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제목일 리는 없다고 생각했다. 작가들의 사랑 이야기를 다룬 이 책의 원제는 ‘Writers Between The Covers‘다. 번역은 까다롭다. 부제가 ‘작가의 밀애, 책 속의 밀어‘인데, 제목을 정하느라 편집부에서 고심을 했을 듯싶다.

˝헤밍웨이, 톨스토이, 피츠제럴드, 애거사 크리스티, 잭 케루악…… 세계문학의 거장 101명의 소설보다 강렬한 열애와 치정의 기록. 세계문학의 거장 101명과 그 연인들의 삶과 사랑을 조명한 책이다.˝

10명도 아니고 101명을 다루고 있다는 게 이 책의 강점이자 약점이다. 나처럼 문학강의를 상시적으로 하는 입장에서는 요긴한 책. 용도에 맞게 부르자면 ‘작가들의 연애사전‘이다. 제목은 ‘사자의 서‘ 종류에서 힌트를 얻은 듯한데, 작가가 아닌 철학자들을 다룬 책으로 사이먼 크리칠리의 <죽은 철학자들의 서>(이마고)가 있기도 했다. 이 책은 제목도 원제 그대로다. 무려 ˝탈레스에서 데리다까지 동서고금의 유명 철학자 190여 명의 죽음만을 모아놓았다.˝

갑자기 생각이 났는데 제이슨 포웰의 <데리다 평전>(인간사랑)도 아직 읽지 않았다. 이러다 이런 평전들을 끝내 다 읽지 못할지도. 자크 데리다에 대해서도 어디까지 읽고 또 어디까지 강의에서 다룰 수 있을지 견적을 내봐야겠다. 제임스 조이스와 나보코프를 강의에서 다루면서 어느덧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문학강의의 끝(목표이자 한계)에 다다른 느낌인데 철학강의에서라면 데리다가 그렇다(가을이면 15주기가 된다).

그런 책들을 미친 듯이 사랑했고, 그리고 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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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두께가 압도하는 듯하면서도 읽기도 전에 미리 질리게 만드는 책이다. 로버트 그린의 <인간 본성의 법칙>(위즈덤하우스). 파워 라이터인 저자의 전작들, <전쟁의 기술>이나 <권력의 법칙>, <유혹의 기술> 등의 느낌도 그랬다(책만 구입하고 읽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이번 책은 ‘인간 본성‘을 다룬다고 하니까 펼쳐보기는 할 것 같다(‘교양심리학‘으로 분류돼 있군). 문학강의 시간에 가장 자주 언급하는 주제의 하나가 인간(본성)이기에.

˝세계적인 밀리언셀러 <권력의 법칙>의 저자 로버트 그린은 우리 안에 숨겨진 인간 본성에 관한 18가지 법칙을 통찰해낸다. 이번 책에서 그는 평범하고, 이상하고, 파괴적인 모습이 공존하는 매혹 될 수밖에 없는 존재, 인간의 진짜 모습을 파헤친다. <권력의 법칙>, <전쟁의 기술>, <유혹의 기술> 3부작을 잇는 인간 심리의 결정판이다.˝

아직 읽지 않아서 궁금한 점은 저자가 문학작품을 얼마나 참고했을까이다. 역사적 인물과 사례는 당연히 많이 동원되었을 터인데, 비극이나 소설의 주인공은 얼마만큼 다루었을지 궁금하다. 그런 경우에는 나도 견해가 없지 않기에 비교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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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지방강의에 나섰다가 이제 귀가중이다. 대략 15시간 가량이 소요되는 듯싶다. 눈도 피로하여 요즘 그렇듯이 오늘도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겠다(대신 새벽잠이 줄었다). 그 전에 주문했던 책 몇 권을 만져보게 될지도.

전쟁에 관한 책이 몇 권 한꺼번에 나왔는데, 시대를 거꾸로 올라가자면, 먼저 독일의 역사학자 다니엘 쇤플루크의 <1918>(열린책들)이 나왔다. 제목이 알려주듯 1차세계대전 종전 무렵을 다룬 책이다. ‘끝나가는 전쟁과 아직 오지 않은 전쟁‘이 부제. 1차세계대전사에 관한 책은 적지 않으나 이 책의 강점은 생생한 현장감에 있는 듯싶다.

˝저자 다니엘 쇤플루크(베를린 자유 대학의 역사학과 교수)는 베스트셀러 전기 작가이자 드라마 각본가로 이미 유럽 방송계에서는 유명 인사다. 쇤플루크는 이 시기 등장인물들이 쓴 회고록, 일기, 편지, 자서전 등 1차 사료를 토대로 100년 전에 벌어졌던 다양한 사건과 인물들의 생각과 감정, 시대 분위기를 독자들의 눈앞에 생생하게 펼쳐 보인다.˝

두번째 책은 제목이 소개를 대신한다. <유발 하라리의 르네상스 전쟁 회고록>(김영사). 신작은 아니고 그의 박사학위논문이다. 하라리의 모든 책이 소개되고 있는 상황이라 특이한 일은 아니다. 하라리의 유명세가 아니었다면 소개되기 어려운 분야의 책이기도 하고.

˝<사피엔스>를 비롯한 ‘인류 3부작’의 사상적 배경이 되는 선행 연구(2004년 원서 출간)로, 하라리의 옥스퍼드 대학교 박사학위 논문이다. 이제 역사와 미래를 바라보는 새롭고 대담한 관점을 제시하는 하라리 사상의 원류를 일별할 차례다.˝

거창하게 ‘하라리 사상의 원류‘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서양 중세 전쟁사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이미 나온 <대담한 전쟁>(프시케의숲)과 같이 읽어봄직하다. 부제는 ‘전쟁, 역사 그리고 나, 1450-1600‘이다. 중세라고는 하지만 르네상스 시대로군.

세번째 책은 시대를 한참 더 거슬러 올라간다. 아더 훼릴의 <전쟁의 기원>(북앤피플). ‘석기시대로부터 알렉산더 대왕의 시대까지‘가 부제. ˝제목이 말해주듯이 전쟁의 원형은 어떠한 모습인가 그리고 원시 시대 이래 전쟁이 현대적 전쟁의 모습을 갖추어 나가는 역사는 어떻게 전개되었는가를 다루고 있다.˝

결과적으로는 고대부터 중세를 거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망라하여 전쟁이란 무엇인가를 새롭게 조명하게 해줄 책들이다. 전쟁을 주제로 한 책들도 많이 밀려 있지만 욕심을 내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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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움베르토 에코‘가 들어가 있지만 저자가 아니라 편자다. 정확히는 공동편자. 리카르도 페드리가와 같이 엮은 <경이로운 철학의 역사> 2권이 이번에 더해졌는데 아마도 이 구성인 듯싶다. 원저도 분권돼 있는지 통권인지 모르겠다. 잠시 확인해보니 3권까지 있다. 그렇다면 좀 이르게 적는 페이퍼로군.

그럼에도 각각 900쪽 안팎에다가 정가 8만원의 책이니만큼(두권이면 할인가로도 14만원이 넘는다) 꽤나 값진 책이다. 철학사는 많이 나와있으니 나로선 이탈리아 인문학계의 수준과 역량, 그리고 관심사를 엿보게 해주는 책으로 의의를 찾고 싶다. 3권까지 마저 출간된다면 단독저작이지만 독일책으로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의 철학사와 비교해봐도 좋겠다. ‘철학하는 철학사‘라는 시리즈로 나오고 있는 이 책도 현재 2권까지 나와있다.

묵직한 읽을거리들이 계속 나오고 있지만 나로선 언제나 손에 들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1박2일의 지방강의를 다녀와서 12시간을 자고 나서야 겨우 ‘극한피로‘에서 ‘피로‘ 모드로 전환되었기 때문이다(고로 지금이 피로한 상태다). 대략 5월말부터 현재까지 심신의 피로가 극에 달해서 버텨온 것이 놀랍다. 일정을 봐서는 8월이나 되어야 한숨 돌릴 것 같다(8월초에야 며칠 휴가를 가질 계획이다).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내년부터는 강의를 조금씩 줄여나가야 할 듯싶다. <경이로운 철학의 역사> 같은 책들도 그때서야 읽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그래, 3권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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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9-07-15 1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샘 글 읽고 고른
이책과 앤서니 케니의 서양 철학사
철학 강의 듣는데 많은 도움이~
책값은 착하지 않아 대출해서 읽는 중

로쟈 2019-07-15 22:54   좋아요 0 | URL
네, 대출기간도 오래 잡아야.~
 

몇년 전엔가 제목만 보고 바로 구입한 책이 조지 스타이너의 <나의 쓰지 않은 책들>(서커스)이다. 번역되면 좋겠다 싶었는데, 이번에 출간되었다. 
















저명한 문학비평가이기도 한 스타이너의 책은 얼마전에 재출간된 <톨스토이냐 도스토예프스키냐>와 <하이데거> 정도가 소개된 듯싶은데, 저자의 명망에 비하면 좀 초라해 보인다. 몇 권 더 소개되어도 좋겠다 싶은데, 일단은 <나의 쓰지 않은 책들>부터 재미있게 읽은 준비를 해야겠다. 뉴욕타임스 스 북리뷰의 한 대목.  


"박식가 중의 박식가. 스타이너의 박식함은 그의 문장만큼이나 독보적이다. 치밀하고, 예리하고, 심오하다. 그의 책을 보면 그가 소크라테스 이전 시대부터 포스트모던 시대까지 모든 문화에 통달해 있다는 느낌을 피할 수 없다."


어제오늘 내내 침체된 상태에 있었다. 심신이 피폐해졌다는 표현을 이럴 때 쓰는 거겠지 하며 줄곧 휴식을 취하다가 부랴부랴 이번주 강의자료를 만들고 이제 잠자리에 들려고 한다. 그래도 책 한권은 건졌다는 기분에 작은 위안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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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01 19: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01 23:32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