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은 전혀 다른 책이지만 비슷한 시기에 나왔다는 이유로 두 저자를 같이 묶었다. 두번째 책이 소개됐다는 점도 억지로 찾을 수 있는 공통점이다.

 

 

먼저 <완벽한 날들>(마음산책, 2013)로 처음 소개됐던 미국의 여성 시인 메리 올리버의 <휘파람 부는 사람>(마음산책, 2015). 시와 산문, 산문시가 골고루 섞여 있어서 뭐라 불러야 할지는 모르겠다. 시를 곁들인 산문집? 원제는 '겨울의 시간'이다. 제목에 맞춰 나온 셈.

메리 올리버는 소설가 김연수가 소설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에 '기러기'라는 시를 인용하면서 국내에 알려졌지만, 정작 한국에 출간된 작품은 <완벽한 날들>이 처음이었다. 퓰리처상과 전미도서상 등을 받았고 여든의 나이인 지금도 여전히 현역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를 「뉴욕 타임스」는 단연코 미국 최고의 시인이라 칭했으며 많은 사람들이 그녀의 시를 읽고 인용했음은 물론이다. 2009년 9.11테러 희생자 추모식에서 부통령 조 바이든이 메리 올리버의 시 '기러기'를 낭독한 것을 보면 그 위상을 짐작할 수 있다. 메리 올리버는 <휘파람 부는 사람>에서도 변치 않은 시적 언어로 자연과 인간, 살아간다는 것의 경이로움을 노래한다. 목공 작업을 통한 영혼의 집짓기에 관한 사유뿐만 아니라 거북이와 거미를 관찰함으로써 우주의 법칙을 통찰한다. 또한 셸리와 소로, 에머슨과 에드거 앨런 포, 프로스트와 휘트먼이라는 자신의 문학적 유산을 밝힌다.

첫 산문집의 독자라면 반겨할 만한 책이다.

 

 

미국 문단에서 첫소설 <통역사>(황금가지, 2005)로 명성을 얻은 재미 작가 혹은 한국계 미국작가 수키 김의 책도 나왔다. <평양의 영어선생님>(디오네, 2015). 이번엔 소설이 아니라 뜻밖에도 북한 체류기다. 원저가 작년에 나왔으니 바로 번역된 셈. '북한 고위층 아들들과 보낸 아주 특별한 북한 체류기'가 부제다.

2011년 7월 초. 재미교포 소설가 수키 김은 북한 평양의 공항 터미널에 서 있었다. 그녀의 네 번째 북한 방문이었다. 이번에는 평양과학기술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기 위한 방북이었다. 영어를 가르치겠다는 것은 하나의 구실이었다. 그녀가 진실로 원하는 것은 북한의 실상을 직접 보고 느끼고 그것을 글로 쓰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꽤 드문 기회를 잡은 작가가 어렵사리 적어나간 방북 체류기인 것.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책을 쓴 목적을 이렇게 적었다.

이 책에서 나의 목표는, 바깥세상이 북한 주민의 고통에 대해 더 깊은 관심을 갖게 되고 그로 인해 변화를 낳는 것을 돕기 위해 가능한 한 모든 것을 하게 한다는 희망 아래 북한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다.

여하튼 희귀한 경험의 소산인 만큼 그 결과물에도 흥미를 갖게 된다.

 

 

북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도 다양한 시각의 방북기가 나올 필요가 있다. 최근에 나온 홍콩 언론인 장쉰의 <북한이라는 수수께끼>(에쎄, 2015), 신은미의 <재미동포 아줌마, 북한에 가다>(네잎클로바, 2012), 그리고 김일성대학 출신의 탈북자 주성하 기자의 <서울에서 쓰는 평양 이야기>(기파랑, 2010) 등도 그런 의미에서 같이 읽어볼 만하다...

 

15. 0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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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 분야의 책으로 매튜 리버먼의 <사회적 뇌, 인류 성공의 비밀>(시공사, 2015)을 '이주의 발견'으로 고른다. 신경과학 분야의 책은 드물지 않게 나오고 있지만, '사회신경과학'이라는 분야까지 있는 줄은 몰랐다. 소개는 이렇다.

 

<사회적 뇌, 인류 성공의 비밀>(원제: SOCIAL)의 저자 매튜 D. 리버먼은 우리 인간의 뇌는 생각을 위해서만 설계된 것이 아니라, ‘사회적 연결’을 위해서도 설계되었다고 주장한다. 다른 사람들과 접촉하고 연결되고자 하는 욕구는 삶의 모든 측면에서 우리의 행동을 좌우하는 가장 기본적인 힘들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다. 매튜 D. 리버먼은 사회신경과학 분야에서 지난 10여 년간 연구해온 결과를 이 책에 담았다.

내가 과문한 탓도 있지만 이 분야의 역사 자체가 그다지 오래 되지 않은 걸로도 보인다. 핸드북과 교재용 책들이 이미 많이 나와 있지만 말이다. 좀더 구체적인 저자의 주장은 이렇다.

저자는 인간의 뇌가 특정 과제에 몰두하지 않을 때는 남은 시간을 활용해, 즉 신경망의 기본 자원(기본 신경망default network)을 활용해 사회적 세계를 배우고 익힌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시 말해 한가할 때 이 기본 신경망이 마치 반사작용처럼 켜져 우리의 주의가 사회적 세계로 향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가 한가해서 사회적 세계에 관심을 가진다는 것이 아니라, 틈만 나면 사회적 세계에 관심을 가지도록 우리의 뇌가 이미 그렇게 설계되어 있다는 말이다. 저자는 여러 연구 결과들을 통해 자신과 타인, 또 그 관계(연결)에 대해 생각하고, 이 연결을 맺고자 하는 욕구가 음식이나 주거에 대한 욕구보다 더 근본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어느 정도까지가 새로운 발견이고 검증된 견해인지는 원저의 리뷰를 참고해봐야겠다. 아무튼 주제나 주장 자체는 흥미롭기에 '발견'으로 손색이 없다...

 

15. 0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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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과학 분야의 책 두 권을 '이주의 발견'으로 꼽는다. 묵직한 대작들이다. 먼저 GPE(지구정치경제학) 총서의 하나로 나온 허먼 슈워츠의 <국가 대 시장>(책세상, 2015). 부제가 '지구경제의 출현'이다.

 

 

알라딘에는 아직 책소개가 뜨지 않는데, 저자는 "미국 버지니아 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로 "경제사와 지리경제학의 통합 접근을 통해 국가와 시장력의 형성 및 상호 관계를 연구해왔다"고. "주요 저서로 2008년 금융위기를 미국 헤게모니의 성쇠와 관련해 분석한 <서브프라임 국가: 미국의 권력, 지구 자본과 주택 거품>, 주변부 외채 위기에 대한 분석인 <빚의 왕국에서: 종속적 발전에 대한 역사적 조망> 등이 있다." <국가 대 시장>은 원저가 3판까지 나온 걸로 보아 이 분야의 책 가운데 표준적인 저작으로 인정받는 듯하다. 번역본 분량이 710쪽에 이르고 있어서 거의 일주일 독서 거리가 아닌가 싶다.  

 

 

GPE총서는 연간 2-3권의 책이 나오는데(작년에 3권이 출간됐다), 이런 페이스라면 올해도 3권은 무난할 듯싶다.   

 

 

두번째 책은 미국의 고고학자 켄트 플래너리와 조이스 마커스, 두 명이 쓴 <불평등의 창조>(미지북스, 2015)다. '인류는 왜 평등 사회에서 왕국, 노예제, 제국으로 나아갔는가'가 부제이고 무려 1000쪽이 넘는 대작. 경제학자나 사회학자가 아닌 고고인류학자들의 저작이란 점에서 눈길을 끄는데, 두 저자는 중앙/라틴 아메리카 고대문명이 전문 분야다. 아메리카 대륙의 고고학 자료들을 주로 참고할 듯싶다. 물론 이런 인류학적 접근이라면 대번에 루소의 <인간 불평등 기원론>을 떠올리게 되는데, 어떤 견해 차이를 보여줄지 궁금하다.

 

 

아울러 현대적 접근으로는 알랭 떼스타의 <불평등의 기원>(학연문화사, 2006)과도 비교해볼 수 있겠다. 거기에 오늘의 시각을 대표하는 책으로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불평등의 대가>(열린책들, 2013)와 토마 피케티의 <불평등 경제>(마로니에북스, 2014)도 나란히 읽어봄직하다. 더불어 불평등의 문제에 대해선 고세훈 고려대 교수의 강연 '평등과 복지'도 참고할 만하다(http://openlectures.naver.com/contents?contentsId=48493&rid=252). 기본 견해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강연이다...

 

15. 0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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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고전'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관상학>(길, 2014)을 고른다. 책은 두어 주 전에 나온 듯한데, 일단 첫인상은 '관상학까지?'라는 거였고, '이젠 끝인가?'라는 게 두번째 든 생각이었다. 두 가지 의문에 대해 몇 자 적는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아리스토텔레스와 관상학'이란 해설만으로도 답하기엔 충분하다.

 

 

사실 '만학의 제왕'이라는 소리까지 듣는 아리스토텔레스이기에 그가 쓰지 못할 분야의 책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관상학은 어쩐지 잘 연상되지 않았다. 아마 못 들어봐서 그런 것일 텐데, 역자의 해설을 참고하니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관상학>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으로 알려져 있을 뿐 실제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학풍을 이어받은 똘똘한 '짝퉁 아리스토텔레스'가 기원전 3세기경에 쓴 것으로 추정되는 저작이란다. 이름을 빌려쓴 책인 셈인데, 그럼에도 '아리스토텔레스 저작 모음집'에는 포함돼 있는 모양이다. 이 모음집이 19세기 편집된 판본인데, 해제에 따르면 오늘날에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작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그냥 <아리스토텔레스에게로 돌려진 관상학>이다. 하지만 그런 해제/해설에도 불구하고 번역본은 '아리스토텔레스 지음'이라고 못박고 있어서, 그래도 되는 건지 싶다. 개봉해보고 나서야 '유사품'인 줄 알게 된다면, 실망할 독자들도 있지 않을까.

 

 

그럼 아리스토텔레스가 남긴 저작들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역자가 주제별로 정리해놓은 것을 보면(67쪽), 논리적 저작으로 <범주론>, <명제론>, <분석론 전서>, <분석론 후서>, <변증론>, <소피스트적 논박> 등이 있다. 이론철학적 저작으론 <자연학>, <형이상학>, <영혼론>, <생성소멸론>, <기상학>, <천체론> 등이 전해지고, 실천철학적 저술로는 <니코마코스 윤리학>, <정치학>, <에우데모스 윤리학>, <대윤리학>이 남아 있다. 그리고 언어학적-철학적 저작으로 <수사학>과 <시학>이 있고, 생물학에 관련된 작품으로 <동물지>, <동물 부분론>, <동물 운동론>, <동물 생성론> 등 의외로 많다. 전체의 25퍼센트 가량이 '생물학' 저작이라고 하는데('생물학'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쓴 말이 아니다) 이에 대한 연구는 아직 초보단계라 한다.

 

 

내가 아는 상식으론 아리스토텔레스의 가장 중요한 3대 저작이 <니코마코스 윤리학>과 <정치학>, 그리고 <형이상학>이다. 거기에 <시학>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저작으로 포함시킬 수 있겠다. 그래서 <영혼에 관하여>나 <에우데모스 윤리학>까지 번역돼 나왔을 때 일반 독자가 읽기에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머지 저작들은 전공자가 아닌 다음에야 '보너스'에 해당한다고 생각해서다. 그런 맥락에서 보면 <관상학>은 보너스에 더 얹어진 덤이다.

 

 

아무튼 짝퉁 아리스토텔레스의 <관상학> 때문에 관련서를 검색하다가 설혜심 교수의 <서양의 관상학 그 긴 그림자>(한길사, 2002)도 구입했다(곧 품절될 것 같은 책이다). 사실 19세기 초까지도 유럽에선 관상학이 유행해서 작가들이 인물들의 외모를 묘사할 때 많이 참고한 걸로 돼 있다. 러시아문학에서 이와 관련한 논문을 오래 전에 읽은 기억이 난다. 좀더 자세한 실상을 알고 싶어서 구입한 책. 더 찾아보니 정종진의 <한국 현대문학과 관상학>(태학사, 1997)이란 책도 나와 있다. 그리고 허영만의 만화 <꼴>을 감수했다는 관상학 '대가'의 책도 눈에 띈다. <신기원의 꼴 관상학>(위즈덤하우스, 2010). 직업적인 필요에서가 아니라면 그냥 재미삼아 한번 읽어봐도 좋겠다...

 

15. 01. 10.

 

P.S. 언제부턴가 서재에서 '목록보기'가 안된다. '펼쳐보기'로만 고정해놓은 것인지, 에러인지 모르겠다. 뭔가 불편한데, 이런 불편함에도 새해엔 적응해야 하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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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권의 책 제목을 나란히 적었다. 차이전펑의 <다산의 사서학>(너머북스, 2015)과 이수태의 <논어의 발견>(바오, 2014). 차이전펑은 국립대만대학교 교수로 다산학의 중요한 개척자라고 한다. 책은 "<여유당전서>를 비롯한 수많은 1차 사료를 분석하여 다산 정약용(1762~1836) 사서학의 전체적인 이론구조와 해석 방법을 집대성한 역작"으로 '동아시아한국학 번역총서'의 하나로 출간됐다. 

 

 

'다산의 사서학'이라면 <논어><맹자><대학><중용>에 대한 다산의 연구와 해석을 검토해서 전통적인 해석, 특히 주희의 사서학과 비교평가하는 데 주안점이 있을 듯하다. 거기에 더하여 저자는 일본의 고학파(이토 진사이와 오교 소라이 등)와도 비교하고 있다. 다산의 사서 해석, 특히 <논어> 해석은 국내 학자들에 의해서도 연구서가 나온 바 있기에 비교해서 읽어봐도 좋겠다(한데 모두 절판됐다). 문제는 다산의 사서학 '원전'이 너무 방대해 일반 독자로선 접근하기 어렵다는 점. <논어고금주>(사암, 2010)만 하더라도 5권이다(권당 4만원이니 책값만 20만원이다).

 

 

 

턱없는 욕심을 내기보다는 <다산의 사서학> 정도를 일독하는 데 만족해야겠다.

 

 

<다산의 사서학> 때문에 <논어>에 대해서 검색해보다가 발견한 책이 <논어의 발견>이다. 가장 최근에 나왔기 때문인데, 1999년에 초판이 나왔고 이번에 나온 건 개정판이다. <새번역 논어>(바오, 2014)와 짝이 되는데, <새번역 논어>가 많이 손질된 거에 비하면 <논어의 발견>은 별로 개정된 내용이 없다. 저자의 변은 이렇다. 

"나는 다소 미흡한 구석이 있더라도 이 책만큼은 처음 선보이던 때의 모습을 유지할 필요성이 있다고 보았다. 외람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논어의 발견>은 1999년과 더불어 그 자체가 역사적 의의를 가지게 되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명백한 오류를 수정하고 애매한 표현을 분면히 한 것, <새번역 논어>에서 한글 원문의 번역이 바뀐 것 외에는 거의 손대지 않았다."

이채로운 것은 저자의 이력이다. 대학에선 법학을 전공했고 32년간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공무원생활을 하면서 <논어>를 독학했다. 그럼에도 상당한 공력을 자랑하며 기존 번역서의 오류를 많은 대목에서 지적, 수정하고 있어서 눈길을 끈다. 오랜만에 <논어>에 다시 관심을 가지면서 이 두 권을 고른 이유다...

 

15. 01.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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