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가 그렇다. '김승희가 들려주는 우리들의 세계문학'. 제목은 특이하게도 <어머니의 음성같이 애인의 음성같이>(난다). 알고보니 1992년에 <세계문학기행>이라고 냈던 책을 손질해서 다시 펴낸 것이다(92년에 나왔다고 하지만 기억에 없는 책이다). 저자가 40세에 펴낸 책. 


















오히려 재간본이라는 사실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된다. 지금이야 좀더 흔하게 나오고 있지만, 30년 전 세계문학기행, 내지 독서에세이는 드물었을 테니까(지금의 세계문학전집 유행이 시작되기 전이다. 어떤 판본의 책을 읽었을지도 궁금한 대목). 지난해에는 <33세의 팡세> 개정판도 펴냈다. 1985년에 초판이 나왔던 책으로 구입해서 친구에게 선물로 준 기억이 있다. 1986년, 고3 때 일이다. 그보다 앞서서는 시집들을 읽었던 것 같다. 

















<왼손을 위한 협주곡>이나 <태양 미사> 같은. 그때로 그렇게 불렸던지, 시인 김승희는 기억에 '마녀'로 저장돼 있다. 1991년에 소월시문학상 수상. <세계문학기행>은 그 이후에 펴낸 것이겠다. 



시인 김승희 이후에 만난 김승희는 이상 연구자이자 국문학 교수로서의 김승희다. 
















시인과 현대시 연구자, 그리고 에세이스트로서의 경력을 고려하면, 독서에세이는 가장 평이해보인다. 독서 세대가 별로 차이나지 않아서인지 세계문학기행의 목차에서 낯선 작가나 작품이 없다. 때문에 소감이나 견해에 차이가 있을지언정 동료를 만난 기분이다. 



 















확인해보니 시집으로는 같은 출판사(난다)에서 펴낸 <도미는 도마 위에서>가 가장 최근 것인 듯하다. 시인으로서의 근황이 궁금한 독자라면 도마 위에 올려놓아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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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세계문학을 주제로 한 강의를 하는데, 작품이 아니라 세계문학론을 다룰 때면 매번 어려움을 느낀다. 세계문학에 대한 정의부터 세계문학사의 전개까지 기본적으로 해명해야 할 사항들이 너무 많아서다. 그런 설명의 부담을 덜어줄 책을 몇 권 써야겠다는 생각은 그때마다 다지게 된다(올해부터도 한권 낼 계획이다). 
















당연하게도 국내외에서 관련서가 적잖게 나와 있다. 강의에서도 참고가 필요하지만 책을 내려고 한다면 자연스레 선행 저작들을 검토해보아야 한다. 내가 이 일의 견적으로 염두에 두고 있는 몇몇 저자들을 한 자리에 모으려 한다. 먼저, 국문학자로서 세계문학사에 대한 예외적인 관심을 보여준 조동일 교수의 저작들이 있다. <세계문학사의 전개>와 <세계문학사의 허실>, 그리고 <한국문학과 세계문학> 등.















세권으로 갈무리된 <소설의 사회사 비교론>도 이 주제와 관련해서는 요긴한 참고문헌이다. 
















세계문학 강의에서 '세계문학'이란 담론 자체는 창비 담론이라는 설명을 덧붙이고는 하는데(<세계문학론> 자체도 창비에서 나왔다), 거슬러 올라가면 이 담론에서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는 이가 백낙청 교수다. 전체 평론집의 공통 제목(혹은 부제)인 '민족문학과 세계문학'은 말 그대로 백낙청 비평과 문학론의 화두이다. 
















영문학자로 다수의 번역서를 펴낸 김욱동 교수도 최근에 낸 <세계문학이란 무엇인가>를 포함하여 세계문학 수용과 번역, 그리고 비교문학에 관한 저작들을 여럿 펴냈다. 이론적으로 유익한 길잡이가 되는 건 <세계문학이란 무엇인가>이지만 여타 저서도 참고할 만하다. 
















또다른 영문학자로 정정호 교수도 포스트모더니즘을 포함한 비평이론과 비교세계문학론에 해당하는 저서들을 펴냈다. 필명으로 펴낸 <문학의 타작>도 관련한 주제들에 대해 폭넓게 다루고 있다. 
















영문학자 김용규 교수도 세계문학과 번역학에 관한 주요 논저들을 발표하고 있다. 편저인 <세계문학의 가장자리에서>는 세계문학론의 현단계를 가늠하게 해주는 앤솔로지다. 















국문학 전공자이지만 외국문학 독서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김한식 교수의 책들도 세계문학 독서의 유익한 참고가 된다. 
















국외 학자로는 두 명만 꼽겠다. 먼저,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이탈리아 학자 프랑코 모레티. 소설론의 교과서격인 <소설1,2>의 편자이기도 하다(분량상 번역되기 어려울 듯하다). 소설론과 관련해서는 필수적인 참고서를 여러 권 썼다. 















<근대의 서사시>나 교양소설론 <세상의 이치>, 그리고 초기작 <공포의 변증법> 모두,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독자들에게도 자극과 영감을 준다. 






























그리고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저자로, 세계문학사 출간과 세계문학 연구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 학자 데이비드 담로시 교수의 책들. 세계문학 앤솔로지까지 포함하여 다수의 저작이 나와있다. 이 주제의 대학원 세미나에서라면 읽고 토론해볼 수 있는 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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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zone 2023-02-14 0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학이론서를 낸다 쓴다 하면서 질감스럽게 쓰지 않고 애만 태우며 끌어오신 게 벌써 몇해던가요? 루카치나 사르트르, 이글턴도 돌려세울 문학이론서의 화씨지벽을 내놓으시려는 게 아니면 올 여름은 넘기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오전에 고심했던 책은 <밀턴의 산문선집1,2>(한국문화사)이다. 학술명저번역총서로 나왔는데(그렇지 않다면 나오기 어려웠을 책이다), 고심한 이유는 내 안의 독서가와 장서가가 각기 다른 견해를 갖고 있기 때문. 독서가는 냉정하게 읽을 여유가 없을 거라고 말하지만, 장서가는 또 셈법이 달라서 이런 책을 소장하지 않는다면 누가 하겠느냐고 대꾸한다(나름 상위 0.1퍼센트의 구매자다). 절충점은 17세기 영문학 내지 밀턴에 대한 강의를 하게 된다면 구입하는 것으로(밀턴의 산문 연구서로 <중기 밀턴>도 나왔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 
















내게 영문학 독서와 강의의 상한선은 영국 르네상스 시대의 작가들까지다. 셰익스피어와 크리스토퍼 말로까지. 중세 영문학으로는 넘어가지 않으려고 한다(<베오울프>와 <캔터베리 이야기> 등을 강의에서 다룰 계획이 아직은 없다). 그 다음이 바로 17세기 대표작가로서 밀턴이고, <실낙원>에 대해서는 이미 몇 차례 강의에서 읽었다. 
















<실낙원> 강의는 맨처음 이창배 교수의 번역으로, 그리고 이어서는 조신권 교수의 번역을 진행했었다. 
















<복낙원>은 아직 강의에서 다루지 못했고. 















조신권 교수는 <실낙원>과 <복낙원>의 번역 외에도 밀턴의 문학과 사상에 대한 연구서도 펴낸 바 있다. 

















그 다음 세대 연구자가 최재헌 교수로 <다시 읽는 밀턴의 실낙원>(경북대출판부) 초판본은 <실낙원> 강의 때 참고문헌으로 읽었다. 앞서 적은 <중기 밀턴>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리고 꼽을 만한 연구자는 <밀턴 평전>의 저자 박상익 교수로 밀턴의 대표 산문인 <아레오파기티카>를 우리말로 옮겼다. <아레오파기티카>는 이번에 나온 <밀턴 산문선집>에도 수록돼 있다.
















밀턴에 관한 최신 평전으로 지난해 프린스턴대출판부에서 나온 <혁명의 시인: 존 밀턴의 탄생>도 바로 구입했기에 사실 산문선집 구입을 망설일 이유는 없는데, 여하튼 꽂아둘 만한 책꽂이가 없는 상황이어서 당분간은 구입을 미루기로 한다. 그 대신에 적어두는 페이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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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man 2021-02-11 1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국대학교출판부에서 이창배 역으로 <실락원 장사 삼손>도 출판했더라고요. 구하기가 어려워서 언감생심입니다 ㅠㅠ

로쟈 2021-02-11 19:22   좋아요 0 | URL
네, 거기까진 욕심이 없고요.~
 

아니 에르노의 <세월>을 강의에서 읽었다. 사소한 사항이라 강의에서 언급하지는 않았는데, 한 대목에서 오역(오타)이 있다. 
















한 소련인을 위해 6개월 동안 라틴어, 영어, 러시아어를 배우고 남은 것은 svidania, yatebia lioubliou karacho뿐.(18쪽)

'한 소련인'이라고 지칭되는 남자는 <단순한 열정>의 연인이다. 실제로 에르노는 1989-1990년 경에 러시아 유부남 외교관과 연인 사이였고, 그 관계에 대한 고백이 <단순한 열정>이다. 그를 위해서 러시아어를 6개월 동안 배웠는데, 몇 단어만 기억하게 되었다는 것. 라틴어와 영어는 그와 무관하다(영어판과 불어판을 모두 확인해보았다). 그 러시아어 단어가 번역본에 엉터리로 적혔다. 다시 옮기면 이렇다(불어본은 kharacho를 karacho라고 적었다. 오타인지 불어식 표기인지 확실하지 않다). 

라틴어와 영어. 그리고 한 소련인을 위해 6개월 동안 러시아어를 배우고 남은 것. da svidania(다 스비다냐), ya tebia lioubliou(야 찌뱌 류블류) kharacho(하라쇼).

이 세 러시아어 표현이 번역본 각주에는 "안녕하세요. 사랑해. 좋아"라고 옮겨졌는데, 이 또한 정확하지 않다. 영어로 옮기면 "Goodbye. I love you. Good."의 뜻이다. "안녕! 사랑해! 좋아!" 

독서에 지장이 있는 건 아니지만 너무 무성의한 번역이다...


한편, <단순한 열정>은 지난해에 영화화되었다. 국내에서도 개봉되는지 모르겠는데, 작품을 강의에서 몇 번 다룬 인연도 있어서 극장에서 감상할 용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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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자 문화일보 기사를 옮겨놓는다. 뉴스기사이지만 인터뷰이 당사자여서다. 신간 <로쟈의 한국문학강의>(추수밭)와 관련하여 지난주에 인터뷰를 가졌고 오늘 기사화되었다. 여러 가지 발언을 했고, 담당 기자가 그 가운데 몇 가지 취사선택했다. 제목은 "요즘 잘나가는 문학 너무 가벼워... 막장 드라마 고공 시청률과 비슷"이라고 나갔다. 좀더 중량감 있는 문학에 대한 기대(내지 요청)를 표현한 것이다. 



문화일보(21. 02. 08) "요즘 잘나가는 문학 너무 가벼워... 막장 드라마 고공 시청률과 비슷"


“막장 드라마 시청률이 높은 거와 비슷한 거 아닌가요? 요즘 잘 팔린다는 책을 보면….”


‘로쟈’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이현우(사진) 서평가의 일침이다. 그는 “최근 ‘대세’라는 작가들의 소설이 ‘문학의 몫’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시대에 따라 문학의 정의나 역할이 바뀌는 거라고 한다면 할 말 없지만, 근본적인 질문조차 없다는 건 안타깝다”고 말했다. 2000년대 초 촌철살인의 ‘인터넷 서평꾼’으로 유명해진 후, 20년이 넘도록 전문서평가이자 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를 지난 4일 서울 중구 문화일보에서 만났다. 최인훈부터 김훈까지, 남성 작가들을 통해 한국소설의 성취와 한계를 짚어봤던 ‘로쟈의 한국문학 수업’(추수밭) 개정판을 내면서, 새롭게 여성작가 편을 출간한 터였다. “눈치 볼 게 없는 입장이라 거침없이 썼는데, 너무 비판 일색이네요. 아, 책 잘 안 팔릴 것 같아요. 하하.”
















러시아 문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이 서평가는 주로 세계문학이나 인문학 관련 책을 쓰고 강연해왔다. 필명도 ‘죄와 벌’의 주인공 로쟈(라스콜리니코프)에게 빌린 것. 그런데 한국문학이라니. 그것도 ‘쓴소리’ 가득한 책이라니. 그는 “실제 현장비평에도 관여하지 않은 처지여서 특별한 발언권을 주장할 수는 없다”면서도 “세계문학에 대한 오랜 강의 경험이 색다른 견해와 평가를 갖게 해주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책은 ‘세계문학의 흐름으로 읽는 한국소설’이면서, 나아가 ‘세계문학의 숲에서 바라본 한국문학의 과제’라는 부제를 붙일 수 있겠다. 한국문학의 세계화가 화두고, 매해 수백 종의 작품과 수십 개의 문학상이 쏟아지지만, 문단은 세계문학이라는 큰 맥락 안에서 한국문학의 의의를 찾는 작업엔 소홀하다. 이 서평가는 “발자크나 도스토옙스키에 준하는 한국문학 작품은 어떤 것인지, 없다면 왜 없는지, 더 이상 나올 수 없는 것인지…. 이런 고민을 함께 해보고 싶었다”고 전했다.


여성작가 10인을 중점적으로 다룬 신간에서 이 서평가는 “한국문학에서 ‘현대’는 완성됐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예컨대, 박경리나 신경숙처럼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호의적인 평가를 받는 작가들에 대해 “근대 이전의 세계관 내지 운명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며 다소 비판적인 시선을 견지하고, 은희경의 ‘새의 선물’은 성장소설이 아닌 ‘성장거부소설’로 규정, “시대적 고민으로부터 벗어나 성장을 거부하는 한국문학의 문제성”이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최근 ‘작가들의 작가’로 불리는 황정은 작가에 대해선 “아직 장편이라 부를 만한 게 없어 더 지켜봐야 한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반면, 박완서에 대해서는 “문학에서 근대적인 주체를 정립하려는 시도를 보여준 작가다. 좀 더 높이 평가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처럼 그는 각 작품의 세계관과 함께 시대적 흐름을 짚어내며 문학 교과서에서도 보지 못하고, 문단에서 쉬이 입 밖에 내지 못하는 ‘다른 해석’을 제시한다. 여성 서사, 퀴어, 장애 등의 소재가 부상한 최근 경향에 대해선 “너무 개인적인 것, 변두리화된 것들만 건드리고 있다.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것만 있다는 게 문제다”고 했다. “솔직히 좀 가벼워요. 문학이 약간의 감흥을 위한 건가요? 위협적이어야 좋은 책이라 생각해요. 밀도 높은 서술과 사회상 전체를 반영할 절대 분량을 갖춘 소설. 그러니까 좋은 장편이 많이 나와줬으면 해요.”


그는 특히, 문학이 스스로 ‘마이너화’ 되는 걸 우려했다. 영화나 음악 등에 밀려 시장이 작아졌다 해도, 문학은 결코 ‘작은’ 존재가 아니라는 것. “쉽게 쓰고, 이 정도면 됐지 하는 것 같아요. 그것참 이상한 ‘자학’ 아닌가요? 도전하다 실패하더라도 ‘위대한 문학’을 꿈꿔야죠. 그래야 미래가 있지 않을까요.”(박동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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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풍오장원 2021-02-08 23: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황정은은 백의 그림자 한권 읽었는데, 정말 좋았습니다.
아무튼 많이 공감이 됩니다. 알라딘에 로쟈님이 더 오래 계셔야 할 이유이기도 하구요..
한국 소설은 최근들어 대체 뭐가 문제일까 싶을 정도로 퇴락한것 같습니다...

로쟈 2021-02-08 23:59   좋아요 3 | URL
황정은은 개성적인 작가인데, 다만 몫이 한정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의 한국문학은 특이하게도 중심이 비어있다는 생각이에요..

2021-02-09 00: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09 18: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자나 2021-02-09 20: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 문단에는 이런 쓴소리가 참으로 귀한 거 같습니다. 어서 읽어보고 싶군요 ㅎㅎㅎ

로쟈 2021-02-09 21:03   좋아요 2 | URL
귀할 것까진 없지만 드물어진 건 사실입니다. 논쟁도 사라지고요..

2021-02-09 20:0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