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로쟈 > 기형도 시에 대한 편집증적, 분열증적 읽기

20년 전에 쓰고 15년 전에 옮겨놓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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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배송받고서 놀란 책은 존 서덜랜드의 <오웰의 코>(민음사)다. '쏜살문고'로 나온 오웰의 <책 대 담배>와 같이 주문하면서 대충 같은 '쏜살문고', 즉 문고판 책인 줄 알았는데(책값도 눈여겨 보지 않았다는 얘기다) 알고 보니 독특한 평전이고 게다가 하드커버다. 그래서 실망한 건 아니고, 놀라긴 했지만 새로운 평전이어서 재미있겠다 싶다. 
















존 서덜랜드의 영국의 평론가이자 영문학자로 앞서 <풍성한 삶을 위한 문학의 역사>(에코리브르)로 소개됐었다. 작은 역사(Little History) 시리즈의 책으로 이 시리즌 몇 권 소개돼 있고 나는 몇권의 원서도 갖고 있다. 















알려진 대로 오웰의 평전은 만화 평전을 포함해서 다수가 출간돼 있는데, '병리학적 전기'라는 부제의 <오웰의 코>가 가장 독특하고 흥미로울 것 같다(제목부터가 그렇다).

















같이 나온 <책 대 담배>는 오웰의 에세이집이다. 찾아보니 펭귄판 에세이집의 제목이 <책 대 담배>인데, 에세이 선집이어서 가령 <나는 왜 쓰는가>(한겨레출판)와 중복되는 글들도 있다(어느 쪽이 선집인가?). 담배와는 인연이 없지만, 담배에 관한 에세이라면 몸에 해롭지 않겠다.
















참고로 소설과 논픽션 외에 오웰의 에세이는 산문집이나 평론집이라는 이름으로도 몇 권 출간돼 있다. 이 책들도 한데 모아놓으면 좋을 듯한데, 그런 시간도 공간도 마련하기 어렵구나. 게다가 책을 찾아낸다는 보장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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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를 닫겠다고 예고하고서는 전보다 페이퍼를 더 자주 올리고 있다. 강의가 줄었다는 게 주된 원인이고(이달에는 전체 강의시간이 10시간밖에 되지 않았다. 평소였다면 이틀 강의분이다), 그에 더하자면 '마감 떨이' 같은 것이다(장사로 치자면 수익이 없는 헛장사지만). 매일 최소한 다섯 개 이상의 페이퍼거리들이 생기는데(관심저자나 도서가 생기기에), 그걸 처리하는 것도 묵혀두는 것도 그간에 고생이었다. 마감 떨이처럼 한동안 떨어내면 이런 일과도 (작별까지는 아니더라도) 좀 거리를 둘 수 있을지 모른다. 이십 년 동안 해오고도 미련을 두는 건 어리석은 일로도 보이고. 
















오늘의 페이퍼거리도 아직 여러 개가 남아있는데, 역시나 다 소화할 수는 없다. 시간상 하나만 적자면 '영국 르네상스 극문학선'의 하나로 토머스 키드의 <서반아 비극>(소명출판)이 나왔다. 책은 지난주에 주문해서 오늘 받았는데, 알고 보니 한 차례 나왔었다. <스페인의 비극>(학문사)이라고. 현재는 절판된 상태. 이제 보니 2006년에 '르네상스 고전드라마 총서'로 세권이 출간됐었다. 벤 존슨의 <볼포네>와 토마스 노턴의 <고보덕>까지.
















영국 르네상스의 대표 작가는 물론 셰익스피어이고,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몇 종의 전집을 포함해서 충분히 출간되었다(계속 나오고 있다). 나도 강의에서는 셰익스피어의 작품들만을 주로 읽는데, 거기서 조금 관심을 확장하면 동시대 극문학에 이르게 된다. 셰익스피어의 동시대 작가로 크리스토퍼 말로나 벤 존슨까지 다룰 수 있는 것. 토머스 키드도 마찬가지인데, 특히 <햄릿>에 영향을 작품으로 알려진 1592년작 <서반아 비극>(왜 굳이 <스페인 비극> 대신에 <서반아 비극>을 제목으로 택했는지 의문이다)은 '복수극의 원조'라고도 평가되기에, <햄릿>과의 관계를 떠나서도 읽어볼 만하다(이 '복수극' 이해는 토머스 핀천의 <제49호 품목의 경매> 읽기에도 필요하다). 
















역자는 영문학자 이상일 명예교수인데 셰익스피어의 작품들 외에도 르네상스 드라마들을 계속 번역하고 있다. 예고된 목록을 보니 대략 10권 규모의 '영국 르네상스 극문학선'인데, <서반아 비극>을 포함해 현재 세 권이 출간되었다. 존 웹스터의 <아말피의 여공>(2012)과 크리스토퍼 말로의 <포스터스박사의 비극>(2015)가 그것이다. 이 세 권만 하더라도 상당한 간격을 두고 나오고 있어서 10권이 완간되기까지는 꽤 긴 시간이 소요될지도 모르겠다. 당대에는 셰익스피어보다도 더 유명했다고 하는 크리스토퍼 말로의 <포스터스 박사의 비극>은 괴테의 <파우스트>에도 영향을 준 작품으로 유명하다(중세 민중본 파우스트와 괴테의 파우스트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해준 작품이다). 수년 전에 강의에서 다루면서 비로소 괴테의 <파우스트>가 갖는 문학사적 의의를 이해할 수 있었다. 




























말로는 영국 르네상스 극작가들 가운데서, 차이가 많이 나지는 하지만 셰익스피어 다음으로 많이 소개된 작가이기도 하다. 















그 뒤를 따르는 시인이자 극작가가 <볼포네>란 희극이 대표작인 벤 존슨이다. <볼포네>는 번역본만 세 종 이상이군.
















벤 존슨의 작품을 포함한 <영국 도시희극선>(아카넷)도 진작 나왔는데, 학술명저번역총서의 하나다(그런 지원이 없다면 상업적 출판은 어려웠을 것이다). 벤 존슨 외에 토머스 데커, 조지 채프먼, 존  마스턴의 작품이 실려 있다. 한 명 더 추가하자면, 토머스 미들턴. 토머스 데커와 함께 <왈가닥 여자>를 공저한 것으로 돼 있다(셰익스피어 역시 여러 작품을 공저로 썼다고 알려진다. 말로도 그의 공저자 가운데 한명. 당시에는 저작권 개념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기에 극단 소속 작가들의 공동작업은 흔한 일로 보인다). 















이 토머스 미들턴의 작품이 두 권짜리 선집으로도 나와 있다는 건 오늘 알았다. <영국 도시희극선>까지는 구입했는데, 심지어 <토머스 미들턴 희곡선집>에까지 손에 들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책수집과 독서에도 어느 지점에서는 한계를 둘 수밖에 없기에. 
















그밖에 영국 르네상스 드라마에 관한 연구 저작도 몇 권 나와 있다. 이상이 대략 가늠해본 영국 르네상스 극문학의 소개현황이다. 어디까지가 교양강의에서 다룰 수 있는 범위일지 고심이 되는데, 르네상스 희곡만 따로 읽는 건 아마도 영문과 대학원 강의에서나 가능할 듯싶다(학부에서는 셰익스피어 강독 정도가 최대치이지 않을까). 게다가 대중교양강의에서 다루기 위해서는 적당한 판본이 있어야 하는데, 아카넷판이나 지만지판은 분량과 가격에서 적합성이 떨어진다. 현재로서는 <포스터스박사의 비극> 외에 <서반아비극>과 <볼포네> 정도를 읽어볼 수 있을 듯싶다. 


영국문학을 더 깊이 다룬다면(19세기와 20세기 문학은 계속 강의에서 다루는 중이다), 내게 과제는 중세문학(초서의 <캔터베리 이야기>), 영국 르네상스 극문학(셰익스피어와 그의 친구들), 17세기 서시시(밀턴)과 18세기 소설(디포우, 리처드슨, 필딩 등)을 보완해서 읽는 것이다. 눈은 어두워 가는데 갈길이 아직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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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대프니 듀 모리에와 히치콕

7년 전에 적은 페이퍼다. <레베카>는 아직도 안 읽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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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의 유행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푸시킨의 시집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써네스트)도 초판본이라고 다시 나와서 며칠전 페이퍼를 적었는데 오늘은 방에서 <초판본 햄릿>(더스토리)을 발견했다. 구매한 책은 아니고 선물받은 책 같다. 한데 띠지를 보니(빨간색표지) ‘1611년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이라고 해서 코웃음이 나왔다.

이 무슨 ‘약장수‘의 헛소리란 말인가. 초판본 붐현상이 원래, 독서가 아니라 소장 목적의 독자들을 상대로 한 것이라 하더라도 최소한 기본은 지켜야하는 것 아닌가. 아무 표지나 갖다놓고 ‘초판본‘ 운운하는 건 사술(사기)에 해당한다(하긴 이런 책을 구입하는 독자의 관심사는 아니겠다).

<햄릿>은 셰익스피어 작품 가운데서 판본사가 가장 복잡한 작품이다(<햄릿>에 대해선 전공자 못지않게 많이 강의한 터라 나도 ‘업자‘축에 들어간다). 기본 상식까지는 아닐 수 있지만 <햄릿>의 독자라면 세 가지 판본 정도는 기억해두는 게 좋겠다(최소한 알아두는 게 좋겠다). 최초의 판본인 제1사절판(1603, Q1이라 불린다)은 우리가 아는 <햄릿>이 아니다. 언젠가 자세히 다룬 적이 있는데 좀 조야한 판본으로 분량도 현행본의 절반 남짓이다. 연구자들은 통상 ‘나쁜 햄릿‘이라고 부른다. 이 판본의 번역본은 허다한 번역본 가운데 두어종에 불과하다(내가 갖고 있는 게 두 종이다).

그리고 그 이듬해에 나온 제2사절판(1604, Q2라고 불린다). 이게 셰익스피어 생전에 출간된 유일한 판본이다. 분량은 Q1의 두배 가량. 일부 연구자들은 이 Q2를 정본으로 보기도 한다(판본들에서 계속 문제되는 건 오탈자다). 생전 출간본이어서다. Q1과 대비해 ‘좋은 햄릿‘이라고 불린다. 그리고 셰익스피어 사후에 나온 전집판(1623) <햄릿>. 당시 알려진 전작품을 수록한 이절판이고 여기에 수록된 <햄릿>을 제1이절판(F1이라고 부른다). 분량은 의외로 Q2보다 약간 적다. ‘나쁜 햄릿‘을 제외하면 <햄릿>의 정본은 Q2이거나 F1 중에 선택해야 한다. 그게 아니면 제3의 선택지로 Q2와 F1에서 차이가 나는 행들을 취사선택해야 한다. 다양한 ‘비평판‘이 그래서 가능하다.

이것이 간략한 <햄릿> 판본사다. ‘1611년판 <햄릿>‘은 그냥 1611년에 찍은 <햄릿>을 가리킬 뿐 초판본과 무관하다. Q2를 다시 찍어낸 것으로 Q3라고 불린다. 현행본 <햄릿>에 준하자면 초판본은 1604년판 Q2를 가리키는 것이 상식적이다. 물론 Q1을 초판본이라고 우기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겠지만 그건 다른 <햄릿>이다.

<초판본 햄릿>을 주장하는 또다른 퍈본은 올해 나왔는데 ‘방송도서‘라고 광고된다. ‘책읽어드립니다‘란 TV프로그램에서 다뤄진 모양이다(설민석이 나오는 프로인가? 나는 직접 본 적이 없다). ‘1603년 오리지널 표지 디자인‘이라고 해서 표지색이 노란색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출판사와 역자가 같고 분량도 비슷하다. 무슨 뜻이냐면 표지는 Q1이라고 해놓았지만 실제 번역은 Q2이거나 다른 판본의 번역일 거라는 얘기다. 앞서 ‘1611년 초판본‘을 갖다가 다시 ‘1603년 초판본‘이라고 갈아치운 것으로 보이니까.

추정하기에 ‘1611년 초판본‘이라고 내세울 때 ‘실수‘했다는 걸 알고 ‘1603년 초판본‘으로 부랴부랴 정정한 것이 아닐까. 다만 조사가 충분하지 못해서 <햄릿> 판본의 복잡성에 대해서는 신경을 쓰지 못했던 것이리라. 물론 독자들의 관심사는 ‘초판본‘과 ‘방송도서‘라는 데만 두어질 테니 서로간의 완벽한 거래다. 내가 굳이 참견할 일은 아닐지도.

그렇지만 <초판본 셰익스피어 4대비극>이 예판으로 뜬 것을 보고서 참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어이없는 일로 치부하고 넘어가기에는 화가 나서다. 무려 ‘1577 오리지널 초판본 표지디자인 금장 양장 에디션‘이다(정가는 24800원). 이건 무슨 작전세력을 보는 듯하다. 오래 생각할 것도 없다. 셰익스피어의 4대비극 가운데 가장 먼저 나온 것이 <햄릿>이다. <초판본 햄릿>이라고 앞서 펴낸 것이 1603년판과 1611년판인데, 이젠 4대비극 초판본이 1577년? 셰익스피어의 생애가 좀 불확실한 부분이 많지만 그래도 생년은 1564년으로 본다. 1577년이면 셰익스피어가 13살 때다. 그리고 그의 생전에 ‘4대비극‘이 따로 출간된 적도 없다. ‘1577년 오리지널 초판본‘?

내가 추정할 수 있는 건 두 가지다. 이 초판본 기획자가 정말 상식 이하일 정도로 무지하다는 것. 다른 하나는 상상을 넘어설 정도로 사악하여 독자를 우롱하고자 한다는 것. ‘1577년 초판본‘이라고 둘러대도 네들이 알겠어? 라는 식.(1577년은 셰익스피어의 가세가 기울어 학업을 중단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해다.) 이런 판본들이 버젓이 나오고 또 그걸 구매해서 읽는 독자들이 있다는 사실에 환멸을 느낀다...

PS. 환멸을 느낀다고 적었지만, 불량식품을 근절할 수 없듯이 불량도서도 출판 생태계에서 근절불가능할 것 같다. 다만 최소한의 질서를 위해서 ‘방송도서‘라는 딱지 대신에 ‘불량도서‘라는 표시 정도는 해주어야겠다. 허위과장 광고를 제재하는 차원에서. 알라딘도 선의의 독자(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서 이 정도 모니터링은 해주면 좋겠다. 거기까지는 서점의 본분이 아니라고 하면 할 수 없는 노릇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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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태수 2020-04-02 20: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햄릿˝ 추천하시는 출판사가 있을까요?

로쟈 2020-04-02 20:47   좋아요 1 | URL
판본이 다양한 만큼 여러 번역본을 참고할 수밖에 없고요. 강의에서는 열린책들, 시공사, 문학동네판 등으로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