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는 나와 우는 우는 - 장애와 사랑, 실패와 후회에 관한 끝말잇기
하은빈 지음 / 동녘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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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이 좋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다가 도서관에서 보고 빌려서 읽게 되었다. 우는 나와 우는 우는이라니, 우가 세 번이나 나오는데, 무슨 뜻이지. 우는 은빈과 우는 애인 우의 5년여의 연애를 돌아보는 에세이였다. 


책을 읽고 나서 우에 대해 좋고, 안타까운 느낌만 남았다면, 우는 멋진 사람이구나라는 느낌만 남았다면, 그건 책을 쓴 빈이 우를 그렇게 보았거나, 우에 대한 기억을 그렇게 남기고 싶었기 때문이었을거라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마지막에 우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덜어냈다고 얘기하긴 했지만, 그리고, 이야기 사이에 어떤 이야기들이 채워질지 짐작하는게 그리 어렵지 않아서 책에 쓰인 힘듦과 비교도 안 되는 고단함이 있었을거라는 것을 알 수 있긴 하지만. 


가장 빛나고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것들을 잊지 않고, 돌아보고 남기려고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이야기는 안 하고 싶지만, 안 하고 넘어갈 수 없는 근육병에 걸린 중증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연애 이야기이다. 


이 책과 따로 일라이 클레어의 <눈부시게 불완전한> 이라는 책 이야기도 많이 봤는데, 하은빈이 그 책의 번역가인건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알았고, 두 책을 떼어놓고 생각하지 못할 것 같다. 


아픈 몸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찾아 읽었다. 아픈 몸과 장애에 대한 이야기는 내가 찾아 읽는 주제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아픈 몸과 소수자 이야기에 대한 책들도 많다. 아니, 충분히 많지는 않을지 모르겠다. 여튼, 이 책인가? 하고 들었다가 반쯤은 미루고, 반쯤만 읽었는데, 장애에 관해 읽은 책들 중에 <우는 나와 우는 우는>만큼 장애에 대해 다른 배리어 없이 평범하게 읽었던 책은 없었다. 왜 그럴 수 있었는지에 대한 이유도 바로 생각나긴 한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이여서 그랬을거다. 그간 읽었던 책들이 장애인이 화자이거나, 온전한 돌봄의 대상이었다면, 이 책에서는 서로 주고 받고, 일견, 비장애인인 저자가 더 많이 받은듯 보이기도 한다. 옆에서 우는 가족들이나 친구들을 생각한다면 또 마음이 복잡해지지만, 독자라는 위치만큼 떨어져서 보는한 사랑하는 만큼 사랑 받았고, 혹은 더 큰 사랑을 받았고, 그것을 제외하고는 모든 것이 다 힘들었구나라는 인상을 받았다. 그러니, 적어도 그만큼은 한 발 다가간 것이 아닌가 싶다. 그게 더 멀어진건지, 그냥 자리만 옮긴건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을 쓴 사람이나 이 책을 읽는 사람이나 쓰는 동안, 읽는 동안 그만큼 더 생각할 수 있었다면, 그건 더 나아지는 일이지 않을까. 


저자가 글을 굉장히 절절하게 써서, 글을 읽는 내내 저자의 절절함이 절절하게 묻어나서, 이 이야기가 이야기거리로만 소비되고 잊혀지지 않고, 내내 기억할 것 같으니 말이다. 


어떤 페이지의 어떤 글을 옮겨도 좋은 글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페이지를 넘기며 보는 글마다 저자는 사랑에 감사하고, 그 사랑에서 벗어남에 기뻐하고, 기뻐한 자신에게 상처받고 있잖아. 그게 다가 아닐텐데. 


모두가 똑같이 살 수는 없잖아. 3월의 마지막에 읽은 책에서 이두온은 사람의 쓸모에 대해 고민했다. 

4월 첫 날 하은빈의 책을 읽는 동안 바로 전에 읽은 책의 '쓸모'라는 주제가 여전히 마음에 남아 있었다. 그런건 없다. 쓸모라는 말이 사람에게 쓰이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쪽으로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겨야겠다.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만큼 하는거지. 그렇게 일을 하는 동안 너무 힘들지 않게, 마음 다치지 않게. 마음 다치지 않게. 


책 마지막 장의 끝말잇기. 빈과 우가 하던 끝나지 않는 끝말잇기는 이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연결될 것이다. 


"우리는 자주 끝말잇기를 했다. 좀체 서로를 이길 생각이 없는 끝말잇기였다. 어쩌다가 '산기슭'이나 '나트륨'으로 상대를 끝장낼 기회가 와도 다른 재미없는 단어를 고르는, 혹은 '슭이로운 생활'이나 '륨어티스 관절염'으로 위기를 모면하는, 그러면 머리를 맞댄 채 승인 여부를 근엄하게 검토하곤 어쩔 수 없다는 듯 또 다른 지루한 단어를 찾아나서는, 얼렁뚱땅 멎었다가도 어물쩡 재개되곤 하던 무료하고 끊임없고 영원한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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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g Man #1 : From the Creator of Captain Underpants (Hardcover) - A Graphic Novel 도그맨 Dog Man (Hardcover)
Dav Pilkey / Graphix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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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브 필키는 도그 맨 전에 캡틴 언더 팬츠로도 크게 인기를 끌었지만 캡틴 언더 팬츠에 나온 두 캐릭터가 쓴 도그 맨은 그래픽노블의 지형을 바꿨다고 한다면 너무 과소평가이고, 아동 도서의 지형을 바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5권 산 김에 1권부터 다시 읽어보기 시작했다. 열 다섯번째 시리즈가 나오는 동안, 신간이 나오면 성인, 아동도서 포함해 베셀 1위에 올라가고, 매년 초등학교 도서관 대여 순위 1위부터 10위까지 중 한 여덟개쯤이 다 도그 맨인 것을 매년 보았던 것 같다. 


도그 맨은 각 권 200여페이지로 단순한 이야기에서 복잡한 이야기로 긴 분량을 웃긴 이야기와 그림과 함께 소화할 수 있게 해줘서 책을 못/안 읽는 독자 Reluctant Reader 인 아이들에게 훌륭한 마중물gateway가 되어주고 있다는 점에서도 아동 도서의 지형을 바꾸었다고 할 수 있겠다. 여전히 독보적인 1위이지만, 비슷한 형식의 다양한 훌륭한 그래픽 노블들이 많이 나오기 시작해서 아동 그래픽 노블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생겼고, 책을 읽지 못하던 아이들이 책을 친숙하게 여기는 계기가 되어주었다.  


도그 맨이 도그 맨이 된 것은 머리 나쁜 사람 경찰과 머리 좋은 개 경찰이 사고로 머리 나쁜 경찰은 몸만 살고, 머리 좋은 개는 머리만 살아서 .. 네, 상상하는 그것. 사람 몸하고 개 머리하고 합쳐서 도그 맨이 되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또 읽고, 또 읽고, 또 읽는 것은 아이들에게 아이들이 좋아하는 포인트가 있겠고, 내가 봐도 재미 있긴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꽤 기억에 남는데 싶은, 더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들도 있다. 영미 책계에 가끔 장면들과 함께 누가 도그 맨을 애들 책이라고 했어 ㅜㅜ 하면서 올라온다. 


그림이 귀엽고, 막 그린 것 같지만, 나도 그리겠다 싶은 쉬운 그림, 맨 뒤에 그림 그리는 법도 나오고, 중간중간 플립 오 라마 끼워져 있어서 책을 파닥파닥 넘겨보는 재미도 끼워져 있다. 


1권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고양이 악당이 사람들을 멍청하게 만들기 위해 책의 글자를 없애는 기계를 발명한다. 세상의 모든 책의 글자를 없애고 사람들은 멍청해진다. 고양이 악당은 자기만 읽으려고 챙겨둔 책을 읽고 점점 똑똑해지지만, 세상이 바보가 되어서 고양이 악당도 불행해진다. 도그맨이 냄새를 쫓아 고양이 악당의 서재를 발견, 책을 읽고 똑똑해지고, 사람들에게 나눠줘서 다시 세상이 똑똑해진다는 이야기. 


마침 오늘 본 인문사회학 도서 시장의 씨가 마르고 있다는 글 보니, 도그 멘 에피소드가 생각났다. 책을 읽읍시다. 근데, 나 혼자만 읽고 세상이 무식해지면 재미 없고, 불행해지니깐 다 같이 읽자. 다 같이 읽을 수 있게 만들어야지. 생각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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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 쓰면 죽는 병 위픽
이두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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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안 쓰면 

죽는 


"무슨 일이 그렇지 않겠냐마는 소설을 계속 쓰기 위해서는 돈과 시간, 그리고 건강이 필요합니다. 작가의 삶을 꾸려간다는 것은 이 조건들을 감당해낸다는 의미일 텐데, 저는 이 문제에 있어 무력감을 느낀 지 퍽 오래되었습니다. 늘 돈, 돈이 문제였어요. 돈에서 시작된 문제가 다른 조건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이두온 같은 미친(positive) 작가가 돈이 없다니, 세상이 이래도 되냐.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 돈을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한 것은 돈을 어느 정도는 벌어야 가능한 일이다. 그 '어느 정도'라도 되기까지 보잘것 없는 잔고가 널을 뛴다. 


단편이지만, 작가의 무한한 상상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장편을 바라요) 

치트키와 젠틀맨의 당근 만남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물품은 알랑뽕따ALRANGPPONGTTA 44 사이즈 원피스. 

젠틀맨은 한숨을 쉬고, 44 사이즈라곤 성인되고 입어본 적이 없는 치트키는 동생 주려고 한다고 하찮은 변명을 하지만, 젠틀맨은 도망가고, 치트키는 쫓아가는 웃긴 상황에서 치트키의 벙거지 모자가 벗겨지며 그녀 머리 꼭지의 종기, 주먹만한 그것이 노출된다. 


플람마FLAMMA, 돈 안 쓰면 죽는 병의 증상은 머리꼭지가 대머리가 되면서 혹이 자라는데, 성인 주먹에서 세 살 아이 머리 크기까지도 자라서 폭발! 머리와 함께 터져버림! 터지는 모양이 불꽃 내지는 횃불 같아서 이를 뜻하는 라틴어인 플람마라는 명칭이 붙었다. 


불치병이고, 과소비나 충동소비, 예쁜 쓰레기 소비와 같은 소비만이 이 병의 진행을 늦추거나 예방할 수 있다. 

그래서 혹자는 자본주의병이라고. 모두가 쓸모없는 소비를 하기 위해 일에 몸을 갈아 넣고, 쓸모 없는 소비를 하지 않으면 죽는다. 


쓸모 없는 소비와 사람의 '쓸모'와 '돈'을 기가막히게 연결시키며 이 사회를 굴절 겨울로 반사시켜 보여주고 있다. 

무쓸모가 쓸모인 세상에서 자신의 쓸모만을 좇으며 살아왔던 주인공은 당장 답을 내리지 않고 달아나며, 독자에게 공을 넘긴다. 이 다음에 이어서 바로 읽는 책이 <우는 나와 우는 우는> 이어서 정말 생각이 많아졌다. 생각이란 걸 하고 싶지 않아졌다. 하나마나 말을 하고 싶지도 않고, 당장 답이 보이지 않는 질문의 답에 매몰되고 싶지도 않다. 그렇다고 이런 이야기들을 읽고, 그냥 넘어가고 싶지도 않다. 


작가 인터뷰에서 건진 한 줄을 염두에 두고 생각을 멈추지 말 것. "쓸모는 말 그대로 제 상황에 따라 쓸 가치가 있는,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무언가일 거예요. 다만 쓸모의 대상이 저 자신이거나, 주변의 사람들이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저자에게 요즘 가장 쓸모 있는 것은 기후동행카드와 커피, 가끔 먹는 팥빵이라고 한다. 


나에게 요즘 가장 쓸모 있는 것은 오더블과 도서관, 클린하우스(재활용과 쓰레기 버리는 곳)와 드립백 거치대( 세상에 이런 것이 있다니, 생긴거나 자리 차지하는건 별로지만, 컵에 담겨서 컵 두 개로 쇼하던 것에서 벗어나 컵 하나로 가득 내려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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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3-29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돈 안쓰면 죽는 병이라나 저 같은 가난뱅이는 절대 걸리며 안되는 후덜덜한 불치병이네요 ㅜ.ㅜ

하이드 2026-03-30 16:57   좋아요 0 | URL
이 책에서도 가난한 사람들이 먼저 죽어요. ㅜㅜ 근데, 결과만 보면 현실과 같다는.
 
Gangsta Granny (Paperback) - 『할머니는 도둑』 원서
David Walliams / HarperCollinsChildren'sBooks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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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 이 책을 두 명과 같이 읽었다. 데이빗 월리엄스의 책은 여러면에서 로알드 달을 떠올리게 한다. 

로알드 달의 책보다는 좀 쉽고, 덜 어둡고, 토니 로스의 일러스트는 퀜틴 블레이크와 비슷한 느낌이다. 

주인공이 겪게 되는 고난, 말도 안 되는 웃을까 말까 농담들, 끝없는 형용사들과 리스트들은 로알드 달의 책을 읽었다면 익숙하지만, 데이빗 월리엄스의 책에서는 그래도 어른도 나쁘기만 하지는 않은 모습도 있다. (차마 좋은 어른이라고는 말 못하겠..) 


요즘 읽는 미국 작가 클레멘츠의 책들에 나오는 좋은 어른들, 실수를 하더라도 사과하고 변할 수 있는, 완고하지만 그것을 옳다 그르다 할 수 없는 그런 어른들의 모습을 보다가 멋대로인 영국 미들 그레이드 책들의 어른들을 보면 그 차이가 확연히 느껴진다. 


이 책의 주인공인 벤은 배관공 마니아이다. 주간 배관공 Weekly Plumbers 잡지를 침대 아래 몰래 모아두고 배관의 세계에 빠져 있고, 부모들은 그런 그를 한심해 한다. 둘은 볼륨댄싱에 홀딱 빠져 있어서 서바이벌 댄싱쇼인 Strictly Stars Dancing를 열심히 시청한다. 금요일마다 벤을 할머니네 맡기고, 댄싱 라이브를 보러 간다. 벤은 양배추로 스프, 양배추 케이크, 양배추 ... 무한 양배추 음식만을 내주는 할머니 집에 가는 것을 지겨워만 하다가 할머니의 비밀을 알게 된다. 갱스타 소설 마니아인 할머니가 사실은 진짜 갱스타라고? 


여튼, 웃으면서 볼 수 있다. 의외의 등장인물도 나오고, 여튼 웃김. 


4월은 영국 아동 작가들의 책 읽는 달로 로알드 달과 데이빗 월리엄스 책들 중에서 골라서 읽게 된다. 

Billianair Boy 는 별로였고, World's Worst Children, Demon Dentist, Boy in the Dress 같은 책들 집에 있으니 읽어볼까 한다. 



  • Lexile Measure: 740L
  • Accelerated Reader (AR): Level 4.9
  • Reading Age: 7–11 or 8–12 years
  • Key Themes: Humor, adventure, family relationship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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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un Home: A Graphic Memoir (Paperback)
Alyssa Bermudez / Roaring Brook Press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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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 책등까지, 제목부터 달리기에 대한 책인가 기대되는 책이었다. 

달리기 이야기 많이 나오는 것 좋았지만, 달리기가 생활의 큰 부분으로 나오는 것이고, 저자의 memoir 여서 달리기가 메인 스토리는 아니었다. 하지만, 여전히 주인공과 달리기에 대한 이야기에 크게 공감하면서 읽었다. 


고등학생인 알리사는 새로운 학교에서 체육팀에 들어가야 했고, 그나마 나아 보이는 크로스 컨트리를 고른다. 

이렇게 학교에서 팀운동 필수로 해야 하는 환경 부럽다. 책상 앞에 앉아서 열몇시간씩 보내지 않고, 스포츠 미루지 않고, 가장 중요한 과목으로 정해두는 것. 그렇게 꾸준히 훈련하고, 성장하고, 체력 기르고, 남은 시간 엄청엄청 많은 과제들 쳐내고. 

그런 것들이 성장에 얼마나 크게 도움 될지. 성장하는 몸에 그런 것들이 사는 내내 어떻게 남을지. 


나는 예체능을 싫어하는 아이였다. 잘 했으면 그렇게까지 싫어하지 않았을텐데, 못해서 더 싫고, 내가 학교 다닐 때는 못 하는 아이에게 용기를 주기보다는 비웃는 선생님들이 대부분이어서 더 싫고, 더 못하고, 더 안 하는 그런 악순환이었다. 선생탓탓 하는 것은 어른이 될 때까지이고, 지금 내 나이에 아직까지 그러고 있다면 내가 못난건데, better than never, 아이들과 책 읽으면서 그림 그리기에도 재미를 붙이고, 작년부터 달리기도 시작했다. 


알리사는 크로스 컨트리 달리기를 시작하고, 아빠에게 가장 큰 응원을 받고, 가장 큰 상실을 겪게 된다. 책의 후반부는 그 상실에서 벗어나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당연히 달리기는 세상이 무너지는듯한 상실로 인한 부정적이고, 슬프고, 답답한 생각들을 지우는데 특효약이다. 나도 그렇게 달리기를 시작했어서 잘 안다. 


리뷰 제목의 Run hard or run home 은 코치가 열심히 달리지 않을거면 집에 가. 라는 뉘앙스로 북돋는 캐치프레이즈인데, 책에서는 그 외에도 집으로 달려. 라는 긍정 곁가지가 뻣어나온다. 제목도. 


달리기 처음 시작해서 겪게 되는 이야기들, 나도 작년에 겪었던 것들이라 엄청 재미있게 읽었다. 

크로스 컨트리 러닝은 로드랑 트레일러닝 중간쯤 되는 것 같은데, 더 단거리고, 들판, 언덕 같은데 달리고, 더 빨리 달리고. 


알리사는 달리기 훈련하고, 그림 그리고, 매일 시를 쓰고, 일기를 쓴다. 그런 알리사가 쓴 memoir 인거지. 

그래픽 노블 중에 젊은 여성 작가들의 memoir 가 많은 것 같다. 그래픽 노블의 새로운 시장을 창조한 레이나 텔게마이어의 책들과 샤넌 헤일의 리얼 프렌즈 시리즈, 씨씨벨의 엘 데포, 루시 나일리의 렐리시 등등 지금 떠오르는 인기작들만 해도 이만큼이고, 그 외에도 많다. 


어린 시절, 청소년 시절을 돌아보는 글에 이입하게 되는 것은 비슷한 시기를 기억하는 어른이어서기도 하고, 작가가 쓰면서 치유받듯, 독자도 쓰면서 어린 시절에 뒤늦게 밴드를 붙일 수 있게 되어서인 것 같다. 근데, 어린 아이들은 왜 좋아하는지. 왜 읽고, 읽고, 또 읽는지. 여전히 반복되고 있는 성장통이어서 그런가보다 짐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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