과는 다른 성격과 경로를 보여준다. 이에 대한 이해가 근현대문학에 대한 이해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강의에서 자주 강조하곤 한다. 인민혁명의 의의와 한계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도 마오와 좀더 씨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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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GiKim 2019-02-10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오쩌둥은 추가적으로 레닌과 스탈린 그리고 민족주의가 더해졌다 봅니다. 중국 혁명 과정에서 그의 행보를 보면 식민재해방투쟁에 기반한 민족주의운동적 성격이 강했죠. 평전은 아니지만, 프랭크 디쾨터가 쓴 인민3부작 짜리도 있지만, 그 책은 지나치게 마오쩌둥을 부정적으로 묘사한 것이 문제였죠. 비록 문혁이라는 과오가 있지만, 마오쩌둥은 분명 혁명가적 업적이 있는 위대한 인물이기도 한데 말입니다. 작년에 스노의 붉은 별하고 로쟈님께서 글에서 소개한 판초프의 마오쩌둥 평전을 읽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중국의 붉은 별하고, 로쟈님께서 소개해준 마오쩌둥 평전이 괜찮았던 것 같네요. 무튼 좋은 책 소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