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보부아르의 명성을 잇는 여성 철학자는 줄리아 크리스테바이지만 국내 독자들에게 크리스테바의 인지도는 높지 않다. 대신 미국의 여성 지성으로 수전 손택과 (최근 몇년간) 리베카 솔닛이 그 계보를 잇지 않나 싶다. 손택과 솔닛의 책도 최근에 연이어 나왔다. 
















먼저, 독일 비평가 다니엘 슈라이버의 평전 <수전 손택>(글항아리)이 나왔다. 자전적인 글로는 앞서 '일기와 노트' 두 권이 나왔는데, 평전을 보태서 읽으면 좋겠다. 
















내년 봄학기에 미국 여성작가들을 읽을 예정인데, 생각해보니 손택을 빠뜨렸다. 소설가로서도 욕심을 냈던 손택은 <인 아메리카>로 2000년에 전미도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물론 그래도 손택은 비평가로서 더 기억할 만한 업적을 남기긴 했지만. 

















리베캇 솔닛의 책도 이번 가을에 <마음의 발걸음>(반비)과 <그림자의 강>(창비)이 나란히 나왔다. 솔닛의 책은 반비와 창비, 두 출판사에서 경쟁적으로 출간하고 있어서 앞으로도 몇 권 나오지 않을까 싶다(예상으로는 그녀의 모든 책이 번역될 듯싶다).






























솔닛의 책은 대부분 갖고 있지만, 독서는 부진한 편이다. 소설들이었다면 진작 강의에서 다루었을 텐데, 에세이에 속한 책들이다 보니 시간을 내기 어려웠다. 그래도 조만간 저지선을 마련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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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청년 전태일의 50주기다. 조영래 변호사의 <전태일 평전>도 50주년 기념판으로 다시 나왔기에 아침에 주문했었다(곧 배송될 예정). 관련서도 몇 권 같이 나왔다. 교통방송에서는 특집다큐도 만방송했기에 오전에 유튜브로 시청할 수 있었다. 


  














눈에 띄는 또다른 책은 <전태일 실록1,2>(동연)인데, 두 권 합계 1200쪽이 넘는다. 저자가 37년간 300인에 달하는 관련 인물들을 찾아다니며 자료를 모았고 이소선 여사의 증언도 더했다고 한다. 
















아무려나 50주기를 맞아 전태일의 삶과 죽음의 의미를 한번쯤 되새겨보면 좋겠다. 나로선 한국현대문학 강의를 하면서 한국현대사에 관해 계속 곱씹어보게 된다(내달에는 황석영 소설들에 대해 강의할 예정이다). 1960년의 출발점이 4.19였다면, 1970년대의 출발점에는 전태일의 분신이 놓여 있다. 
















한국 자본주의 역사에 관한 책도 다시 검색해보니 이병천 교수의 책이 신간으로 나왔다. <한국 자본주의 만들기>(해냄). 앞서 낸 <한국 자본주의 모델>의 속편이거나 개정판인 듯싶다. 


 



 











당연하게도, 자본주의 관련서도 계속 나오고 있는데, 타이틀만 봐서는 흥미로운 책들이다(이 주제의 책들을 훑어볼 시간이 없다). 그 가운데서는 오늘 발견한 저자는 피터 플레밍. <호모 이코노미쿠스의 죽음>에 이어서 최근에 <슈거대디 자본주의>가 번역됐다. '친밀한 착취가 만들어낸 고립된 노동의 디스토피아'가 부제. 


"후기 자본주의의 추악한 이면과 착취당할 대로 착취당하다 죽음에 이르는 노동자들의 처참한 현실을 분석하는 데 오랫동안 천착해온 런던 대학의 피터 플레밍 교수는 현재의 자본주의를 “슈거 대디 자본주의”라 이름 붙였다. 규제와 감시 체계의 테두리 바깥, 기술 진보와 금전 거래의 접점에서 ‘자유로운 개인주의’라는 당의정을 다시 꺼내든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이 책은 경제적 이성을 공공재로서 다시 획득하기 위한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끝으로, 오늘날의 전태일이 있다면 플랫폼 노동자가 아닐까 싶은데, 노동분야의 관련서로 다수의 책이 나오고 있다. <플랫폼 자본주의>부터 <공유경제는 공유하지 않는다>까지. 전태일 50주기를 맞아 챙겨놓는 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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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가 공동편집자로 참여한 <경이로운 철학의 역사>(전3권)가 완간되었다. 1권이 2018년에 나왔으니까 만 2년만이다(번역에는 물론 그 이상의 시간이 소요됐을 듯싶다). 앞서 1,2권이 나왔을 때는 아직 완간이 안 됐으니까, 란 핑계를 댔었는데, 이제는 옴짝달싹 못하고 이 세 권의 두께와 마주하게 되었다. 
















제목에서 '경이로운'은 물론 '철학의 역사'를 수식하지만, 책의 존재 자체도 경이롭다. 이 정도 분량의 철학사가 1인 번역으로 무탈하게 완간되었다는 사실이 경탄스럽고, 두께와 함께 그 이상으로 묵직한 책값이 또한 탄복할 만하다(권단 8만원). 든든한 철학사 내지 철학사전을 장서용으로 마련했다고 하면 되겠다(독서용이라고 하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번에 나온 3권(현대철학)은 '독일 관념주의'를 첫 장으로 하여 '20세기의 철학과 과학'을 마지막 장으로 마무리된다. 다루는 범위가 넓어서 좁은 의미의 철학사라기보다는 넓은 의미의 현대 인문학사로도 읽힌다(대략 역사학만 제외된 듯싶다).



포괄적인 철학사다 보니까 방대한 분량임에도 실제 주제별 기술은 압축적이다. 헤겔에 대해 10여 쪽이 할애되는 식이다. 그렇지만 '문학과 소설 속의 부르주아 서사시'나 (실존주의 장에서) '도스토옙스키와 철학' 같은 주제가 다루어지고 있는 점은 이 시리즈의 매력이다. 짐작에 이탈리아 철학 내지 인문학 수준의 척도가 되는 시리즈이지 않을까 싶다(문득 이탈리아 문학기행 때 들렀던 밀라노의 서점이 떠오르는군).   


아무려나 세 권을 서가에 잘 모아두어야겠다. 몇 개 장은 바로 읽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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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명 2020-11-17 11: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로쟈님 이정우 선생님의 세계철학사는 어떤가요? 완결은 아직 안됐지만

로쟈 2020-11-17 12:59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완결 기다리는중. 3권이 사실 어려운 부분이죠..
 

두 주간 밀린 책들이 많아서 페이퍼 거리도 쌓여 있는데(처리에 며칠이 걸릴 듯싶다) 일단 제쳐놓고 오늘 눈에 띈 책에 대해서. 미국의 심리학자 샌드라 립시츠 벰(샌드라 벰)의 <나를 지키는 결혼생활>(김영사)이다.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저자인데, 젠더 문제에 관한 연구로 명성을 얻었다 한다. <젠더의 렌즈>가 대표작. <나를 지키는 결혼생활>은 <색다른 가족>(1998)의 번역본이다('언컨벤셔널 패밀리'를 어떻게 옮겨야 할까?). 저자 자신의 결혼생활을 모델로 실험적인 결혼생활에 대한 탐색과 제안을 담고 있는 책으로 보인다. 




 













"여성과 남성, 아내와 남편, 엄마와 아빠, 딸과 아들. 사회 관습이 부여한 성역할을 뛰어넘어 새로운 가족 형태를 고민했던 페미니즘 학자의 자전적 실천기. 남편의 커리어를 위해 아내가 희생하고 엄마와 아빠의 역할은 구분되며 딸과 아들을 성별에 맞게 다르게 키워야 한다는 세상의 고정관념에 의문을 던진다. 동등한 파트너이자 부모로 역할을 다하고 젠더라는 고정관념에서 자유롭게 아이를 키우려고 노력한 저자는 학문적 페미니즘이 일상에서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고유한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는 용기와 새로운 가족의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

















낮에 케이트 쇼팽의 <각성>에 대한 짧은 리뷰를 쓰느라 여성과 결혼과 가정 문제에 대해서 잠시 생각해본 터라 샌드라 벰의 책에도 눈길을 주게 된 것. 샌드라는 심리학자인 남편 대릴과 학생과 교수의 관계로 만나 결혼하고 '평등주의 결혼생활'을 실천했다고 한다. 
















다른 실험적 사례로는 헬린과 스콧 니어링 부부의 '조화로운 삶'도 떠올려볼 수 있겠다. 한편으로 사르트르와 보부아르의 '계약결혼'은 또다른 결혼에 대한 모색일 텐데, 조만간 보부아르에 관한 페이퍼를 적으며 따로 생각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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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의 대단히 단출한 루틴을 제외하면 이번 연휴는 많은 걸 준비하고 궁리해야 하는 기간이다. 연휴가 지나면 강의 일정이 본격화되어서인데, 그 전에 정리해야 하는 숙제도 상당하다. 강의와 관련해서는 여러 주제에 대해 정리 겸 리셋하는 게 과제다. 한국문학 관련해서는 신소설에 관한 저작과 논문들을 십수 편 읽어야 하고, 제인 오스틴과 디킨스, 그리고 도스토예프스키 강의와 관련해서도 상당한 분량의 참고자료를 읽어야 한다. 미국문학과 프랑스문학(실존주의) 강의도 준비해야 하고. 

















그러는 와중에 개인적인 독서도 빼놓기 어려운데, 경제학(<국가부도 경제학> 덕분에 금융 분야에 대해서 처음 관심을 갖게 되었다) 책들과 함께 이론 분야에서는 해석학 관련서들. 아즈마 히로키의 책들. 해석학이 관심사가 된 건 존 카푸토의 <포스트모던 해석학>(도서출판b) 때문이다. 하이데거와 데리다에 정통한 (종교)철학자. 


이번 책의 원제는 '해석학'이고 부제가 '정보시대에서의 사실과 해석'이다. 해석학 입문서 같은 모양새이지만 카푸터는 입장이 분명하고 명쾌하다. 교과서적인 입문서가 아닌 개성이 매우 강한 현대 해석학 입문을 제공하고 있다. 
















해석학이란 무엇인가란 물음에 대한 자문자답. "해석학은 해석의 이론이다. 해석학은 모든 것이 해석의 문제라는 이론이다." 카푸토의 기본 입장은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과 가다머의 <진리와 방법>, 그리고 데리다의 해체론이 던진 해석학적 충격을 충실이 따라가는 것이다. 국내 소개된 책으로 오래 전에 소개된 리처드 팔머나 최근에 나온 장 그롱댕의 입문적 해설과 비교해볼 수 있겠다. 리처드 번스타인의 <객관주의와 상대주의를 넘어서> 같은 책도 견줘볼 수 있는 책. 

















아주 오래된 숙제로 있는 <존재와 시간>과 <진리와 방법> 완독에 자극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의도적으로 고른 책이기도 하다. 
















데리다 읽기도 마찬가지. 벌써 오래 전 일인데, 개인적으로 데리다에 관해 가장 유익하게 읽은 책이 카푸토와의 대담이었다(<호두껍질 속의 해체>). <데리다와 기도와 눈물>도 그때 구입한 책이었다. <포스트모던 해석학>이 되살려준 몇 가지 기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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