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홉살은 책읽는 아홉살이었다. 독서는 나에게 지금처럼 버릇이 아니라, 무언가 절실했었고, 지금처럼 글자들을 훑어나가고, 책에 대한 욕구가 '소유'를 정점으로 내려오는 것에 비해, '책'은 그 자체로 '욕구덩어리'였고, 어린나이의 치유할 수 없는 중독이었다. 집에 있던 중고등학생용 전집과 어른용 세로 글자 전집까지 뭔소린지도 모르고, 읽어나갔지만, 지금 어른이 된 내가 나의 아홉살에게 이런 책을 선물했다면, 나는 지금의 문과형 인간보다, 관찰형 아웃사이더 독서가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설령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나는 지금의 나보다는 '아홉살의 나'에게 이 책들을 선물하고 싶다.  

 레이프 라슨의 데뷔작 <스피벳> 워낙에 데뷔작덕후이긴 하지만, 이런 멋진 데뷔작을 읽게 되면, 누구에게나 '첫'작품은 필수불가결함에도 불구하고, 아니, 이 사람은 책 안쓰고 이때까지 뭐하고 살았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R은 이 책을 아홉살에 읽지 못한 것을 억울해하고, 주변의 아홉살에게 모두 쥐어주고 싶다고 하였지만, 사실 이 책의 주인공은 열두살이다. .. 이러나 저러나 아이의 나이인건 맞지만. 

열두살의 스피벳에게는 카우보이 아버지와 과학자 엄마, 실수로 죽은 동생, 그리고 누나가 있다.
아무리해도 아버지와 가까워지지는 못하지만, 엄마의 과학적 탐구정신만은 그대로 빼다 닮았다. 
주변의 모든 것을 '도해화'하는 144cm 33kg 의 그가 나이를 속이고 몰래 기고한 도해들로 인해 스미소니안 박물관의 저명한 베어드상 수상자로 지명되며, 난생처음 농장을 떠나 '천국이 있다면 '스미소니안 박물관'의 모습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스미소니안 박물관'으로 가게 된다. 이 아이같지 않은 아이의 용기와 아직까지 '신기하고' '그릴 것 투성이인' 경이로운 세상.을 아홉살의 나에게 읽어줬다면, 아마, 나는 책을 덮고, 좀 더 밖으로 나갔을지도 모르겠다.

줄거리는 로드무비에 성장소설, 모험소설로 보이기는 하지만, 아니, 그게 맞지만, 이 아이의 정신세계는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관찰과보다는 상상과에 가까운 나는 '관찰'과 '도해' 라는 '과학'이 지금까지도 몹시 생소하다. 아니, 어쩌면 그저 때를 놓친것뿐일지도. 스피벳의 모험이 시작되는 장면이자, 아버지와의 갈등이 고조되는 장면은 아이가 몰래 기차를 타고, 가족을 떠나게 될때의 새벽이다. 그 부분과 그 앞뒤로, 아버지와의 갈등의 본질을 보여주는데, 말도안되게 설득력 있는 장면이다. 그 섬세함이 작품의 끝에서는 좀 아쉬워지긴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좋은 작품인 건 분명. 

사토우치 아이의 <모험도감> 부제, '캠핑과 야외생활의 모든 것'

스피벳이 지금 여기 있으면, 이 책을 필수로 챙겨갔을지도 모르겠다. 캠핑북이라고 하면, '캠핑'이라는 단어가 왠지 먼나라 이야기인것 같은데, 생각해보면, 나는 어렸을적 꽤 캠핑을 다녔다. 요즘 어린이들도 다니는지는 모르겠지만, 막상 남동생이 태어났을때 우리 가족은 더 이상 캠핑을 가는 일은 없어졌지만.  가족끼리, 성당에서, 학교에서, 걸스카웃에서, 제법같이 야외에서, 집 밖에서 잘 일들이 있었는데 말이다. 캠핑북도 맞긴 맞는데, '서바이벌북'으로 읽어도 재미날 것 같다. 
 그냥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정보 모음이겠거니, 했는데, 훌훌 넘기면 넘길수록 재미난 이야기들이 너무 많다. (그것도 만화로다가!) 만화와 글이 적절한 비율로 나와 있고, 편집과 기획도 훌륭하다. 

'캠핑에서 해야 할 일들을 ‘떠나기 전에’, ‘걷는다’, ‘먹는다’, ‘잔다’, ‘만들며 논다’, ‘동식물 만난다’, ‘위험에 대처한다’ 의 7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별로 알아야 할 사항을 다양한 주제로 더 세분화 해 소개' 하고 있는데, 예컨데, '걷는다' 에서는 신발 종류와 밑창과 알맞은 신발, 신발끈 매는 방법의 세세한 그림 소개(우와!), 양말의 종류와 적절한 양말 선택, 물집 예방, 물집이 생겼을때 등등 '걷는 법'에서는 신발바닥 그림에 지면에 닿는 부분 표시 각각의 상황에 (출렁다리 건널때, 통나무 다리 건널때, 얕은 강 건널때 등) 맞는 올바른 걸음걸이와 팁이 나와 있다.  

어디라도 당장 짐싸서 집나갈것 같은 부작용을 감수한다면, 정말 최고의 책이 아닌가 싶다.  

 로버트 헉슬리 <위대한 박물학자>
이건 사실, 지금의 나에게도 무척 유용한 책인데, 어릴때부터 읽었어도 좋았을 것 같다. 
40여명의 박물학자(사실, 이 책을 읽기 전에는 '박물학자'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다.) 에 대한 이야기를 훌륭한! 멋진! 최고의! 도판들과 함께 짤막하게 정리해주고 있다. 낯익은 이름들도 있지만, 처음 보는 이름들이 다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읽고 지나간 생소했던 이름들이
이 이후에 읽는 책들에서 언급되면, 예전에는 그냥 스르륵 넘어갔지만, 지금은 '아, 이 사람!' 하며 급 반갑다.

스피벳이 무척 좋아했을 것 같은 이 책은 커피테이블북으로 가장 눈에 잘 띄는, 손 닿는 곳에 놓기에도 훌륭한 표지와 만듦새, 그걸 아무때나 아무페이지나 넘겨 보아도 적절, 아이부터 어른까지 남녀노소 불문, 지금 우리가 누리는, 수업시간에 달달 외우고 넘어가는 많은 것들이 찾아지는 그 순간, 노력, 희열을 접할 수 있고, 그들(박물학자들)의 집념을 위대하다. 느낄 수 있다. 뭐랄까, 요즘 세상에 안 어울리는 책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좋은 책'이다.  

책을 엮은 로버트 헉슬리는 런던 자연사 박물관 식물부의 실장이다. 스피벳이 만났다면 아주 좋아했을 것 같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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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9-11-10 16: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험도감 예~~전에 그러니까 한 10년쯤 전에 나왔던 책 아닌가요?
어째 집에 있는 책 같은 ㅎㅎ

하이드 2009-11-10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 그런가요? 그림이 좀 옛스럽긴 하다는 ^^

카스피 2009-11-10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모험 도감은 이매지님 말씀처럼 꽤 오래전에 나왔어요.헌책방에서도 가끔씩 보인답니다.

토토랑 2009-11-11 16: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펌프에 간만에 책주문..

하이드 2009-11-11 17: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스피님/ 그렇군요, 근데, 이번에 나온 책도 오프에 다 가져다 놓은건 아닌지, (잠실)교보에는 없더라구요.

토토랑님/ ^^ 후회안하실 꺼에요-

bookJourney 2009-11-11 1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추천 보고, 스피벳이랑 모험도감을 냉큼 주문했어요. 오늘 밤 늦게나 배송될 것 같은데, 너무 기다려져요~~ ^^

미키루크 2009-11-12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피벳은 사놓고 못 읽었고, 모험도감은 보관함에 있는데. 사고 싶네요. 독전갈 나오는 책도... 저도 오늘 5만원씩 여러 번의 주문장 제출을 한 상황이라서 며칠만 참았다가 알라딘에 들어와야할 것 같아요. 하이드책방도... 여기만 들어오면 책 몇 권이 보관함으로 들어가버리니...
 
사이더 하우스 2
존 어빙 지음, 민승남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천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단숨에 읽게 만드는 존 어빙이라는 작가의 이야기꾼으로서의 재주.
인물, 배경, 이야기가 끊임없이 솟아나는듯하다. 작품이 긴 경우, 읽으면서 서서히 튠을 맞추어 가는데, 존 어빙의 이야기는 정말이지, 첫페이지부터 홀랑 빠져들게 된다.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두 장소는 닥터 라치의 세인트 클라우드 고아원과 올리브의 사과농장이다.
나에게는 닥터 라치가 호머 웰즈 못지 않은 주인공이고, 이 이야기는 고아 호머 웰즈의 이야기인데, 제목은 '사이더 하우스Cider House Rules' 직역하면, 사과 농장 규칙. 이다.

무튼, 낙태가 법적으로 금지되던 시절, 시골 꼴짝의 으스스한 고아원. 닥터 라치가 '신'으로 군림하는 그 곳의 이름은 '세인트 클라우드' . 신으로 군림한다고 해서, 독선적인 꼬장꼬장한 의사를 상상하지는 마시라. '자신의 규칙'으로 자신이 구하지 못했던 한 임산부에 대한 후회로, 고아와 임신부들을 위해 법을 어기면서까지 그들에게 봉사하기 위해 자신만의 엄격하고, 공평한 규칙으로 고아원을 운영하는 에테르 중독자일 뿐이다.  

세인트 클라우드 고아원을 찾는 여자들은 두 종류이다. 고아를 낳고 사라지거나, 아이를 지우고 사라지거나. 
황량한 기차역에 내려 입소문으로 들었던 '주님의 일'을 하는 닥터 아치를 찾아간다. 
아이를 키우지 못하는 그들에게의 옵션이 무리하게 지우다가 죽거나 낳아서 버리거나의 두가지 밖에 없을때, 닥터 아치는 주님인듯.  

메이드인 세인트 클라우드 고아 1호 호머 웰즈는 날때부터 '쓸모 있는' 고아가 되고 싶어 하는 똑똑한 고아이다.
닥터 라치를 도우며 왠만한 의사 뺨치는 의술을 가지게 된다. '낙태'에는 찬성하지만, 자신은 낙태를 하지 않는다며, 세인트 클라우드를, 닥터 아치를 배신하는 부분인데, 세상살이의 규칙, 아니 고아의 규칙에 충실하고, 선인처럼 굴지만, 마지막에 세인트 클라우드의 폭군, 야수, 무서운 멜로니에 의해 그 껍데기가 벗겨질 때 왠지모를 후련감을 느끼게 되는건, 그의 신념이 결국 위선이라고 생각되기 때문.   

호머 웰즈가 사과나무 농장까지 신분상승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된 것도 바로 사과나무 농장집 며느리의 낙태였던것을.
고아원 이야기면서, 고전적인'두남자 한여자' 이야기도 있다. 미저리의 캐시 베이츠 저리가라 하는 무지막지한 멜로니도 나온다. 미저리와 다른 점은 읽는 내내 무서웠던 멜로니를 마지막에는 심정적으로 이해하게 된다는 것.     

어쩌면 이야기를 이렇게 재미있게 할까. 생각이 드는 존 어빙의 <사이더 하우스>. <가아프가 본 세상>에서의 소설최대의 불행한 장면 같은것도 없고, 천페이지 넘는 장편이지만, 몰두해서 읽을 수 있는 재미난 책으로 가볍게 추천할 수 있다. 주인공인 호머 웰즈보다 닥터 라치에게 더 공감하고, 연민을 느끼는건 나뿐은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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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루크 2009-11-12 2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있는데 재미있나 보군요. 읽고 싶은 책은 많고 시간은 왜 이리 잘만 가는지... 틈만 나면 책 보고 자기 전에도 꼭 보고 어떨 땐 잠도 줄여가면서 보는데. 오래 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다 보려면... 부지런히 돈 벌어 수익용 부동산에 투자 많이 해서 나중에 일은 (취미로, 대인관계상) 조금만 하고 (적지 않은^^) 임대료로 먹고 살고 싶네요.
 
에브리맨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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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지 견딜 수 있어. 설령 신뢰가 깨져도 말이야. 솔직하게 말만 한다면, 그때는 다른 방식으로 인생의 파트너가 되겠지만, 그래도 파트너로 남는 건 가능하단 말이야. 하지만 거짓말이라니.... 거짓말은 정말 경멸스러운 방식으로 값싸게 다른 사람을 통제하려는 거야. 다른 사람이 불완전한 정보에 따라 행동하는 걸 지켜보는 거야. 다른 사람이 수모를 겪는 걸 지켜보는 거라고, 거짓말은 아주 흔하지만 당하는 쪽이 되어보면, 그건 정말 경악스러운 거야. 당신 같은 거짓말쟁이들에게 배신을 당하는 사람들은 점점 많은 수모를 겪게 돼. 그러다보면 마침내 당신도 그 사람들을 전보다 하찮게 여길 수밖에 없어. 안 그래? 당신처럼 능훅하고 집요하고 사악한 거짓말쟁이들은 언젠가는 틀림없이 자신에게 심각한 한계가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거짓말을 하는 상대한테 그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게 될 거야. 아마 스스로 거짓말을 한다는 생각조차 못할 거야. 거짓말이 섹스도 안 하는 가여운 짝의 감정을 고려해주는 친절한 행동이라고 생각하겠지. 자기 거짓말이 미덕이고, 자기를 사랑하는 얼간이를 향한 관용의 행동이라고 생각할거야.-1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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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9-11-10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지만 이건 그냥 이거야. 빌어먹을 거짓말이라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빌어먹을 거짓말이란 말이야. 아, 이런 짓을 계속할 필요가 뭐가 있어. 이런 일은 다 너무 잘 알려진 거잖아."

로 이어짐.
 
에브리맨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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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른 여느 장례식보다 더 흥미로울 것도 덜 흥미로울 것도 없었다. 그러나 가장 가슴 아린 것. 모든 것을 압도하는 죽음이라는 현실을 한 번 더 각인시킨 것은 바로 그것이 그렇게 흔해빠졌다는 점이었다.  
   

필립 로스의 에브리맨은 책 속에서 유대인 아버지가 하는 보석상의 이름이기도 하고, 이 앞에서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다가오는 죽음과 사고로 죽지 않을 정도로 운이 좋으면 겪게 되는 노년의 보통사람을 이야기하기도 한다.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달력의 날짜와 관계없이, 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지만, 계절은 겨울을 향해 빠르게, 혹은 천천히 쉼없이 가고 있으며, 한 장 남은 달력은 이제 올해도 다 가버렸음을 알려준다. 이 계절에 의도치않게 죽음에 대한 글들을 많이 읽게 되었는데, 필립 로스의 책은 그 중 수작이다. 장례식, 병원, 수술, 약, 더 이상 젊지 않은 늙음, 이별, 죽음 등을 짧고 굵게 풀어 놓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와는 상관없는 일일 것 같은 '나의 노년'과 '나의 죽음'을 쉬이 떠올려보게 된다. 

뉴욕에서 광고쟁이 20여년, 9.11 후, 그 곳을 벗어나 평소 꿈꾸던대로 해변가에 자리를 잡고, 하루종일 그림을 그리며 보내게 된다. 건강하고, 돈 많고, 50여년동안 한 여자와 네 아들의 존경을 받으며 사는 자상한 형 하위. 언제나 완벽했던 형을 존경하고, 사랑한 그림을 좋아하는 예술가 기질의 동생. 세 부인과 자신을 증오하는 두 아들, 그리고, 완벽하게 착한 성격의 딸 낸시가 있다. 돌이켜보면, 후회로 가득한 인생이지만,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고 생각한다. 젊었을때 자신의 선택들에 대한 결과인 '현재'에 굴복하고, 순하게 살아가지만, 어딘가 아파서 매년 수술을 하고, 인공기구들을 달며, 체념의 노년을 연장해 나가는 것은
쓸쓸해 보인다.  

사실 머릿속에서만 이루어지는 포옹은 혹독한 슬픔을 자아내, 견딜 수 없는 외로움만 더 사무치게 할 뿐이었다. 물론 외롭게 살겠다고 스스로 선택한 건 그였지만,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외롭게 살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외로운 상태의 가장 나쁜 점은 그것을 어떻게든 견디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끝장이니까, 과다하다 싶을 정도로 넘쳐났던 과거를 게걸스럽게 돌아보다 마음이 사보타주를 일으키는 것을 막으려면 열심히 일을 해야만 했다. -107 -  

'나'의 회상으로 이야기는 노년에 관하여 죽음의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어머니의 죽음 앞에 '죽음은 죽음일 뿐 그 이상은 아니다' 라고 말하거나, 아버지의 무덤 앞에서 '묻히는 것이 어떤것인지 알'게 된다거나 죽음에 관한 담담할 수 없는 결말에 관하여 담담한 어조로 이야기한다. 격정, 분노 보다는 외로움과 슬픔, 체념과 후회로 범벅이된 노년이다. 평범한 사람(에브리맨)들은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가지고 있지만, 노년의 '평범한 사람(에브리맨)들에게는 '미래'는 거의 없고, '현재'를 잠식한 '과거'가 있을 뿐이다.  

흔해빠진 '죽음'의 이야기. 흔해빠진 '노년'의 이야기. 겁이 덜컥 나기도 하고, 깊이 공감하기도 하고,
굵고 짧게 경험하는 생각보다 '가까운' 미래의 이야기.

유쾌한 주제는 아니고, 파도같이 감동이 밀려온다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짧은 이야기에 많은 것이 담겨 있다.
아마, 이 계절에 어울린다.

* 리뷰 제목은 키케로의 <노년에 관하여, 우정에 관하여>에서 따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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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azon에 전화하고 싶다.

물론 아주 멋진 이미지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실사랑은 느낌이 틀리니깐.
올초부터 벼르던, 그리고 오더하는 날짜를 기다리며 몇달전부터 달력에 똥글뱅이를 쳐 놓았던 펭귄하드백이 오늘 아침 도착했다. 예정 도착일이 12월이었는데, 이런 서프라이즈라니!  아마존닷컴에서 오래간만에 주문하니, 하얀 쌀푸대가 투명 쌀푸대로 바뀌었다. 오오- 이쁘다! (쌀푸대마저 이뻐하는 나이니, 객관적인 리뷰는 애시당초 기대하지 마시라!는 경고. ^^)  

 

이런 모양이다. 다행히! 이미지 돌아다니는 것처럼 번호가 매겨져 있지는 않다.
펭귄 UK 에서 처음 나왔을때는 1권이 보봐리부인이었고, 책등에 번호 매겨져 있었는데,
이번에 릴리즈된 미국판은 번호 없고, 보봐리 부인도 ㅂ2  

 

앞 표지는 이런 모양.

* 어두운 표지의 경우, 무늬의 잉크(?)가 떨어져 나와 있는데, 후후불고 털면 떨어지는 것들.  
  그것 외에 어두운 표지의 경우,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안 그레이의 초상>은 글씨가 약간 뭉개진 느낌이 없지 않다.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은 괜찮은 걸 보면, 운에 맞겨야 하는가?? 대신 디킨스의 <위대한 유산>은 책등의 글씨가
  위대하게;; 약간 벗겨졌다. 노란 화이트 있으면 칠해주고 싶으네;

** 여기서 드러나는 문제점은 이 책이 상당히 읽는만큼 질이 들 것 같은 만듦새이긴 한데, 표지의 글씨가 지워질 수 있음?
    일단, 내게 도착한 것들 중에서는 디킨스가 불안하다. 어이, 디킨스!  

 

내가 좋아하는 디테일이다. 책끈.
커버와 내지와 책끈!까지 잘 어우러져야 함.  인테리어는 말할 것도 없고.  

 

디킨스 외에는 글씨나 그림이나 짱짱하다.  

 

뭉개진 도리안 그레이 제목-_-; 검은 커버의 하얀거는 후후불고 털면 떨어짐.
펭귄하드백의 각각의 문양은 의미를 지니고 있다. 도리안 그레이의 '공작새 깃털'의 의미를 생각해보라.  

 

위의 사진들에서 눈치 챘는지 모르겠는데, (깔끔한!!!!) 천싸바리에 (천싸바리보다 고상한 말 있으면 누가 좀 알려주삼;;)
커버는 디보싱으로 무늬와 글씨가 들어가 있다.   

 

자간과 인쇄는 내 보기에 완벽하다. 우리말인 경우에는 더 빡빡한 것도 좋아하지만, 영어는 이 정도가 적당하다.
사진에는 잘 안 나타났지만서도;   

종이는 맨질맨질한 종이와 꺼끌한 종이 사이에 맨질한쪽에 가까운 편이다. (맨질맨질하지는 않음. 무광)
음.. 그러니깐, 맨질하지 않은 종이 중에서 가장 맨질한 정도로 보면 되겠다. 
 
그리고, 종이가 두꺼운 편이다. 넘기는 맛이 있다! (물론 나는 얇은 종이였어도 얇은 나름 넘기는 맛이 있다고 했겠지만 ^^)
책 넘길때 사사삭 - 사사삭- 소리가 듣기 좋다.   

그나저나 내 책장들 완벽하게 꽉 차서 (...라기엔 몹시 넘쳐 나는 모양) 정말 놓을 자리가 없는데,
식탁 위에 쌓아두는 일이 없으려면, 침대에서 이고 자기라도 .. 응?
12월에 도착하면, 그때까지는 자리 만들어주려고 했는데,
지금은 방문 밖 책장 중 하나에 아주 위태롭게 쌓여 있다. ㅡ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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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북로드의 세계문학 담당자는 무엇을 고민했는가??
    from 책과 고양이와 이대호 2013-04-07 13:42 
    이 시리즈가 처음 나왔을때의 열광을 기억한다. 처음 이 믿기지 않을만큼 아름다운 천장정의 세계문학 시리즈를 본 것은 어느 캐나다 사람의 블로그에서였다. 알고보니, 영국에서만 판매. 그것도 죄다 품절. 영미권의 아름다운 표지의 펭귄 세계문학을 사랑하는 많은 북러버들이 영국에서, 혹은 나중에 검색검색 하다 알았는데, 캐나다의 중고서점에서 구할 수 있었다. 후에 미국 아마존에서 판다는 소식을 들은 것도 한참이 지나서였고, 반년쯤 후에야 나올 -_-; 시리즈
 
 
perky 2009-11-07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기분 아주 좋으시겠어요!!
펭귄클래식으로 주문하셨군요! (저번에 thrift걸로 주문한다고 하시지 않았던가요?)

하이드 2009-11-07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hrift도 주문해서 왔어요. 박스는 부실하고, 3권 중에 2권 맘에 들고, 생각보다 커서 자간이나 글씨 괜찮네요. 막들고 다니면서 읽기 좋을 것 같아요. ^^

Joule 2009-11-07 1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좋은데요! 괜찮으시면 보바리 부인 첫 문장 시작하는 페이지 사진도 좀 보여주세요.

다정한 둘째 언니 크리스마스 선물은 이거로 결정했어요. 언니가 제인 에어를 좋아하거든요. (근데 선물하기에는 책이 너무 예쁘다는 게 흠이군. 이거 자꾸 사심이 생기잖앙.) 그리고 제 크리스마스 선물은 도리언 그레이, 폭풍의 언덕, 테스. 이 정도? 근데 어째 쟤들 중 미모가 떨어지는 애들로만이냐. 제인 에어랑 오만과 편견이랑 연두색 책은 더 이쁘고만. (.. )

근데 저 책더미 제일 아래쪽에 있는 연두색 책은 어떤 책이에요. 저는 생소한 작가와 작품이라서요.

Joule 2009-11-07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아마존의 쌀푸대 저도 참 이뻐해요. 하하. 근데 요즘은 쌀부대 말고 상자로 와서 통 서운하다는.

하이드 2009-11-07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자가 큰 경우에 쌀푸대로 오던데요? ^^
맹세컨데, 안 예쁜 책은 없습니다. 다 이뻐요!! 가장 예쁜 한 권을 꼽자면, 한 권을 꼽자면 ... 으...
일단 딱 봤을때는 sense and sensibility 가 예뻤어요. 근데, 계속 바뀔듯.

보봐리 부인은 이번에 안 나왔어요.
Elisabeth gaskell , 'Cranford' 저도 좀 생소한 작가긴 한데, 드라마로는 본 것 같아요.
http://dvd.aladdin.co.kr/shop/wproduct.aspx?ISBN=9246770358


blanca 2009-11-07 1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이런 페이퍼 열광입니다. 저 이쁜 책들은 품에 안고 주무시기를.. 저도 요새 책을 꽂을 곳이 없어 급우울하답니다. 그런데 가루가 떨어진다는 부분은 좀 ^^:

하이드 2009-11-07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거라 그런듯해요. ^^ 계속 우두두 떨어지는게 아니라, 묻어 있는것만 털어내면 되죠. ^^
오늘밤부터 한권 붙잡고 자기 전에 읽을 예정입니다.

카스피 2009-11-07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펭귄 클래식과 같은 저런 느낌의 하드커버도 상당히 마음에 드는데 국내에선 좀처럼 보기 힘드니 좀 안타깝네요.

하이드 2009-11-08 0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내책중에서 천 싸바리는 민음사 이십몇만원짜리 소위 '한정' 세트 밖에 생각 안 나네요.

2009-11-08 15: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09 0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11 19:3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