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장판사 문유석의 법원 유감 개정판이 나왔다. <판사유감>(문학동네). 대한민국 검찰이 지난 두어달 동안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입증하기 위해 분골쇄신해온 데 대해 맞장구라도 치는 듯한 법원의 판결을 두고 자연스레 떠올린 제목이다. 검찰의 배턴을 이어받아 사법부 개혁의 필요성을 다시 몸소 입증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법원 내부의 시각으로 문유석 판사의 책을 참고할 수 있겠다.

김영란 전 대법관의 책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는데 이번에 나온 건 <판결과 정의>(창비)다. 그나마 사법부가 지탱되고 있다면 이런 분들 덕분이리라. ‘대법원의 논쟁으로 한국사회를 보다‘가 부제. 조금 거슬러 올라가면 대한민국 법조계 전반에 걸쳐 실상과 문제점을 짚고 있는 김두식 교수의 <불멸의 신성가족>(창비)도 이 주제의 필독서다. 어떤 개혁이 어떻게 가능한지는 전문가의 해법이 필요하겠지만 문제의 실상이라도 알아두는 것이 일단은 필요해 보인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은 긴 여정의 일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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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온 2019-10-24 22: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검찰도 법원도 참 화나요 !

로쟈 2019-10-24 22:54   좋아요 3 | URL
실체를 알게 해준 건 다행이라고 볼 수도.~

모맘 2019-10-25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로 긴 여정이네요ㅠ
사랑하기가 버거운 시간들입니다ㅠ

dayfornight 2019-10-28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님 블로그 초창기부터 보고 있고
책소개 면에서 예전같은 활력이 아닌 듯한 요즘에도 여전히 방문하고 있습니다만..
지난번 정경심 구속 즈음에 올린 역사에서의 반동 움직임을 언급한 글에서도 찜찜했는데
이 글에서 조국 사태에 대해서 팩트들을 찾아 보지 않고 글을 올리시는 게
확실해 보이니.. 참 실망스럽네요.

너무도 유명한 조적조 트위터나 서울대에서의 교수 활동, 논문 활동 등 같은
희극적인 마이너한 팩트들까지는 아니어도, 아주 간단히 김경율 회계사의 인터뷰나
투기자본감시센터, 약탈경제반대행동 등의 보도자료나 고소장 등만 체크해도
현 상황이 단순히 윤석열 검찰의 정치행위라든가 조국 반대 또는 반문재인 정서가 아니며
진보를 막아서는 반동적 움직임으로 규정할 수 없다는 것 정도의 인식에는
어렵지 않게 가 닿을 수 있는데 말이죠..

코링크와 연결된 정상훈, 윤규근, 주가조작, 역외펀드, 임종석-임동아 건
가습기 살균제 건 관련 김상조-유선주 사건, VIK-신라젠과 부산대 문제
요즘 나오고 있는 코링크 비트코인 투자와 법무부 가상화폐 규제 시점 등
키워드들 중심으로 조금이라도 팩트에 대한 조사를 하시길 권합니다.

팩트를 알고자 하는 노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추상적 이론에 대한 지식과 어렴풋한 이미지만 가지고 현실을 파악하려 한다면
이론적 앎이 넘쳐난들 어떻게 방향성에 결함이 없는 온전한 인식을 기대하겠습니까.

조국 사태가 보수 권력층의 문제점을 재확인시키는 것 이상의
현 집권세력 핵심부의 어두운 면을 드러낸 트리거 작용을 한 상황일 수 있다는 정도의
합리적 의심 정도만 가질 수 있어도 로쟈님이 현재 취하는 입장을 갖긴 어려울 겁니다.

로쟈 2019-10-27 22:33   좋아요 2 | URL
한쪽에서 주장하는 ‘팩트‘들에만 귀를기울이지마시고 이성과상식을 갖고판단하시길.

dayfornight 2019-10-27 22:49   좋아요 0 | URL
로쟈님/
저는 양쪽 모두가 제시하는 ‘팩트‘와 논리들을 체크하고 있습니다.
로쟈님 역시 그러하신지요?

로쟈 2019-10-27 22:36   좋아요 3 | URL
양쪽 다 체크하고서도 그런의견이시라면 더드릴말씀이 없네요.

dayfornight 2019-10-27 23:07   좋아요 1 | URL
로쟈님/
양쪽 모두를 체크할 때 최소한 현 시점에서
어느 쪽이 옳다는 결론을 내리는 건 어렵다는 정도의 ‘이성과상식‘에 기반한
회의주의적 인식에 이르는 게 가능하지 않은 분이라는 걸
그 오랜 시간을 지나 이렇게 발견하게 되다니.. 세상일이 참 재미가 있네요.
어찌 보면 님은 제 독서 편력에 있어 하나의 기준 같은 사람이었는데 말이죠.. ㅎ
 

한권으로 읽는 프로이트 선집이 나왔다. 전집판에서 19편을 골라 엮은(두편은 발췌) <한권으로 읽는 프로이트>(열린책들)다. 전집판을 갖고 있어도 휴대의 편의성 때문에 이런 선집을 필요로 하게 되는데 영어식으론 ‘포터블‘판에 해당한다. 분량은 780여쪽.

˝열린책들 편집부는 ‘중요성, 흥미, 평이함, 다양성‘ 이 네 가지 기준으로 수록될 글들을 선정했다고 밝히고 있다. 여전히 중요하게 논의되는 글들을 우선으로 하되, 일반적인 독자가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주제를 다룬, 가급적 쉽게 쓰인 글들 중에서, 프로이트의 다양한 관심사(문명론, 예술론, 종교론 등)를 보여 줄 수 있는 글들을 선정했다는 것이다.˝

보통 이런 소개글은 편집부에서 작성하는데 ˝선정했다˝가 아니라 ˝선정했다고 밝히고 있다˝라고 하면 누가 쓴 것인지? 특이한 일이다. 아무튼 전집도 필요하고 적당한 선집도 필요한 게 프로이트다. 이번에 같이 나온 책 중에는 ‘프로이트 세미나‘를 부제로 한 강우성의 <불안은 우리를 삶으로 이끈다>(문학동네)도 있다. 짐작에 대학에서의 강의를 단행본으로 엮은 듯싶다. 지난여름 <프로이트, 아웃사이더의 심리학>(마리서사)을 읽다 말았는데 같이 모아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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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22 22: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뜬금없지만 강의 잘 들었습니다. 저혼자 읽는 것보단 선생님께서 설명해주시는 것을 들으니 새로운 것이 보입니다. 필경사 바틀비.항상감사합니다. 편히 올라가십시요.

로쟈 2019-10-22 22:23   좋아요 0 | URL
네 올라가는길. 피드백주셔서 감사.~

sherbet 2019-10-24 0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로자님은 책 중독이세요? 이 많은 책을 다 어떻게 읽죠?

로쟈 2019-10-24 13:44   좋아요 2 | URL
물고기더러 물중독자라고 하진않지요.^^
 

가라타니 고진의 신작이 나왔다. <유동론>(도서출판b). 어떤 주제이건 간에 고진의 신작은 주목거리인데(나는 처음에 제목이 <유물론>인 줄 알았다. 안 그래도 고진의 책 가운데는 <유머로서의 유물론>도 있다), ‘유동론‘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비지배로서의 자유‘와 연관지어 봐도 좋겠다).

˝<유동론>은 4개의 장과 1개의 보론으로 구성되는데, 가라타니 고진은 독자들에게 먼저 보론을 읽을 것을 권하고 있다. 1장에서 4장까지 야나기타 구니오의 민속학을 중심으로 일본의 주요 민속학을 개괄한다. 1장에서 야나기타 구니오의 초기 민속학을 시작으로, 2장에서 4장까지 야나기타 구니오의 ‘상민론’, ‘산인(山人)사상’, ‘고유신앙’ 등을 해제하고 있다.˝

처음에 ‘유물론‘으로 읽어서 자연스레 떠올린 책이 테리 이글턴의 <유물론>(갈마바람)이다. 생각난 김에 챙겨놓아야겠다. 이글턴의 신작으로는 얼마전에 <유머란 무엇인가>(문학사상사)도 출간되었다. 진행중인 문학이론 강의가 마무리되어야 손에 들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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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해서 썼지만 동의어다. 미국의 정치철학자 마크 릴라의 <난파된 정신>(필로소픽)의 부제가 ‘정치적 반동에 관하여‘다. 제목보다는 부제에 끌리게 되는데 ‘반동‘에 대한 책이 그간에 희소했기 때문이다. 저자의 집필 동기도 정확히 그렇다. 국내외적으로 정치적 반동이 득세하는 시기인지라 이에 대한 저자의 분석과 해부가 요긴하다.

˝중동의 이슬람 근본주의, 유럽의 극우 민족주의, 미국의 신정(神政)보수주의 등 시대착오적 사고로 비웃음을 당하던 반동이 거침없이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 저자는 반동이 그저 무지와 반발에서 비롯되었다는 생각은 편견일 뿐이며, 반동은 혁명 못지않게 시대에 대한 통찰과 정교한 이론을 갖추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역사의 합리적 진보를 예언한 헤겔 철학에 반발하여 다시 유대인 전통의 원천으로 돌아가려 했던 프란츠 로젠츠바이크, 철학에서 소크라테스의 전통을 회복하려 했던 레오 스트라우스, 근대 정치혁명사를 초월적 질서에 대한 그노시스주의의 반란으로 인식한 에릭 뵈겔린 등 3명의 온건한 반동사상가를 소개하면서 반동 정신의 근원을 추적한다.˝

정치평론보다는 철학적 검토의 성격을 띠고 있기에 현실정치에 곧바로 적용하기는 어렵겠지만 정치적 반동의 정신상태 혹은 구조에 대해 이해하도록 돕는다. 내친 김에 (계몽주의가 아닌) 몽매주의에 대한 책도 소개되면 좋겠다. 역사의 진보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반동과 몽매주의의 힘이 그만큼 강고하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마르크스부터가 이에 대해 과소평가했다). 우리가 물려받은 건 계몽의 유산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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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mask 2019-10-18 18: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글에 관한 내용은 아니지만, 정치적 반동과 혐오가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여 여기에 글을 남기네요 ^^:

제 블로그에 혐오를 다룬 시리즈가 있는데, 한 번 읽어봐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의견까지 주시면 더더욱요~!
<혐오사회도 괜찮으신가요?> 시리즈를 시작하며
https://blog.naver.com/keep_selfs_real/221619610414

로자님이 쓰신 것처럼, ˝정말 이런 곳도 다 있군요.˝
너무 멋지네요. 대단하십니다~!
 

시차 적응을 위해서라도 삼일간의 휴식은 필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전내내 누워 있으면서 내린 결론이다. 정신을 차리고 이번주 남은 일정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하는데 막간에 마사 누스바움의 신간에 대해 적는다. <정치적 감정>(글항아리). ‘정의를 위해 왜 사랑이 중요한가‘가 부제다. 몇년전에 원서를 구입해놓고 번역본을 기다리던 책.

˝이 책에 담긴 정치적 감정들에 관한 놀랍고도 독창적인 누스바움의 분석은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그녀는 정의롭기를 갈망하는 품위 있는 사회에서 사랑의 자리를 탐구한다. 또한 고도의 지적인 힘과 감정의 힘으로 우리가 인간애를 잘 다룰 수 있는 복잡한 것 가운데 정치적 사랑을 고양시키는 방법을 설명한다.˝(조슈아 코언)

감정에 대해서라면 누스바움이 이미 전작들에서 많이 다룬 주제다(특히 혐오감과 수치, 분노 등). <정치적 감정>은 종합판으로서 의미가 있겠다. 입문서라고 하기엔 분량이 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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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09 15: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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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09 15: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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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1 10: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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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0-13 0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모맘 2019-10-11 1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치와 사랑,
진작부터 읽고 싶었던 주제였는데
바로 주문해야겠네요!
기대됩니다^^

로쟈 2019-10-13 00:13   좋아요 0 | URL
네, 저도 기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