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적인 문제지만(날짜 문제) 여름이 시작되었다. 당장 폭염이 시작되는 건 아니지만 지난해의 기억 때문에 마음의 준비는 필요하다. 콩국수로 점심을 해결하고 몇 권의 책을 챙겨서 카페로 나왔다. 해야 할 일들이 있기에.
포크너의 말대로 우리가 매일 8시간씩 할 수 있는 건 일밖에 없다. 혹은 매일 8시간씩 해야 한다면 모든 것이 일이 된다. 사랑도 그렇게는 할 수 없다고 포크너는 유감스레 말했지만 매일 8시간 사랑을 하는 건 누구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성노동과 마찬가지로 사랑노동이 될 것이다). 요는 우리가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일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일의 성격에만 변화를 줄 수 있을까.
내게 일은 읽고 쓰고 강의하는 것이다(어제 마감된 소득신고를 보더라도 그렇다. 강의가 나의 주업이고 인세와 원고료조차도 사업소득으로 처리되었다). 이번여름에는 조이스와 나보코프에 대한 강의, 그리고 봄부터 해온 강의로 19세기 영문학과 20세기 후반 미국문학에 대한 강의가 있고 다양한 분야의 책에 대한 서평강의가 있다. 그리고 강의와 유관하게 혹은 무관하게 읽어야 할 책들. 그들을 상대하면서 여름을 나게 될 것이다.
러셀의 <결혼과 도덕>을 서평강의에서 읽을 예정이라 사랑과 결혼을 주제로 한 책 상당수가 독서목록에 올라와 있다. 읽은 책들도 꽤 된다고 생각하지만 새 책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으니 그걸 업데이트하는 것도 일이다. 이번주에 나온 책으로는 심지어 ‘개론‘도 있다. 캐나다 철학자 캐리 젠킨스의 <사랑학 개론>(여문책). ‘여전히 사랑이 낯선 이들을 위하여‘가 부제다. ‘여전히 낯선 이‘에 속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그렇다고 ‘아주 익숙한 이‘라고 말하기도 곤란하군) 문학강의에서 너무도 흔하게 다루는 주제가 사랑이기에 이런 종류의 책도 눈여겨 보아야 한다. 뭔가 새로운 내용이 담겨있을지도 모르고.
일레인 아론의 <타인보다 민감한 사람의 사랑>(웅진지식하우스)은 <타인보다 더 민감한 사람>의 속편격인 책이다. 민감한 사람들을 위한 별도의 사랑론!
˝타인보다 민감하기 때문에 상처 주는 일만큼이나 상처받는 일도 많다. 그러나 어쩌면 아무렇지 않은 척 마음을 숨기고 새까맣게 속을 태울 그들 역시, 사랑을 원하고 사랑에 빠지며 혹은 지금 사랑하는 중일 테다. <타인보다 민감한 사람의 사랑>은 그런 타인보다 민감한 사람들이 ‘나는 괜찮다‘는 자존감, 지금의 사랑을 지켜낼 자신감, 무엇보다 다시 시작하고 행복해질 용기를 찾도록 도와줄 것이다.˝
뭔가 대칭이 되게 하려면 <타인보다 둔감한 사람의 사랑> 편도 있어야 할 듯싶지만 그건 이론적으로만 그렇다. 둔감한 사람들은 상처를 (주는 일은 있을지라도) 별로 받지 않기에 이런 책을 찾을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고 보면 <사랑학 개론>도 변변찮은 이들이나 찾는 것일까? 내색하고 읽을 책은 아닐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