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발견'으로 스티븐 케이브의 <불멸에 관하여>(엘도라도, 2015)를 고른다. '삶을 위한 인문학' 시리즈의 세번째 책인데, 첫 권이 셀리 케이건의 <죽음이란 무엇인가>(엘도라도, 2012)였고, 둘째 권이 수전 울프의 <삶이란 무엇인가>(엘도라도, 2014)였다. 출간 간격을 보면 점점 빨리 나오는 거 같은데, 넷째 권도 올해 나오는지 궁금하다. 공통점은 모두 강의를 바탕으로 한 책이라는 것. 소개는 이렇다.

 

TED에서 최단시간에 170만 명이 시청하며 화제가 된 스티븐 케이브 박사의 ‘불멸’에 대한 명강의가 책으로 나왔다. 죽고 싶지 않은 인간의 오래된 욕망, ‘불멸’을 ‘4가지 이야기’로 구분해 설명하면서, 불멸의 욕망이 어떻게 인류의 문명을 이끌어왔는지 풀어내고 있다. 프랑스의 알랭 드 보통과 비견되며 뛰어난 강연으로 소통하는 영국의 대중철학자 스티븐 케이브는 어둡고 막연할 것 같은 주제를 한 편의 소설처럼 흥미진진한 내러티브로 진행한다. 철학책이자 역사책인 <불멸에 관하여>는 “영원한 삶이 정말로 가능한가?”, “영생이 그토록 갈망할 가치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진 뒤 그 대답의 과정을 파헤치고 있다. 

 

죽음을 주제로 한 책은 적지 않은데, 지난해 나온 책만 해도 여럿이다(표지만 다 무채색이로군). 불멸도 따지자면 같은 범주에 넣을 수 있겠다. 어떤 책을 기본서로 삼을 수 있을지는 좀 훑어봐야 알 것 같다. 화제작이었던 셀리 케이건의 책은 원서까지 구해놓았는데, 자꾸 독서 기회를 놓치게 된다. '문학 속의 죽음' 같은 강의를 하게 되면, 억지로라도 시간을 낼 거 같다. 아, 그 주제의 책도 이미 나와 있긴 하다.

 

 

학술적인 성격의 책이지만 최문규 교수의 <죽음의 얼굴 - 문학 속에서 인간은 어떻게 죽어가는가>(21세기북스, 2014), 황훈성 교수의 <서양문학에 나타난 죽음>(서울대출판문화원, 2013), 그리고 임철규 교수의 <죽음>(한길사, 2012) 등이다. <죽음>은 어디에 놓았는지 찾아봐야겠다...

 

15. 02. 2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연휴가 끝나고 나니 다시 책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목록이 업데이트 되고 있다는 뜻인데, 오후 일정에 들어가기 전에 '이주의 발견'을 골라놓는다. 루시 워슬리의 <하우스 스캔들>(을유문화사, 2015)이란 책이 눈에 띄어서다. '은밀하고 달콤 살벌한 집의 역사'가 부제인데, 원제는 '벽이 말할 수 있다면'이다.

 

현관에서 화장실까지 집 안으로 들어온 역사. 영국의 주목받는 역사학자이자 BBC 텔레비전 역사 프로그램 진행자 루시 워슬리가 농가에서 궁전까지를 망라하는 집의 역사를 다룬 BBC 인기 텔레비전 4부작 시리즈 '벽이 말할 수 있다면'에 참여하고 내놓은 책이다. 침대의 역사, 속바지, 질병, 성병, 수면의 역사, 침대 살인, 목욕의 몰락과 부활, 화장과 화장실, 욕실의 탄생, 양치질, 하수 설비의 기적, 화장지의 역사, 잡동사니의 역사, 난방과 조명, 누가 청소를 할 것인가, 공손한 미소와 매너, 죽음과 장례식, 요리에 익숙했던 남자들, 부엌의 정체, 악취의 매서운 위력, 냉장고, 소스의 정치적 결과, 힘겨운 설거지 등 가정생활에 얽힌, 때론 낯 뜨겁지만 그만큼 더 매력적인 인간의 생활사를 그려내고 있다. 

기절할 정도로 새롭진 않지만 주제가 꽤 참신하게 여겨진다. 물론 발상보다는 내용으로 승부를 해야 하는 책이긴 한데, BBC 시리즈였다니 그 또한 어느 정도 보증이 되는 듯싶다. 안심하고 읽어볼 만한 책이겠다.

 

 

자연스레 떠오르는 건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사생활의 역사>(까치, 2011)다. 부제는 '사생활의 간략한 역사'이지만, 원제는 '집에서(At Home)'였다. "집 안 구석구석에서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삶의 일상적인 것들을 살펴보며 그것에 숨겨진 역사들을 낱낱이 파헤치는 이 책은 그야말로 사생활의 역사에 관한 거의 모든 과거와 현재의 역사를 담고 있다." <하우스 스캔들>과 자웅을 겨뤄볼 수 있지 않을까.

 

 

 

영국 책들에 견줄 만한 프랑스 책들은 좀더 학구적이고 묵직하다. 미셸 페로의 <방의 역사>(글항아리, 2013)와 필립 아리에스와 조르주 뒤비 등이 엮은 <사생활의 역사>(전5권)를 염두에 두고 하는 말이다. 사실 이 정도 책들이라면 거실 서가를 장식할 권리가 충분하다. 장서용(심지어 장식용)으로라도 꽂아둘 만하다는 것이다. 벽들에게 뒷말을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15. 02. 2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책의 문화사와 고양이 문화사는 무슨 관련이 있나? 나도 궁금한데, 독일의 출판인 데틀레프 블룸에게 물어볼 일이다. <책의 문화사>(생각비행, 2015)와 <고양이 문화사>(들녘, 2008)의 저자이기 때문이다(그의 책은 국내에 그렇게 딱 두 권이 소개돼 있다).

 

 

<책의 문화사>는 '우리는 어떻게 책을 쓰고 읽고 소비하는가?'가 부제인데, 책의 역사를 다룬 책들이 여러 종 있었고 이 책 역시 내용상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듯싶다.

책은 네 번의 매체혁명을 거쳤다. 육체의 기억에서 문자 기억으로, 파피루스 두루마리에서 코덱스 도서 형태로, 필사본에서 인쇄본으로, 인쇄본에서 디지털 도서로 변모한 것이다. 사람들은 인쇄된 책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 책의 저자 역시 인쇄된 책이 예술, 건축 혹은 사진을 담은 화려한 화보집으로, 사랑스럽게 만들어진 아동 및 청소년 도서로, 대중문학과 질적으로 가치가 높은 전문도서로 살아남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럼에도 이 주제의 책들은 모두 모아두는 편이라 생각할 것도 없이 장바구니에 넣어두었다. 사실 더 흥미로운 건 <고양이 문화사>인데, 고양이에 특별히 애착을 갖고 있는 건 아니지만 제목에 고양이가 들어가고 표지에도 큼지막하게 고양이가 들어앉아 있어서 뭔가 대우를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고양이로선 끔찍한 일이겠지만 로버트 단턴의 <고양이 대학살> 같은 제목이 주는 유혹과 비슷하다).  

 

 

책의 문화사와 관련해서는 근간인 알렉산드로 마르초 마뇨의 <책공장 베네치아>(책세상, 2015)도 관심도서다. 다른 정보는 뜨지 않고 '16세기 책의 혁명과 지식의 탄생'이란 부제만 책의 내용을 어림하게 해준다. 르네상스와 17세기 과학혁명 사이에 낀 16세기 문화혁명의 전모와 의의에 대해선 야마모토 요시타카의 탁월한 책 <16세기 문화혁명>(동아시아, 2010)을 참고할 수 있다.

 

더불어, 후카이 도모아키의 <사상으로서의 편집자>(한울, 2015)도 눈길을 끄는데, 제목만으로는 어떤 책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현대 독일 프로테스탄티즘과 출판의 역사'가 부제다. 그래서 '문화사 책'인가 싶지만 소개를 보면, 심지어 '사상사 책'이다. 소개는 이렇다.

주로 빌헬름 제정기 말 이후 바이마르 시기에 걸친 독일 사상사이다. 한마디로 사상의 격변기에서 당대 새롭게 위상을 얻은 편집자들을, 사상의 텍스트를 사회화하는 존재로서 다루고 있다. 제목에서 짐작해볼 수 있듯이, 한 시대의 편집자는 텍스트라는 구체적 대상과 역동적으로 대화하면서 하나의 ‘사상 그 자체가 되어’ 생산적인 지적 운동을 촉진한다.

'독일철학사'나 통상의 '독일사상사'보다도 흥미를 끄는 주제다. <책의 문화사>에서 <사상으로서의 편집자>까지 내달에도 읽을 책이, 읽고 싶은 책이 줄줄이로군...

 

15. 02. 18.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계 최고의 미스터리 작가들이 꼽은 세계 최고의 미스터리들'이란 부제에 끌리지 않을 독자가 있을까. 존 코널리와 디클런 버크가 엮은 <죽이는 책>(책세상, 2015)은 기대감만으로도 '죽이는 책'이다. "영미 문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19세기 작가들부터 최근 주목받는 미스터리 작가들까지, 미스터리 소설의 역사를 빛낸 작가들의 걸작 미스터리 121편을 현재 활발하게 활동 중인 20개국 119명의 장르작가들이 엄선하여 비평한 미스터리 비평 선집." 소개를 좀더 읽어보면,

 

미스터리의 망망대해에 처음으로 발끝을 적시려는 이들에게는 물론, 익숙한 항해사들에게도 매력적으로 다가갈 미스터리 가이드북의 결정판으로, 에드거 앨런 포와 찰스 디킨스, 레이먼드 챈들러, 대실 해밋, 조르주 심농, 마이 셰발 & 페르 발뢰, 트루먼 커포티를 거쳐 페터 회, 기리노 나쓰오, 이언 랜킨에 이르기까지, 고전은 물론 풍문으로만 접해본 '전설의 작품'들을 연대순으로 골고루 다루고 있다. 누구라도 동의할 법하지만 지루한 필독서 목록이 아니라, 오직 '한 권'에 대한 사랑의 고백들이 모여 빚어낸, 세상에 단 하나뿐인 특별한 목록이다.

작품 사전도 겸할 수 있기에(나는 이런 유형의 '사전'을 선호한다) 장서용으로도 의미가 있다. 어떤 책들이 시대별 걸작인지 알려주고, 또 무얼 읽는 게 좋을지 길잡이가 돼 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번역도 적임자가 맡았다. 마이클 더다의 <코난 도일을 읽는 밤>(을유문화사, 2013)을 옮기고, <범죄소설>(강, 2012)을 쓴 김용언 전 프레시안 기자가 역자다. 연휴에 읽을 만한 책으로 손에 꼽을 만한데, 흠, 다음주에나 출고가 가능하단다...

 

15. 02. 18.

 

 

P.S. <죽이는 책>이 현역 장르작가들의 비평선집이라고 했는데, 공편자인 존 코널리의 책은 여럿 소개돼 있다. 공저로는 '세계 최고의 범죄소설 작가들이 창조한 위대한 탐정 탄생기', <라인업>(랜덤하우스코리아, 2011)이 있고, 대표작으로 <잃어버린 것들의 책>(폴라북스, 2008)과 <언더베리의 마녀들>(오픈하우스, 2010) 등이 있다. '찰리 파커 시리즈'의 저자이기도 한데, 이 시리즈는 재미를 못본 탓인지 <모든 죽은 것>(오픈하우스, 2011) 한 권만 나오고 말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차피 주문해도 다음주에나 배송되기에 이번주에는 '그림의 책'일 뿐이지만, 그래도 '이주의 발견'을 고른다. 로베르 앙텔므의 <인류>(그린비, 2015)다. 저자에 대한 정보가 없다면 어떤 책인지 감을 잡을 수 없는데, 프랑스 '수용소 문학'의 대표작이라 한다. 저자 소개는 이렇다.

 

1917년 코르시카에서 태어나 1990년 파리에서 사망하였다. 1944년 6월 게슈타포에 체포되어 부헨발트수용소에 수감된다. 1945년 4월 다하우로 이송되어 해방되기까지의 체험을 바탕으로 <인류>를 집필하였다. <인류>는 현대 프랑스 문학.철학.사회정치사상에 깊은 영향을 미친 작품으로서, 앙텔므는 이 한 권의 책으로 프랑스 지성사에 이름을 남겼다.

영어본도 나와 있고, 주석과 리뷰도 한권으로 묶일 정도면 '고전'으로서 확실한 위상을 갖고 있는 책으로 보인다. 블랑쇼와 데리다, 낭시 등의 철학에 영향을 주었고, 아감벤도 프리모 레비와 함께 수용소 삶의 중요한 증언자로 꼽았다고 하므로 기대가 된다.

 

 

최근에 <아우슈비츠의 남은 자들>(새물결, 2012)을 다시 구입해서(갖고 있는 책을 못 찾아서다) 몇 페이지 읽어봤는데, 앙텔므와 관련한 부분을 시간을 내서 찾아봐야겠다. 블랑쇼와 낭시의 책은 또 어디에서 찾는담...

 

15. 02. 17.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