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모 레비의 인터뷰집, <프리모 레비의 말>(마음산책)이 출간되었다. 지난달 이탈리아 문학기행 이전에 나왔다면 가방에 넣고 갔을 책이다(대신 넣었던 건 서경식 선생의 책과 함께 <이것이 인간인가>와 <주기율표>, 두 권이었다). 토리노의 생가 앞에서 한 구절을 낭독할 수도 있었겠다. 더구나 그의 마지막 인터뷰라니 더욱 그렇다.

˝프리모 레비가 세상을 뜨기 두 달 전인 1987년 1월과 2월에 가진 마지막 인터뷰를 담았다. 이탈리아 문학 교수이자 평론가인 조반니 테시오가 인터뷰어로 나섰다. 그는 프리모 레비가 세상을 뜰 때까지 10여 년간 우정을 나눈 조언자로서, 프리모 레비와 공동으로 자서전을 쓰기 위해 구술을 받던 중이었다. 두 사람의 대화는 가족과 유년 시절의 이야기로 시작해 학창 시절, 성격, 취향, 독서 등 편안하고 애틋한 이야기를 계속하다가도 언뜻언뜻 프리모 레비 자신도 낯선 듯 털어놓는 즉흥적인 변주가 끼어들어 긴장감을 일으킨다. 자신에 관해서도 남에 관해서도 격렬한 목소리를 내지 않던 프리모 레비의 심경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다.˝

언제 토리노를 다시 찾을 일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여행의 기억을 간직하는 의미로 읽어보려 한다. 레비에 관한 두꺼운 평전도 기회가 닿는 대로 읽어보고. <주기율표>도 여행 전에 다시 구입해서 들고 갔는데 이번에 리커버판이 나왔다. 소장용으로 다시 사둘까 싶다. 표지가 이전보다(파란 색의 너무 밋밋한 표지) 낫다. <이것이 인간인가>도 리커버판이 나옴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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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7 11: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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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7 2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제트50 2019-04-17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예전에 <이것이 인간인가>를
읽었어요. 기억력이 안좋은데 이 책은 몇군데 생각이 나네요. 그 만큼
울림이 있는 회고여서 그렇겠지요.
그 후 <주기율표>를 샀는데 아껴서
보려고 아직 방치 상태여요^^
전 밋밋한 파란색 표지가 더 좋아요^^
인터뷰집은 좋아하는 분야인데
서글프고 애잔한 거는 안좋아해서...
그런데 소개글 보니...천천히 구입을
고려하렵니다 -.-



로쟈 2019-04-17 22:07   좋아요 0 | URL
^^
 

‘미국 백인 민중사‘를 표방한 책이 나왔다. 낸시 아이젠버그의 <알려지지 않은 미국 400년 백인사>(살림). ‘백인 쓰레기‘가 원제다. 2016년에 나와서 화제가 됐다는 책인데 ‘백인 카스트 제도‘의 민낯이 이제야 폭로되었다는 점도 신기하다. 묵과해왔다는 것인지 무지했다는 것인지. 아무려나 미국사를 이해하는 데 요긴한 참고가 되겠다.

˝루이지애나 대학교의 석좌교수 낸시 아이젠버그는 <알려지지 않은 미국 400년 계급사>에서 미국은 그 시작부터 착취와 배제의 논리에 의해 기획되었으며 힘없고 가난한 이들은 400년간 끊임없이 조롱받고 소외되어 왔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하워드 진처럼 대안적인 역사 해석을 가하지만, 그녀의 분석은 훨씬 사적이고 내밀하다. 그동안 흑인과 소수인종 등 마이너리티에 주목해온 진보적 역사서술과는 달리, 정작 미국사의 근간을 이루면서도 세력가나 주류 사회에 의해 철저히 무시되고 이용당해온 ‘가난한 백인‘에 집중한다. 그 결과 미국 역사에 잠복해온 ‘백인 카스트제도‘의 민낯을 낱낱이 폭로한다.˝

‘가난한 백인‘을 다룬 미국문학에 어떤 작품이 있었나? 이 주제에 관한 책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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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6 16: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19 17: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문명과 전쟁>의 저자 아자 가트의 신작이 번역돼 나왔다. <전쟁과 평화>(교유서가). 부제는 ‘전쟁의 원인과 평화의 확산‘이다. 왜 전쟁을 하는가라는 오래된 수수께끼에 대한 검토에서부터 전쟁 감소의 이유까지 기본적인 질문들을 다룬다. 저자의 조국인 이스라엘뿐 아니라 우리와도 무관하지 않은 질문들이다.

˝이 책은 인간의 치명적인 폭력과 전쟁이란 정작 저항할 수 없는 충동도 아니고 문화적 발명품도 아니라는 것, 오히려 우리 종의 시초부터 주요한 행동 도구였다는 것을 보여준다. 진화를 통해 형성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사람들은 언제나 협력, 평화적 경쟁, 폭력적 분쟁이라는 세 가지 선택지를 번갈아 사용해왔다. 그러나 이런 선택지 사이의 균형은 산업시대가 도래한 뒤로 뚜렷하게 변했다. 근대 들어 증가한 것은 전쟁에 들이는 비용이 아니라 평화가 가져오는 보상이었다.˝

요지는 유발 하라리의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김영사)에서도 읽을 수 있다. 두 사람은 텔아비브 대학의 동료인 만큼(하라리는 중세 전쟁사 전공이다) 막역하지 않을까 싶다. 아무튼 전쟁과 평화에 대한 가장 최신의 견해를 읽을 수 있게 돼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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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톨랜드의 <아돌프 히틀러 결정판>(페이퍼로드)이 출간되었다. 히틀러 평전으로는 요아힘 페스트의 <히틀러 평전>(푸른숲)과 이언 커쇼의 대작 <히틀러>(교양인)이 나와있기에 중량감 있는 평전으로는 세번째 책이다(원저의 출간 순서로는 페스트와 커쇼의 평전 사이다). 세 권 모두 각각의 강점을 갖고 있다. 히틀러에 관한 책이 1만권이 넘는다고 하지만 평전은 이 세권으로 충분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의미에서 ‘결정판‘이다.

거기에 얇은 책을 더 얹자면 제바스티안 하프너의 <히틀러에 붙이는 주석>을 꼽을 수 있다. 국내서로는 최근에 박홍규 교수의 <아돌프 히틀러>가 나왔는데 히틀러를 시종일관 기회주의자였던 것으로 평한다. 순서와 무관하게 앏은 책과 두꺼운 책을 고루 읽어볼 만하다. <아돌프 히틀러 결정판>에 내가 붙인 추천사는 이렇다.

˝20세기가 극단의 시대이자 폭력의 세기였다는 이미지는 아돌프 히틀러에서 비롯한다. 전 세계를 전쟁과 광기로 내몬 히틀러와 그의 시대를 알지 못한다면 20세기에 대한 이해, 더 나아가 현대사에 대한 인식도 불가능할 것이다. 존 톨랜드의 히틀러 평전은 방대한 자료와 증언에 근거하여 ‘히틀러의 모든 것’을 가감 없이 그려낸다. 히틀러를 알기 위한 기초 사실과 그를 평가하기 위한 기본 서사를 제공한다. 역사적 인물로서 히틀러에 대한 이해가 우리의 최종 목적지라면 <아돌프 히틀러 결정판>은 반드시 거쳐 가야 할 필수 경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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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학기가 중반을 향하고 있는데 핸드폰 밧데리에 견주면 80퍼센트가 소진된 느낌이다. 다음날 체력을 매번 당겨쓰는 것 같다(체력 돌려막기라고 할까). 원고가 밀려서 이번주에는 강의 하나를 휴강하고서야 겨우 버텨냈다(최악은 면했다는 뜻에서).

이번주에는 특히 처음 강의하는 작품이 세 편 연달아 있어서 더 일이 많은 한주였다(한주에 새로 다룰 수 있는 책은 세 권 정도가 한계에 가깝다. 하루에는 두 권. 그 이상부터는 과부하가 걸린다. 당장 다음주가 그렇군). 아마도 5월 연휴나 되어서야 한숨 돌리게 될 듯싶다.

오늘과 내일 지방강의가 있어서 서울역으로 가는 길이다. 여전히 먼지 낀 하늘이지만 날씨는 화창하다. 아직은 덥게 느껴지지 않아서 바람만 불지 않는다면 봄나들이에도 좋은 날씨다. 그런 기분으로 배낭을 매고 나섰다. 내용물이 모두 책이라는 게 함정이지만. 이번주에는 묵직한 역사책도 몇권 나와서 시간을 내고 싶지만 일정상 그러기가 쉽지 않다.

중국문학 강의를 진행중이라 새로 나온 중국현대사 책들과 함께 <케임브리지 중국경제사>(소와당)도 주문했다. 편저인 줄 알았더니 단독 저작으로 저자는 리처드 폰 글란이다. UCLA의 역사학과 교수(중국 중세사가 전공이라 한다). ‘케임브리지‘란 말이 들어간 것은 케임브리지대학출판부에서 나온 책이어서다. 제목과 부피만으로도 이 분야의 권위자라는 걸 알 수 있다. 경제사학자 케네스 포메란츠는 이렇게 평했다.

˝이 정도 수준의 중국경제사는 이제까지 없었다. 앞으로 누구라도 시도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이 책에서 는 영어권, 중국어권, 일본어권, 그리고 약간의 프랑스어권 자료를 망라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독성이 뛰어나 일반 독자들도 충분히 접근할 수 있는 책이다.˝

이 정도면 도전해 봄직하다. 같이 주문한 책은 이영옥 교수의 <중국 근대사>(책과함께)와 <조관희 교수의 중국현대사>(청아출판사)다. 최근에 나온 국내서라는 게 공통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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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12 16: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4-12 17:0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