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강의차 아침버스를 타고 내려가는 중이다. 이 시갼의 버스승객은 대부분 지방캠퍼스로 통학하는 대학생들이다. 짐작엔 유일하게 거기 껴 있는 1인. 평소보다 1시간 일찍 일어나서 집을 나서기에 보통은 수면모드가 된다. 잠들기 전에 눈에 띈 신간을 챙겨놓는다. 가이 스탠딩의 <불로소득 자본주의>(여문책)다. 저자는 지난해 <기본소득>(창비)을 통해서 이름을 익히게 된 경제학자다.

<불로소득 자본주의>의 원제는 ‘자본주의의 부패‘. 부제가 ‘부패한 자본은 어떻게 민주주의를 파괴하는가‘다. 제목과 부제만 봐서는 남 얘기가 아니다. 하지만 소개를 보니 부패한 자본가들 얘기가 아니라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의 부패 얘기다.

˝개인이나 기업의 부패보다 더 심각한 문제를 다룬다. 그것은 자본주의의 이상으로 여겨졌던 자유시장의 유례없는 부패, 즉 경제가 어떻게 유산자(불로소득자)들에게 점점 이익을 안겨주는 반면에, 노동을 통해 얻는 소득은 점점 나락으로 떨어뜨리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요컨대 ‘부패한 자본‘이란 말의 중의성을 충분히 이해하고 음미할 필요가 있다. 한쪽에는 부패한 자본가들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부패한(불의한) 자본주의가 있다. 따라서 필요한 싸움은 이중의 싸움이다. 부패한 자본가들과의 싸움도 힘겨운 싸움이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한 것은 아니라는 인식을 놓쳐서는 안된다.

하지만 일단 발등의 불은 한국 자본주의의 부패한 자본가들이다. 이들과 결탁해온 부패한 권력이다. 당장 고 장자연 사건의 핵심 당사자로 지목되고 있는 조선일보 사주일가다. 아침뉴스를 보니 핵심 당사자가 방정오 전 TV조선 대표로 특정되고 있다(조만간 ‘장자연 사건‘은 ‘방정오 사건‘으로 불리게 될지도). ‘부패한 언론은 민주주의를 어떻게 파괴하는가‘를 다룬 책도 나옴직하다. 나왔던가? 그랬더라도 ‘업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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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3 09: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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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3 10: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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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3 11:4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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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3 13: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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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나온 세 권의 그래픽노블을 나열한 것이다. 그래픽노블의 상시 독자는 아니지만 인물이나 역사를 다룬 책들은 관심도서다.

러시아 태생으로 독일에서 활동하는 비탈리 콘스탄티노프의 <도스토옙스키>(미메시스)는 평전 대용이다. ‘대문호의 삶과 작품‘이 부제다. 봄학기에 도스토옙스키 강의도 있기에 흥미롭게 읽어볼 참이다.

파뷔엥 뉘리와 티에리 로뱅의 <스탈린의 죽음>(생각비행)은 프랑스 그래픽노블. 스탈린 사후 벌어진 권력암투를 실제 사실과 상상을 섞어서 재구성하고 있다고. 책이 나오자마자 2017년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한다. <스탈린의 죽음>(아만도 이아누치 감독).영화도 찾아봐야겠다.

그리고 한나 아렌트의 삶과 사상을 다룬 그래픽노블도 나왔다. 켄 크림슈타인의 <한나 아렌트, 세번의 탈출>(더숲). 아렌트의 생애를 다룬 최초의 그래픽노블로 전문가들로부터도 추천받은 책이라고 한다. 여성 사상가에 대한 그래픽노블로는 케이트 에번스의 <레드 로자>(산처럼) 옆에 놓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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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30 23:0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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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30 23: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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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31 16: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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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31 19:4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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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마음 2019-03-31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나온 석영중교수의 매핑 도스토예프스키를 사고 이 책도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선생님 올해 내신다고 하신 도스토예프스키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로쟈 2019-03-31 19:45   좋아요 0 | URL
네, 숙제 중 하나입니다.^^;

2019-03-31 22:2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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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31 23:1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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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터 아이작슨의 다빈치 평전이 출간되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아르테). ‘인간 역사의 가장 위대한 상상력과 창의력‘이 부제로 다빈치 평전에 붙을 만한 부제다. 분량도 720쪽으로 이제까지 국내에서 평전 가운데서는 가장 두껍다.

아이작슨이 누구인가 싶을텐데(나도 그랬다) 스티브 잡스 평전의 저자라면 바로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동시에 아인슈타인 평전의 저자이기도 한데, 그러고보면세 인물 간의 연결고리도 눈에 띈다. ‘상상력과 창의력‘에서 각각 걸출한 족적을 남긴 인물들인 것. 다빈치는 스티브 잡스의 영웅이기도 했다고 한다.

다빈치는 1452년에 태어나 1519년에 생을 마쳤기에 올해는 사후 500주년이다. 이달초 이탈리아 여행에서 그의 그림과 스케치를 본 기억 때문에 그 의미가 좀더 각별하게 와닿는다. 이미 나와있던 책들은 구해놓은 터에 좀더 결정판에 가까운 평전이 나온 듯해서 반갑다. 생각난 김에 적자면 올해 나란히 탄생 200주년을 맞은 허먼 멜빌과 테오도어 폰타네의 평전도 나왔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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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출신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아마르티아 센의 <정의의 아이디어>(지식의날개)가 번역되어 나왔다. 롤스의 <정의론>에 견주어 ‘센의 정의론‘이라고 부름직한 책이다. 하버드대학의 동료 교수인 힐러리 퍼트넘은 ˝존 롤스 이후 정의에 관한 가장 중요한 공헌”이라고 평하기도. 주제에 대한 관심 때문에 수년 전에 원서를 구입해 두었는데 번역본이 예상보다는 늦게 나왔다.

˝홉스, 로크, 루소, 칸트부터 롤스, 노직, 고티에, 드워킨에 이르기까지 전통적인 도덕철학과 정치철학은 이들 질문이 점령해 왔다. 그러나 아마르티아 센은 이러한 주류 정의론에 결별을 고한다. 완전한 정의와 완벽히 공정한 제도에 골몰하기보다, 사회적 현실을 직시하여 가치 판단의 복수성을 인정하고 비교접근을 통해 부정의를 제거해 가는 방식으로 정의를 촉진하자고 제안한다.˝

분류하자면 자유주의 정치철학자에 속하겠지만 롤스와 마찬가지로 센은 평등과 정의의 문제를 중요한 화두로 삼는다. 특히 누스바움과 함께 발전시킨 ‘역량으로서의 자유‘가 그의 핵심 아이디어인데 짐작에 그것을 정의론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정의의 아이디어>다. 드워킨의 <정의론>까지 포함하여 세 철학자(센도 이 경우에는 철학자에 준한다)의 정의론을 비교해보는 것도 좋은 공부거리다. 다만 당장 할 수 있는 공부는 아니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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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gles 2019-03-25 2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부할 때 센의 불평등, 빈곤에 대한 이론에 매료됬었는데, ‘정의론‘에 해당하는 책이 나왔군요! 소개해주셔서 감솨^^

로쟈 2019-03-25 22:48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기다리던 책.~
 

한국칸트철학회 편의 칸트전집 가운데 <도덕형이상학 정초/실천이성비판>(한길사)이 출간되었다. 지난해부터 나오고 있는 이 전집의 3대 비판서 가운데서는 <실천이성비판>이 가장 먼저 나온 셈이다. 당연히 던지게 되는 질문. ˝이제는 읽어도 될까요?˝

철학전공자가 아니어도 칸트의 3대 비판서는 필독 고전에 속하지만, 그렇다고 필독해야 하는 책은 아니었다. ‘필독 고전‘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으로 보통 양해가 되는 책(다양한 <서양철학사>의 해설로 가름하면서). 핑계를 덧붙이자면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읽을 수 있는 책도 아니었다. 내 경우도 학부 때인가 대학원 때 박영사에서 나온 최재희 선생 번역본을 갖고 있었는데 고시서적 같은 모양새로(한자어 투성이의 딱딱한 문장들) ‘고지식한 칸트‘라는 인상만을 심어주었다. 애초에 읽으려고 했다기보다는 모셔두려고 구입한 책이고, 몇번의 이사과정에서 행방도 묘연해졌다.

나중에 백종현 선생의 <실천이성비판>이 드디어 한글세대 번역본으로 출간되었지만 그때는 (강의할 책이 아니고서야) 철학고전을 공들여 읽을 만한 여유가 없었다. 역시나 ‘소장도서‘로만 의미가 있었다. 그리고 이제 세번째 번역본이 나오면서 얼핏 세 차례 방문을 받은 것 같으면서 이번에도 부인하면 안 될 것 같다. 중요한 기로인데, 아마도 더 나은 번역본이 10년내 나올 가능성은 없다는 걸 고려하면 내가 <실천이성비판>을 읽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굳이 읽어야 한다면 말이다(칸트윤리학의 개요는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 생각을 하며 검색해보니 최재희 선생본도 한글판으로 다시 나왔다. 이래도 읽지 않겠느냐는 압박인가. 일단은 책수집가답게 주문은 했다. 조만간 세권의 번역본을 나란히 펼쳐놓고 읽을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심해봐야겠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읽을 책은 많고 인생은 짧기 때문이다. 실천적으로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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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트50 2019-03-22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에 칸트 번역을 놓고 두 곳에서
논쟁이 있었잖아요? 그때 로쟈님
의견이 궁금했지만 꾹 참았지요^^!
결국 이 편을 더 높이 평가하시는지요? 왜냐면 고교 이후로 다시 칸트를 읽는 것이
제 오랜 계획이어서요~~

로쟈 2019-03-23 09:10   좋아요 0 | URL
번역논쟁은 유익하다고 생각해요. 한데 결과적으론 일이 더 복잡해지긴 했습니다.~

2019-04-01 0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23 09: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23 13:4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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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4 19: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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