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관한 책들이 몇 권 나왔다(자기 얘기라고 쑥쓰러워할까?). <책이었고 책이며 책이될 무엇에 관한, 책>(마티)이라고 제목이 눈에 띄게 길어서 찾아보니 원저는 그냥 ‘책(The Book)‘이다. 예상할 수 있듯이 책의 역사를 다룬 책(이 주제에 대해서라면 몇 권 읽은 터라 새로운 내용이 담겨 있는지 궁금하다).

˝책의 발전사를 점토판에서 터치스크린으로 나아가는 직선적 경로로 묘사하지 않고, 책의 구조와 제작 기술, 시대적 상황을 절묘하게 엮어낸 책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책을 사물, 내용, 아이디어, 인터페이스 차원으로 나누어 펼쳐놓는다. 종이책에 대한 향수와 감상적인 시선을 걷어내려고 노력하는 저자는 ‘우리는 덜 읽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읽을 뿐‘이라고 말하며, 다음에 올 책은 무엇일지 묻는다.˝

<책의 책>(김영사)도 원제는 그냥 ‘책‘이다. 번역본의 부제는 ‘우리 시대 가장 영향력 있는 물건의 역사‘. 초점은 조금 다른데, ˝책이 사물로서 갖는 물성과 그것을 가능하게 한 노력에 관한 이야기˝로 ˝생각의 첨단을 담는 도구의 첨단, 기능성과 예술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매혹적인 공예품’을 향한 러브레터˝라고 소개된다. 

거기에 더하여 <우리가 사랑한 세상의 모든 책들>(아트북스)은 일러스트레이터 저자가 쓴 애서가들을 위한 책이다.

˝책 사랑꾼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그림으로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온 그녀의 첫 책 <우리가 사랑한 세상의 모든 책들>은 고전부터 어린이책, 대중문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책과 그 표지, 애서가들의 이상적인 서가를 오직 그림으로만 담아낸 작품집이자 ‘책에게 보내는 헌사‘다. 또한 책의 역사를 개괄함과 동시에 세계 각지의 가보고 싶은 서점, 도서관, 책으로 세상을 바꾸고자 노력하는 활동가들의 모습 등 책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이 책의 목표는 당신의 ‘책더미‘를 세배로 늘리는 것˝이라는 협박으로 시작하므로 사전주의가 요망되는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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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19-09-26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전주의 요망^^
세 권 모두 편집만 봐도 ˝책더미˝ 늘리고 싶어지게 만드네요

로쟈 2019-09-27 14:14   좋아요 0 | URL
네 함정이에요.~

여우 2019-10-05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 권 당장 구입하고 싶어요~점점 책장과 책상에 못읽고 바라만 보는 책들이 쌓여가고 .....

로쟈 2019-10-05 17:49   좋아요 0 | URL
주의하셔야.~
 

‘빈 태생의 유대인 철학자‘로 소개되는 야콥 타우베스(1923-1987)의 <서구 종말론>(그린비)이 번역돼 나왔다. <바울의 정치신학>에 이어 두번째로 소개되는 책. 프로필을 보니 그의 박사학위 논문 주제가 서구종말론이었다. 주로 신학적 종말론을 다룰 것 같아 제쳐놓았는데 목차를 보니 마지막 4부(번역본에서 4권)가 ‘유럽의 철학적 종말론‘이다. 분량도 150쪽 가량. 읽는다면 먼저 이쪽부터 봐야겠다.

˝<서구종말론>은 급진적인 바울 해석으로 현대정치철학에 ‘종교의 귀환’을 촉발한 야콥 타우베스의 박사논문이자 그가 생전에 출간한 유일한 책이다. 이 책은 제목이 그대로 보여주는 것처럼 서구의 종말론의 역사적 전개를 다룬다. 현존 질서를 부정하는 근대의 혁명의식, 더 나은 세계가 도래하리라는 근대의 역사철학 이면에는 세속화된 묵시적 종말론과 영지주의가 있음을 보여준다.˝

‘생전에 출간한 유일한 책‘이라는 문구에 다시 확인해보니 주요 저서들이 모두 사후에 나왔다. 법학자 칼 슈미트와 교환한 편지들도 책으로 묶여 나왔는데(영어판으로 나왔다) 무슨 밀담을 주고받았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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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는 ‘허걱‘했는데, 부제를 보고 이해는 하게 되었다. ‘마르크스 자본 읽기 시작 책‘이란 제목으로는 주의를 끌기 어려웠을 테니 말이다. 마르크스의 <자본> 입문서가 적잖게 나와있는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그래도 눈길을 끄는 건 저자가 저명한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에르네스트 만델이어서다. 책은 그가 <자본> 영어판에 붙인 서문들을 모았다(그러니 나도 갖고 있는 책인가. 확인해봐야겠다).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 에르네스트 만델이 펭귄출판사에서 낸 영어판 <자본>(전 3권)에 각각 쓴 ‘서문’을 묶어 전세계 최초로 출간한 책이다. 1976년, 1978년, 1981년에 쓴 이 서문들에서 만델은 각 권의 저술 계획과 구성, 핵심 내용은 물론 ‘재생산 도식’이나 ‘전형 문제’를 비롯해 <자본>이 출간된 뒤 마르크스주의 진영과 비마르크스주의 진영 사이에서 논쟁이 된 쟁점들을 꼼꼼히 살핀다.˝ 

흥미로운 건 이 ‘세계최초본‘의 출간사다. 무려 17년이 걸린 사연 많은 책이다.

˝애초에 한 권의 책으로 계획되지는 않았지만 <자본>을 읽는 데 중요한 텍스트로 인정받는 이 책은 2002년에 번역이 끝났지만, 저작권자를 찾지 못해 출간을 미뤄야 했다. 벨기에에 사는 만델의 두 번째 아내 안느 스프리몽(Anne Sprimont)하고 연락이 닿아 저작권 계약을 맺기까지 15년이 걸렸다. 먼지 쌓인 초역 원고를 꺼내어 손보고, ‘자본 읽기 시작 책’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옮긴이 주를 더한 뒤 고 김수행 선생이 번역한 한국어판을 대조해 <자본>을 처음 읽거나 다시 읽는 독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게 하는 데 2년이 더 흘렀다. 그리고 지금, 마침내 ‘<자본> 읽기의 새로운 시작점’이 펼쳐진다.˝

과정만 보면 ‘무모한‘ 책이었다. 만델의 저작으론 <후기 자본주의>의 대표작이 진작 번역됐었지만 절판된 지 오래되었다. 역시나 절판된 <즐거운 살인>이 생각나서 이번에 중고판으로 다시 주문했다(책을 찾을 수 없기에). <즐거운 살인>은 영어판도 절판돼 희귀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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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혁명사와 문화사 연구로 유명한 역사학자 린 헌트의 신작이 번역돼 나왔다. <무엇이 역사인가>(프롬북스). 원제는 ‘역사‘로 저자의 역사론에 해당하는 책이다. 연휴에 읽어보려고 주문했지만 배송이 미뤄져 다음주에나 받아볼 참이다.

˝‘역사에 대한 노골적인 거짓말‘을 비롯해 역사적 진실을 둘러싼 최근의 쟁점들을 다룬다. 역사적 기념물의 보존과 파괴를 둘러싼 갈등, 역사 교과서 논쟁, 전 세계 다양한 진상규명위원회의 활동 등을 소개하며, 이러한 상황에서 역사적 진실을 규정한다는 것의 의미와 그 역사적 진실을 밝혀낼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지를 묻는다.˝

‘21세기판 역사란 무엇인가‘란 평도 있는데 목차를 보면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역사가 왜 중요한가라는 문제의식에 출발해서 역사에서 진실은 어떻게 가려낼 수 있는지를 다루고 ‘역사의 정치‘와 ‘역사의 미래‘를 성찰한다. 역사학자이기에 역사를 자명한 것으로 간주하는지도 모르겠는데, 좀더 다양한 시각에서 주제를 다뤘으면 좋았을 법하다. 가령, 왜 많은 사람들에게 여전히 역사(역사적 진실)는 중요하지 않은지 같은 질문. 그리고 고전적 질문으로 ‘역사의 의미‘는 무엇이며 역사의 의미라는 질문 자체의 의미는 무엇인가에 대해서. 그렇더라도 뭔가 배울 만한 게 있지 않을까 싶어서 기다리게 되는 책이다...

P.S. <프랑스혁명의 가족 로망스>를 포함해서 린 헌트의 대표작들이 절판된 상태다. 역사의 중요성에 대한 저자의 역설에 대한 반증이 아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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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9-09-13 14: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배울 만한 게 있지 않을까 싶어서 기다리게 되는 책이다‘
읽어보시고 결과를 알려주실거라고 믿고
글을 기다리겠습니다.(날로 먹는다 욕하지 마시길)

로쟈 2019-09-13 16:23   좋아요 0 | URL
네.~
 

일본의 페미니스트로 내가 기억하는 이름은 우에노 지즈코다. 도쿄대 사회학과 교수(현재는 명예교수)이면서 페미니즘 전사이기도 한 우에노의 책은 다수 번역돼 있다. 내가 읽은 책은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로 그녀의 이론적 바탕과 함께 기본 생각을 알게 해준다.

이번에 일본 페미니즘 운동의 선구자로 일컬어진다는 다나카 미쓰의 고전적 저작이 번역돼 다시금 우에노 지즈코를 떠올리게 되었다. <생명의 여자들에게>(두번째테제)아니나 다를까, <여자들의 사상>의 한 장이 다나까 미쓰에 할애돼 있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일본 여성해방(우먼리브) 운동의 고전적 저작. 1972년 첫 출간 이후 일본에서 꾸준하게 읽히는 책. 저자 다나카 미쓰는 일본 여성해방 운동의 선구자. 최근 개정판을 번역했으며, 이 판본에는 본문 외에 역사적인 문건 <변소로부터의 해방>을 비롯한 많은 자료가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다. 여성해방을 외치는 자생적이고 생명력 넘치는 이야기를 통해 일본 여성해방 페미니즘 운동의 한 정점을 살펴볼 수 있다.˝

1970년대면 분명 한국보다 한발 앞서서 여성해방론이 전개된 것인데 현재 일본의 여성운동이 더 나은 상태를 보여주는 것인지는 의문이다(내부 사정을 몰라서인가). 만약 기대만큼의 성취를 이루지 못했다면 어떤 장애 때문이었는지도 궁금하다. 이건 우에노 지즈코의 책에 나와 있을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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