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 나온 대작 가운데 하나는 로렌스 프리드먼의 <전략의 역사>(비즈니스북스, 2014)다. 원서야 한권짜리지만 분량이 방대해 두 권으로 분권돼 나왔는데, 하드카바라 가격도 만만찮다. 그럼에도 "'전략'이라는 개념으로 인류 문명사를 조명하는 놀라운 책"(문휘창 서울대 교수)라는 평 그대로다. 책은 이제 읽어봐야 하지만, 목차만 봐도 스케일을 알 수 있다. 저자는 영국의 군사학 혹은 국제전략 연구의 권위자. 어떤 책인가.

 

전략 역사학자 로렌스 프리드먼 교수의 책. 이 책은 ‘전략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탄생하고 발전되어 왔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제시하는 책이다. 저자는 광범위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전략이 어떻게 변모했고, 어떻게 해서 우리 삶 곳곳에 파고들었는지를 흥미진진하게 소개한다. 그는 침팬지 사회에 등장한 전략부터 고대 그리스 신화, 제1, 2차 세계대전, 냉전 시대와 현대의 선거 그리고 기업 경영에 이르기까지 인류 역사와 함께 발전해온 모든 형식의 전략을 총망라했다. 전2권으로 구성된 이 책은, 1권에서는 인류 기원부터 고대 그리스, 나폴레옹 시대, 세계대전과 냉전 시대까지 전략이 어떤 식으로 변모했는지를 살피고, 2권에서는 사회주의 태동 이후에 발전한 혁명 시대의 전략과 과학기술 그리고 경영학, 경제학의 발달이 전략의 행보를 어떻게 움직이게 했는지를 소개하고 있다.

여하튼 어지간해서는 엄두를 내기 힘든 책이어서 과연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지 궁금하다. 저자의 전공분야 때문에 군사적인 전략 위주일 거라고 예단하기 쉬운데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밝혔다.

나의 전공이나 전략이라는 주제만 놓고 보자면 이 책의 많은 부분이 전쟁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나는 혁명 전략, 선거 전략, 기업 전략 등을 충분히 다루려고 했으며 또한 이들이 각각 서로 어떻게 영향을 미쳐왔는지 살피려고 했다.

그럼 전략에 대한 이해는 왜 필요한가? '한국어판 서문'에서 그에 대한 답변도 추출해낼 수 있다. 저자는 이렇게 적었다.

친구든 적이든 간에 다른 사람(다른 조직, 다른 기업, 다른 국가)의 전략적 사고를 연구하면 그 사람이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 사람의 행동력은 얼마나 되는지, 그 사람은 힘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는지 그리고 그 힘을 가장 효과적으로 행사하기 위해 어떻게 하는지 알 수 있다.

문명사에 관심이 있거나 여러 가지의 의미에서 전략적 사고에 흥미를 가진 독자들에겐 안성맞춤인 책이겠다.

 

 

<전략의 역사>가 경제경영과 역사 쪽에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책이라면 배리 파커의 <전쟁의 물리학>(북로드, 2014)은 전쟁사와 물리학을 관통하는 책이다. 저자는 미국의 물리학자로 물리학과 천문학 분야의 대중교양서를 많이 집필했고 국내에도 여러 권 소개돼 있다. 그래도 가장 흥미를 끄는 타이틀은 <전쟁의 물리학>인데, '화살에서 핵폭탄까지, 무기와 과학의 역사'가 부제.

화살에서 핵폭탄까지, 무기와 과학의 역사. 물리학의 원리를 통해 경이로운 무기를 만들어낸 과학자와 물리학의 역사, 그리고 이런 무기들이 대활약했던 전쟁의 역사를 함께 살펴볼 수 있도록 안내하는 통섭의 책이다. 어려운 과학 원리를 알기 쉽게 풀어쓴 대중 과학서로 유명한 작가이자 아이다호 주립대학 명예교수인 저자 배리 파커는 경이로운 무기들의 밑바탕이 된 과학적 원리를 면밀히 분석하는 동시에, 그 뒤에 숨겨진 스릴 넘치는 에피소드들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 이와 더불어 새로운 전략과 전술, 그리고 혁신적인 무기들이 활약한 전쟁과 전투의 소름끼치는 결과들을 역사의 파노라마처럼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

물리를 좋아하지 않는 청소년들이라도 이런 소재의 책이라면 흥미를 갖고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다 물리학에 관심을 갖게 되면 <사이언스 101 물리학>(븍스힐, 2010) 같은 교과서로 넘어갈 수 있을 터이다. 이제 보니 기초과학 교재로 'Science 101'(스미소니언 교양과학 백과) 시리즈 가운데 하나인데, 별로 많이 읽히는 책은 아니군(대학 구내서점에서는 좀 팔리는 걸까?). 아무려나 <전쟁의 물리학>은 일반인을 위한 교양서로도 그럴 듯해 보이는 책이다...

 

15. 01.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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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지식인 분류법이 여럿 있겠지만 동양의 매혹도 한 가지 기준이 될 수 있겠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일본론, <달의 기면>(문학과지성사, 2014) 때문에 든 생각이다. '레비스트로스, 일본을 말하다'가 부제. 동양의 매혹에는 중국에 대한 매혹, 일본에 대한 매혹 등이 있을 터인데(한국에 대한 매혹은 희귀할 듯싶고), 그에 따라 중국파와 일본파를 나누자면 레비스트로스는 일본파로 분류할 수 있겠다. 문학비평가로 <기호의 제국>(산책자, 2008)을 쓴 롤랑 바르트가 그렇듯이.

 

 

책에는 일본의 인류학자 가와다 준조와 대담이 수록돼 있는데, 서문 또한 그가 썼다. 판권면을 보니 원저 자체가 레비스트로스의 사후인 2011년에 출간됐다. 유작인 셈.

 

 

가와다의 서문에 따르면 레비스트로스는 아내 모니크와 함께 1977년부터 1988년까지 다섯 차례 일본을 여행했다. 그리고 <슬픈 열대>의 일본어판 서문에서 어릴 적부터 이어진 일본에 대한 관심을 적었는데, 내막을 알고 보니 인상파 그림에 심취했던 아버지가 일본 판화를 수집했었고 레비스트로스는 그런 취향을 물려받았다. "내 어린 시절의 전부, 또 청소년 시절까지 몸은 프랑스에 있었지만 마음은, 또 내 생각은 거의 일본에 가 있었다."는 게 그의 토로다.

 

아무려나 부담스럽지 않은 분량과 문체의 에세이와 대담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볼 수 있겠다(책에 실린 레비스트로스 부부의 사진 몇 장은 이 책의 '서프라이즈'다). 개인적으로는 좀 딱딱하더라도 그의 <구조인류학>이 다시 번역(이번에는 완역)되기를 바라지만 과연 기대할 수 있는 일인지는 잘 모르겠다(학술명저번역총서로 나온다면 모를까). 아, <신화학>도 마저 완간되면 좋겠고...

 

15. 01. 02. 

 

 

P.S. 동양의 매혹 얘기를 꺼낸 김에, 한중일 삼국의 비교문화론 관련서들도 언급해둔다. 이어령 책임편집으로 나온 <문화로 읽는 십이지신 이야기>(열림원) 시리즈 같은 책. 양, 말, 뱀, 세 권이 나왔는데, 단순 계산으로도 앞으로 아홉 권이 더 나와야겠다.

 

 

 

더하여, '한중일 문화코드 읽기, 비교문화상징사전'으로 <매화><난초><국화><대나무><소나무>까지 다섯 권이 나와 있다. 언젠가 'TV, 책을 말하다'에서도 다뤄졌던 시리즈다. 최근에 나온 책으로는 수학자이기도 한 김용운 선생의 <풍수화>(맥스미디어, 2014)가 눈에 띄는데, '원형사관으로 본 한.중.일 갈등의 돌파구'가 부제다. "김용운 박사가 반세기 동안 천착해온 한· 중· 일 관계학을 집대성한 저서"로 "민족의 개성 즉 원형의 발원체를 한국은 바람(風), 중국은 물(水), 일본은 불(火)에 비유하여 삼국의 과거와 현재를 조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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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권의 책 제목을 이어붙인 것이고 특별한 내용은 없다. 연말에 존 스캑스의 <범죄소설>(서울대출판문화원, 2014)과 조 모란의 <학제적 학문연구>(서울대출판문화원, 2014), 두 권이 한꺼번에 나왔는데, 표지를 보면 시리즈 도서의 모양새이긴 하지만, 별다른 소개가 없다. 개인적으로는 예전에 나왔던 '비평용어 총서'의 업데이트 버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기억에 첫 권은 폴 코블리의 <내러티브>(서울대출판문화원, 2013)였던 것 같다. 찾아보니 시리즈의 모델은 루틀리지에서 나오는 '새 비평용어' 시리즈다.  

 

 

영국에서 나오는 책답게 책값이 너무 세서 구입을 보류하고 있는 시리즈이기도 한데, 번역서도 낮은 가격은 아니다. 아마도 학술서 범주의 책이라 독자가 한정돼 있다는 걸 고려한 듯. 하지만 이 정도 책이면 인문학, 특히 영문학 전공자들에게는 기본서에 해당하기 때문에(해당 분야의 가이드북인지라) 더 널리 읽힐 만하다. 학생들의 얇은 주머니 사정을 생각하면 예전 정가가 1000원이던 '비평용어 시리즈'만큼은 아니더라도(얇은 책이긴 했다) 좀더 저렴하게 책값이 매겨지면 좋겠다. 그런 바램과 더불어 이런 책에 주목하는 독자도 있다는 점을 드러내고자 페이퍼를 적었다.

 

 

한편, 범죄소설을 주제로 한 책은 재작년에 한꺼번에 나와서 여러 번 언급한 적이 있는데, 말이 나온 김에 한번 더 적는다. 김용언의 <범죄소설>(강, 2012)과 줄리안 시먼스의 <블러디 머더>(을유문화사, 2012), 그리고 레너드 카수토의 <하드 보일드 센티멘털리티>(뮤진트리, 2011) 등이다.

 

 

내러티브 쪽으로는 한국외대와 연세대출판부에서 펴내는 학술총서에서 책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한때 전망이 별로 없어 보이던 내러티브 연구, 곧 서사학 쪽에서, 영어권에서도 그렇고, 재활의 움직임이 느껴진다(물론 내러티브가 '스토리텔링'을 포함하게 되면 거품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부풀려져 있고). 그런 경향 가운데 하나가 내러티브 교육과 내러티브 클리닉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마이클 화이트의 책들이 국내에 소개돼 있다. <내러티브 실천>(학지사, 2014), <부부치료와 갈등해결을 위한 이야기치료>(학지사, 2012), <이야기치료의 지도>(학지사, 2010) 등.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는 나도 한권 읽어보려고 한다...

 

15. 01.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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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에 많이 언급된 일로 올해는 1차 세계대전 발발 100주년이 되는 해였다. 2014년을 이틀 남겨놓고 출판 쪽에서는 끝내 마땅한 관련서가 나오지 않는가 했더니 '서프라이징'하게도 한 권이 출간됐다. 박상섭 교수의 <1차 세계대전의 기원>(아카넷, 2014)이다.

 

 

마키아벨리 연구자이기도 한 저자는 국가와 폭력, 특히 전쟁이 주된 관심 분야였다. 사실 어지간한 공력으로는 '기원'이란 제목을 붙이기 어려운데, 국내 학자의 저작으로 읽을 수 있게 돼 반갑다. 소개는 이렇다.

1차 세계대전의 시작은 사라예보에서 울려 퍼진 총성으로 기억된다. 슬라브 민족주의자 프린치프 가브릴로가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의 황태자 프란츠 페르디난트 대공을 쓰러뜨린 총탄은 세계의 화약고 발칸에 불을 붙였고, 1차 대전의 직접적 '원인'이 되었다. 그러나 민간인을 제외한 사상자만 1,000만을 헤아리는 대(大)전쟁의 '기원'을 모두 설명한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영국과 독일로 대표되는 제국주의 패권국들의 경쟁이 그 정점에 이르던 20세기 초, 전쟁은 이미 준비되어 있었다. <1차 세계대전의 기원>은 구조와 행위자라는 거시적 지평과 미시적 분석을 통해 1차 세계대전의 '기원'을 종합적으로 밝혀낸다.

 

1차 세계대전에 관한 기본서는 역시나 저명한 전쟁사가 존 키건의 <1차세계대전사>(청어람미디어, 2009)로 돼 있다. 피터 심킨스 등 3인 공저의 <제1차 세계대전>(플래닛미디어, 2008)도 이 전쟁을 종합적으로 다룬 책.

 

 

올해 나온 책으로는 피터 하트의 <더 그레이트 워>(관악, 2014)가 있지만 어떤 책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원서는 옥스포드대출판부에서 나왔다.    

 

 

짐작대로 1차세계대전의 기원을 다룬 책도 다수 출간돼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숀 맥미킨의 <1차 세계대전의 러시아 기원>을 읽어보고 싶다. 오래전에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잊어먹은 책이로군...

 

14. 12.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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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서 한권을 '이주의 발견'으로 적는다. 아비에저 터커의 <이럴 때 소크라테스라면>(원더박스, 2014). 원제는 '모두를 위한 플라톤(Plato for everyone)'이다. '플라톤'이 '소크라테스'로 탈바꿈한 건 플라톤의 대화편 대부분에서 저자의 대역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소크라테스이기 때문이다. 번역본의 부제는 '지금 우리에게 정의, 쿨함, 선악, 양심, 죽음이란 무엇인가'.

 

저자 아비에저 터커는, 플라톤 대화편 가운데서도 가장 유명한 다섯 작품 <크리톤><메논><에우티프론><변론><파이돈>이 우리 시대와 호흡할 수 있는 한 가지 길을 이 책에서 선보였다. 1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소크라테스와 상대방이 나누는 대화를 단편 소설 형식으로 써내려간 이 책에서, 저자는 플라톤 대화편의 내용 전개를 고집스럽게 따라가며 플라톤 철학의 맥락을 놓치지 않고 있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지라 저자도 생소한데, 프로필에 따르면 "매릴랜드 대학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컬럼비아 대학에서 박사 후 과정으로 정치학을 연구했다. 세계 여러 나라의 대학에서 철학을 강의했으며, 현재는 하버드 대학의 데이비스 센터에서 연구원으로 있다." 그리고 저서로는 <과거에 대한 우리의 지식: 역사편찬학의 철학><체코 반골들의 철학과 정치학: 파토치카부터 하벨까지><역사와 역사편찬학의 철학 안내서>(편저) 등이 있다. 체코의 반체제 철학자와 지식인들에 대한 책이 흥미를 끈다.

 

 

용도를 찾자면 <이럴 때 소크라테스>는 플라톤의 대화편들을 읽을 때 같이 읽어볼 만한 '사이드북'이다. 나로선 <메논>과 <에우티프론>을 제외하고 나머지 대화편들에 대해서는 강의를 진행해본 적이 있어서 흥미를 가질 만한데, 일반적인 독자도 그럴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최소한 <변론>(<소크라테스의 변론>을 말한다)이나 <파이돈> 정도는 읽어본 독자라야 하지 않을까.

 

 

책은 원더박스에서 나왔는데, 작년초에 첫 책을 낸 신생 출판사다. 검색해보니 2년간 8권의 책을 펴냈다. 그 가운데 <원더박스>와 <아이아스 딜레마> 같은 책이 포함돼 있다. 흥미를 끄는 책들이지만, 독자들이 많이 찾을 성싶진 않다(모두를 위한 책임에도!). 이런 종류의 책을 찾아내는 안목도 놀랍지만(<이럴 때 소크라테스> 같은 경우는 국내에 소장하고 있는 도서관이 한 곳도 없다) 그걸 출판까지 뚝심있게 밀어붙이는 저력도 높이 살 만하다. 아마도 3년차가 되는 내년이 고비일 듯한데, 잘 버텨내면 좋겠다. 지속가능한 독서를 위해서는 출판 또한 지속가능해야 하니까...

 

14. 1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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