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나온 문화사 책으로 단연 눈에 띄는 건 메리 매콜리프의 ‘예술가들의 파리‘ 시리즈다. 이번에 나온 건 세권인데 1871년부터 1929년까지 파리의 문화사를 다룬다(영어판을 검색해보니 더 이어진다). 이 가운데 세기말과 세기초를 가리키는 ‘벨에포크‘(아름다운 시대)를 다룬 건 <벨에포크, 아름다운 시대>(현암사)와 <새로운 시대의 예술가들>, 두 권이다. 원저의 제목으로는 각각 <벨에포크의 여명>과 <벨에포크의 황혼>이다. 셋째권은 <파리는 언제나 축제>(헤밍웨이의 파리 시절을 곧바로 연상시킨다).

현재 프랑스문학강의를 진행하고 있고 이번 가을에 프랑스문학기행도 계획하고 있어서 자연스레 파리에 관한 책들을 찾아봐야 하는 상황에서 때맞춰 출간돼 반갑다(세권의 원서도 주문했다). 첫권을 읽고 있는데 마네와 졸라에 관한 내용들은 강의/문학기행과 관련해서 요긴한 참고가 된다.

˝예술사에 깊은 관심을 갖고 연구해온 역사학자 메리 매콜리프는 예술사상 가장 역동적이었던 이 시기 파리에 모여든 예술가들의 이야기를 당시의 사회적 상황과 버무려 흥미진진하게 풀어놓는다. 당대를 살았던 인물들의 일기, 회고록, 편지 등의 1차 자료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서술 방식은, 독자로 하여금 마치 당시의 인물들의 삶 속으로 직접 뛰어든 것 같은 느낌을 받게 하고, 나아가 그 인물들의 삶과 예술을 더 깊이 이해하게 한다. 각 시대 음악, 미술, 문학, 무용, 영화 등의 예술 분야는 물론이고 과학과 기술, 건축과 패션, 정치 및 경제적으로 중요한 인물과 이슈들까지 모두 아우르는 이 책은 세계 수도로서의 파리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해낸다.˝

파리에 관한 책은 적잖게 나와있는데 이 참에 두루 정리해봐야겠다(여러 차례 페이퍼를 쓰게 될 것 같다). 상반기의 과제 목록이 하나 더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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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역사서로 대니얼 임머바르의 <미국, 제국의 연대기>(글항아리)를 고른다. ˝이제야 미국이 어떤 나라인지 알 것 같다˝는 띠지의 문구가 책의 의의를 잘 대변하고 있다. 원제는 ‘어떻게 제국을 숨길 것인가‘인데, 사실 현재 트럼프의 미국은 제국적 본성을 그대로 드러내놓고 있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미국이 ‘제국‘이 아니었던 적은 없다. 그동안은 잘 숨겨왔을 뿐이란 걸 폭로하고 있는 책이 <미국, 제국의 연대기>다. 한 서평을 인용한다.

“이 책은 세계사 속 미국 역사의 본질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완전히 바꿔놓는다. 임머바르는 미국인이 영토를 획득하고 이를 지배하며 그로부터 영향을 받은 과정을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미국이 그저 하나의 ‘제국’이 아니라 아주 뚜렷한 특색을 지닌 제국이며, 이런 면은 지금까지 대부분 무시되어왔음을 잘 보여준다.”

미국을 주제로 한 책으로 작년말에 나온 책들도 같이 읽어볼 만하다. 크리스 헤지스의 <미국의 미래>(오월의봄)과 낸시 매클린의 <벼랑 끝에 선 민주주의>(세종서적) 등이다. 어제 강의에서는 토크빌의 <미국의 민주주의>의 핵심 주장들에 대해 살펴보았는데, 그것이 어디까지 타락, 변질되고 있는지 고발하는 책들로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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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문외한이 '악성 베토벤'에 대해 내가 강의에서 다룰 일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언급은 하게 되는데, 가령 톨스토이의 <크로이체르 소나타>(<크로이처 소나타>)가 베토벤의 곡을 소재로 한 작품이어서, 쿤데라의 <불멸>에서 괴테와 베토벤의 에피소드가 나오기에 언급하는 식이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좀 달라졌는데, 베토벤의 생애를 소재로한 로맹 롤랑의 대작 <장 크리스토프>(1912)를 봄학기에 읽을 예정이어서다. 
















알려진 대로 로맹 롤랑의 여러 권의 예술가 평전을 쓰고 있는데(<톨스토이>도 그 중 하나다) 가장 널리 알려진 책이 <베토벤의 생애>다. 그리고 <장 크리스토프>는 현재 두 종의 번역본이 살아있는데, 



강의에서는 편의상 동서문화사판으로 읽을 예정이다(강의 공지는 내달에 하게 될 것 같다). 다른 선택지로는 범우사판이 있다. 



베토벤과 장 크리스토프에 대해서 미리 떠올리게 된 건 때마침 눈에 띄는 베토벤 평전이 출간되어서다. 마르틴 게크의 <베토벤>(북캠퍼스). '문화평전 심포지엄'의 세번째 책이다(앞선 <하이데거>와 <니체>가 1,2권이었다).



"독일 음악학의 대가 마르틴 게크는 이 책에서 ‘베토벤’이라는 이름으로 회자되는 열두 개의 주제를 36명의 역사적 인물과 함께 집중 조명한다. 당대인들을 비롯해 그의 후대인들이 받아들인 인간 베토벤과 작품을 통해 시대정신과 베토벤 음악이라는 우주를 가늠하고 있다. 해박한 지식과 사유를 바탕으로 한 우아하고 섬세한 글쓰기가 매력적인 이 책은 베토벤 음악에 대한 폭넓은 분석인 동시에 그의 음악을 듣는 이들을 위한 하나의 매뉴얼이다."
















찾아보니 저자 게크의 책은 로로로 평전 시리즈이 <바흐>(한길사)를 포함해서 몇 권이 책이 나와 있었다. 
















생각해보니, 베토벤 평전은 얀 카이에르스의 두툼한 <베토벤>(길)이 재작년에 나왔었다. 마르틴 게크의 책과 경합이 될 만하다. 베토벤 평전이 새해 벽두부터 나온 건 올해가 탄생 250주년이어서라고 한다. 나로선 <장 크리스토프> 강의로 기념에 가름할 수 있겠다...


20. 0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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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트50 2020-01-13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 크리스토프> 동서문화사판으로
가지고 있어요. 몇 년 전에 구입해서
토요일의 독서메뉴였죠, 또 그 여성버전
이라는 <매혹된 영혼>의 재출간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요즘 틈틈이 베토벤 현악4중주 전집시디
를 듣고 있어요. 나름 추억이 있고
제대로 알고자 오래전 독일에서 녹음한
버전으로요... 쌤은 책으로, 저는 음악으로
위대한 예술가의 영혼과 만나는거군요~~

로쟈 2020-01-12 22:49   좋아요 0 | URL
그 정도면 매니아신데요.~

로쟈 2020-01-13 22:01   좋아요 0 | URL
로맹 롤랑 자신이 ‘현대세계의 베토벤‘을 그리고자 했다고 했어요. 평전을 썼으니까 그걸 반복할 필요는 없었겠지요.

로제트50 2020-01-14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 그렇군요! 탄생 250 주년을 맞이하여
다시 그 인생을 읽어내는 과제가 나왔네요~
 

창원에서 영국문학 강의를 마치고 귀가중이다. 제인 오스틴부터 토마스 하디까지, 그리고 20세기 작가로는 아일랜드의 제임스 조이스에 이르는 여정. 영국문학 강의는 주로 셰익스피어부터 시작하거나 제인 오스틴부터 시작하곤 했는데 아직까지는 주관심이 19세기와 20세기 문학이어서다.

그런 구간 설정이 자연스럽지만 예외가 영국문학이다. 프랑스문학이라면 18세기보다는 17세기 고전주의가 더 비중이 있고(리신은 강의에서 읽었지만 유독 몰리에르는 아직 다룰 기회가 없었다), 독문학의 18세기는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1774) 정도. 러시아문학에서는 라디셰프와 카람진, 폰비진 등을 강의에서 다루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대치다.

그렇지만 예외적으로 18세기 영국문학은 소설의 발흥과 관련하여 꽤 견적이 나온다. 조너선 스위프트, 대니얼 디포, 새뮤얼 리처드슨, 헨리 필딩 등의 작품을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당장은 아니지만 2-3년 내로 일정을 잡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그 사이에 읽어볼 만한 책이 이번주에 나왔다. 18세기 영국 지성사를 총체적으로 다룬 로이 포터의 <근대 세계의 창조>(교유서가). ‘영국 계몽주의의 숨겨진 이야기‘가 부제다.

˝이 책은 인류 사상의 역사에서 돋보이는 영국 계몽주의의 선구적 위상에 주목한다. 저자는 당시 진보적 지식인들의 사고를 고스란히 드러냄으로써 무엇이 그들을 움직였는지 이해하고자 한다. 저자는 영국 계몽주의가 가증스러운 것을 타파하라고 부르짖지도 않았고 혁명을 불러오지도 않았다면서, 영국에는 볼테르가 투옥된 바스티유 감옥이 존재하지 않았고 비국교도는 신앙의 자유를 누렸으며 이단자를 화형시키는 장작단의 불은 진즉에 꺼졌다고 지적한다. 이런 의미에서 18세기 영국 사회는 이미 계몽을 이룩했고, 그렇게 이룩된 체제를 정당화하고 수호하는 작업이 중요했다는 것이다. 저자 로이 포터는 여기에 영국 계몽주의만의 ‘영국성‘이 존재한다고 본다.˝

핵심은 영국 계몽주의 덕분에 영국은 프랑스와 같은 대혁명이 필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영국과 프랑스의 차이는 곧 영국문학과 프랑스문학과의 차이로 연결되기에 강의에서 자주 언급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그 차이에 대해서 좀더 상세하게 살펴보도록 해주지 않을까 싶다.

단순하게 보자면 영국 계몽주의에 대한 이해는 에드먼드 버크의 보수주의에 대한 이해로 귀결된다. <프랑스혁명에 대한 성찰>(1790)을 떠올리게 되기 때문. 최근 제시 노먼의 평전도 나왔는데 로이 포터의 평설과 같이 읽어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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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 특강이 있어서 나왔다가 들어가는 길이다. 날이 차서 눈이라도 내리는가 했더니 한차례 비만 흩뿌린 듯하다. 크리스마스를 며칠 남겨놓지 않았음에도 거리에선 그런 분위기를 느끼기 어렵다. 연말도 이제는 일상과 다르지 않구나 싶다.

시즌 도서로 이맘때면 예수나 기독교 관련서가 나오는데 올해는 성서학자 바트 어만의 책이 눈에 띄어 주문했다. <기독교는 어떻게 역사의 승자가 되었나>(갈라파고스). 예전에 <성경 왜곡의 역사>로 처음 접한 저자인데 <예수는 어떻게 신이 되었나>(2015) 이후에는 갈라파고스 출퍈사에서 계속 책을 펴내고 있다. 나름대로 소개에 일관성이 생겨서 다행스럽다.

˝도대체 불과 20명의 신도로 시작한 지역의 작은 유대 종파였던 기독교는 어떻게 등장 400년 만에 3천만 명의 신자를 얻을 수 있었을까?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종교로 거듭날 수 있었을까? 이 성공은 필연이었을까 우연이었을까? 이 복잡한 주제 앞에서 저자는 탄탄한 근거 자료와 자세한 논증으로 기독교의 성장과 관련한 모든 요인을 하나하나 친절히 살핀다.˝

책을 크리스마스까지 받아서 다 읽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내주 성탄절에 손에 들어볼 수는 있겠다. 나대로 성탄절을 보내는 방식이다. 아, 주제 사라마구의 신작과 함께 <예수 복음>도 같이 읽어볼까 싶다. 계획으로는 무슨 책인들 읽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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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별 2019-12-21 18: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갑습니다~~ 20세기 러시아문학 수강했던 수강생입니다...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세요~~^^

로쟈 2019-12-21 23:47   좋아요 0 | URL
네, 메리 크리스마스.~

손글 2019-12-21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제 사라마구 신작 저도 많이 끌립니다.

로쟈 2019-12-21 23:46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오늘 책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