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강의중에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비판이론이 점차 대중의 기억에서 사라지고 있다고 언급했는데 그런 추이에 딱 어울리는 제목의 책이 나왔다. 스튜어트 제프리스의 <프랑크푸르트학파의 삶과 죽음>(인간사랑)이다. 제목으로만 보면 ‘프랑크푸르트학파 평전‘에 해당한다. 부제는 ‘21세기 비판이론‘. 흔히 ‘비판이론‘으로 불리는 프랑크푸르트학파의 테제들이 오늘날 어떤 의미가 있는지 짚어보려는 시도겠다. 목차와 자세한 소개가 뜨지 않아서 가늠하긴 어렵지만 제목과 부제만 보자면 그렇다.

발터 벤야민이 책들이 상대적인 주목을 받은 적이 있지만 대체로 프랑크푸르트학파를 다룬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된 적은 없다. 대중과 문화산업에 지극히 비판적인 프랑크푸르트학파의 기본 입장을 고려하건대 지극히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론적 주장의 타당성이 다수의 선택으로 결정되는 건 아니다. 어느덧 비판이론도 한때의 이론으로 사라져가는 듯싶지만 무엇을 기억하고 남길 것인지 꼼꼼하게 되새겨봐야겠다(개인적으로는 지난 겨울에 아도르노의 평전을 몇 권 구입했다).

‘프랑크푸르트학파 평전‘에 해당하는 책으로는 과거 마틴 제이의 <변증법적 상상력>이 소개됐었지만 절판된 지 오래인 것 같다. 제프리스의 책이 그 공백을 채워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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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트런트 러셀의 대표작 중 하나인 <서양철학사>(을유문화사)가 새로 나왔다. 새 번역본이 아니라 보급판. 책이 가벼워지고 가격은 내려갔지만 글자는 더 빼곡해서 ‘노안을 위한 책은 아니다.‘ 그럼에도 휴대가능한 판본이란 점은 평가할 만하다.

견물생심이어서 들고다닐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다시 책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다. 대학 초년생 시절에 읽었으니(아마 중세철학은 확실히 건너뛰었을 것이다) 30년도 더 전의 일이다. 그 사이에 나온 개정판들도 챙겨놓고 원서도 구해놓았지만 다시 손에 들기는 어려웠다. 쉽게 엄두를 낼 수 있는 분량이 아니잖은가.

상식을 확인하자면 러셀의 서양철학사는 표준적인 책은 아니다. 저자의 개성과 주관이 강하게 반영된 책이어서다(시인 바이런에 한 장을 할애한 것만 보아도 그렇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객관적인 세계철학사란 또 무엇인가. 근거없는 사실을 나열하고 논리의 비약을 일삼는 엉터리가 아닌 다음에야 역사를 보는 ‘관점‘은 제거 불가능하다. 그 관점이 서술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니까. 게다가 영어권에서 오랜 동안 가장 많이 읽혀온 철학사라면(적어도 그런 책의 하나라면) 그 자체만으로도 공부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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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한스 2019-05-05 1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소 문장을 다듬었다고 하네요

로쟈 2019-05-06 16:25   좋아요 0 | URL
그렇군요.
 

독일의 매체이론가 프리드리히 키틀러의 주저가 번역돼 나왔다. <축음기, 영화, 타자기>(문학과지성사). 그의 이론서 두 권이 앞서 번역돼 나왔지만 십여년 전 내가 키틀러란 이름과 함께 가장 먼저 소개받고서 영역본으로 구한 책이 <축음기, 영화, 타자기>였다. 그 사이에 두번이나 이사를 했기에 책이 어디에 있는지는 신만이 아실 테지만 그래도 인연이 있던 책이라 번역본 출간이 반갑다.

“‘디지털 시대의 데리다‘‘매체 이론의 푸코‘라 불리며 매체에 대한 독창적인 패러다임을 제시한 독일 매체이론가 프리드리히 키틀러의 대표작이다. 저자 키틀러는 최초의 아날로그 기술 매체들의 태동기였던 1900년대를 집중적으로 분석하며 새로운 기술 매체들이 가져온 혁명적 변화를 서술한다.˝

이전에 잠깐 살펴본 바로 키틀러는 문학사에 대한 아주 특이한, 즉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대표작이면서도 그나마 가장 쉽게 쓰인 책이 <축음기, 영화, 타자기>라고 하므로 도전해봄직하다. 다른 책들도 이번 기회에 한데 모아두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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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의 신간이 나왔다. <문명은 지금의 자본주의를 견뎌낼 수 있을까>(열린책들). 오랜만에 나온 건 아니고 이 신간소개에서 오랜만에 그의 책을 언급한다. 직전에 나온 <불평등의 이유>와 <파멸전야>까지 모두 갖고 있지만 이런저런 일에 치이다보니 손에 들지는 못했다(강의에서 다뤄야 강제독서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강연도 포함되어 있지만 칼럼집으로 읽을 수 있다.

˝놈 촘스키의 신간으로 1969년부터 2013년까지 학회 및 대학교 강연과, 잡지와 신문에 기고한 시론을 한데 묶은 책이다. 전쟁, 테러, 종교, 환경 문제 등 다양한 주제를 아우릅니다. 각각의 글은 짧게는 20쪽 미만에서 길게는 50여쪽에 이를 정도로 간결하고 담백하지만, 그 속에 담긴 내용의 밀도와 무게는 단단하고 무거운 책이다.˝

칼럼집의 저자 촘스키는 물론 언어학자 촘스키가 아니라 정치평론가 촘스키다. 1928년생으로 올해 만으로도 구순을 넘긴 나이가 되었지만 여전히 존재감을 자랑한다. 다만 책이 2013년간까지의 칼럼을 묶은 것이니 약간의 시차는 있다.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기 이전이니. 먼저 나온 <불평등의 이유>가 2017년작으로 원저는 더 나중에 나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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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가 그렇다. 리 매킨타이어의 <포스트트루스>(두리반). 매킨타이어란 이름은 곧바로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를 떠올리게 하지만 둘다 철학자라는 점만 빼면 사적인 인연은 없는 듯싶다(가령 <편견이란 무엇인가>의 애덤 샌델은 마이클 샌델의 아들이다. 리와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도 혹 가족인가 싶었던 것).

‘포스트트루스‘란 타이틀을 가진 책은 몇 종 더 있고 지금 시대를 지칭하는 증상적 개념 가운데 하나다. 매킨타이어의 책은 부제대로 탈진실 시대의 기원과 현재, 문제점과 대책 등을 종합적으로 다룬다. 이를테면 이 주제의 기본서 같은 책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적은 추천사는 이렇다.

˝포스트트루스의 시대, 탈진실의 시대가 우리 시대를 가리키는 또 다른 이름이다. 탈진실의 시대는 진실이 하찮게 여겨지는 시대다. 거짓이 진실인 양 행세하고 가짜 뉴스가 범람하면서 진실은 더 이상 의미가 없는 것처럼 보이는 시대다. <포스트트루스>는 탈진실의 기원과 현황, 그리고 그 위험성을 해부한다. 더불어 방임적 태도만으로는 탈진실의 시대를 통과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이 책은 진실이 무색해져가는 시대에 어떻게 맞서 싸울 것인가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적시에 도착한 아킬레우스의 방패 같은 책이다.˝

가짜뉴스에 대해선 국내서도 몇권 나와있는데 이 책에 추천사를 쓴 구본권 기자의 <뉴스, 믿어도 될까?>를 일단 믿어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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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9 20: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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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9 22: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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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9 22:2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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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29 22:2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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