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의 철학산책. 절판되어 내 입맛을 씁쓸하게 했던 그 책이 드디어 새로 나왔다.

 그것도 1000원 쿠폰과 함께 두둥. 마일리지까지 포함하면 7,000원 정도에 12,000원 책을 살 수 있다.

 

드 보통이 말하는 철학의 조건은, '지금 안고 있는 인생 고민에 해결점을 던져 주는가' 하는 것. 일상의 문제에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면 수많은 명저와 명언을 남긴 철학자라도 가차없이 관심의 대상에서 제외시켰다.

이렇게 선택된 철학자는 소크라테스, 에피쿠로스, 세네카, 몽테뉴, 쇼펜하우어, 니체 등 여섯 명. 소크라테스는 인기 없음을 위로하며, 세네카는 직업의 상실 등 좌절에 조언을 제공하며, 니체는 질병과도 같은 고독에 대한 처방전을 소개한다.

라고 한다.

안 살 수 없다고오오오! 일상생활과 철학자들을 어떻게 재미있게 또 연결했을지 궁금해 죽겠고나.

 

 알랭 드 보통의 인간관계 3부작(<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섹스, 쇼핑, 그리고 소설>) 중 한 권이다.

이야기의 전개보다는 사랑과 만남에 대한 작가의 철학적 단상에 중점을 둔다. 한 남자가 한 여자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순간부터 헤어지는 순간까지, 한 장면장면을 스틸컷처럼 멈춰두고 이성적으로 분석한다. 그러나 읽기 어렵게 딱딱한 글이 아니라 특유의 철학적 사색에 고상한 위트와 재기발랄한 상상력이 어우러져 유머러스하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라고 한다.

* 'Kiss & Tell'은 유명 인물과 맺었던 밀월 관계를 인터뷰나 출판을 통해 대중에게 폭로하는 행위를 뜻한다.

예전에 SATC에서 책 낼때 꽃분홍 가죽느낌의 초예쁘고 아름답고 알찼던 그 책의 제목도 kiss & tell

 -_-a 결국 내 지름신에 내가 넘어간다.  혹시나 다시 나오지 않을까? 다른 버전으로?

 내 책은 지인에게 넘긴 관계로 ( 전 원서 있으니깐 드릴께요.)

 하지만 난 저 위의 두 책도 다 원서로 있지 않은가? 읽었나? 좀 한참 기다려야할 것 같은데... 

 

 진중권이 진짜 재미있다고 했던 책인데, 내가 안살소냐!

 

 

 

 

 사실 난 예로부터  '개구리론' 에 심취해 있었다.

 ' 왕자를 만날때까지 가능한 많은 개구리에게 키스해보아야 해'  따위를 부르짖고 다니기도 했다.

근데, 신간 보다 보니 ' 개구리에게 키스하지마' 라고 한다.

 

고마운 사람들
서문 옛날 옛날에 한 소녀가 살았는데…

part 1. 사마귀와 함께 사라지다
늘 제자리만 맴도는 개구리 / 늘 제자리만 맴도는 개구리의 특징 / 키스가 빵점인 개구리 / 유부남 개구리 / 그 남자는 유부남, 당신은 바람둥이. 이 동화는 어떻게 끝날까? / 개구리의 겉과 속 / 변강쇠 개구리 / 변강쇠 개구리와 사귈 때 반드시 감수해야 하는 12가지 / 마초 개구리 / 마마 개구리 / '무머 감각'이 넘치는 개구리 / 아부의 달인 개구리

part 2. 개구리의 쓴맛을 보다
몸짱 콤플렉스 개구리 / 울퉁불퉁 근육질 개구리 / 옛 애인 생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개구리 / 개구린슬럿 경 / 주차장에서 물을 빼는 개구리 / 자기 목구멍 속에 개구리를 키우는 개구리 / 봉쥬르 개구리 / 개구리 스프 만드는 법 / 허풍선이 개구리

part 3. 개구리, 네 정체를 밝혀주마
사마귀와 함께 사라지다 갤러리 / 개구리의 쓴맛을 보다 갤러리 / 개구질라 / 구두쇠 개구리지 / 개구리 장기 놀이 / 개구라큐라 백작 / 쥐새끼 개구리 / 배얌 개구리 / 당신의 개구리가 혹시 늑대 / 양의 탈을 쓴 개구리 / 무늬만 왕자인 개구리 / 끈적거리는 개굴 동네 갤러리 / 별난 개구리 갤러리

part 4. 끈적거리는 개굴 동네의 악몽
지킬 박사와 개구리 / 고주망태 개구리 / 스트레스성 사마귀, 진단과 처방 / E=mc개굴개굴 / 수상쩍은 개굴개굴 / 대부 개구리 / 리모델링 전문가 개구리 / 골초 개구리와 함께 비디오 보기 / 개굴아, 지구를 떠나거라~

part 5. 별난 개구리 모두모두 모여라
정복자 개구리 / 역마살 낀 개구리 / 새끼 개구리, 올챙이 / 노친네 개구리 / 개구리 해부학 / 잠보 개구리 / 워크홀릭 개구리 / 백수 개구리 / 도박사 개구리 / 인터넷 광 개구리 / 상자에서 튀어나오는 개구리

part 6. 여자들이여, 영원히 행복하게 살자
나에게는 개구리, 너에게는 왕자님 / 당신이 개구리를 간절하게 원할 때 / 나의 웅장하고 화려한 초록 결혼식 / 개구리들의 웅덩이를 넘고 넘어서 / 축하합니다!


라고 하는데, 요약을 보니 왕자 개구리 만나기 전에, 온갖 개구리들이랑 만나다가 인생 망치겠다 싶긴하다. 대충 이런 책들이 제목과 목차 읽는걸로 독서가 끝나는 경우가 많지만, 워낙에 내가 '개구리론' 심취자인지라 한번 사보고 싶다. 168쪽 밖에 안 되네.. 의심의심. 싸다. 7000원이 안된다. 고민고민

 SF 철학

 나는 SF를 철학적인 장르라고 믿어왔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로 별 생각 없이 꼽는것은

 블레이드 러너이다.

얼마전에 스타워즈 에피소드3를 보고,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야기는 좋지만,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이 홀딱 깼던 영화다.

쇼펜하우어, 플라톤, 흄, 그리고 니체의 초인이 모두 여기에 있다! - 키아누 리브스(배우, '매트릭스')

라고도 했단다.

   

쓸모없는 노력의 박물관 - 크리스티나 페리로시의 단편집이다. 그녀의 '첫사랑' ( 엄마는 나의 딸에 나오는 단편) 을 재미있게 읽었었는데,

 실비나 오캄포의  '천국과 지옥에 관한 보고서' 에서 살짝 디었는지라, 조금 고민이 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역시 사기는 사야해. 중남미 여성작가들의 책이 좋다.

 

 판다님의 책에서 본 최정은의 책.

 

 

 

 

이 책을 보며, 아 우리나라 사람이야? 하며 진짜 감탄했던 생각이 난다.

게다가 내가 좋아하는( 좋아만하는 -_-a) 중세 관련이다.

 사고 싶지만, 내용이나, 가격이나 다 부담스럽다. 좀 두고 보자.

 

 

 구름 공항

 이 책도 너무 예쁘다. 사고 싶다.

 그림책은 아무래도 사기는 사는데, 보관하게 되지 않는다.

 

아, 오늘 지갑 놔두고 센트럴의 영풍이나 가볼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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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blue 2005-05-31 1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꼭 지갑 놔두고 가세요. ㅎㅎ

돌바람 2005-05-31 1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덜덜덜. 근데 저 지금 깜짝 놀랐어요. <섹스, 쇼핑 그리고 소설>이 보통 거였네요. 1997년 초판본으로 본 기억이 있는데, 무지 욕했었는데. 읽기 힘들어서. 어머나 어머나 연발~~ 지금은 보통 너무 재밌어요. 윽, 술 확 깬다. 저 어제 술주정했어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님들 보면 용서해주어요. 꾸벅^^

울보 2005-05-31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하이드님이시네요,,
그저 고개를 숙일뿐입니다,,,

울보 2005-05-31 1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가::::::::구름공항 너무너무 이뻐요,,호호

2005-05-31 10: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5-31 11: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늘빵 2005-05-31 1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들 살 때 님에게 땡스투 누르겠습니다. ^^

진주 2005-05-31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앞 뒤 보지 말고 확 지르셈!!!!!!!!!!!

marine 2005-05-31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쩜 다 좋은 책들이네요 알랭 드 보통의 철학 산책, 재밌구요 (그런데 소설보다는 아무래도 지루함) "보이지 않는 것과 말할 수 없는 것"은 상당히 어려워요 학위 논문이 아닌가 싶었다니까요 저자의 해박한 그림 평론에 엄청나게 감탄하면서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단점이라면 그림 도판이 너무 작다는 것, 그리고 상당히 수준이 높아서 공들여 읽어야 한다는 것 정도?

panda78 2005-05-31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철학산책이랑 키스 앤 텔... 질러야겠군요. ^^
미스하이드님, 결국 제일 안 좋은 자리지만 신데렐라와 마농 예매했답니다. ^ㅡ^ 히이- (세종에서 꼭 오페라 글래스 빌려줘야 될텐데 걱정이에요.;;)

하이드 2005-05-31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어요. 저도 정말 이건 편견이지만, ' 우리나라 사람이잖어?' 놀랐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네요. 정말 멋진 미술책이에요. 네덜란드 정물화가 제게 새로운 분야이기도 했구요.

하이드 2005-05-31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페라글래스 당근 있겠지요. 잘하셨어요! ^^ 그리고 공연이 처음 볼때 두번째 볼때 볼 수록 틀리니깐, 어쨌든 보는게 중요한것 같아요. 지난번에 오네귄, 자리도 없고;; 돈도 없고;; 안 봤더니, 계속 미련 남아요.


panda78 2005-05-31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스 하이드님 10월에 볼쇼이 지젤도 보실 거에요? 전 스파르타쿠스는 생각없는데 지젤은 보고 싶네요. ^^
신데렐라는 Darcey것으로 예매했으니 그날은 미스 하이드님과 같은 공연을 보고 있겠군요. ^ㅁ^

하이드 2005-05-31 12: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파르타쿠스 정말 재미있는데! 국립발레단의 김주원의 악역연기 정말 요염찬란했거든요

panda78 2005-05-31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잉 그래요? 스파르타쿠스도 재밌어요? 으음... 그럼 둘 다...? ^^a 어쩌지..

하이드 2005-05-31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배우들이 할때는 솔직히 남성군무가 너무너무 힘에 겨워보였긴 하지만, 볼쇼이라면! 기대해볼만 하지 않을까요?

히나 2005-05-31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대문에 뜬 알랭 드 보통 외면하고 있다. 당분간 알라딘도 들어오지 말까봐. 그런데 정말 멋진 미술책? 그래? 지금 보면 다를까? 몇 년 전에 봤을 때는 글 써 놓은 게 완전 번역책 같아서(칭찬 아님) 읽는 데 한참 걸렸는데.. 네덜란드 미술전 할 때 저 책 있으면 좋았을 껄, 하는 생각에 아쉽긴 하더라.

하이드 2005-05-31 1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 어디, 한번 끄집어내볼까?

클리오 2005-05-31 14: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의 개구리론... 어찌보면 저와 비슷한 신조를 가지셨었던 듯 하군요.. 그리고 댓글 다시는 분들이 각자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를 골라 댓글 다시는것도 재미있고, 하이드님은 그 많은 분야를 포괄하시니 더욱 놀랍군요.. ^^

그림자 2005-05-31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안녕하세요^^ 발레 보는 분들은 볼쇼이의 스파르타쿠스를 더 기대 하고 있어요. 하이드님은 두 작품 다 보실거죠^^ 지젤은 자하로바가 나오기 때문에 본다고들 하던데.... 두 작품다 강추!!!!!

실비 2005-05-31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갑자기 책을 막 지르고 싶네요.+_+

2005-05-31 2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지음, 이윤기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번역에 대해 먼저 이야기해야겠다. 이윤기의 번역은 참으로 유려하다. 이 두꺼운 책을 이렇게 단숨에 재미있게 읽어내릴 수 있게 한건 카잔차키스의 글을 살아있는 말로 옮겨준 번역자의 공이 크다고 생각한다. 역자후기에 그리스의 크레타에 방문한 이야기가 있다. 카잔차키스 참배를 위해 연극 연출가 김석만 교수가 서울에서 가져온 진로 소주, 바나나, 그리고 국산 담배 한 대로 젯상을 차리고 절을 했다고 한다. 일행은 묵념으로 경의를 표했지만 이윤기는 묵념으로 부족하다 싶어 구두 벗고 절을 했다고 한다. 안내인 크레타인 여성은 먼 동양에서 온 언어도 외모도 다른 사람들이 자기네 고향이 사랑하는 작가에게 지극한 경의를 표하는 사태에 치밀어 오르는 격정의 눈물이 치밀어 오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작가에 대한, 작품에 대한 경의를 가진 번역가가 온 열정을 쏟아 우리 독자에게 소개한 소중한 책이다.

항구 도시 피라에우스에서 조르바를 처음 만났다. 나는 그때 항구에서 크레타 섬으로 가는 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항구는 그가 전쟁터로 나가는 친구를 배웅했던 곳이다. 위험에 처한 동포를 구하기 위한 전쟁에 함께 가기를 청하는 친구에게 침묵으로 대답하고 그렇게 친구와 이별했던 곳이다. 그리고 그 곳에서 '나'를 발견한 '조르바'의 자신을 이유불문하고 크레타로 데려가달라는 공갈 비슷한 태도에 응한다.

'나'는 펜대운전자. '조르바'는 산전 수전 다 겪은 노인네. '나'는 크레타 섬에서 광물을 캐려하고, 조르바는 인부들을 관리하게 된다. '..조르바는 학교 문 앞에도 가보지 못했고 그 머리는 지식의 세례를 받은 일이 없다. 하지만 그는 만고풍상을 다 겪은 사람이다 그래서 마음은 열려 있고 가슴은 원시적인 배짱으로 고스란히 잔뜩 부풀어 있다. ' 반면 '나는 타락해 있었다. 여자와의 사랑과 책에 대한 사랑을 선택하라면 책을 선택할 정도로 타락해 있었다. '

느끼고, 행동하고, 현재를 사는 조르바를 보고, 나도 저런 자유로운 영혼의 세례를 받아보았으면 끊임없이 생각한다. 책벌레인 나는 조르바를 곁에 두고, 그에게 말을 시키고, 그에게 눈을 고정시킨다.

나는 조르바와 같고 싶지만, 그와 헤어지고, 가슴에 묵혀두고, 이별에 아파하고,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나'의 모습을 보니, 에잇, 나는 조르바가 될 수 없고, 평생 빛나는 그 존재를 부러워하고 동경할 주제밖에 못된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바다, 가을의 따사로움, 빛에 씻긴 섬, 영원한 나신(裸身) 그리스 위에 투명한 너울처럼 내리는 상쾌한 비. 나는 생각했다. 죽기 전에 에게 해를 여행할 행운을 누리는 사람에게 복이 있다고.

올 가을에는 조르바를 찾아 크레타 섬에나 가볼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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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오리 2005-05-30 2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스 하이드님 글을 읽다 보면 그 책들을 안 읽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하이드 2005-05-30 2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날나리님, 그렇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진주 2005-05-31 1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웃...마태님에 이어 이카루님, 그리고 미스 하이드님까지 조르바를 읽으라고 내 목을 조르는 군요...으윽...(글고 날나리님 말씀이 옳아요)
 

최근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하루에 책 읽는 시간이 평균 8분이라고 한다. 거기에 덧붙여 또 어떤 저명한 분이 말씀하시길, 책이라고 읽는 것도 처세술책이나 무협/판타지라고 걱정. 그리고 예전에 본 기억이 있는 기사인데 아침에 지하철에서 사람들이 무가지따.위. 읽고 있다고 걱정. 뭐, 그런 기사들을 보면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책 읽는것도 습관이다. 난 책읽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다. 시간이 없어서는 절대핑계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시간이 없다'는 핑계를 대는 것을 이해할 수는 있다. 왜냐면 나는 시.간.이. 없.어.서. 운동 못하니깐. -_-a

나는 책을 얼마나 읽나? 하루에 한두시간. 한달에 열권에서 스무권정도이다.

진중권의 미학강의 듣는건 하두 많이 얘기해서 알만한 사람은 안다.  근데, 내 주위에는, 우리 회사에는 진중권을 아는 사람이 단.한.명.도 없다. (뭐, 진중권 모를 수도 있고, 모르는게 이상한것도 아니고, 최소한 해금강이 강인줄 알았던 나보단 훨 낫지 뭐. 근데, 그건 한 예이고, 그렇게 나는 평범한 싸이코인데, 여기서는 튀는 싸이코가 된다는 얘기다. ) 혹자는 그럼 너네 회사 사람들은 경제관련 책만 읽냐?고 하지만, 그건 또 아니다. 뭐, 대충 교보 베스트셀러 1위 정도. 는 읽나보다. 가아끔. ' 언니는 책을 과시하려고 들고다닌다며?' 라는 얘기를 들은 적 있다. 내 생각구조로는 이해가 안 가는 말이다. 책을 들고다니면 과시가 되나?? 아무튼. 책 읽는 것은 일상적인 일은 아니고, 아주 특별한 일이다. 여기서는.

사약같은 커피 한사발을 커다란 머그컵에 마시며 아침을 시작하는 '나'다. 내일 휴가니 오늘은 밤 새고 책 읽어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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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05-30 11: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족을 붙이자면, 나는 책 읽는걸로 우월감을 느끼거나, 안 읽는 사람을 무시하는 건 전혀 아니다. 단지, 이 좋은걸 왜 안할까? ^^하는 마음이당~

ceylontea 2005-05-30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약같은 커피 한사발..
전 커피 리필해달라 했는데.. 커피를 다시 내려야 한데서.. 오늘은 그냥 사무실로 올라와 버렸어요..리필 받아와 하루 종일 먹었어야 했는데.. 당연히 리필 해달라하려고 커피 다 마셔버려서리... 커피 마시고 싶당...
참참.. 책관련 페이퍼지요?
전 시간이 없어도 8분은 넘게 읽는 것 같아요.. 평균은 갉아먹지 않은듯..

진주 2005-05-30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하루에 10분 이상 책읽는 사람은 국민의 12.7%라니 10명 중 한 명 밖에 없다고 해요. 정말 놀랍지요? 하루에 10분도 책을 안 읽다니...90%의 사람들 눈엔 책 읽는 우리가 이상하게 보이겠지요?

ceylontea 2005-05-30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너무 좋지요.. 그걸 제대로 못하는 지금 전 욕구불만에 강스트레스 중입니다.. 딸이 후딱 커서 제 책 제가 읽고 내 책 내가 읽는 때가 왔으면...

클리오 2005-05-30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종교 믿는 사람들이 복음을 전파하려는 것과 비슷한 마음이신 듯 하군요.. 독서파의 교주.... ^^

perky 2005-05-30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위 사람들 보면 책 읽는 사람들을 신기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우아해보이고 싶어서 책 들고 다니냐고 비아냥 거리는 사람도 봤었구요. 살다보니, 남들에게 독특한 사람으로 보이는게 싫어서, 책 좋아하는 거 티 안내려고 하게 됐어요. 남들이 취미 물어봐도 책 얘기는 절대 안해요. (취미로 여행 얘기는 하지만.) 어짜피 제가 좋아하는 책들이 베스트셀러 분야가 아니다 보니까, 주위사람들하고 얘기도 안통하더라구요. 그러다보니, 알라딘 서재가 정말 좋아요. 저랑 비슷한 사람들이 많고, 저랑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2005-05-30 1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히나 2005-05-30 1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책 나부랭이 읽는 거 가까운 사람들(가깝지 않아도 책이나 음악 좋아하는 같은 취향의 사람들) 말고는 티 안 내려고 무지 노력하는 편인데.. 안 그러면 딴지 거는 사람들이 많아 사는 게 피곤해지더라구 아니면 (내가 별로 안 좋아하는 종류의)책 얘기 하고 싶어서 다가오는 사람들의 호의를 저버리게 되는 일도 생기고..

그래서 한때 내 베스트 프렌드는 내가 문창과 간 것을 알고 충격먹은 일도 있고, 한때 내 직장 상사는 술 좀 작작 마시고 책 같은 거 좀 읽으라고 충고를 늘어놓는 일도 왕왕 있었더랬지.. ^^

perky 2005-05-30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snowdrop님도 그러시군요. 저랑 똑같네요. ^^ 저도 주위 아주 친한 친구들 빼곤 아무도 몰라요, 제가 책 좋아한다는 사실을..어쩌다가 제가 책 읽는 모습 보더니, 주위 어떤 사람이 하는 말이 '무슨 바람이 불어서 안 읽던 책을 읽고 있냐고.' 그러더라구요. ^^

하이드 2005-05-30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노드롭/ 완전 뒤집어짐. 푸하하하꺌꺌꺌. 술좀 작작마시고 책좀 읽으라니. ㅋㅋㅋ
속삭이신님/ 알라딘에서 조사 들어받았단 사람 얘기 들어본 적 없는거 보면정말 그런가봐요!
차우차우님/정말요. 전 집에서 책좀 그만보라고 구박받을때도 그래도 책읽는건 좋은 습관이라고 굳게 믿었었는데, 밖에서도 희안하게 보니, 왠지 내가 이상한거 아냐?! 하는 생각도 들더라니깐요.
클리오님/ 암요! 전 독서파 열성신도입니다요~ ^^
실론티님/ 님도 책 만만치 않게 사시는거 다 알고 있습니다. 흐흐 커피도 좋아하시는군요!! 저도 집에 저말고 책 같이읽는 사람 있었으면 좋겠어요!
진주님. 아, 그렇군요. 열명중 한명. 음.. 우리 무척 희.귀.한 사람들이었군요.




실비 2005-05-30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은 지하철에서도 책 보는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저희 회사 여직원들도 책을 많이 읽죠 주로 제책 빌려서.ㅎㅎ
제가 책을 회사다가 두고 잘 다녀서리 근데 읽기만 하고 다시 생각하며리뷰는 안써요
제주위에 보니 알라딘 하는사람들이 없어요 책을 읽긴 읽는데 그냥 읽으면 끝이면
왠지 허무하고 나중에 잊어버릴것 같은데.ㅎㅎ

2005-05-30 12: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5-05-30 1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이드 2005-05-30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분. 그런거 아니구요.저, 내일 휴가라 하.나.도. 안 심난하답니다.게다가 오늘은 두달일주일의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백업도 끝난 날인걸요. 지난 기억 헤집은것 뿐이라면, 다행.( 다행이란 말 미안하지만, 그래도 이왕 있었던 일을 잊을 수도, 없었던걸로 할 수도 없으니깐) 그냥, 지금, 오늘 즐겁고 행복하기를 바랄뿐. 그게 싫으면 최소한 거무튀튀한 우울은 어쨌든 걷어내시길 바랍니다. 맛있는거 드세요 ^^

히나 2005-05-30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그 술집에까지 가서 충고를 듣는다니깐! 얼마전 알라딘 벙개 3차 때 갔던 '크로스 아이'라는 술집 기억나지? 그 주인은 내가 소설이나 읽고 있는 게 한심했던 지 노암 촘스키나 인문과학 서적도 읽어보라고 아주 심각하게 충고를 던지더라구..

그래도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인심이 좋아. 얼마전에 가보니 털보 주인은 사라지고 옛날 주인이 다시 왔는데 새벽 2시에 영업 끝낸다고 칼같이 내보내더라..

moonnight 2005-05-30 1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평균 깎아먹는 인간은 아닌 것 같아요. ^^; 그런데 요즘은 책 읽는 사람들 많아진 것 같은데(교보는 늘 북적 ;;) 평균 8분이라니-_- 그마저도 안 하는 사람들도 많겠지만요. 하기야 제 주변 사람들에게도 알랭 드 보통은 누구? 하고 물으면 -_-??;;;;;이런 표정으로 쳐다보겠지요. ^^;

부리 2005-05-30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출퇴근 시간만 해도 3시간은 되니까 그 시간은 책 읽는다고 봐야죠. 문제는 집입니다. 으음...

panda78 2005-05-30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을 안 읽으면 그 시간을 어떻게 때우나.. 싶어요. 저처럼 하는 일 없이 만날 소설책 잡고 뒹굴거리는 사람한테 책을 뺏으면 과연 뭘 하면서 하루를 보낼까요. 흐흐.
아, 어제 제사라 시댁 다녀왔더니 아직도 허벅지가 쑤십니다요. 어제는 책 8분 읽었을 지도. ㅋㅋ

딸기 2005-05-30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책 한권을 오래~오래 붙들고 있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은 제가 책을 많이 읽는 줄 알아요. 그거 참 좋더군요.
근데 저는 책에 줄쳐가며 읽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은 제가 무슨 시험공부하는 줄 알아요. 그건 안 좋더라고요.

하이드 2005-05-31 0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슉슉님. 으흐흐.
부리님. 맨날 자는거 다 알아요.
판다님. 음. 저한테서 책을 뺏으면... 티.티비로 가야하나요? 어제 그린로즈 마지막회라고 봤다가 말안되서 죽는줄 알았어요. 토지 끝나고 새로 시작한 드라마도 디게 이상하던데요. -_-a
문나이트님. 맞아요. 저도 서점 다니면 항상 북적북적하는데, 술집 가면 더 북적거린다면서요?
스노드롭/ 노암 촘스키의 아주 얇은 911이라는 책을 벌써 3년째 들고 있다. -_-a
 
소외
루이스 세풀베다 지음, 권미선 옮김 / 열린책들 / 2005년 5월
평점 :
품절


루이스 세풀베다의 작은 단상들이 모여 있는 이 책에서 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인 존 버거와 다이앤 애커먼을 본다. '인간'에 대한 애정과 믿음에서 존 버거를 보고, 지구상의 희귀한 동물들과 희귀해져 가는 동물들에 대한 사랑과 보호와 그들을 지키기 위한 투쟁에서 다이앤 애커먼의 모습을 본다. 그의 작품에 고저가 있기는 하지만, 2000년에 쓰인 이 작품은 그의 최고의 작품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닐 것이다.

그는 행동파 작가이다. 산도적같이 생긴 얼굴에 눈만은 맑고, 빛난다.

책의 들어가는 이야기는 '소외된 이야기들' 이다. 작가는 독일의 베르겐 벨젠 유대인 수용소를 방문한다. 수억가지 감정을 안고 있는 그는 거기 수용소 한쪽 구석에서 누군가 칼끝이나 못으로 써 놓은 글귀를 보게 된다. '나는 여기에 있었고, 아무도 내 이야기를 하지 않을 것이다' 그 글을 쓴 사람이 여자인지, 남자인지, 나이가 많은지 적은지도 모르지만 세풀베다는 깨닫는다. '그가 그들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걸'

어느날 밤 집에서 끌려 나와 몰매를 맞으며 자식과 헤어져, 번호판 없는 자동차가 있는 곳까지 끌려와 붕대로 두 눈이 가린채 세상과 멀어져 군화자국과 피부에 새겨진 전기 고문흔적들로 만신창이 된 금발머리 여자와 검은 머리 여자. 한 가족이었던 고귀한 고양이 소르바스에 대한 이야기. 실수로 칠레에 가서 실수로 결혼하고 실수로 좋은 친구들을 두고, 다른 더 큰 실수로 행복했던 이탈리아 남자 주세페. 바다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며 배를 폐선장까지 이끌며 아름다운 이야기를 해주는 벵골 남자 심파, 등등 세계 구석구석의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얘기, 멈추지 않고 항상 움직이는 세풀베다와 함께 한 그들의 이야기를 한다.

유려한 문장이라거나, 반전이라거나 그런 재미가 아니라, 진실을 이야기 할 때 나올 수 있는 힘. 앉아서 쓰는 것이 아니라, 항상 현장에서 쓰는 세풀베다의  필력은 대단히 영향력 있다. 환경을 파괴하는 자들이 있고 그것을 지키려는 자들이 있다. 자유를 추구하는 자들이 있고 그것을 억압하는 자들이 있다. 세풀베다는 지키려는 자, 자유를 추구하는 자의 편에서서 강력한 글들을 써낸다. 그들은 소수이다. 극소수이다.  '펜은 칼보다 강하다' 고 했다. 과연 '펜은 돈보다 강할까?

작가의 인생은 치열했고, 지금도 치열하다. 작가가 인용한 브레히트의 ' 평생을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반드시 필요한 사람들이다' 라는 말처럼. 루이스 세풀베다는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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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lmas 2005-05-29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호! 보고 싶은 마음이 잔뜩 들게 만드는 리뷰군요.
땡스투에 추천 하나요~

하이드 2005-05-29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감사해요. 읽으면서 계속 소름 돋더라구요. 단편 하나 '책/작가 이야기'에 올려놨어요.

바람돌이 2005-05-30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보고 싶은 작가가 또 한사람 느네요.
연애소설읽는 노인을 읽고싶다고 생각은 했지만 늘 뒤로밀려 아직 저는 루이스 세풀베다를 만나지 못했습니다. 님의 리뷰덕분에 이제 만나러 가야겠네요.

moonnight 2005-05-30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아.. 읽고 싶어요. ㅜㅜ 저도 아직 세풀베다를 읽지 못했거든요. 미스 하이드님 덕분에 좋은 작가를 알게 될 거 같네요. 감사합니다. ^^

하이드 2005-05-30 1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과분한 추천들이^^;;
네. 정말 한 하늘 아래 다른 세상인줄 알고 있던 세상의 이야기입니다. 특이한 이야기들도 많고, 울컥하는 이야기들도 많고, 워낙에 좋아하던 작가이긴 하지만, 이 책에서 정말 다시 봤습니다.

무해한모리군 2005-05-31 19: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보니 읽어보고 싶으네요.. 추천..

다른사람 2005-08-05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리뷰를 읽고 이 책을 주문했답니다. 지금 기다리고 있어요^^
 

호르헤 이카사의 '우아시풍고'( 작은땅) 가 출간되었을 때 에콰도르의 지주들과 교회, 부자들은 소설의 내용이 너무 끔찍하다며 온갖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그 어떤 대지주나 신부, 사업가도, 에콰도르와 페루, 볼리비아의 안데스 산지에 거주하는 농민들과 인디오들을 착취하고 무시하고 학살하는 처참한 광경 앞에서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농민들과 인디오들은 과거에도 현재에도 변함없는 희생자였다. 내가 1997년에 에콰도르를 처음 방문했을 때 그곳의 현실은 이카사가 묘사한 것과 똑같았다. 그들은 아무 권리도, 아무 대책도 없는 사람들이었다. 어둠만이 그들에게 소망과 꿈을 이야기할 것을 허락하기 때문에, 침묵에 잠긴 추운 밤 이외에는 의지할 데가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그 해 나는 비달을 알게 되었다.

그때 나는 카얌베 시장의 음식점 좌판에 앉아 있었던 걸로 기억된다. 나는 숯불에 구운 맛난 토끼 고기를 먹다가, 농민들과 인디오 지게꾼들에게 슬그머니 다가가는 남자를 주목하게 되었다. 그는 그들에게 거의 귓속말로 무슨 말인가 속삭였고, 허겁지겁 달아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팸플릿 한 장을 판초 주름 사이에서 마술사처럼 은근슬쩍 꺼내 건네주었다.

그런데 그때 갑자기 요란한 호루라기 소리와 뛰어오는 발소리가 들리더니 경찰들이 시장으로 들이닥쳤다. 남자는 눈 위까지 모자를 푹 눌러쓰고 가장 가까이 있는 출구를 향해 바삐 걸어갔다. 그는 내 옆을 지나가다, 그쪽 출구도 군복을 입은 자들이 봉쇄하고 있다는걸 확인한 후 멈춰섰다. 그는 잠깐 주변을 훑어보았다. 그때 우리는 눈이 서로 마주쳤다. 놀랄 정도로 경이로운 삶의 법칙에 따라, 불쌍한 사람들끼리는 서로 알아볼 수 있었다. 그는 쫓기는 몸이었고, 나는 기나긴 망명 생활을 시작하려던 차였다. 그는 내 앞에 앉아 테이블 위에 놓인 맥주병을 들고 길게 한 모금 들이켠 후 닭고기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 나도 그가 하는 대로 따랐다. 경찰들이 우리 옆을 지나갈 때 우리는 조류 독감의 폐해에 대해 전문 용어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비달입니다. 노조 회의를 소집하고 있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닭고기에 대해 말하던 그가 문득 이런 말을 꺼냈다.

우리는 시장에서 나왔다. 그리고 잠시 후 광장에 앉아 나는 그에게 팸플릿을 보여 달라고 했다. 알아보지도 못할 정도로 두꺼운 활자들이 적힌, 수동 등사기로 밀어서 찍은 종이였다. 나는 케추아어를 몰랐다.

'그걸 읽을 줄 아는 사람은 얼마 없습니다. 하지만 상관없습니다. 글로 적힌 문장은 힘을 싣고 결속력을 주지요.' 비달이 말했다.

하늘 높이 반짝이는 태양이 근처 피친차 화산을 눈부시도록 빛나게 했고, 온갖 짐을 등에 잔뜩 짊어지고 몸을 숙인 채 지나가는 인디오들의 그림자를 더욱 짓눌러 내렸다.

'도시의 [우아시풍고]입니다. 그들은 땅도 없고, 빵 한 조각에 뭐든지 다 짊어집니다. 그들은 길거리에서 살다가 죽어 갑니다. ' 비달이 말했다.

'비달이라고 하셨지요? 성은 뭡니까?' 내가 그에게 그렇게 물었던 걸로 기억된다.

'그냥 비달입니다. 그거면 충분하지요. 회의에 오시겠습니까?'

말하는 순간 질겅질겅 씹는 듯한 [에레rr]발음이 그의 입에서 나왔다. 그렇게 그는 산(山)사람의 억양으로 노동조합원의 고된 일에 대해 자세히 들려주었다. 임바부라 노동 연합은 만들어진 순간 무참히 짓밟혔다. 그래도 다시 만들어졌다가 또다시 같은 과정을 반복했다. 비달은 노조의 합벅적인 등록 번호가 새겨진 고무도장과 빈 회원 카드 한 묶음을 주머니에 넣어가지고 다녔다. 그리고 다른 쪽 주머니에는 영화 잡지 '에크란'에서 찢은 사진 한 장을 넣어 가지고 다녔다.

'누군지 아시겠습니까?' 비달이 아름답고 신비스러운 여자를 나에게 보여 주면서 물었다.

'그레타 가르보 아닙니까?' 내가 대답했다.

'그녀가 나를 지켜줍니다. 나는 무신론자입니다. 하지만 누군가 의지할 사람이 있다는 건 늘 좋은 일입니다.'

우리는 회의 장소에 도착할 때까지 세상의 절반인 광활한 밤 아래서 몇 시간을 걸어 다녔다. 20여 명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곧 그들은 자기네들이 가지고 있던 쭈글쭈글한 감자와 잎담배쌈지, 사탕수수로 빚은 독한 술을 모두 내놓았다. 비달은 케추아어로 그들과 얘기를 나눴다. 내가 간신히 알아들은 말은 '동료들'이라는 단어 하나뿐이었다. 농민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질문했다. 나는 목소리 톤으로 그들이 논쟁을 벌이고 있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회의를 끝낼 때는 하늘을 급습하려는 신화 속의 모반자들처럼 서로 꼭 부둥켜안았다.

비달. 나는 다른 많은 비밀 회합 때도 그를 따라갓다. 그가 안데스 세계의 역사 속으로 나를 이끌어 주고 케추아어를 가르쳐 주는 동안, 우리는 문맹 퇴치를 위한 최소한의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기도 했다. 나는 그가 흥분하는 모습도 보았고, 슬퍼하는 모습도 보았다. 그가 '산 후안'의 노래를 부르는 것도 보았고, 지주들을 감금했다가 이바라 병원에서 몽둥이찜질을 당하는 것도 보았다. 나는 그의 집에서 살았다. 그의 가족이 내 가족이기도 했다. 1979년 에콰도르를 떠나면서 나는 친구에게서, 최고의 동료에게서 멀어진다는 걸 알았다. 성을 몰라서 나중에 그에게 편지도 보낼 수 없다는게 안타까웠다.

삶은 나를 수많은 길로 이끌었다. 그렇지만 비달을 잊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다가 늘 불쌍한 사람들을 한데 모으는 삶이 몇 주 전 나에게 어마어마한 선물을 안겨 주었다. 에콰도르의 한 인터넷 신문에, 내 친구가 피친차 화산을 배경으로 서 있는 사진이 실린 것이다. 그는 노조 결성식에서 농민 단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사진 설명으로 이렇게 적혀 있었다.

[비달 산체스, 노조 대표...]

비달이란 사나이, 비달 산체스, '평생을 싸우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반드시 필요한 사람들이다' 라는 브레히트의 말이 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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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5-05-29 0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치겠다. 너무 좋다. 이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