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은 관심분야가 아니지만 ‘신학과 인문학과의 대화‘를 경청할 의사는 있다. 김용규 선생의 신작 <그리스도인은 왜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가?>의 부제가 바로 ‘신학과 인문학과의 대화‘다. 저자의 역저 <신>의 짝이 되는 책.

˝2018년 <신>(IVP)의 출간을 계기로 여러 차례 강연회가 열렸고, 그 강연회에서 초점을 맞춘 신학과 인문학의 관계를 다룬 강연 원고를 담았다. 우리는 니체가 예고한 신의 죽음과 그 이후의 풍경들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한 신의 죽음은 인간의 죽음으로, 신본주의 가치의 몰락은 동시에 인본주의 가치의 몰락으로 이어지는 것을 현실로 체감하는 가운데, 이제 전 지구적 불안과 공포가 일상을 휘몰아친다. 

호모 데우스의 시대 인간의 자리는 어디인지를 묻는 실존의 아우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근대성과 탈근대성의 크고 작은 폭력 속에서 ‘각자도생’의 길을 걷는 우리는 어디에서 길을 찾을 것인가? 이러한 절박한 물음 앞에서 이 책은 기독교 신학과 인문학의 관계를 역사적으로 살피면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한편, 저자의 깊은 숙고와 통찰에 근거한 예언적 외침을 전한다.˝

신본주의 가치의 몰락이 인본주의 가치의 몰락으로 귀결되었다는 진단은 검토가 필요한데(상식적으로는 중세 신본주의 사회가 인본주의 사회였던가를 묻게 된다) 그렇다고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구조적으로 신본주의와 인본주의는 동형적이기 때문에 그렇다. 나로선 두 가치의 몰락보다는 극복과 지양이 여전히 화두로 보이는데 저자가 어떤 통찰을 제시하는지 궁금하다.

겸하여 예일대 오픈코스 시리즈로 데일 마틴의 <신약 읽기>(문학동네)도 최근에 나왔다. 시리즈의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최고 명문대학의 강의를 청강해볼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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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과학과 문명>의 저자 조지프 니덤의 평전이 나왔다. 사이먼 원체스터의 <중국을 사랑한 남자>(사이언스북스). "베스트셀러 논픽션 작가인 사이먼 윈체스터는 비범한 화학자이자 과학사학자였던 조지프 니덤을 되살려냈다. 조지프 니덤은 세계사의 놀라운 비밀, 즉 중국이야말로 과거 오랫동안 전 세계에서 가장 기술적으로 진보한 국가라는 사실을 밝혀낸 장본인이었다.'
















지금 확인해보니 축약본으로 나왔던 책을이 모두 절판 상태다. 중국 과학사에 관한 기본서였는데, 시효가 다한 게 아니라면 다시 나옴직하다. 
















한편, '중국을 사랑한 여자'를 꼽는다면 누가 있을까. <대지>의 작가 펄 벅을 먼저 떠올릴 수밖에 없다. <대지>에 대해 강의를 하면서 <펄 벅 평전> 등을 읽어보앗고, 최근에는 안치 민의 전기소설 <펄 벅을 좋아하나요?>(밀리언하우스)가 눈에 띄기에 구입했다(절판된 책이라 중고로 입수했다). 원제는 '중국의 진주'다('펄'이 진주란 뜻이므로 '중국의 펄 벅'도 된다). 미국에서 대학을 다닌 것을 제외하면 줄곧 중국에서 성장하였기에 미국인도 아니고 중국인도 아닌 경계인의 정체성을 갖게 되었지만(그 결과 펄 벅은 작가로서도 중국과 미국에서 모두 따돌림당한다) 그녀가 사랑한 나라는 단연 중국이었다...


19. 0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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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의 교황‘ 페르낭 브로델의 역작 <지중해: 펠리페 2세 시대의 지중해 세계>(까치)가 완간되었다. 전체 3부로 구성된 대작에서 마지막 3부가 번역되어 나온 것. 2부가 두권으로 분권되어 있어서 번역본은 네 권짜리다. 앞선 책들과 마찬가지로 바로 주문한 터라 곧 받아볼 예정이다. 주로 스페인(에스파냐)가 중심이 되지만 이탈리아사도 지중해의 역사에 포함되기에 관련한 대목도 있다(목차를보니 베네치아에 관한 장이 있다).

‘전체사‘가 어떻게 가능한지 시범을 보여주는 <지중해>는 일단 작가 세르반테스가 살았던 시대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더 나아가 이탈리아반도와 터키(투르크)의 역사를 살피는 데도 요긴한 참고가 된다. 먼저 나온 책 중에서는 공저로 나온 <지중해의 역사>(한길사)와 같이 읽어봐도 좋겠다. 이번 이탈리아여행을 준비하면서 구입했던 책이기도 하다.

˝현대 역사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역사가 페르낭 브로델이 1923년에 집필을 시작하여 1949년에 출간한 20세기의 위대한 고전 <지중해>가 드디어 국내에 출간되었다. 방대한 스케일, 엄청난 자료, 참신한 해석의 틀 등이 압도하는 이 책은 세 부분으로 구성되었으며, 각 부분은 그 자체로 총체적인 설명을 시도한다. 시간적으로는 펠리페 2세 시대, 곧 16세기 후반기 50여 년이라는 짧은 시간이 연구 대상이지만, 공간적으로는 지브롤터 해협에서 레반트 지역에 이르는 거대한 지중해의 바다와 육지 세계를 전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리고 지중해 세계와 연결되는 내륙의 나라들과 지역들이 포함된다. 페르낭 브로델은 당시 ‘지중해‘의 인간들, 사건들, 사물들, 자연(산, 강, 평야, 사막 등), 도시, 경제, 사회 등을 총체적으로 아우르는 전체사를 훌륭하게 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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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여행을 마치고 하루 정도 휴식하고는 했는데 사정이 여의치가 않아서 오늘부터 일상 모드다. 원고와 강의가 매일같이 이어지는. 어젯밤에는 부재중에 온 책들은 풀고 오늘 아침까지 새로 나온 책들과 여행을 보충하기 위한 책들을 주문했다(아침에 주문한 책은 20세기 이탈리아문학과 프리모 레비, 그람시에 관한 영어책들이다).

국내서들의 현황에 대해서도 살펴보다가 마이클 해리스의 <우리에겐 쉼표가 필요하다>(현암사)를 장바구니에 넣는다. 제목과 함께 ‘끊임없는 연결의 시대, 한가로울 자유를 찾아서‘라는 부제가 대략 책의 내용을 어림하게 해준다. 저자의 전작도 <잠시 혼자 있겠습니다>(어크로스)였다. 원서로는 <우리에겐 슁표가 필요하다>가 먼저 나온 책이다.

˝1980년생인 저자는 인터넷이 보급되기 이전 시대를 기억하는 마지막 세대로서 인터넷 ‘전’과 ‘후’ 사이에서 문화번역을 시도한다. 저자는 미디어의 역사 속에서 현재의 위치를 파악한 후,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와 여러 온라인 강의 플랫폼, 데이팅 애플리케이션 등을 만든 IT업계의 개발자와 경영자 및 미디어 전문가를 만나 초연결 시대의 삶에 관해 대화하고, 새로운 통신 환경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가치들을 되찾는 실험을 감행한다. 늘 무언가 놓치고 있을까 봐 휴대전화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우리는 어쩌면 잠깐의 멈춤만으로 놀라운 각성의 순간을 맞을 수도 있을 것이다.˝

휴대전화에서 손을 놓는 순간의 가치를 역설하는 책소개를 모바일 북플로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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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노자를 읽는다면 스티븐 내들러의 책부터, 라고 생각하고 있었을 정도로 이름이 알려진 스피노자 전문가 스티븐 내들러가 근대철학 개설서를 펴냈다. <철학의 이단자들>(창비). 그것도 만화책이다. ‘서양근대철학의 경이롭고 위험한 탄생‘이 부제다.

추천사를 요청받아 읽어보면서야 내막을 알게 되었는데 그의 아들 벤 내들러가 그림을 그렸다. 그런 부자관계가 아니었다면 나오기 어려웠을 법한데, 아무튼 덕분에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근대철학 이야기를 갖게 되었다. 입문용으로 추천할 만하다.

˝17세기는 흔히 과학혁명의 세기로 기억되지만, 스티븐 내들러는 철학혁명의 세기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결코 과장이 아니다. 17세기는 갈릴레오와 뉴턴의 세기이면서 동시에 데카르트와 스피노자, 로크와 라이프니츠의 세기였기 때문이다. 이들 ‘이단자들‘과 함께 세계에 대한 인식은 혁명적인 변화를 겪었다. <철학의 이단자들>은 그 과정을 만화를 통해서 너무도 간명하게 해설해준다. 철학은 어렵다는 통념을 가뿐하게 뛰어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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