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륙과 떠남의 건축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네요. 당신에게 도착의 건축도 있나요?
음, 알려진 대로 나는 세계 곳곳에서 일을 하고 또 그것을 즐겨요. 런던, 마드리드, 장크트모리츠, 그리고 이곳 제네바 호수 옆에서도 가족과 함께 살아요. 나에게는 도착할 곳이 참 많아요.  

집도 있나요? 오, 물론이죠. 우리 집은 여기 스위스에 있어요.
당신에게 집은 어떤 의미가 있나요?

집은 내 책이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또 가족이 살고 있고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는 곳이죠. 

                                                                                                                     노먼 포스터 인터뷰中 

 

◎ 노먼 포스터는

* 1935년 영국 출생 * 영국 맨체스터 대학교에서 건축, 도시계획 전공 * Foster Associates 설립 * 주요 작품 | 홍콩 상하이 은행, 영국 런던 시청 * 수상 경력 | 미국건축가협회상, 프리츠커 상  

뭔가 퍼스널 히스토리가 그렇게 임팩트 있어 보이지는 않게 적혀 있는데 (홍샹 빼고!) 소개 글을 조금 옮겨보면  

' 수많은 기록을 세웠으며 세계에서 가장 크고 높고 비싼 건물을 지었다. 그동안 건축과 관련한 주요 상을 휩쓸었을 뿐만 아니라 영국 정부에서 주는 기사 작위까지 받았다. 포스터의 명성은 지금도 식을 줄 모른다. 포스터는 건축에 입문한 초기에 이미 영국 입스위치에 있는 사무용 건물과 영국 스텐스테드 공항 설계로 건축의 역사를 새로 썼다. 전 세계에 산재해 있는 수많은 사무용 건물과 공항 시설물 다수가 포스터가 처음 체계화한 아이디어에 따라 세워졌다. ...'  

여튼, 대단한 사람. 이 책에 나온 20명이 다 건축 역사의 한 페이지를 차지할 대단대단한 사람들이긴 하지만,  

무튼,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세계 곳곳을 자기집 안마당처럼 오가는 노먼 포스터에게 '집의 의미'를 물었을 때, 가족보다도, 아이들 학교 보다도 먼저 나온 대답,  

'집은 내 책이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굉장히 매력적이고, 애정 돋는 답변이지 않은가!
나도 언젠가 저렇게 대답하고 싶지만, 난 뭐, 내가 사는 곳에 책도 있고, 가족도 있고, 고양이도 있고, 뭐, 그럴 뿐이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고, 느껴 볼 수는 있다. '책'은 '상품'이고, 나에게 대부분의 '책'은 스쳐지나가는 존재이지만, 스쳐지나갈까 말까 하다가 책궁둥이 붙이고 눌러 앉는 책들이 있는 곳이 '나의 집'이다. '나만의 방'이고.  

책을 공기처럼 의식하지 않고 (자리 없어서 어디에 또 쌓아둘까 고민할 때 빼고) 그냥 옆에 있는 존재..로만 생각했다면,
뭔가 '돌아갈 곳', 즉, '집' 을 집으로 만들어 주는 애착가는 존재 ( 사실 이 애착이 그렇게 좋기만 한건지는 모르겠다만.. 무소유! 무소유!) 로 만들어주는 존재라고 생각하니  

책이 다시 보인다.  

오래간만에 책정리를 해볼까?  

... it's raining book ... 책이 하늘에서 마구 쏟아져.. 인 생일주간이라 ^^ 책정리할 타이밍으로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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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노 라우테르베르크의 <나는 건축가다>

제목이 작위적인 것을 빼면, 정말 멋진 책이다.
원제는 Talking Architecture. Interviews with Architects by Hanno Rautererg  

원제 보고 나니 왠지 '나는 건축가다' 라는 제목이 더 오버스러워 보이지?

자의식 과잉(?)은 이 안에 인터뷰한 건축가들로도 충분히 족하고 넘치고 남는데 말이다.  

관심분야의 탓이겠지만, 작가, 예술가의 이야기는 많이 봐서 아무리 특이한 작가거나 예술가거나 감동은 받아도 새삼스럽지는 않다. 뭔가 내가 생각하고 상상하는 틀 안에 있는 이야기들.

건축가에 대한 이야기는 일단 책도 그리 많지 않을뿐더러, 평소 관심은 가지만, 제대로 읽어보지 못한 경우가 많아 이 사람들의 머릿속이 신기하게 느껴진다. 

현존한 건축가들이고 .. 당연히, 왜 당연하냐면, 이 20인의 건축가와의 인터뷰가 인터뷰니깐;;  

인터뷰책 측면에서도 독특하다. 일단 책의 수준은 '건축' 뿐만 아니라 문화예술사회사를 아우르고 있으므로 짧고 굵다. 각주는 있는데, 그리 친절하지는 않다. (친절했다가는 이 책의 부피가 ... ㄷㄷㄷ 그러므로 이해할 수 있다. 대신 원어 꼼꼼히 함께 적어 주었으니, 궁금하면 공부하기!) 이들과 대화가 통화는 인터뷰어의 수준도 장난 아니고, 인터뷰이의 비유를 맞추는 인터뷰이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하게 하는 인터뷰어가 아니라 대립도 하고, 밀고 당기고 농담도 하는 (세계적인 대가들과!) 그런 내공의 인터뷰어라서 질문들을 보는 것도 재미났다. (이건 나중에 기회되면 다시 페이퍼)    

사진도 많은데, 종이질도 맘에 들고  안에 인테리어도 굿이다. (그러니깐 제목만 빼고;;) 다 좋아.  

 

이 책처럼 사진 많은데 종이가 유광인건 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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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0-08-27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은 내 책이 있는 곳이에요...오~ 이 사람 말에 따라 내 책들을 여러 사람들에게 마구 빌려줘야 겠다...내 책이 있는 곳은 다~~~내집이니..ㅎㅎ

건축에 관계된 책들이 좀 있는데..저 사람 저서가 있는지 찾아 봐야 겠습니다. 없으믄, 구해 봐야 겠네요~
책소개 감사합니다~ 추천 쾅~!^^

조선인 2010-08-27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근사한 명언이네요. 내 책이 있는 곳!!!

blanca 2010-08-27 14: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나는 건축가다, 장바구니로. 이런 책 넘 좋아요. 게다가 건축가라니, 저는 미적 감각 전무에 공간지각력도 바닥이라 더욱더 건축가를 좋아합니다.(말이 안되지만)

하이드 2010-08-27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이 책의 좋은 점을 1%밖에 이야기하지 못했단 말에요. 성급하신 blanca님! ㅎㅎ

조선인님, 저 글 보고 좀 놀랐어요. 책에 대한 새로운 정의!

yamoo님, 패러다임의 전환. 그러나 전 책은 내 집, 내 방에 두고 싶으네요. 원래 책은 빌려주는 거 아니라고;; ㅎ

moonnight 2010-08-27 16: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멋진 대답이에요. 맞아요. 그렇게 느끼고는 있었어도 표현하지 못했는데, 딱 맞는 말입니다. 나도 써먹어야겠어요. +_+;;;;
 
생일맞이 이벤트
주기율표,크로아티아 광장,비틀즈

.. 사실은 어제 받은 책들  

새삼스레 깨달은건데, 난 보통 잠을 참 안 자지만, 환절기에는 많이 자는듯하다.
지금은 환절기, 한 3박4일쯤 내쳐 자고 싶은 잠오는 기분을 설명하는 급조한 이론...입니다.   

  

이전에 신간 위주의 리스트였어서, 거의 동시에 우르르 책을 받았다면,
이번에는 구간 위주라서인지, 일일히 확인해보지는 않았지만, 하루에 몇 권씩 이렇게 배송이 오네요.
뭔가.. 굿~ ^^ 이쪽이 더 맘에 들어요.  

  

민음사 세계문학선은 한 때는 애증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뭔가 필수불가결.의 느낌  
인상적인 남자 그림 표지들이 몇가지 있지만, 모파상의 <벨아미>도 뭔가 레전드로 남을 것 같은 인상적인 표지에요.  

  

 

 

 

모파상은 <벨아미>를 통해, 모든 여자들을 홀리는 매력적인 외모와 우아함을 타고난 남자, 벨아미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자신의 욕망을 이루어 나가며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서술하며, 선과 악의 경계가 허물어진 인간 사회의 모습을 냉정하게 묘사함으로써 근대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가로서 그 명성을 한층 더 빛냈다. 

이런 내용. 모파상의 몇 안 되는 장편 (삼백 여편의 단편 소설과 여섯 편의 장편 소설) 중 첫번째인 <벨아미>에 대한 끌리는 평을 봤어요. 책에 나온 단편소설 작가 였던 모파상의 대단함에 대해서도 비슷한 시기에 함께 알게 되었고, 그렇게 보관함에 담겨져 있던 책입니다.  

ㅇ님 감사합니다 :)  

  

서머싯 모옴의 이 책은 이 동네에서 여러번 회자되기도 했고, 난 모옴도 좋고, 작가 뒷담화(?)도 좋고 ^^

우연인지 ..  

 비슷한 느낌의 표지이지요?  

 

 

 

 

뒷모습은 이렇게  

이 책은  

서머싯 몸이 자신의 감식안으로 가려 뽑은 우리 시대 소설 10편에 대한 감상과 그 작가들의 생애를 탐색해놓은 <Ten Novels and Their Authors>를 우리말로 옮긴 책.
 

이런 책  

 역시 교과서 작가였던 서머싯 몸을 예찬하게 만든 계기는 역시 <인생의 베일> (영화도 책도 다 다 좋아요!) <면도날>도 이번 이벤트 리스트에 넣었다가 막판에 뺐는데, 표지보니 다시 급 사고 싶으네요. ㅎ  

 

 
난 DHL로 멀고 먼 캐나다까지 책 보내고 속으로 안달복달하며 일주일을 기다렸구만,
하루를 못 기달리고 문자주시는겁니콰? 잊혀지는님? ㅎㅎ  

책 어제 잘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책 보관함에서 꺼내며, 저 별로인 제목 .. 왜 보관함에 넣어 두었지? 하다가 목차보고, 아, 맞어. 이 책. 했던 책 

Reading Like A Writer: A Guide for People Who Books and for Those Who Want to Write Them (2006) 라는 긴 원제  

1 소설 쓰는 법을 배울 수 있을까?
『오이디푸스 왕』에서 숨은 단어 찾기

2 틀렸지만 전적으로 옳은 단어 선택
피츠제럴드는 왜 야자수가 ‘공손’하다고 썼을까?

3 아름다운 문장이란 무엇인가?
헤밍웨이의 ‘진실한 문장 하나’

4 문단은 소설가의 DNA와 같다
마르케스가 소설이 끝날 때까지 문단을 나누지 않은 까닭

5 이야기는 스스로 시점을 선택한다
『폭풍의 언덕』과 마트료시카 인형의 공통점

6 인물을 창조하는 붓질
제인 오스틴이 등장인물을 춤추게 하는 법

7 생생한 대화와 죽은 대화
말하지 않은 것이 말한 것만큼 중요한 이유

8 세부 묘사 하나가 긴 설명보다 낫다
그레고르 잠자의 방에 걸린 여자 그림

9 무의식을 드러내는 제스처
투르게네프가 그려 낸 미소, 한숨, 악수

10 죽은 규칙은 모두 잊어라
체호프의 소설, 체호프의 인생

11 소설 쓰기 두려울 때 거장의 작품을 읽어라
소설이 누군가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가?

소설 쓰기 두려운 날 읽으면 좋은 책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이런 목차. 대따 재밌겠죠?!  평도 좋고, 아마존 창작분야 1위에서 놀던 책입니다.

 

책이 접히는 표지도 독특  .. 원서 표지도 회자되는 표지로 정말 좋아했는데!

 

 

 

 

 아고라 편집부님, 감사합니다!  
유일하게(?) 자발적으로(?) ^^; 알고(?) 선뜻 축하해주신 출판사 되시겠습니다.
서재에서 자주 뵙지 못해 서운했는데, 앞으로는 서재에서도 자주 뵙고, 전 제가 너무 애정해서 글 못 쓰고 있는 아고라의 책들로도 인연 이어가겠습니다. (일단, 전무후무할 하이네켄 식스팩은 임팩트가 너무 강해 잊을 수가 없음)    

그러니깐 이런 책들은 열손가락 안에 들어갈만큼 무지하게 좋아하는 책인데, 애정이 커서 얘기를 못하고 있다니깐요.

  

  


 

 

 

 

 

 

 

 

 아고라 출판사의 라인업입니다.
저는 미셸 슈나이더, JCO!! , 차이나 미에빌, 빅토리아 모란을 좋아하고, 쑤퉁의 책들을 읽었어요. 
 

 

 

 

이 책은 워낙 서점에서도 많이 펴보았고, 낯익은 이름이 제목에 떡하니 박혀 있는데,
책이 참, 인터넷에서 볼 때, 서점에서 볼 때, 내 방에서 볼 때 다 틀려요. 내 방에서 내 책으로 볼 때가  최종적인 느낌이겠지요. 
뭔가 막막 애정이 플러스 된다는

사진 찍고 보니, 표지의 제목이 시원시원한 멋진 표지란 생각이 새삼 듭니다.  

어떤 사물을 발견할 때, 실물, 사진, 사진 프린트, 인터넷 각각 다른 이미지에요. (요즘 꽃사진 찍으면서 느끼고 있지요) 
서점에서 서서 읽다가 읽다가 보관함에 담아 두었다가 이번에 냉큼 이 책 골라주신  

j님 감사합니다.  

 알라딘의 이 두 분 책을 이번 리스트에 넣어 두었는데, 두번째 책은 제 손에 들어오는 그 날까지 한동안 보관함 신세를 질 것 같습니다만, ^^ 아직 실물을 못 보고 (봤나? 가물가물;) 인터넷에서 본 미리보기 이미지가 욕심 났더랬어요.  

로쟈님의 책은 읽고 나면, 로쟈님의 글들이 새로이 보일 것 같은 느낌. 뭔가 저는 현재 스코어, 로쟈님 페이퍼는 클릭에 의미를 두고, 찬찬히 읽고 있지는 못합니다만,  ^^;  

 


'7.24 도착한 책무더기' 페이퍼 (이달의 당선작입니다. 네, 네) 를 보면  

 

<지의 정원>에 이렇게 나와 있어요. 안 그래도 보관함에 들어 있던 책인데, 냉큼냉큼  

<인간과 상징> 도 마지막까지 리스트에 들어 있다가, 일단 자서전부터 읽자 싶어 뺐던 책입니다.

j님 감사합니다! 요즘 서재에 잘 안 보여서 궁금했는데, 큰 일도 치루시고.
자서전 얼른 읽고, 마구 사라고 뽐뿌질 해줄께요. ^^  

 

 

오늘은 여기까지.

이 글 쓰는 와중에 ( 졸다 깨다 써서 꽤 오래;;) 도착한 박스들이 있네요.
익일 수령완료 ;; 죄송합니다 ㅡㅜ 잠병에 걸려서, 감사 인사가 막 하루씩 늦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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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책이 왔어요.
    from 커피와 책과 고양이와 이대호 2010-08-27 13:01 
    어제.   어쩜 이렇게 하나같이 내 취향에 이쁘고 좋을까! 마구 기뻐하다가 아, 이거 보관함에 오래도록 끝까지 남은 책들이었지. 오래오래 가지고 싶었던 책들인데, 의외로 실물도 처음 보는 책들이 많고, 실물이 큰 기대보다 더 멋져서 나의 책선택에 자뻑하다가 .. 덕분에 부지런히 매일매일 사진도 찍고, 정리도 하고,   이번에는 책장 정리를 드디어 마침내 결국 하늘이 두쪽나도 하겠어! 라고 결심합니다. 
  2. 잠 병, 지난 금요일 도착한 책들
    from 커피와 책과 고양이와 이대호 2010-08-30 05:55 
      지난 금요일에도 이렇게나 많은 책이 도착했는데, 그놈의 잠 병 때문에 (심각하게 얘기하는건데, 난 잠을 한 번 안 자기 시작하면 그것도 몸 상할 정도로 심각하지만, 잠도 한 번 자기 시작하면 그것도 좀 무서운듯) 오늘 결국 사고도 치고 ㅡㅜ 수습은 (이래봤자, 미안해요,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께요..의 수순이겠지만 ) 낼 아침으로 미루고 우울한 마음에 밀린 책페이퍼 올린다. 밀린 리뷰도 써야지 ... 근데, 식
 
 
Kitty 2010-08-26 16: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왕 나두나두 요즘 막 졸려서 체체파리에 물렸나 상처 찾아보고 있어요 ㅋㅋㅋ
책 쌓여있는거 보니 제가 막 신나요 ㅎㅎ

하이드 2010-08-27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쌓여 있는 풍경은 씐나는 풍경! 올레!

Forgettable. 2010-08-27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aha, because you are in Korea! I got [evocative objects]. nice-!!

moonnight 2010-08-27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와. 책박스가 속속 도착하는 기쁨, 흥분 제게도 막 느껴져요. >.<
 

   
 

"근데 아빠"
"응?"
"나, 고타이 엄마랑 설에 둘만 있었잖아. 그때 나한테 왕따 당하면... 도망가도 된다고. 정말로 힘들면 도망가도 전혀 상관없다고. 그리고 이 동네엔 도망간 사람을 쫓아올 정도로 본성이 악한 아이는 없다고 했어. 또 제일 좋지 않은 것은 도망갔는데 도망가지 못했다고 도망갈 수 없었다고 생각하면 그건 이미 아웃이고,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어진다고...."
"그렇지."
나는 조금 강하게 말했다. "정말로 그래." 하고 나 자신에게 말했다.
오사무를 도망가게 해주면 되었다. 오사무가 도망가고 싶어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우리는 모른 척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대하려고, 가슴속에 벽 하나를 남긴 채 오사무를 맞아들인 셈이 되어 결국 녀석이 도망갈 길을 막고 말았다. 그 무렵엔 도망가지 못하게 하는 것이 우정이라 믿었다. 도망가선 안 된다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30대도 종반에 접어든 지금 난, 진노도 가메야마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알고 있다. 도망가지 않으면 어떻게도 할 수 없는일이 많다는 것을. 겁쟁이나 비겁자라 불려도 도망갈 수밖에 달리 길이 없는 일은 분명히 있다.

우리는 어른이 되고 나서 몇 번을 도망쳐왔을 것이다. 자기는 한 번도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는 우와 대단하시네요. 하고 감탄하고 그 사람과는 절대 친구가 되지 않을 것이다.   

 
   

착한 소설이다. 어루만져주는 소설이다. 이 소설 태어난 보람이 있겠군.
도망가도 된다고 말한다. 정말 힘들고, 도망갈 수 밖에 없으면, 도망가도 괜찮아. 라고 말해준다.   

너무 자주 도망가도 문제지만,
무언가를 저지르고, 도망가고 싶은 마음과 맞서 싸우고 싶은 마음이 투닥거린다. 게으름이 도망가고 싶은 마음의 손을 들어줄 때, 도망가버린다.   

자괴감으로 남을 수도 있지만, 그렇게 자괴감이 쌓이는 것 또한 인생일 것이다.   

도망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나 실수를 만들지 않았지만, 다행히도 말이다.  
가만히 곰곰 생각해보면, 내가 주로 도망가는 곳은 '망각'이라는 곳이었어서, 지금의 나는 이미 몇번이고 제발로 도망 쳤던,
도망가도 괜찮음을 아는 그런 어정쩡한 어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당신, 당신도, 도망가도 괜찮아요. 너무 힘들다면.  

<열구>의 요지처럼, 교코처럼, 언젠가는 다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드는 곳이 틀림없이 있을꺼다.  
돌아갈 마음이 드는 그 때, 돌아가기로 하고, 지금은 너무 힘들어하지만은 않기로 하자.   

그러니깐, 언젠가 훗날 도망가고 싶어질 때를 위한 보험의 페이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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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0-08-26 15: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뭔가, 쓰고 나니 조주장님한테 해주고 싶은 말이 되어버렸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마쓰다 신조 <잘린 머리처럼 불길한 것>  

 

 

 

 

 

 

이미지만 보고, 어떨지 상상해 보시구요  

 

실물 앞표지는 이런 느낌  

 

커버를 벗기면 이런 느낌. 커버 벗기고 난 후의 표지가 너무 얇다. 양장은 아니라도, 어느 정도 커버를 받쳐줄 정도는 튼튼한 종이였어야 할 것 같은데, 저렇게 겉표지가 구겨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듯. 어쩔 수 없이 보기 싫지만, ... 어쩔 수 없는  

 

이렇게 보면, 이 표지, 겉커버가 어떤 모양일지 상상할 수 있으려나? 

 

겉 커버의 접힌 부분을 펼치면 요런 느낌. 저 표지의 광 .. 거의 거울 수준;;  

 

이때까지 본 표지 중 가장 섬뜩한 표지 탑3에 들듯.

 

표지를 그대로 반대로 접어서 이렇게 거울유광 섬뜩 버전으로 책을 덮을 수 있다.  

완전 양면 표지는 아니지만, 느낌상 거의 양면 표지! 오오. 획기적입니다! 

 

지금 내 책은 이 표지로 되어 있어요. 선전문구 없고, 그러니깐, 이 책은 홍보 띠지와 커버를 연결해서, 뒤집으면 홍보 문구 없는 표지를 볼 수 있게 만들었다. 라는 컨셉이기도 한 거죠.  

여러모로 특이한 표지 방식에
섬뜩한 일러스트 그림이었습니다.  

표지로 서프라이즈 하기는 참 오래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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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10-08-25 1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버 벗기고 난 이후 속 펴지가 가장 허접한 책이 김훈의 <남한산성>이었죠...그보다 더 속표지가 허접한 책은 못봤다눈..ㅎㅎ 뭐, 속표지가 겉표지의 휘황찬란함을 못따라가지만 그래도 양호한 걸요~^^

Apple 2010-08-26 0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나저나 이거 재밌나요, 하이드님? 볼까말까 생각중인데, 취향일것같으면서도 아닐것같기도 하고...ㅠ ㅠ

하이드 2010-08-26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아직 안 읽어봐서 .. 그리고 밀린 책이 많아 언제 읽을지도 몰라서 ;;;

재밌다고 하는데, 읽기 전에는 모르겠지요. ㅎ

일단 오늘 도착할 기리노 나쓰오의 미로 시리즈 1탄은 무지 기대중입니다.

moonnight 2010-08-26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잉 그냥 책으로 볼 때는 별로라고 생각했는데 펼쳐놓으니 정말 섬뜩 ㄷㄷㄷ;;;
표지 딱 제 취향인데 ^^; 내용은 어떨른지. 하이드님 다 읽으실 때까지 그저 기다릴렵니다. ;;

2010-08-26 15: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빌라 매그놀리아의 살인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7
와카타케 나나미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일상 미스터리의 어머니...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우리나라에 <나의 미스터리한 일상>으로 소개되어 '일상 미스터리'라는 장르(?)를 널리 알린 와카타케 나나미. 연작단편집이고, 마지막에 반전이 있는 책이다.  그 후, <다카지도 케이의 사건수첩>, <네 탓이야>, <의뢰인은 죽었다> 등, 주로 단편집을 만나게 된다.

이번에 나온 하자키 시리즈 1탄, <빌라 매그놀리아의 살인>은 호흡이 긴 처음 소개되는 와카타케 나나미의 장편이다. 게다가 시리즈 ( 장소만 겹치고, 인물은 겹치지 않지마) 로 <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사체>도 같은 시기에 나왔다.

<빌라 매그놀리아의 살인>과 <헌책방 어제일리어의 사체>의 배경이 되는 하자키는 도시 근교의 작은 해변 마을이다.    

해변 마을 하자키, 바다를 바라보는 '빌라 매그놀리아'에서 일어나는 살인, 그리고, 또 살인에 대한 이야기.
등장인물도 초반에는 (어쩌면 중반까지도) 헷갈릴 정도로 많고, 각각이 개성은 어느 정도 있는데, 가장 중요한(?) 형사인 고자미 캐릭터는 평면적이어서, 그렇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는 작품에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할 수도.  

누구나 비밀은 있다.  

빌라 주민 각자의 크고 작은 비밀들이 하나씩 밝혀지면서, 독자는 사건 해결의 재료를 하나씩 얻게 되고, 이게 꽤 꾸준하고, 반복적이어서, 나처럼 사건을 해결해 보겠다며 페어한 추리소설을 찾는 독자와는 거리가 먼 독자마저도 추리를 하게 되는 지루한 전개와 반복성이 있긴 하다. 대신 뒤로 가면 보람 있을지도. 하지만, 지루한 건 탐정에게 맡기도, 재미있는 것만 하고 싶은 것이 독자의 심리이기도 한데..  

뒷편에는 살짝 코믹한, 작은 해변 마을의 빌라 한 동의 주민들이 어우러져 일어날법한 슬랩스틱 코미디가 일어나기도 한다. 웃겼다. 마지막의 반전은 굳이 말하자면 반전이긴 한데, 그게 반전이라도 그게 뭐? 스러운 뒷이야기 정도의 반전.  

해변 마을 '하자키'가 주인공(?)인 시리즈인만큼, 이 마을에 대한 매력이나 묘사나 특징이나 더 잘 나와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 이야기도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았고. 매력적인 캐릭터들도 없고, 

뭐 이래저래 굳이 말하자면 실망스러웠던, 그리고 와카타케 나나미에 대한 기대를 접게 만든, 그렇게 재미없지는 않지만, 아쉬운 이야기였다.  

* 덧붙임 : 양장본 주제에 책끈도 책띠도 없어서 따로 책갈피를 써야 했다. 불친절하게 만들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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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ngji 2010-08-26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책끈 한참 찾았는데 없더라고요. 옆에 있는 사람에게 얘기했어요. "양장본에, 심각하게 얇은 책도 아닌데 책끈이 없다니 너무한 거 아닙니까?!"라고 :)

하이드 2010-08-26 21:05   좋아요 0 | URL
저 별 하나 뺀 것도 책끈 때문.
양장본에 책끈 없으면 화나요. 근래 이 책 말고는 본 적도 없구요. 쳇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