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 책들이 잔뜩 대기하고 있는데, 이럴 때 쓰는 비유는 아니지만 눈도 내린 김에 '설상가상'으로 엄청난 대작이 추가되었다(영화계에 쓰는 말로는 때아닌 '블록버스터'). 대작 평전 <히틀러>의 저자 이언 커쇼의 또다른 대작 <유럽>이 번역된 것. 1914년부터 2017년까지 100년에 이르는 역사를 두 권의 책에 담았다(원저도 두 권짜리다). 도널드 서순의 책까지 이어붙이면, 대략 1860년 이후 세계사가 되겠다. 


 














둘째권, <유럽 1950-2017>의 소개는 이렇다. 


"영국의 저명한 역사학자 이언 커쇼의 <유럽 1914-1949 : 죽다 겨우 살아나다>를 뒤잇는 책으로 20세기 유럽 현대사를 가로지르는 야심찬 프로젝트 제2권에 해당한다. 책의 부제 ‘롤러코스터를 타다’에서 드러나듯이, 저자가 바라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의 유럽은 지난 70년 동안 심한 오르내림과 좌우 흔들림, 느리게 나아가다가 갑자기 빨라짐 등 놀이공원의 롤러코스터처럼 극단적인 변화를 겪어왔다. 그러면서도 궤도를 이탈해 완전히 붕괴하는 일 없이 여러 도전을 겪어내면서 위태롭게 살아남은 유럽의 최근 현대사가 총 12개의 장에서 펼쳐진다."
















그동안 20세기 역사의 표준 역할을 해온 건 에릭 홉스봄의 <극단의 시대: 20세기 역사>였다. 
















그리고 전후에 한정하면 토니 주트의 <전후 유럽 1945-2005>(<포스트워>의 개정판)이 있었다. 커쇼의 책은 이들과 같은 서가에 꽂을 수 있겠다. 


 













말이 나온 김에, 영어권 히틀러 평전의 결정판 <히틀러>. 

















독어권에서 나온 결정판으로는('결정판'이라는 말은 한시적이다. 히틀러에 관해서는 믿기진 않을 정도로 많은 책이 나오고 있어서다) 폴커 울리히의 <히틀러>가 있다(역시 두권짜리). 나는 영어판으로 구했다. 
















앞서, 독어권 대표 평전은 요하임 페스트의 <히틀러 평전>이었다. 
















커쇼의 책보다 앞서 나온 책으로는 존 톨랜드의 <아돌프 히틀러>가 있었다. 어찌하다보니 히틀러에 관한 책들도 꽤 소장하게 되었다. 개별 인물에 관한 책으로는 단연 최다 종수를 자랑하지 않을까 싶다(19세기 인물로는 나폴레옹?).















너무 두꺼운 책들에 질릴 때 손이 가는 책으로는 제바스티안 하프너의 책들이 있다. <히틀러에 붙이는 주석> 같은 경우는 가성비가 가장 좋은 책. 비스마르크부터 히틀러까지의 독일 역사를 다룬 책들로는 가장 모범적이라고 생각된다.


이번 주말에는 커쇼의 책을 손에 들어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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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현대 세계문학을 주로 강의하면서 자연스레 근현대 세계사 내지 세계경제사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된다. 더불어 한국사회에서 근대적 전환이 어떻게 진행되었는가도 관심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이 주제에 관한 읽은 만한 책들이 많이 나와서 시간에 쪼들리면서도 눈은 호강하고 있다. 
















먼저 꼽을 만한 책은 포스텍 융합문명연구원의 '문명학총서'로 나온 두 권이다. 특히 박근갑 교수의 <문명국가의 기원>(나남)이 대한제국기 근대적 주권사상이 어떻게 수용되고 탄생하게 되었는가를 되짚어보게 한다. 이 주제와 관련해서는 여러 차례 소개한 적이 있는 '한국개념사총서'가 유익한, 그러면서 필수적인 참고가 된다. 
















<헌법><만국공법><국가.주권> 등이 타이틀도 중요한데, 특히 <국민. 인민. 시민> 같은 책은 정치주체에 대한 이해와 관련하여 필독서에 해당한다. "국민ㆍ인민ㆍ시민이라는 개념 속에는복합적인 의미들이 혼재해 있다. 분화되지 않은피지배층‘민民’을 가리키던 전통어휘로부터 정치의 주권자이자 인격적 주체를 뜻하는근대 개념어로 전환되어온 긴 역사가 담겨있는 것이다."
















이 세 개념은 송호근 교수의 '탄생 3부작'의 키워드이기도 하다. 순차적으로 탄생한 통시적인 개념이지만, 공시적인 개념으로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아, 인민을 주체의 형상으로 보면 그 이전 단계가 '백성'이다. 정치적 근대란 통치의 대상이었던 백성이 (인민, 시민, 국민과 같은) 정치주체로 탄생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 시기가 고종시대다(더 당겨질 수 있는지?). 최근에 나온 '고종 시리즈'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네 권 가운데 세권을 구입했다). 


 














고종에 대해선 이태진 교수의 <고종시대의 재조명>(2000)과 함규진 교수의 <조선의 마지막 왕, 고종>(2015) 등이 긍정적으로나 중립적으로 보려고 한 시도이고, 최근에 나온 박종인의 <매국노 고종>이 그 대척점에 있는 책이다. 나로선 개인의 문제로 환원하기보다는 시대라는 프리즘으로 봐야한다고 생각한다. 소위 동아시아 근대라는 시각(이런 시각의 책들이 무진장 나오고 있다).
















근대의 충격을 수용하는 과정에서의 차이는 한두 사람의 판단(오판) 문제를 넘어선다는 생각이다. 청제국도 그랬지만, 군주제 국가는 체제나 제도가 쉽게 바뀌기 어려웠다. 일본의 경우는 문치국가가 아니었기에 미국 군함의 위용 앞에서 바로 승복할 수 었었다는 미야지마 히로시의 설명이 간명하다. 이런 책들을 계속 읽어나가는 것도 올 한해의 독서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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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zone 2021-01-20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쏟아지는 책더미를 앞에 두고 눈이 호강하고 있다 여기는 로쟈쌤과 눈이 혹사당하고 있다고 투덜대는 나 사이의 간극은 앞으로 얼마나 더 벌어질런지.
 

역시나 책정리 페이퍼다. 미래 혹은 미래학 분야의 가장 중요한 주제는 인류세와 기후변화이고 그와 함께 인공지능이 바꿔놓을 세상도 꼽을 수 있다. 전자는 따로 다뤄야 하고, 사이즈가 작은 후자만 언급한다. 사이즈가 작다는 건 내가 언급할 수 있는 책이 몇 권 정도로 한정돼 있기 때문.


 














가장 먼저 꼽을 책은 저널리스트이자 다큐 제작자 제니 클리먼의 <AI시대, 본능의 미래>(반니)다. 처음 소개되는 저자이고, 원제는 '섹스 로봇과 배양육'. '배양육'으로 옮겨진 '비건 미트'는 채식주의자용 가짜 고기(동물에게서 얻은 고기가 아닌)를 가리킨다. 제목은 두 가지를 빠뜨리고 있는데, 탄생(인공자궁)과 죽음(고통없이 죽을 수 있는 자살기계)까지, 네 가지 주제를 다룬 책이다. 현장 르포라는 게 강점. 원서의 표지는 혐오감을 주는군.
















두번째 책은 바이런 리스의 <제4의 시대>(쌤앤파커스). 인공지는의 시대를 저자는 '제4의 시대'라고 부르는데, 책은 "로봇공학과 AI가 중심이 된 제4의 시대가 도래하면 우리가 우려하던 대로 인간은 슈퍼인공지능에 이용당하는 신세로 추락할 것인가? 아니면 AI를 이용해 천재 500명보다 뛰어난 지능을 가진 초인류가 될 것인가?" 같은 질문을 던지고 그에 답하고자 한다. 역시 처음 소개되는 저자. 이 책은 원서의 표지가 더 나아 보인다. 
















세번째는 <로봇의 부상>의 저자 마틴 포드의 <AI 마인드>(터닝포인트). 재작년에 나온 책으로 '세계적인 인공지능 개발자들이 알려주는 진실'이 부제다.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세계에서 가장 저명한 개발자 및 기업가들과의 대화를 통해 인공지능 분야와 관련된 진실을 조명하고 있다." 즉 현장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는 게 장점.
















덧붙이자면, 제리 카플란의 책들, 그리고 국내서 구본권의 <로봇시대, 인간의 일>(어크로스) 등이 AI시대, 혹은 로봇시대의 청사진을 제시하는 책들이다. 당장은 코로나밖에 보이지 않지만, 코로나의 안개가 걷히면 바로 맞딱드리게 될 현실일지도 모른다...















아, 생각난 김에, 두 권의 <초예측>.
















그리고 해마다 나오는 책으로 <한국의 논점 2021>(북바이북)과 <세계미래보고서 2021>(비즈니스북스). <세계미래보고서>는 종합베스트셀러 순위에도 올라가 있는데, 예전부터 그랬던가. 비즈니스'를 잘하는 책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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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 직전에 장보는 것처럼 지난 한주 올해의 밀린 책들을 사들였는데, 출간일이 내년인 책들은 불가피하게 제외할 수밖에 없었다. 대표적으로 로널드 퍼서의 <마음챙김의 배신>(필로소픽). '명상은 어떻게 자본주의 영성이 되었는가'가 부제다. 제목과 부제가 모두 구미에 맞다. 이런 책을 기다렸다는 뜻. 마음챙김(마인드풀니스) 핸드북까지 펴낸 저자가 본격적으로 마음챙김을 비판한다. 

















"마음챙김(Mindfulness)은 '지금 여기'의 매순간에 집중하고 알아차림으로써 깨달음에 이르는 불교의 명상법으로, 메사추세츠 대학의 존 카밧진 박사가 스트레스 감소와 고통 완화를 위한 힐링 프로그램으로 도입함으로써 서구 사회에 소개되었다. 이후 틱낫한 등 유명 승려와의 친분, 오프라 윈프리 등 유명 인사의 지지, 여러 신경과학자들의 승인을 내세운 마음챙김은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들의 생산성 향상 도구로 활용되고,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의 프로그램을 진행할 정도로 주류 문화로 성장하였다. 이 책은 민간 분야를 넘어 미국의 공립학교와 군대에까지 광범위하게 제도 속으로 스며들고 있는 마음챙김을 긍정심리학과 행복 산업의 탈정치화된 파생상품으로 규정하고 날카롭게 비판한다. 경영학 교수이자 불교 신자인 저자는 불교의 도덕적 가르침을 배제하고 자본주의 시스템과 공모하여 현상을 유지하도록 돕는 마음챙김을 맥도널드 프랜차이즈를 따라서 '맥마인드풀니스(McMindfulness)'라고 부른다."

















카밧진의 책은 물론이고 마음챙김 관련서는 검색해보니 180종이 넘게 나와 있다. 베스트셀러도 포함해서. 다행히 이 모든 책들을 대신해서 한권만 읽어도 될 듯하여 마음이 가벼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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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초기 일본인 학자들의 조선사 연구서를 모아놓는다(지금의 일본 한국사학을 대표할 만한 미야지마 히로시와는 물론 구별되어야 한다). 하야시 다이스케의 <조선사>가 번역돼 나와서인데, 경성제대 교수였던 다카하시 도루의 저작은 이미 여러 권 출간돼 있다. 



 












"하야시 다이스케, 우리나라에서 자주 ‘임태보(林泰輔)’로 불리는 이 하야시의 <조선사>. 1892년에 한국역사에 대한 근대적 기술서로서 세상에 알려진 문헌이다. 이 <조선사>는 형식적으로는 그때까지의 구습(舊習)에서 탈피하여 근대적인 역사서술을 시도한 최초의 역사서라고 하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그렇지만 그 내용적인 면에 있어서는 한국사, 특히 그 중에서도 한민족의 근간을 이루는 고대사에 대한 당시 일본사학계의 조선관(朝鮮觀)이 거의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하야시의 <조선사>에 의한 식민사관을 계승 발전시켜 1922년부터 만 16년 간에 걸쳐 조선총독부 조선사편수회에서 사료집으로 편찬한 것이 책명도 동일한 <朝鮮史>이다."


소개에 따르면 하야시 다이스케의 <조선사>(1892)는 근대적 역사서이면서 동시에 일제 식민사관의 근간이 된 책이다. 비판적 독서가 필요한 것. 
















조선총독부의 조선사편수회에서 편찬한 <조선사>와 그것이 한국사학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연구 저작들이 몇 권 나와 있다. 
















경성제국대학의 교수로 조선어조선문학 전공교수였던 다카하시 도루의 저작 <이조불교>도 <경성제국대학 교수가 쓴 조선시대 불교통사>(민속원)란 제목으로 번역돼 나왔다. 앞서 그의 저작으론 <조선유학사>와 '조선 이야기집'으로서 <조선의 모노가타리> 등이 번역됐었다. 말 그대로 조선문학과 역사에 관해 두루 관심을 가진 학자였던 것. 


지난해가 3.1운동 100주년이었던 걸 감안하면 먼 과거의 역사만도 아니다. 식민지 시대의 역사를 반추해보는 의미에서라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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