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퐁 1
마츠모토 타이요 지음,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만화책의 리뷰를 쓰는 일은 고민스럽다. 일단 권수가 많고, 그러다보면 질질 끈다. 한 권 내내 전투만 하다가 끝나는 만화도 있고 말이지. 핑퐁은 어떨까나. 1권은 이제 막 시작되는 이야기로 꽉 차있어서 리뷰할 마음이 생겨버렸다.



별 생각 없이 탁구하는 엄마가 보면 재밌을까나 싶어 산 책이다.
1권을 쓰고 리뷰를 읽으러 들어와보니, 오- 전설의 명작이었던 것이다. 
마츠모토 타이요가 '하나다'와 '철근 콘크리트'의 작가. 라는 것도 페이퍼를 보고 알았다.

뭔가 '플라이 하이' 스러운 만화를 기대했었는데, 바보였다.

뒷편에 실린 작가의 말을 보면 '맨 처음 핑퐁이란 스토리엔 스마일밖에 없었습니다. 안경을 쓰고 머리는 7:3 가르마에, 그래도 멋있다는 생각이 드는 캐릭터' 로 구상했다고 한다.

어릴적 친구인 탁구신동 페코(호시노)와 절대 웃지 않아 반대로 별명이 스마일(츠키모토)

'넌 왜 웃지도 않냐, 츠키모토?'
'그냥 피곤해서 그래요. 웃고, 화내고...그런 것들이... '

무심하고, 자기 안의 세계에 빠져 있는 츠키모토. 그에게는 탁구와 호시노만이 있을 뿐이다.
그런 그에게 나타난다. 코치가. 그의 재주의 냄새를 맡은 자들 중 하나인 코이즈미

'시간 때우기죠.'
'뭐가?'
'탁구요. 영어 단어 외우는 것도...'
'어짜피 인생은 시간만 때우다 가는 거죠.'

2:8 가리마의 웃지 않는 스포츠 만화 주인공 소년 캐릭터가 이렇게나 무심하기도 힘들다.

코이즈미가 단단한 자기만의 껍질에 쌓인 스마일을 어떻게 끄집어내는지
그리고 코이즈미 자신의 과거의 비밀은 무엇인지가 책 후반부에 나온다.

마츠모토 타이요의 만화에는 여백이 있다.
그리고 그 여백에는 딱 딱 딱 딱 탁구라켓이 탁구공을 때리는 소리와 선수들의 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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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07-03-15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넌 왜 웃지도 않냐, 츠키모토?'
'그냥 피곤해서 그래요. 웃고, 화내고...그런 것들이... '

아, 이건 어쩐지 너무나 맘에드는 대화네요. 흐음. 심드렁한것이..

플로라 2007-03-16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쿠보즈카 요스케가 페코역을 맡고, 아라타라는 배우가 스마일을 맡은 영화 버전을 정말 재미나게 봤어요. 요즘보니 케이블에서도 가끔 해주던데, 이 영화 추천이에요.

2007-03-16 1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07-03-16 14: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악! 쿠보즈카 요스케가 페코에요? 오오 어울려욧 >.< 홍콩은 담주 화요일에 가요

DJ뽀스 2007-05-04 1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 일본영화제때 봤는데 원작이 만화군요. ㅋㅋ
왠지 성시경 닮은 아라타에게 반했었는데 ㅠ.ㅠ
 
화차
미야베 미유키 지음, 박영난 옮김 / 시아출판사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상황을 보아하니 틀어진 것 같은데 앞으로 어떡하시려고요?"
"혼자서라도 조사를 계속 해야죠. 그냥 둘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
"사라진 여자를 찾는 거죠?"
"그렇죠."
혼마는 창 밖으로 눈길을 돌렸다. 어둠이 아파트 단지 전체를 휩싸고 있었다. 이 캄캄한 어둠 속 어딘가에 사라진 쇼코가 있을 것이다. 이 순간에도 그녀의 호흡이 어둠을 하얗게 물들이고 그녀의 목소리가 누군가의 귓전을 울리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눈이 지독히 내린 어느 겨울밤, 죽은 아내의 사촌이 사라진 약혼녀인 쇼코를 찾아달라며 혼마를 찾아온다.
형사생활중 입은 부상으로 휴직중인 혼마는 사촌의 케이스를 맡기로 한다. 쉽게 생각했던 실종사건은 쇼코에 관한 여러가지 의문스러운 점이 발견되면서 미궁으로 빠져간다.

쇼코가 사라지게 된 것은 그녀의 개인파산 기록이 우연히 발견되면서였다. 무분별한 신용카드 사용으로 인해 '개인파산'의 절차를 밟게 되었던 쇼코.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그쳤다면 혼마에게는 이해할 수 없는, 동정의 여지 없는 사람들이다.

미야베 미유키가 이 책에서 묻는 것은 그것이 과연 개인의 책임만이냐는 것이다. 혼마의 부인을 죽게 만든 교통사고와 비교한다. 이틀을 꼬박 잠을 못잔 트럭운전수가 졸다가 중앙선을 넘어 서 사고를 냈을 때에 그 책임이 과연 트럭운전수에게만 있느냐? 고 묻고 있다. 중앙분리대를 설치하지 않은 행정, 트럭 운전수를 잠도 안 재우고 일터로 내보낸 회사, 도로가 좁은 것도 문제고, 도로를 넓히고 싶어도 넓히지 못하게 만든 엉망인 도시계획, 그리고 터무니 없이 오른 땅값까지.  어,어, 개인의 탓만은 아니다. 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세상 모두에게 트집을 잡을 것 까지야.

금융교육을 제대로 하지 않는 학교에도 비난의 화살은 돌아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사자만 똑바로 했더라면. 이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쇼코의 예를 들어 미야베 미유키는 '신용'이란 얄팍한 이름의 허구를 드러낸다. 2m도 안되는 키의 사람이 10m의 그림자를 가지고 있는 것과 같다. 고.

그러나 대출, 상환, 신용의 굴레에 빠진 것은 같지만, '그녀'가 궁지에 몰리게 된 것은 분명 그녀의 잘못은 아니다. 독자는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그녀를 쉽사리 비난할 수 없는 것이다.


그녀는 왜 사라져야만 했을까. 
사라지는 그녀를 막기 위해 사회는 어떻게 변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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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아이리스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7년 2월
평점 :
절판


박사가 사랑한 수식.과 같은 작가가 썼다고 믿고 싶지 않은 책이다.
이 책을 처음 알게 된건 인터넷 기사에서였다. 소설의 한 부분이 인용되어 있고, 일본의 수상작가라는 이유로 변태적인 소설들이 소개되고 있고 어쩌고 하는 기사였는데,( 제목과 작가를 밝히지는 않았었다) 이 책을 처음 펼치자마자 아,  이 책이 그 책이구나. 알았다.

러시아어 번역가인 '그'는 호텔 아이리스에서 일하는 마리를 사랑하게 된다. 누가 먼저 사랑하게 되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그 둘은 사랑하게 된다. 그 둘만의 방식으로.

이 짧은 소설에는 강박이 있는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등장한다.
호텔의 주인이고, 마리의 엄마인 그녀는 예쁜 마리의 머리에 강박이 있어서, 눈꼬리가 올라갈정도로
빗어 동백기름을 발라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게 만든다.
호텔에서 잡일을 하는 아줌마는 마리의 물건을 훔친다.
마리는 추악하고 고통스러운 것에 쾌감을 느끼고,
번역가는 고통을 주는 것에 쾌감을 느끼고, 결벽의 강박이 있다.

싸구려 기사에서 인용해 놓은 마리와 번역가의 이야기는 물론 그것이 다가 아니다.
그러나 알라딘에도 그 부분이 인용되어 있기는 하다.

번역가는 그냥 번역가가 아니고, 러시아어 번역가이다. 그가 취미삼아 번역하는 소설의 주인공 또한 마리이다. 소설을 번역하는 것 외에 러시아어로 된 각종 설명서, 편지, 무역서류 등을 번역하는 것이 그의 일이다.
그는 아무 곳에나 사는 것이 아니고, '섬' 에 산다. F섬에 사는 그와 마리는 섬에서만 사랑을 나눈다. 그 외의 그의 모습은 한없이 깔끔하고, 배려심 있는 모습이다.

급박한 장면이라거나,그런 것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호텔 프론트에서 일하는 마리의 도돌이표 같은 일상과 섬에서의 파격적인 일탈이 점점 속도를 더하며 번갈아 보여지는 장면들은 꽤나 혼란스럽다.

어디선가 보았던듯한 상황과 등장인물들에 대한 기시감은 이 소설의 독특한 분위기 속에서 그 나름의 오리지낼러티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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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0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잠깐 기다려요, 운전기사 양반
당신에게 부탁이 있어요
이 편지 몰래 건네주고
몰래 답장 받을 수 있게
해 줄 수 없겠어요

잠깐만요, 상대방 이름
묻는 건 촌스러워요
노래 가사에도 있잖아요
남의 연애를 방해하면
창가의 달마저 얄미워요
안 그래요, 운전기사 양반

車屋さん 미소라 히바리


미소라 히바리 50주년 히트곡을 들으면서 리뷰를 쓰고 있다. '가나시이 사케(슬픈 술)' 정도만 알고 있었기에(심수봉이 박정희 앞에서 불러서 '니가 일본애냐' 어쩌구 했다는 그 노래다.) 50주년에 나오는 꽤나 흥나는 노래들 듣고 있자니, 괜시리 어깨가 들썩거린다. ' 운전기사 양반'은 심지어 빅밴드 스타일의 신나는 노래다.

왠 엔카가수 얘기로 이리도 잡설이 기나. 할지도 모르겠다. 
'평범하고 이렇다 할 장점도 없지만 일상생활이 안정되어 있어 포근한 행복 속에 사는 탐정' 을 그리고 싶었다는 미야베 미유키. 그녀의 최고작으로 꼽는 '이유' 나 '화차' 등에서의 날카로움과 명정함과는 약간 거리가 있지만, 이거이거,  꽤나 귀여운 분위기 폴폴 풍기는 작품이다.  이렇게 분위기.에 빠져서 쓰는 리뷰는 대략 콩깍지 리뷰임을 미리 밝혀두는 바이다.

저 위에 평범하고 이렇다 할 장점도 없지만 일상생활이 안정되어 있어 포근한 행복 속에 사는 스기무라 사부로, 재계의 내노라하는 회장님의 첩의 딸의 남편으로 회장님 회사에 직속홍보부( 기업 홍보부 아니고 직속홍보부다. 빌딩이 아니라 뷜딩에서 일하는) 회장님 딸인 나오코는 심장비대증으로 몸이 약하지만, 씩씩하다. 나오코와 스기무라 사이에는 모모코라는 저행성에서 온 것 같은 귀여운 딸이 있다.

여기저기서 끊임없이 튀어나오는 장치들이 이 소설의 분위기를 결정한다. 미소라 히바리도 그 중 하나이다.
지하철에서 책을 읽으면서 '운전기사 양반' 이라는 노래가 얼마나 궁금했는지 모른다.

사건. 은 이렇다. 회장님의 개인 운전기사인( 회사 운전기사 아니고) 가지타가 자전거에 치어 죽게 된다. (엄밀히 말하면 자전거에 치어 넘어지며 머리를 부딪혀) 가지타의 두 딸은 가지타에 관한 책을 쓰고자 하고, 과거 출판사에서 일했던 전력이 있는 스기무라에게 그들을 도와주라는 임무가 떨어진다. 그러면서 일어나는 조금조금한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미야베 미유키 소설답지 않게 제대로 얄밉게 나오는 한명을 제외하고는 안팎으로 나오는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묘사 또한 아주 맘에 든다.


마지막의 놀라운 이야기는 이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좀 엇도는 느낌이 있어서 별 하나 뺐다.
일단은 맘에 드는데, 미야베 월드 다음 권인 '누군가'의 속편인 '이름 없는 독' 도 재미있다고 하니, 기대만빵이다.

모또 바까아에~ 구루마야아아 사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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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복의랑데뷰 2007-03-09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은 평범한데 환경은 평범하지는 않은데 솔직히 부럽네요. 우리들끼리 농담삼아 이야기하는 XX의 XX인 셈이니...^^ 저도 낮에 극장에 자주 가봐야겠습니다. 흐핫
 

 

사실 그녀에 대한 왕편애 모드와 콩깍지는 거둔지 좀 되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야베 미유키' 니깐, 그녀니깐, 좋아하게 된 단계는
왕편애 모드 다음 단계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딸기가 한 접시 있다. 제일 맛 없게 보이는 것부터 하나하나 먹기 시작해, 제일 맛있는 걸 아껴서 마지막
에 먹는 기쁨을 누리는 아이가 있고, 가장 맛있는 것 부터 먹기 시작해, 항상 맛있는 딸기만 먹는 아이도
있다. 나는 후자의 아이의 마음으로 미야베 미유키의 가장 맛 있는 소설 부터 소개해보고자 한다.

다만, 지극히 주관적이고 '편애' 모드의 찜.이라는건 말 안해도 알겠지? ( 왜 반말이냐.)

 

 

 

 

위의 세 작품이 그녀의 최고의 작품으로 꼽는데 이견이 있기는 힘들 것이다.
뭐, 위의 세 작품이 그녀의 가장 재미있는 작품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있을 수도 있겠고,
다만, 나는 최고의 작품들이 최고로 재미있었다. 어떤 다른 허접한 작품들도
어떤 그저 그런 평작들도, 난 그것이 위의 세 작품을 쓴 미야베 미유키의 책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덮어 놓고 샀고, 읽었다.

잡설이 길다.

내가 가장 먼저 접하게 된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은 '이코ICO' 였지만, 그 작품은 지금와서 생각해도
삼단계로 나눈 미야베 여사의 작품들 중 최하단에 있는 재미없는 이야기였기에 미야베 미유키에 눈이 번쩍
뜨이게 된 계기가 된 첫 작품 '이유'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 작품은 내가 처음 접하게 된 일본 사회파 추리소설이었다. 이 소설 이후 한동안 소위 '사회파 ' 추리소설들을 찾아 헤매였지만, 그 장단점을 알게 되고, 다시 돌아와 '역시 미야베 미유키' 하고 엄지 손가락을 추켜 세울 수 밖에 없었다.

특이한 점이 많은 소설이다. 670여페이지의 긴 소설을 한 자리에서 읽어내릴만큼의 참을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드물뿐더러, 이 소설에서도 그런 스릴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새로 지은 아파트에 입주해 있는 가족 네명이 죽고, 그 사건을 조사하는 '무인칭'의 화자가 사건의 진행을 르포 형식으로 되짚어 나간다. 그 과정에서 사건은 생명이 있는냥 뻗어나가고, 각각의 등장인물들은 이리저리 이어지고, 결국 '범인' 에게까지 이어져 그 모든 관계들은 방사선으로 완결된다.

다시, 스릴은 없지만, 무인칭의 화자를 쫓아 가는 사건진행의 추이는 엄청 실감나서, 책을 읽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나는 사건에 대한 뉴스를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현실에서 반전은 드물지만, '새로이 발견되는 사실'들은 '반전' 못지 않게 놀랍다.

사회파 추리소설의 약점은 그것이 다루고 있는 주제의 시효성이다. 더 이야기하면 길어지겠지만, 그런점에서 사형을 다루고 있는 다카노 가즈아키의 '13계단'은 천년만년 재미있게 읽힐 수 있을게다. 미야베 미유키의 주제들은 그렇게 모호하고 거창한 것은 아니고, 제법 구체적이지만, 그 시효는 길다. 왜냐하면, 왜냐하면, 그녀는 분명 심각한 사회문제들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주제는 항상 '인간' 이기 때문이다.

'이유'에서 저자가 공들이고 있는 것은 '부동산 경매' 이다. 그 시스템의 헛점을 이용하는 법의 탈을 쓴 범법자들, 선의의 피해자, 가해자, 결국 평범한 사람들을 '죽음'까지 몰고 가게 되는 '부동산 경매' 에 대해 정면으로 파고든다. 저자가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부동산 경매' 를 조사하는데 보냈으리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와 같이 시간과 땀을 쏟은 조사를 바탕으로 그녀가 그리는 '인간' 의 이야기는 참으로 섬찟한 것이다. 완벽한 플롯은 차라리 덤이다.

그녀의 다른 작품에서도 끊임없이 반복되는 '가족' 의 문제. 이 사회의 가장 작은 구성단위인 '가족' 내의 갈등들이 모이고 모여 멀쩡해 보이는 '사회'를 이루고 있다. 그녀의 통찰력/관찰력에 읽고 나서 더욱 더 감탄하게 되는 작품이다.

'이유' 를 읽을 때까지만하더라도 이토록 그녀를 편애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 유명한 '화차' 시아출판사에서 나온 '인생을 훔친 여자' 를 사기 위해서, 출판사에 직접 전화하고
재고 남은 한 권을 홍대 앞 출판사까지 가서 사 왔고, 한권씩 나오는 '모방범'을 한시라도 빨리 보기 위해
출판사에 전화해서 날짜 확인하고, 아침 저녁으로 서점에 전화해서, 아마도 깔리자마자 사서 하루만에 냉큼 읽어냈었다.

'이유' 다음으로 읽은 책은 '인생을 훔친 여자(화차)' 이다.
내가 이 책을 읽은 시점에서는 이미 나온지 꽤 된 책이고, 미야베 미유키를 세상에 알린 작품이기도 하다.
앞서 얘기하였듯이 사회파 추리소설,이 말이 너무 거창하다면, '사회문제를 소재로 하고 있는 추리소설'들의 약점은 그 사회문제의 시효성.이다. 그런고로 읽기 전에 약간의 걱정이 앞섰던 것을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 전에 히가시노 게이고의 최고 작품이라는 '백야행'을 읽고 그 약점을 절실하게 깨달았기 때문에 더욱 더 그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우였다. 그냥, 차라리 하늘이 무너질까 걱정이나 할껄.

이 작품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자본사회에 과대포장된 '신용' 문제이다.
우리나라를 쓰나미처럼 덮치고 간 그리고, 여전히 그 잔해를 끔찍하게 남기고 있는 신용카드 문제는 이미 일본에서는 십오륙년전에 일어났었고, 여전히 심각하다. 미야베 미유키는 신용카드로 인해 파멸직전까지 갔던 쇼코를 통해 신용카드의 거품과 폐해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그것은 본인 하기 나름이다. 라고 쉽게 이야기할 독자에게 여러가지 관점을 보여주며, 그렇지만은 않다. 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사라진 그녀를 찾으면서 혼마가 찾게 되는 어둡고도 슬픈 한 여자의 진실을 드러내는 미야베 미유키의 필치는 섬세하기 그지 없다.
미야베 미유키는 워낙에 여러 장르의 소설을 소화하는 작가이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섬세함과 접근이 나는 가장 맘에 든다.

 

 

 

 

 

이번에 처음으로 접하게 된 스기무라 시리즈 , 앗, 왠지 미소라 히바리를 틀고 계속 써야할 것 같다.
혹시나 해서 찾아보니 '이름없는 독' 이 나왔다. 더 재미있다고 하니,일단 당장 주문이다.
이 시리즈는 내가 처음 접해보는 미야베 미유키의 스타일이다. 아, 그녀의 한계를 알고 싶다! 이런 분위기. 사건의 해결이 주 스토리이지만, 나는 이렇게 모든 분위기가 착착 맞아 떨어지는 소설에는 점수를 후하게 주는 편이다.  평범하고 이렇다 할 장점도 없지만 일상생활이 안정되어 있어 포근한 행복 속에 사는 스기무라 사부로, 재계의 내노라하는 회장님의 첩의 딸의 남편으로 회장님 회사에 직속홍보부( 기업 홍보부 아니고 직속홍보부다. 빌딩이 아니라 뷜딩에서 일하는) 회장님 딸인 나오코는 심장비대증으로 몸이 약하지만, 씩씩하다. 나오코와 스기무라 사이에는 모모코라는 저행성에서 온 것 같은 귀여운 딸. 그리고 소설내내 흐르는 미소라 히바리의 구루마야사아앙-

 

 

 

 

 '스텝파더 스텝'을 다른 두 책과 함께 놓기는 좀 억울한 감이 없지 않지만, 위의 두 부류의 책들에 비해서는 좀 떨어지는 면이 없지 않다. 그러니깐 딱 내 취향은 아니다.'스텝파더 스텝'은 제목처럼 밝고 경쾌한 느낌의 소설이다. 프로 도둑과 쌍둥이 형제의 이야기. 연작처럼 이어지는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단촐하지만, 아주우- 귀엽다. 도둑아자씨마저도. 지금까지 읽은 미야베 미유키의 책 중 가장 웃긴 책이기도 하다. 평소에는 만담 커플같지만, 사실은 속이 무지하게 깊고 사랑을 갈구하는 사랑스러운 형제는 마음 따뜻한 프로도둑만큼이나 있을법 하지 않지만, 읽는 내내 즐겁다.

'용은 잠들다' 는 초능력 소년 이야기. '마술은 속삭인다' 는 최면술에 관한 이야기이다.
'드림 버스터'는 SF, '이코'는 게임속 가상현실 이야기이니, 미야베 미유키..는 정말 내가 아는한 가장 버라이어티한 소재를 다루는 작가이다. (아닌가?누구 또 있나? ^^:)
용은 잠들다.는 태풍 부는 첫 도입부분이 인상적이었고, 전체적으로 무난했고( 기억에 별로 안 남고)
마술은 속삭인다.는 미야베 미유키의 아주 초기작으로,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한꺼번에 하려고해서, 정돈되지 않은 느낌이었다. 플러스 결론도 좀...

 

 

 

 

'이코'.는 '대답은 필요없어'와 함께 놓기에 좀 억울하긴 하지만,
둘 다 참 재미없게 읽었던 책들이다. '이코'는 내가 처음 접했던, 정말 재미없다. 재미없다. 하며 읽은 두꺼운 책이었고, '대답은 필요없어'는 최근에 읽은 대실망한 책이었다. '이코'는 소니의 psp의 유명한 게임을 소설화 한 것이라고 하는데, 그 점은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게임을 아는 사람들한테는 아주 재밌게 읽힌다고 한다. 내 동생은 내가 좋아하는 화차,이유는 지루하게 읽고, 이코를 재미있게 읽었다고 하니.  '대답은 필요없어' 역시 초기작인데, 미야베 미유키의 여러 스타일을 접하기 위해, 여기 언급된 모든 소설들을 한 번 쯤 읽어보고, 시간 남더라도, 별로 권하고 싶지 않은 책이다.

 

 

 

 

딱히 가장 재미없어서, 아래로 내려온 건 아니고,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이자,
어떤 카테고리에 넣어야할지 당황스러운 책이다. 드림 버스터 '브레이브 스토리'를 읽지 않았지만( 당분간 읽을 생각도 없지만)  아마 같은 카테고리에 들어가지 않을까?

뭐랄까, 읽는내내 닷핵이라던가 뭐 그런 풍의 느낌과 미야베 미유키의 작고 아기자기한 이야기들의 결합.으로 나름의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 소설이다. 이 책이야말로 외면받으려면 이쪽도 저쪽도 아닌 스타일로 호불호가 분명한 미야베 미유키 팬들에게 외면 받을 수도 있지만, 나처럼 고루고루 좋아하는 팬에게는( 아무리 투덜거려도, 미야베 미유키의 가장 별로인 소설이 왠만한 히가시노 게이고 보다 낫다구-) 재미좋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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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복의랑데뷰 2007-03-06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없는 독은 기대하셔도 좋을 듯...미리 읽어본 결과는 그렇습니다. ^^

하이드 2007-03-06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간인가봐요 ^^ '누군가'는 지금 읽고 있고, '드림 버스터' 까지 읽고 이 페이퍼를 마무리할 계획입니다. 언제가 될는지 ^^;

상복의랑데뷰 2007-03-07 0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스피어에서 나올 <누군가>의 속편입니다. ^^

하이드 2007-03-07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방금 '누군가' 다 읽고 책날개에서 봤어요. 12일 출간이군요( 절때- 못 믿지마!)
'누군가' 재밌네요. 속편도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