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평론가 임헌영 선생의 새 평론집이 나왔다. <한국소설, 정치를 통매하다>(소명출판). 앞서 나왔던 평론집 <불확실성의 문학>(2012)이 그 전 평론집 <우리시대의 소설읽기>(1992) 이후 18년만에 나온 것이었는데(책소개에는 ‘18년만‘이라고 하는데 단순계산으론 20년만이었다. <분단시대의 문학>(1992)을 기준으로 해도 그렇다), 그에 비하면 8년만에 나온 평론집이라 빨리 나왔다고도 느낄 만하다. 내가 읽은 걸로는 <한국현대문학사상사>(1990)를 기준이어서 30년만이다(<불확실성의 문학>은 이번에 주문했다).

˝문학평론가이자 민족문제연구소 소장, 임헌영의 평론집. <한국소설, 정치를 통매하다>는 그 제목과 같이 정치 권력을 ‘몹시 꾸짖는‘ 주요 작가와 작품을 소개한다. 최인훈과 박완서, 이병주와 남정현, 조정래, 장용학 등 우리 문학에 커다란 획을 그은 대가들의 작품 중 ‘정치를 질타하는 문학‘만을 다루었다. 한국문학의 산증인과도 같은 저자는 강렬하고 탁월한 문체로 작가론을 펼친다. 대중에게 익숙한 작가와는 마치 친구처럼, 낯선 작가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생생한 글로 구성하였다.˝

최인훈과 박완서, 이병주는 나도 한국문학 강의에서 다룬 작가들이어서 한결 더 관심을 갖게 된다(목차를 보다가 상기하게 된 것인데 이병주의 <그를 버린 여인>은 왜 한길사판 전집에서 빠졌을까? 박정희를 다룬 소설이라서?) 지난해 나온 책으로 <임헌영의 유럽문학기행>(역사비평사)과 함께 나로선 유익한 읽을거리다.

최근 출간기념 기자간담회가 있었던 듯한데(기사를 확인하니 엊그제다) 이번 포스팅은 평론집의 취지가 잘 요약돼 있다.

˝우리 사회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거대 담론이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문학은 거대담론과 멀어져버렸다. 조정래 작가가 ‘안 팔리는 소설을 써놓고 안 팔린다고 한탄한다‘고 한 적이 있다. 제국주의 영향으로 거대담론이 필요없다는 데 길들여졌다. 올해만 봐도 3·1운동과 관련된 문학이 없다.˝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은 24일 ‘한국소설, 정치를 통매하다‘ 출간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문학평론가인 임 소장은 ˝거대담론이 소설에서만 사라진 게 아니다. 평론조차도 안 하고 있다˝며 ˝문학이 언제부턴가 사회 문제를 외면하는지 싶었다. 그런 생각에서 책을 쓰게 됐다. 문학이 이렇게 되면 되나 싶어서 거대담론을 다룬 작가들을 뽑았다˝고 말했다.

안 그래도 작품 읽기에만 치중하는 젊은 평론가들의 평론집이 너무 소심하다고 느끼던 터라 저자의 고언이 역설적으로 반갑다. 바야흐로 한국의 유권자들도 정치를 통매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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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0-02-26 1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 전 선생님께 잠깐 공부한 적이 있는데 천생 선비셨죠.
조근조근 청산유수셨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긴 눈썹이 일품이시네요.
이렇게 사진으로나마 뵐 수 있어 좋으네요. 건강하시겠죠?^^

로쟈 2020-02-26 19:34   좋아요 0 | URL
네, 간담회 기사를 보니 정정하신 듯하네요.~

모맘 2020-02-26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통매하다‘라는 표현을 처음 보지만 바로 느낌이 오면서 시원합니다
자신의 책을 들고 서계시는 선생님의 모습이 통매하기엔 넘 순진무구해 보이는데 그래서 어쩌면 통매의 쓴맛이 클것같습니다
제가 통매를 할수있는 유권자인지 잘 모르겠습니다ㅠㅠ

로쟈 2020-02-27 23:36   좋아요 0 | URL
사태가 진정되면 총선이 코앞일 거 같네요.^^;
 
 전출처 : 로쟈 > 임화-신남철-박치우

8년 전에 쓴 글이다. 김윤식 선생이 <임화와 신남철>이 빌미가 되었는데, 최근 몇주간 김윤식 선생의 초기 저작들과 예술기행을 다시 구했고(절판된 책이 않아서 대부분 중고본으로 재구입했다) 이제 다시 읽을 일만 남았다. 내년까지는 앞세대 비평가들의 성취와 여백에 대해 생각해보려고 하는데 누구보다도 내게 큰 영향을 미친 김현과 김윤식의 비평이 검토 대상이다. 간간이 글을 쓰게 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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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대로 난데없는 책이다. 도제희의 독서에세이, <난데 없는 도스토옙스키>(샘터사). 실직자가 써내려간 도스토옙스키 독서록이다.

˝‘난데없는 퇴사‘에서 시작된 ‘난데없는 도스토옙스키 탐독기‘를 담은 소설가 도제희의 에세이집. 물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생존 수영을 배운다면, ‘퇴사‘라는 인생의 수렁에서 저자가 스스로를 구하기 위해 택한 생존법은 ‘고전 읽기‘이다.˝

저자가 등단한 소설가라는 건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도스토옙스키적이 소설이 나오게 될지 궁금하다. 지난달에 추천사를 청탁받고서 나는 이렇게 적었다.

˝러시아문학 강의를 루틴으로 하는 처지라 도스토옙스키는 내게 일용할 양식이다. 그렇지만 직장인의 절박한 심정으로 읽은 적은 한 번도 없다. <난데없이 도스토옙스키> 덕분에 러시아문학사의 도스토옙스키가 아닌 회사원의 일상 속 도스토옙스키와 만나는 특별한 경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도스토옙스키를 같이 읽는다는 이유 하나로 친구를 만난 것처럼 반갑고 괜스레 뿌듯하다.˝

‘특별한 경험‘은 일단 나의 경험이었다. 저자가 다짜고짜 읽어나간 작품이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이어서다. 데뷔작 <가난한 사람들>은 일부러 기피했다고. ‘가난한 사람들‘의 일원으로서. 통상 도스토옙스키 강의에서라면 거꾸로다. <가난한 사람들>부터 시작한다.

도스토옙스키 열독자가 쓰게 될 소설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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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20-02-26 1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샘의 도스토옙스키 전작읽기 강의로
전 ‘작정하고 도스토옙스키‘ 입니다.

2020-02-26 12: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침 뉴스를 들으며 신간들을 검색해보다가 눈에 띄는 책이 있어서 곧바로 적는다. 새로 나온 <뷔히너 전집>(열린책들)이다. <보이체크>로 유명한 게오르크 뷔히너는 요절한 천재 작가라 작품수가 많지 않고 나는 국내에 번역된 모든 작품을 갖고 있는데 강의에서는 민음사판밖에 쓸 수 없었다. 지만지판도 선택지이긴 하지만 강의 교재로 쓰기엔 너무 비싸다는 흠이 있었다. 그리고 예니판은 절판된 지 오래 되었다. 참고로 그의 문학을 기린 뷔히너상은 독일의 권위 있는 문학상이며, 국내에는 한국뷔히너학회도 설립돼 있다(뷔히너학회에서 펴낸 뷔히너상 수상 연설집도 번역돼 있군).   

















"시대를 앞서 간 독일의 천재 작가 게오르크 뷔히너의 모든 문학 작품들을 수록했다. 뷔히너는 시대를 앞서간 파격적인 형식과 독창적인 언어로 독일 현대극의 선구로 평가받는 뛰어난 수작들을 남긴 작가다. 그러나 스물세 살의 나이에 병환으로 갑작스럽게 숨을 거두어, 요절한 비운의 천재로 불리운다. 이 책을 번역한 전문 번역가 박종대는 대부분 희곡들로 구성된 뷔히너의 작품들을 공연에도 적합한 생생하게 읽히는 우리말로 세심하게 옮겼다."
















지만지 전집은 절판되었고 개별 작품은 따로 나왔다(확인해보니 최초 전집은 1997년에 나온 한마당판 전집이다). 뷔히너의 주요 작품은 <보이체크><레옹스와 레나>, 그리고 <당통의 죽음>인데, 그간에 강의에서는 <보이체크>만 다루었다. 가장 많이 공연되는 작품이기도 하다. 
















뷔히너의 문학과 삶을 소개한 책으로는 지만지판 전집 번역자인 임호일 교수의 <천재를 부정한 천재를 아십니까>(지만지)가 나왔었다. 그밖에 참고할 만한 책은 스위스의 극작가 뒤레만트가 개작한 <뷔히너의 보이첵>(시와진실)과 극립극단 리허설북으로 나온 <보이체크>(올댓컨텐츠)가 있다. 기회가 닿으면 <보이체크>를 포함한 주요 작품을 강의에서 다시 다루려고 한다. 교재로 쓸 수 있는 새 번역본 출간이 반가워 급하게 적었다...


20. 0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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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쇄일은 3월 3일로 찍혔지만 예고한 대로 이번주에 <문학에 빠져죽지 않기>(교유서가)가 출간된다. 알라딘에서도 오늘부터 구매가 가능하다. 앞서도 적은 대로(또 책머리에 자세히 적었다) <책에 빠져죽지 않기>(2018)의 별권이면서 <로쟈의 세계문학 다시 읽기>(2012)에 이어지는 책이다. 그래서 부제가 ‘로쟈의 문학 읽기 2012-2020‘이다.

<책에 빠져죽지 않기>가 나왔을 때 일부 눈썰미 있는 독자들이 ‘문학‘ 편이 빠져서 아쉽다고 했었다. 순전히 분량 때문이었는데 오랜만에 서평집을 내게 된 탓에 문학 리뷰까지 포함하면 분량이 1000쪽이 넘어갈 태세였다. 그래서 자연스레 문학 리뷰들을 분리하기로 했는데 별도로 출간하기에는 또 분량이 넉넉지 않았다. 이후 1년반 가량의 ‘숙성‘ 기간을 가진 것은 그 때문이다.

숙성이라고 표현했지만 가만놓아둔 건 아니고 계속 원고를 보탰다. 특히 지난 일년여 동안은 의도적으로 문학 리뷰를 많이 쓰기도 했다. 한달에 평균 세 차례 쓰는 원고의 2/3가 문학작품에 대한 것이었다. 딴은 강의가 너무 많아서 다른 분야의 책을 따로 읽을 여유가 없기도 했다. 그렇게 더 쓴 원고를 추가하고 작품해제를 쓴 원고를 몇 편 포함하니 븐량이 480쪽이 넘어갔다. 중복되는 원고 일부를 제외한 결과여도 그랬다.

아무튼 지난 8년간의 작업이 결과물을 갖게 돼 다행스럽다. 이만한 분량의 책을 내려면 산술적으로는 다시 8년이 필요할 듯싶지만 아마도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세계문학 강의의 상당 부분을 강의책으로 정리하면 따로 자투리 글을 쓸 필요가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비록 다루고자 하는 범위에 비하면 제한적일 수밖에 없지만 이 정도라도 책으로 묶을 수 있었다는 데서 나대로는 의미를 찾고 싶다. 부족한 부분은 두고두고 보완할 수 있기를 바랄 밖에.

올해 두권의 책을 (고비는 있었지만) 큰탈 없이 마무리했고 이제 다음 책으로 넘어가려 한다. 이번 봄에도 두어 권의 책을 무탈하게 펴낼 수 있기를 바란다.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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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ngles 2020-02-24 17: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는 샘 책 기다렸다 읽는 즐거움이 가득하네요^^

로쟈 2020-02-24 17:49   좋아요 0 | URL
감사.~

파란마음 2020-02-24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학을 좋아하는 저에게 큰 선물이네요 감사합니다

로쟈 2020-02-24 23:21   좋아요 0 | URL
기대에 보답하면 좋겠습니다.~

2020-02-25 0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2-25 07: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2-25 10: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2-25 1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빵가게재습격 2020-03-04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 늦었지만, 책 출간 축하드려요. 몸 건강히 지내시길 빕니다. 오랜만에 들러 인사드리고 갑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