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랜드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다섯번째 읽는 온다 리쿠의 작품
이 책은 뭐랄까, 소품같은 느낌이다.책의 내용도, 양도 다른 작품들에 비해 현저히 얇고 적다.( 더 얇아 보이는 ;굽이치는 강가' 와 '여섯번째 사요코'가 내가 아직 안 읽은 온다 리쿠의 책들이다)

 크리스마스에서 정초까지의 연말, 아주 오래된 건물의 명문사립고 기숙사에 남은 네명의 각기 다른 개성의 미소년 ( 내가 온다 리쿠의 정체를 이미 알아버렸단 말이지. 순정만화, 아니 순정소설 작가. 0_0) 무튼, 그런 시간 속에, 그런 장소 속에, 그런 인물들이 나와서, 각자의 으시시한 비밀들을 하나씩 이야기한다. 카드게임에 져서 이야기하기도 하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이야기하기도 하고, 남에게 들켜버리기도 하고, 그러면서, 각자의 비밀들. 그리고 그 비밀들이 생긱게 된 원인들을 파고 드는 것은 '흑과 다의 환상'의 수수께끼 풀기를 떠올리게도 한다.

그 이야기가 심각하건 어쩌건, 작가의 말대로 '훈훈한 결말'로 끝나는 ( 왜 아니겠는가, 순정소설 작가인데)
이야기. 각기 개성을 지닌 소년들의 테니스게임이라던가, 강둑을 달린다던가 하는 장면은 상큼했다. (그니깐, 순정만화에 입 헤벌리는 식의 상큼이다)

이때까지 온다 리쿠의 책이 '착하다' 는 이유로 싫었던 적은 없는데, 이야기도 없고, 착하기 까지 하니, 아무리 간지와 요시코노와 미쓰히로, 오사무가 귀엽더라도, 별은 두개 이상 못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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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의 책계획과 2월의 책계획 현재 스코어



왼쪽이 2월 오늘까지 읽은 책.
가운데는 남은 2월 읽을 책
오른쪽은 3월에 읽기 위해 즐겁게 골라낸 책들. 말할 것도 없이 오늘 다 읽은 이광주의 '나의 젊은 시절 마에스트로 편력' 이 큰 영향을 미쳤다.



아주- 재밌어서 '최고! ' 손가락 올리고 있는 책이 다섯권이나 된다!
슈테판 츠바이크의 '베르사유의 장미 마리 앙투아네트'
시마다 소지의 '점성술 살인사건' ( 동생이 부대에 가져가서 비슷한 두께의 책을 뒤집어서 끼워 놓음)
이광주의 '내 젊은 날의 마에스트로 편력'
폴 오스터 '환상의 책'
닉 혼비 'otherwise pandemonium'

그리고, 우웩이어서 손가락 마구 내리고 있는 책들은
'캘리포니아', 소피 칼의 '뉴욕이야기', 미야베 미유키의 '대답은 필요없어'


'노름꾼'을 이 주말과 월요일 휴가까지 읽고, 에릭 슐로서의 Cogs in the Great Machine 을 읽는 것 까지는 좋은데,
오르한 파묵의 새로운 인생(반 정도 남았다) 을 과연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싶다. ( 너무 재미가 없는게지;;)



중세와 연관되는 책들을 여러권 꺼내 보았다. '서양 문명의 역사 Ⅱ', 라루스 서양미술사 시리즈 중 '중세미술' ,  쟈크 르 고프의 '서양 중세 문명' ( 아리까리한데, 아마 예전에 몇장 읽었다가 그야말로 문자 그대로 집어 던졌던 책이 아닌가 싶은데, ) 아르놀트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I ' ( 꼭 고등학교때 수학 정석과 같아서, 앞부분만 벌써 몇번째인지 모르겠다. 이번에는 꼭 다 읽으리라)

자유로운 영혼을 위하여 ' 그리스인 조르바' 재독, 그 김에 '카잔차키스 영혼의 일기' 를 읽고, '돈키호테'를 읽는다.

러시아 작가로는 민음사 세계문학선중 '벨킨 이야기, 스페이드 여왕' 을 읽고 ( 사실, 스탕달의 '적과 흑' 두권 짜리를 골랐다가, 얍삽하게 얇다란 책으로 바꿨다. )

지난달에 이어 이번달에도 역시 슈테판 츠바이크 '에라스무스 평전' 을 읽기로 한다.

온다 리쿠의 '네버랜드'는 동생 부대 보내주기 전에 읽는 책.

3월에 읽을 펭귄  70주년 시리즈는

Summer in Algiers (Pocket Penguins 70's) 

까뮈의 summer in algiers'

Innocent House (Pocket Penguins 70's)

피디 제임스의 'innocent house'
2월에 읽기로 했던 펭귄70주년 시리즈 1권 D.H. 로렌스의 'Lady Chatterley's trial' 은
최소한 채털리 부인의 사랑.을 읽고 읽어봐야 싶다.

 

 

 

 

 

중세관련 책들은 한참 사 놓고, 바로 그 때, 막 흥미를 느낄 때 읽지 않으면, 당췌 안 읽게 되는데,
마침 지금이 그 때이니, 몰아서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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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넷 2007-02-25 07: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은 다시 안나오나 싶네요...-.-; 다시 나왔으면 좋겠는데..;

마늘빵 2007-02-25 0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가락들이 재밌습니다. ^^ 어떻게 한거에요.
사진 색감도 다 달라요. 사진실력이 점점 느십니다.

하이드 2007-02-25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락사스님, 사진을 너무 후다닥 찍어서, 그거 가리느라, 포샵질 심하게 해서 그래요 ^^; 손가락 넣는게 제가 쓰는 프로그램에 있더라구요.
그늘사초님, 으,, 정말요, 보고 싶은데,

사마천 2007-02-25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책을 좋아하고 어지간히 읽는다고 생각하는데 고딕성당 말고 겹치는게 눈에 안띕니다

하루(春) 2007-02-25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펭귄 책들은 정말 얇네요. 70권 다 꽂아놔도 자리 많이 안 차지해서 좋겠어요.

urblue 2007-02-25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 마지막 책으로 골랐던 게 '새로운 인생'인데 절반 쯤에서 그만뒀어요. 저만 재미없는 게 아니군요. ㅎㅎ

antitheme 2007-02-25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스인 조르바>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때부터 읽고 싶었는데 아직 못읽고 있네요... 나름 열심히 책을 읽는다곤 하는데 막상 때를 놓치면 좋은 책을 다시 읽을 기회가 잘 안생기네요.

그린브라운 2007-02-26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P.D. 제임스??? 우리나라에 번역되었던 것인가요?? ^^;; 어떤 내용인지요?? 달그리쉬 나오는 건가요?? 이런 순간...흥분해버렸군요 ㅠ.ㅠ

하이드 2007-02-26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엇, 방금 어떤 책인가 보다 보니, p.d.제임스가 여자군요!! 달그리쉬 나오는 거 맞고( 저 여태 p.d.제임스 책 한 번도 안 읽었어요) 'original sin' 중에서 나온... 에피소드라는건지,, 축약이라는건지,, 아무튼, 그렇다네요.
antithemem님, 사진으로 보니 엄청 두껍네요. 원서로 읽으면 얇은데, 무튼, 이윤기의 번역으로 읽는 열린책들의 '그리스인 조르바' 언젠가는 꼭! 읽어보시면!
urblue님, 누가 봐도 재미없는 책이지요. 흐 - 저도 작년 연말이던가, 올해 연초던가 무튼 아마도 제목에 혹해서 봤지 싶어요.
하루님, 으- 얇아도 70권은 나름 자지 차지한답니다. 근데, 요게 무지개빛으로 그라데이션 되어 있어서 진짜 이뻐요.
사마천님/ 고딕성당. 이 겹치는게 더 놀라운데요, ^^

marine 2007-06-25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사진들이예요 하이드님이 일단 사진을 잘 찍는 것 같구요, 이렇게 아름다운 책들을 몽땅 소유하고 계신 하이드님의 서재가 부러워요 너무 예쁘고 따뜻한 사진, 잘 보고 갑니다~~
 
내 젊은 날의 마에스트로 편력
이광주 지음 / 한길사 / 2005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앗, 그러고 보니, 표지의 글씨 써주신 박원규님 얘기 어제 술자리에서 한참했는데,
내 가방 속에 그 분 글씨가 들어 있는 줄은 몰랐네.

드디어 이광주의 '내 젊은 날의 마에스트로 편력'을 다 읽었다.
내가 좋아하는 필자들, 유재원이라던가, 유재현이라던가 이주헌이라던가 ( 왠지 이름이 다 비슷;)
에 이광주를 추가.

유재원의 글처럼 시적이거나, 유재현의 글처럼 유머가득하고 따뜻하다거나 이주헌처럼 바르고 착한 느낌이 팍팍 나지는 않지만, 호모 루덴스로서의 말그대로 지적 편력 놀이에 꼭 맞다.

그 놀이에 동참하는 것은 간만에 즐거운 고전놀이였다.

저자의 첫 마에스트로는 괴테이다. 첫 챕터인 '유럽, 나의 지적 편력'과 '지중해 찬가'에서 그가 이 책에서 돌아보고자 하는 그의 마에스트로들에 대해 잘 버무려 놓았다. 좋은 시작이다.  만만치 않은 이름들이 나오지만, 마음 편히 먹고, 아벨라르, 유럽 최초의 지식인에서부터 그의 편력을 쫓아가면 된다. 지위와 부를 버리고 '변증법'의 무기를 지니고 담론의 싸움을 선택한 아벨라르의 이야기. 뒤에 나오는 엘로이즈와의 사랑 이야기는 꼭 더 찾아서 읽고 싶다. 항상 젯밥에 더 관심이 많다.

두번째 마에스트로, 에라스무스.
에라스무스 챕터는 이 책의 가장 큰 수확이다. Nulli concedo 나는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습니다.
'에라스무스- 우신예찬' 으로 학교다닐때 교과서에서 본 것, 그리고 홀바인이 그린 초상화를 내셔널뮤지엄에서 본 것 말고 그에 대한 나의 지식은 전무했다. 가장 격렬한 종교혁명의 한 중심에 서서 아무곳에도 속하지 않고, ' 나는 비극 배우보다는 오히려 관객이 되고 싶습니다' 라고 말했던 에라스무스. 이광주는 한 세대의 위인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그들 저서 또한 풍부하게 인용해 두고 있으며, 에피소드들도 실감나게 소개하고 있다. 츠바이크의 '에라스무스'를 다음에 읽을 책으로 사 두고, 페터 회의 '여자와 원숭이'( 에라스무스 사랑을 말하다) 의 원숭이 이름이 에라스무스인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다시 고민해본다.

세번째 마에스트로, 몽테뉴. 
시민 계급 출신 귀족 가문에서 태어나 아주 어릴적부터( 두 살때부터 독일에서 초빙된 라틴어 학자를 가정교사로 두고) 학구적인 환경에서 자라났다. 어릴 적부터 받은 고전 세례에 더해 그의 뛰어난 인간에 대한 관찰력과 천재성은 일찌감치 그를 범인의 경지에서 위인의 반열로 올려 놓았다. 그는 '독서를 즐기고 글쓰기에 나날을 보낸 서재인이기에 앞서, 담론과 사교를 즐긴 모럴리스트이며 에스프리의 인간, 그리고 오네톰(honnête homme ) 이기도 하였다' 몽테뉴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수상록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서재인으로서의 몽테뉴 말년에 대한 이야기 등은 그에 대한 궁금증을 한껏 키워 놓아 기어코 '수상록'을 장바구니에 넣고 만다.


 

 다음 챕터는 괴테. 저자는 괴테에 대해 가장 무한한 애정을 품고 있고, 그 지식의 깊이도 깊은듯하다. 그렇기에 가장 짧은 챕터? 혹은 그나마 내가 아는 괴테이기에 이 챕터는 그닥 신기하지는 않았다.

다음 주자는 부르크하르트, 낯선 이름이었고, 왠지 집중도 안 되었는데, 내 탓인지 아닌지는 모르겠다.
그 다음은 츠바이크. 이 책 전에 막 츠바이크의 '마리 앙투아네트' 를 끝낸지라, 그리고 츠바이크의 책들은 많이 읽었지만, 그에 대한 글은 막상 읽은 적이 없기에 역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그의 말년의 우울, 그리고 자살로 마감한 천재의 인생은 새삼 충격적이었다. '어느 나라에 대해서도 의무를 짊어지지 않는, 그럼으로써 모든 나라에 대해 차별 없이 속하게 되는 그런 무국적의 상태라면 그것은 얼마나 좋을 것인가' 라고 말하는 츠바이크. 그가 쓴 사람들에 대해 열광하면서, 난 왜 지금까지 그를 읽어볼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인지.

역시 예전에 사 놓은 책이다. 츠바이크의 책은 이 책과 '발자크 평전' (안인희 번역본도 사고 싶다), '에라스무스 평전' 이 남았다.

스펜더, 교양 있는 좌파. 역시 이 책에서 처음 접했고, 발레리에 대해 읽는 것도 처음이었다.

이 책의 두 번째 수확. 클림트를 읽는 것이었다. 클림트야 너무나 잘 알려진 화가이고, 예전부터 좋아했었지만, 그가 산 시대 세기말 비엔나를 읽는 것은 무척이나 흥미로울 듯하다.

다음은 윌리엄 모리스의 이야기
19세기의 진정한 르네상스맨.
그의 사인을 묻자 주치의는 "윌리엄 모리스였던 덫이 주요한 원인이었습니다' 라고 답하였다고 한다. 1인분의 인생에 몇 사람치의 일을 한 까닭이었다는 것이다.
건축, 인테리어, 미술, 시詩, 출판, 사랑에 이르기까지, 그의 인생은 연구대상이다.

마지막으로 호이징가와 베토벤 이야기.

인문학 이야기만 나오다가 마지막 마무리가 베토벤이다.
호이징가의 '중세의 가을'은 워낙에 오래 보관함에 들어 있던 책이긴 하다만,
다시 또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버렸다.

이 책, 이광주의 '내 젊은 날의 마에스트로 편력' 은 보기 드물게 예쁘게 나온 책이다.
책의 내용도 내가 너무 좋아하는 내용이거니와 도판도 최상의 질로, 참으로 세련되게 삽입되어 있어서( 요즘 나오는 책들에서 찾아볼 수 없는 미덕이다) 옆에 있어도 보고싶은, 아니, 가지고 있어도 소유욕이 드는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다 훌륭하고, 체인리딩, 이 책을 읽음으로써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 많은 책을 읽게 되리라는 점에 있어서 더욱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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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레오 > 희랍인 조르바

카잔스키, <희랍인 조르바>, 청목 2001

p.106

또 한 번 나는 행복이라는 게 포도주 한 잔, 밤 한 알, 허름한 화덕, 바다 소리 같은 매우 단순하고 소박한 것임을 깨달았다. 필요한 건 그뿐인 것이다.

p.314

내 존재의 심연에서 지난밤에 느낀 희열이 솟아올라 필경은 흙으로 빚어졌을 내 육체란 땅에 물을 대어 주는 것 같았다. 누워서 눈을 감고 있노라니 내 몸 세포 하나하나가 눈을 틔우고 있는 소리가 들릴 것 같았다. 그날 밤 나는 난생 처음으로 영혼이 곧 육체임을 알았다.

p.395

그를 바라보며 우리의 인생이 얼마나 신비로운 것인가 하고 생각했다. 바람에 날리는 나뭇잎처럼 만났다가는 헤어지는 우리들. 우리의 눈은 사랑하던 사람의 얼굴, 몸매와 몸짓을 영원히 기억하려고 하지만, 몇 년만 흘러도 그 눈이 검었던지 푸른 색깔이었던지도 기억하지 못하는 부질없는 것임을 어떡하랴.

p.392

인간의 머리란 식료품 상점과 같은 거예요. 계속 계산합니다. 얼마를 지불했고 얼마를 벌었으니까 이익은 얼마고 손해는 얼마다! 머리란 좀스러운 가게 주인이지요. 가진 걸 다 걸어 볼 생각은 않고 꼭 비상금을 남겨 둡니다. 그러니 끈을 자를 수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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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7-02-22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르바를 다시 읽어야겠다.
잘 사는 것은 이와 같이 '행복'을 많이 쌓는 것이 아닐까.
가진 걸 다 걸어서라도.
 
 전출처 : 로쟈 > 지식을 나눕시다

우유를 사러 편의점에 갔다가 토요일자 한국일보를 사들고 왔다. 가장 눈길을 끈 기사/칼럼은 이광일 논설위원이 쓴 '지식을 나눕시다'('정보'가 아니라 '지식'이다). 세계 수위를 다투는 인터넷강국이지만 우리의 인터넷은 '지식의 바다'라고 하기엔 아직 쑥스러운 수준이다. 오늘 아침에도 '마샬 버만'과 '들뢰즈의 영화론'에 관한 자료들을 좀 찾아보려다가 뭔가 그럴 듯한 게 눈에 띄지 않아 혀를 차고 있던 참이었다(물론 영어로 구글에서 검색하면 사정은 좀 달라진다). 그러는 사이에 미국 명문대학들에서는 자신들의 강의를 무료로 공개한다고 하고(한국의 대학은 등록금 천만원시대를 감당할 만한 강의를 제공하고 있는가?), 구글에서는 수백만권의 책을 영인해서 인터넷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한다. 바야흐로 새로운 지식사회로 진입해들어가는 게 아닌가 싶은데, 우리의 관심이나 대처는 너무 고답적이고 너무 한가해 보인다(내용도 없는 리포트/논문들이 몇 천원씩 '거래'되는 게 '한국적 지식'이 현주소인가?). 문제의식이 좀 확산될 필요가 있다.

한국일보(07. 02. 17) 지식을 나눕시다

가히 인터넷 세상이다. 하다 못해 자기 집 전화번호가 생각이 안 나도 인터넷에 들어가 “우리 집 번호는?”하고 칠 정도다. 모든 게 인터넷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막상 한글 인터넷에 들어가 보면 별 게 없다. 거의 잡담 수준의 정보가 올라와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 조금 깊이 있는 정보가 있겠다 싶으면 예외 없이‘전문자료’라고 해서 돈을 내고 사야 한다. 심지어 30쪽짜리 논문 한 편이 7,000원을 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영어 인터넷에 들어가 보면 온갖 지식의 세계가 펼쳐진다. 예를 들어 history(역사)를 쳐 보라. 한 두 사이트만 들어가면 세계사에 관한 개요를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관심 분야에 따라 거기에 연결된 사이트를 찾아 들어가면 지역별, 시대별로 아주 전문적인 수준까지도 공부할 수 있다.

이처럼 한글 인터넷과 영어 인터넷이 차이가 나는 이유는 인터넷에 정보를 올리는 사람에 있다. 우선 지식 수준이 높아야 한다. 그 다음 그런 지식을 남에게 공짜로 제공할 만큼 헌신적이어야 한다(*위키피디아의 한국어판을 영어판과 비교해보아도 알 수 있다). 한글 인터넷이 내용 면에서 별 매력이 없는 이유는 우선 매력적인 수준의 지식을 갖춘 사람이 적고, 그나마 그런 지식이라도 인터넷에 올리려는 열정을 가진 사람은 더더구나 적기 때문이다. 미국의 어지간한 학회는 최근호를 제외하고는 학회지 내용을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그것도 디자인을 아주 멋지게 해서. 반면 우리나라 학회들 중에서 홈페이지에 제대로 정보를 올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러니 한글을 사용하는 인터넷 사용자들의 지식 수준은 영어권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매력적인 지식을 갖춘 헌신적인 사람을 단기간에 많이 키울 수는 없다. 그나마 지금과 같은 여건에서 우리의 지식 수준을 높이는 방법은 딱 한 가지밖에 없다. 돈을 내고 사게 돼 있는 각종 전문자료를 네티즌들이 무료로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면 된다. 전문자료들은 대개 논문의 형태인데 한두 회사가 학술지를 내는 학회나 연구기관과 계약을 맺고 일반에 판매하는 방식이다. 그래 봐야 회사만 돈을 벌 뿐 학회나 연구기관은 다른 전문자료를 무료로 열람할 수 있는 권리 정도밖에는 돌아오는 것도 없다.

일반인들은 터무니없는 가격에 알량한 자료를 사거나 무슨 무슨 학회지에 실린 논문 한 편을 보기 위해 국립중앙도서관이나 국회도서관을 뒤져야 한다. 인터넷 시대에 이런 번거로움이 없다. 교육인적자원부가 1999~2005년에 실시한 두뇌한국(BK)21 사업도 그렇다. 1조 5,700억원을 들여서 나온 수많은 논문들이 인터넷에는 올라 있지 않다. 그냥 책이나 논문의 형태로 출판됐을 뿐이다. 이것만 그냥 인터넷에 올려도 지식검색에서 볼 만한 내용이 훨씬 많아질 것이다. 국민 세금을 엄청 쏟아부어 나온 결과물을 극소수의 사람만 볼 수 있다는 것은 그야말로 낭비 중에서도 터무니없는 낭비다.

그래서 이런 제안을 하고 싶다. 교육부도 좋고, 문화부도 좋고, 학술진흥재단도 좋으니 정부가 나서서 서고에서 잠자고 있는 연구물들을 인터넷으로 끌어냈으면 한다. 저자에게 최소한의 지적재산권 사용료만 지급하고 모든 국민이 볼 수 있도록 개방하는 것이다. 논문 한 편에서 영화나 소설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고, 제품 개발의 소재를 얻을 수도 있고, 전문지식을 키울 수도 있다. 이제 공부는 학생만 하는 시대가 아니다. 지식은 누구에게 들어가느냐에 따라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

구글에서는 지금 미국 주요 대학 도서관에 소장돼 있는 1900년 이전 발행 도서를 영인해 인터넷에 올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종수만 해도 수백 만 권에 달한다. 그 방대한 자료가 다양한 사람들에게 흘러들어갈 때 어떻게 활용될지는 예측을 불허한다.(이광일 논설위원)

한겨레(07. 02. 17) 미 명문대 온라인 공짜강좌 ‘펑펑’

카리브해 연안 세인트루시아에 살고 있는 캐나다 출신 기업가 로버트 크로건은 요즘 미 아이비리그 명문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무료 강의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이 대학 몇몇 강좌의 강의노트가 자신이 추진중인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는 현재 업무와 폭넓게 관련된 ‘세계 개발’과 ‘기업금융’ 등의 강의도 공부하고 있다. 크로건은 “(MIT 강좌가) 내가 사회에서 배운 실무지식과 제도교육의 용어들을 서로 연결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말했다.

미군 소위인 로니 매튜도 노트르담 대학의 ‘신학의 기초’ 온라인 강좌에 빠져 있다. 그는 담당 교수인 게리 앤더슨의 강의 계획과 내용, 과제에 따라 하루에 한 시간씩 성경을 읽고 있다고 <원스트리트저널>이 15일 전했다.

미국에서 강의 내용을 온라인에 무료 공개하는 대학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문턱이 높은 대학 강의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접할 수 있도록 해, 이른바 ‘교육의 민주화’를 추구하겠다는 게 강좌를 공개하는 대학들의 공식적인 설명이다. 이 외에도 △대학 지원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동문 기부금을 확충할 수 있다는 기대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신문은 분석했다.

강좌 공개에 가장 적극적인 대학은 MIT다. 현재 1500개 강좌의 강의 노트와 교육과정을 온라인에 올려 놓고 있다. 오는 11월까지 1800개로 확대해 사실상 대학의 모든 강좌 내용을 공개할 계획이다. 노트르담대도 지난 가을부터 ‘철학개론’ 등 8개 강좌의 강의노트와 필독서 목록, 과제물 등을 온라인에 올려 놓고 있으며, 2년 안에 30강좌로 확대하기로 했다. 아이비리그의 또다른 명문 예일대도 오는 가을 학기에 ‘구약개론’과 ‘물리학의 기초’ 등 7개 학부 강좌를 영상 녹화해 공개할 계획이다.

아이팟과 같은 엠피3 플레이어와 컴퓨터로 음성 파일을 내려받는 방식인 ‘팟캐스팅(Podcasting)’을 통해 강좌를 공개하는 대학도 늘고 있다. 미 서부 최고 명문 스탠퍼드 대학은 지난 가을학기부터 ‘위기의 문학’, ‘역사 인물로서 예수’ 등 3강좌를 애플의 아이튠 유 사이트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올해 말까지 공개 강좌수를 12개로 늘릴 계획이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도 강의 공개를 위해 일부 강좌를 음성과 영상 파일로 제작하고 있다.

이런 강의 공개에는 재단 지원금도 활용되고 있다. 교육자료 공개 촉진 운동을 벌이고 있는 ‘윌리엄 플로라 휼릿 재단’은 지금까지 각 대학과 비영리 재단에 6800만달러 이상을 기증했다. 이 재단의 교육 프로그램 간부인 캐서린 캐설리는 “지식은 공공재다. 공공재는 자유롭게 공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학 쪽에선 잠재적인 지원자를 늘리겠다는 목적이 크다. MIT의 공개강의 이용자 조사를 보면, 대학 입학 전 이 강의 사이트를 알고 있었던 신입생의 3분의 1은 강의 내용이 대학 선택과 등록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고 답했다. 대학들은 강의내용 공개가 지원자를 줄일 것이라고 걱정하지는 않는다고 신문은 전했다.(강성만 기자)

07. 0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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