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로쟈 > 여름산을 생각하다

14년 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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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강의가 예정돼 있었지만 코로나 방역 단계 격상으로 취소돼 모처럼 늦잠을 잤다. 내달에도 온라인 강의를 제외한 대부분의 강의는 짧게는 두주에서, 길게는 한달까지 연기된 상태다. 사실 그 이후에도 대면 강의는 코로나 상황이 통제 범위 안에 들어와야 가능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연기된 가을학기 강의 가운데 알베르 카뮈에 대한 강의들도 있어서 새로 나온 책들에 주목했다.


 
















<이방인>은 세계문학전집판 번역이 추가되었다. 을유문화사판인데, 역자인 김진하 교수는 폴 발레리 전공이다. 대략 어림해서 이제는 3세대 불문학자들의 번역본이 나오고 있다. 이휘영(1세대), 김화영(2세대)의 뒤를 잇는(더 세분하면 2.5세대도 가능하다). 
















카뮈 번역의 원조라고 할 이휘영 교수의 카뮈 번역본은 <이방인><페스트><전락> 세 편이 있다. 김화영 교수는 알려진 대로 카뮈 전집(20권, 책세상)을 펴냈다(전집의 마지막 권이 <시사평론>인데 <알제리 연대기>가 빠진 게 아쉽다). 
















세계문학전집판의 다른 번역본은 열릭책들, 시공사, 문학동네 등에서 나왔다. 문학동네판 <이인>(제목은 문학동네판의 오점이다) 카뮈 전공자인 이기언 교수의 번역이다. 역시 2세대 불문학자. 

















시공사판의 번역자인 최수철 작가부터는 3세대에 해당하는지, 아니면 2.5세대 정도인지 애매하다. 짐작에 최초의 카뮈 연구서는 김화영 교수의 박사논문(<문학 상상력의 연구>)부터가 아닐까 싶다. 

















가을학기 카뮈 강의에서는 여러 차례 강의한 <이방인>을 제외하고 <시지프 신화>부터 <페스트><전략> 같은 소설과 <칼리굴라><정의의 사람들> 같은 희곡을 읽을 예정이다. <시지프 신화>의 새 번역본이 반가운 이유인데, 김화영 교수의 번역판 외에 사실 다른 선택지가 별로 없었다. 
















내가 처음 읽은 건 문예출판사나 범우사판이었고, 그 이후에 책세상판과 연암서가판이었다. 이전에 한번 지적한 적이 있는데, 부록으로 실린 카프카론(1942)이 흥미로운 텍스트여서(카프카를 이해하는 데, 그리고 카뮈를 이해하는데) 따로 강의에서 다루기도 했었다. 그런데 카뮈가 붙인 원주가 이번 열린책들판에서도 잘못 옮겨져 있어서 아쉽다(이 블로그에 적어놓는 글이 별로 읽히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카프카 사상의 이 두 측면에 관해서는 <죽음의 집의 기록>(도스토옙스키의 작품) 중 '유죄성(물론 인간의)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와 <성>의 한 구절(모무스의 말) '측량기사 K의 유죄성은 밝혀내기가 어렵다'를 비교해볼 것."


이라는 게 카뮈의 원주다. 그리고 오류는 <죽음의 집의 기록> 운운한 대목. 김화영 교수의 번역본을 포함해 대부분의 번역본에서(문예출판사판은 옳게 옮기고 있다) 카프카의 <유형지에서>라는 작품을 도스토옙스키의 <죽음의 집의 기록> 등으로 잘못 옮기고 있다(김화영 교수는 <수용소에서>라고 옮겼다). 어째서 이런 오류가 빚어졌는지는 잘 가늠이 되지 않는다(여러 단계의 오인과 착각을 필요로 한다). 최초 번역본에 책임을 추궁할 수 있을 듯한데, 저자 카뮈의 오류는 아니다. 원주에는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이라는 설명이 빠져 있고, 그런 설명은 작품명만 보고서 역자들이 잘못 추정해서 갖다 붙인 것이다. 여하튼 이런 단순 오류가 몇십 년간 방치돼 있는 것도 놀랍다. 
















카뮈의 카프카론은 상당히 일찍 쓰인 글이다. 카뮈가 20대에 쓴 것이기에. 그렇지만 카프카의 핵심적인 '유죄성과 무죄성'의 문제를 포착하고 있는 점에서 높이 살 수 있다(그것이 카뮈가 보는 카프카의 '부조리'다). 그 대립의 문제를 <유형지에서>와 <성>, 두 작품의 인용문을 통해서 분명히 적시하고 있는 것. 그것을 도스토옙스키의 작품과 <성>의 대립으로 바꿔놓으면 초점을 비껴가게 된다. 


그런 교정이 이루어지지 않은 게 아쉽긴 하지만 새 번역본이 추가돼 나름대로 난해한 <시지프 신화>를 독해하거나 강의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이렇듯 강의에서 다룰 수 있는 건 카뮈와 카프카, 모두 전집까지 나와 있는 작가들이기 때문이다. 카뮈와 카프카, 카뮈와 도스토옙스키, 카프카와 도스토옙스키 등의 주제에 대해서도 강의에서 다룬 바 있는데, 내년쯤에는 책을 펴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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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한국문학에 대한 믿음과 불신 사이

11년 전에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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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w4009 2020-08-29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11년전 문학계에 어떤 복잡한 사정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저널리즘처럼 문학의 환경도 바뀌었나 보네요.

늦게까지 아파하는 문학이라..
스베틀라나가 생각나네요.
아시다시피 그녀의 글이 너무 아파하니까.
보는 사람도 괴로울정도로.




2020-08-29 14: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29 15: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29 18: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출처 : 로쟈 > "내 울부짖은들 누가 들어주랴!"

13년 전에 옮겨놓은 글이다. <로쟈의 인문학 서재>(2009)에도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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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을 처음 들었는데, 사정은 현지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미국 작가 루시아 벌린(1936-2004). 생전에 무명에 가까운 작가였는데 사후 11년만에(2015년?)에 재발견되어 레이먼드 카버에 견줘지는 단편소설의 대가이자 문학적 천재로 격찬을 받고 있다 한다. 국내에는 지난해 여름에 단편집이 소개된데 이어서 올해 소설집과 에세이가 추가되었다. 그녀가 평생 쓴 작품은 세권의 단편집에 나눠실은 76편의 단편소설이라고. 최근에 나온 <웰컴 홈>(웅진지식하우스)은 에세이집이다. 뉴욕타임스 북리뷰는 이렇게 평했다.

˝타협하지 않으면서 너그러운 인생의 관찰자인 저자는 영리하고 자기주장이 강하고 그날그날 근근이 살아가는 여자들을 연민에 찬 눈으로 바라본다. 벌린은 톰 웨이츠의 노래 가사에 나오는 여자가 길고 습한 밤에 방금 만난 남자에게 할 법한 이야기를 쏟아놓는다. 그럴 때의 감정은 과격하고 그 언어에는 꾸밈이 없다.˝

단편집 <청소부 매뉴얼>과 <웰컴 홈> 가운데 어느 것부터 손에 들어야 할지 망설이게 된다. 그 자체로 소설 거리인 삶의 간단한 이력을 참고하는 게 좋겠다.

˝스물네 살에 처음으로 소설을 발표했다. 미국 서부의 탄광촌과 칠레에서 보낸 십 대 시절, 세 번의 결혼, 알코올중독, 버클리와 뉴멕시코, 멕시코 시티를 넘나들던 불안정한 생활, 싱글맘으로 네 아들을 부양하기 위해 여러 일을 해야 했던 경험 등을 자신의 작품에 감동적이면서도 위트 있게 녹여냈다. 단편소설집 <청소부 매뉴얼, <내 인생은 열린 책>에서 그녀의 굴곡진 인생을 엿볼 수 있다.˝

네 아들의 진로가 문득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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