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라클레이토스는 "가장 훌륭한 사람은 모든 것을 버리고, 그 중에서 단 하나를 선택한다.'라고 말했지만, 현실에서는 대부분 쉽게 버리지 못하고 너무 고르다가 가장 나쁜 것을 갖는다. 모든 것을 버리고 단 하나를 선택한다는 것은 현대사회에 들어설수록 더욱 힘든 일이 되고 있다. 앙드레 지드는 "선택한다는 것은 영원히 언제까지나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는 일이었으며, 그 '다른 것들'이 어떠한 하나의 것보다 좋아보였다."라고 했다. 이는 거꾸로 "선정한다는 것은 선택하는 것이라기보다 선택하지 않는 것을 물리치는 것으로 생각되었다."

  

'선택의 다양성'은 지연효과를 가져온다.

슈퍼마켓 잼 실험 : 슈퍼마켓에 6종류의 잼을 진열해 놓았을 때, 다른 쪽에는 24종류의 잼을 진열해 두었을 때 처음에는 잼 종류가 많은 곳으로 사람이 몰리게 된다.40퍼센트가 6종류의 잼 코너를 방문했고 60퍼센트가 24종류의 잼 코너를 방문했다. 그러나 실제로 구입한 사람은 6종류의 잼 코너에서는 30퍼센트였고, 24종류의 잼 코너에서는 3퍼센트밖에 되지 않았다.  

베리 슈워츠는 이를 '선택의 패러독스 The Paradox of Choice' 라고 한다. '선택사항이 너무 많으면 오히려 선택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선택사항이 많다는 것은 불확실성이 증가한다는 뜻. 후회할까봐 염려되어 선택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불확실성과 책임을 분산하거나 대신 책임을 져줄 사람이 필요하다. 이는 전문 매장일 수도 있고 얼리어답터일 수도 있다. 요즘에는 인터넷에서 전문 블로거들이 그런 역할을 한다. 적어도 그들의 도움을 받아 물건을 구입했을 경우에는 그들을 비난하거나 책임을 따져 물을 수 있지만, (으잌;;) 그렇지 않고 전적으로 혼자 생각하고 결정했을 때는 자신에게 닥친 불확실성은 물론 책임도 전가하지 못한다.  

어떤 물건을 사면 다른 물건을 살 수 없다. 이것은 후회의 감정으로 이어진다.

작가 앙드레 브레송은 "우리에게 두 가지 선택이 주어진다면 후회가 남을 가능성도 두 가지다."라고 했다. 사람들은 효용보다는 후회의 감정을 줄이기 위해서 노력하는 경향이 있다. 뒤늦은 후회와 자책감이 사람들을 계속 괴롭히기 때문이다. 

                                                                         ***

선택의 폭이 넓어지면 선택을 미루게 된다는 이야기와 좋은 것을 위한 선택이 아니라 후회하지 않기 위한 선택이라는 이야기는 와닿는다. 그러나 그 모든 소비심리의 클리쉐를 뛰어넘어 책을 사고 또 사는 나는 뭐하는 쌈바의 여인인가. 쩝.

기대보다 꽤 재미있게 읽고 있다. '의외의 선택, 뜻밖의 심리학'은 소비심리에 대한 책이다. 한국 저자라 한국의 사례들도 간간히 끌어들이고 있다. 한국 저자인걸 잊고 읽다가, 한국 사례에 반가워하다가 아, 한국 저자였지. 하는 식 ^^;

위의 '선택'에 관한 챕터의 제목은 '여자 아나운서와 여교사 중에는 왜 골드미스가 많을까' 이다. 마지막 두 장정도를 이 여자 아나운서와 여교사 이야기와 선택의 패러독스를 연결시켜 이야기하고 있는데, 중간중간 드는 사례들은 고개 끄덕이게 하지만, 가끔 이렇게 좀 뜬금없는 예가 나오는게 NG라면 NG. 이거랑 '배우자를 찾으려면 나이트에 가라' 에서는 부킹과 전담 웨이터문화를 예로 들고 있는데, 그 또한 꽤 뜬금없었음. 그런 몇 가지를 패스하면, 여러가지 정보와 사례들을 그럭저럭 잘 모아 두어 재미나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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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우 2010-04-21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우연히 발견한 주옥같은 블로그네요.
좋은 글 잘 읽고 있습니다. ^^

하이드 2010-04-21 1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 변방의 블로그인데, 찾아주셨네요.

하이드 2010-04-22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지요. 흐흐. 여자의 결혼에 대해서 엄청난 시각차를 가지고 있는 남자 어른분들을 종종 봅니다. 물론 그분들에겐 저의 결혼관이 좁힐 수 없는 갭이겠지만요. ^^
 
내가 함께 있을게 웅진 세계그림책 120
볼프 에를브루흐 글 그림, 김경연 옮김 / 웅진주니어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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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프 에를브루흐의 <내가 함께 있을게>는 오리 그림으로 시작한다.

"대체 누구야? 왜 내 뒤를 슬그머니 따라다니는 거야?"

"와, 드디어 내가 있는 걸 알아차렸구나"

죽음이 말한다.

"지금 나를 데리러 온거야?"

"그동안 나는 죽 네 곁에 있었어."

늘 곁에 있는 죽음

"사고가 날까 봐 걱정해 주는 것은 삶이야. 삶은 감기라든가.
너희 오리들이 당할 수 있는 모든 일을 걱정하지."

죽음이 친절하게 미소짓는다.
죽음만 아니라면 괜찮은 친구라고, 꽤 괜찮은 친구라고 오리는 생각한다.

"우리, 연못에 갈까?"

"미안, 난 이 축축한 곳에서 나가야겠어."

"추워? 내가 따뜻하게 해 줄까?"

죽음을 덮어주는 오리

다음날 아침 일찍 오리가 먼저 잠에서 깬다.
"나, 아직 죽지 않았어!"

죽음과 오리는 죽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오늘은 우리 뭘 할까?"
죽음이 기분 좋게 묻고

죽음과 오리는 나무에 올라가기로 한다.

나무 아래 쓸쓸하고 고요한 연못을 보고 오리는 죽은 후를 생각한다.

죽음은 오리의 마음을 읽고 오리를 달랜다.
죽음도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이 책은 이야기하고 있다.

한 주 한 주 시간이 흐르고, 그러던 어느 날 서늘한 바람이 오리의 깃털 속으로 파고들자
오리는 문득 추위를 느끼고 죽음에게 말한다.

"추워. 나를 좀 따뜻하게 해 줄래?"

하늘에선 부드러운 눈이 나풀나풀

죽음은 오리의 깃털을 쓰다듬어 주고
오리를 안고 강으로 간다.

오리가 보이지 않게 될때까지 떠내려가는 오리를 바라보고 있자
죽음은 슬픔을 느낀다.

하지만 그것이 삶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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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le 2010-04-20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꼬마 토끼 오쁠라>가 생각나요. 죽음에 관한 그 그림책을 저는 좋아하거든요.

조선인 2010-04-21 0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경연님은 확실히 믿을만한 책만 번역해요. 끄덕.

하이드 2010-04-21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번역가를 보는 것도 좋은 그림책을 고르는 한 방법이군요.
이 책 참 좋아요.

Joule 님, 저두요. 그림책 중에서도 죽음을 다루는 그림책 꽤 많더라구요. 하긴, 배워야할 것은 삶뿐만 아니라 죽음도.

2010-04-21 1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21 20: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와작와작 꿀꺽 책 먹는 아이 - 올리버 제퍼스의 특별한 선물 그림책 도서관 33
올리버 제퍼스 글.그림, 유경희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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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리버 제퍼스라는 작가를 알게 된건 해외 블로거 사이트에서였다. 일러스트, 책, 애니메이션까지 꽤나 인기 있는 작가. 그의 그림을 모으게 되었고, 나중에야 이미 그의 책이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나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오늘은 그의 책들 중 <책 먹는 아이> 리뷰 -

책을 무척 좋아하는 헨리라는 아이가 있었다.

올리버 제퍼스 특유의 단순하니 와닿는 그림은
복잡한 사물(책,책표지, 봉투, 신문, 수학노트 등)들의 콜라주 배경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책이 묘한 질감을 가지고 있는 이유다.

헨리가 책을 좋아했는데,

책을 '먹는걸' 좋아했다고.

한 번 먹어보니 .. 맛있더라. 는 이야기.

처음엔 시험 삼아 글자 하나로 시작하고, 다음에는 한 줄, 다음에는 한 장을!

'책을 먹는다' , '책을 소화시킨다'는 표현이 어떻게 쓰이게 되었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편식하지 않고, 다양한 장르의 책을
엄청난 속도로 먹어치웠다.

부러운 것은..
책을 먹으면 먹을수록, 더 똑똑해진다는 거!

금붕어에 대한 책을 먹으면 금붕어에 대해 알게 되고..
아빠의 신문 퍼즐도 하게 되고

결국은..

학교 선생님보다 똑똑해진 헨리!

책의 배경이 되는 방안노트와 칠판 역할을 하는 책표지가 인상적이다.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 되기 위해
계속 책을 먹는 헨리는
점점 더 똑똑해지고...
더, 더, 똑똑해지고!

체하게 되고, 아프게 된다.

우웩우웩

모든 지식이 엉망진창 섞여 버려
제대로 소화 시킬 시간도 없었고.
말하는 것마저 아주 힘들어지다.

2+6= ??? 코끼리

바보가 된 헨리

책 먹는 걸 그만두고
슬퍼진 헨리

바닥에 먹다 남은 책을 주워든 헨리는

그것을 입에 넣는 대신..........

이제 헨리는 '와작와작 신기하고 놀라운 브로콜리를 먹'으며
항상 책을 읽는다.

가끔 먹기도 하지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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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0 03: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얼음동자 2010-04-20 1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른 책을 소개하는 글은 그냥 읽었는데 말이죠. 그림책을 제가 너무 너무 좋아하는지라, 도저히 로그인을 안 할수가 없네요. 이 책! 너무 너무 귀여워요. 책을 먹기만 하다가 체하다니. 그래서 책을 읽는다니.
귀여워요. 저런 이야기들때문에 그림책을 계속 읽게되네요.
전 오늘도 하이드님 리뷰에 책 충동에 사로잡혀 고민 이랍니다. ^^

moonnight 2010-04-20 1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악. 너무 귀엽잖아욧! >.<
조카가 좋아할 것 같아요.
하이드님 그림책 리뷰는 읽기 전에 보관함에 먼저 던져넣는다는 ^^
 

미셸 슈나이더의 <죽음을 그리다>를 읽고 있습니다. 이전부터 보관함에 담아두었던 책인데, 표지의 고흐그림과 제목의 '그리다' 라는 것을 보고, 화가들이 그린 '죽음' 뭐 이런 이야기인가보다. 맘대로 상상하고 있었더랬지요.   

이번에 읽기 시작하니, 전혀 그런 내용은 아니고요, 아니, 전혀 아닌건 아닌가, 죽음 앞에 선 작가들 이야기에요. 작가들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 나오기도 하고, 죽음에 다다랐을 때의 심경이나 죽음에 대해 썼던 글들을 모아 놓기도 했습니다. 가쉽성의 이야기거리가 아닌가 싶을 수도 있는데, 그렇지 않고. 가쉽과 문학,인문학,철학, 심리학의 사이 정도의 글이라고 생각됩니다. 너무 어렵지 않고, 재미있는. 그런 책이요. 게다가 전 알다시피 '죽음', '노년' 이런 주제를 좀 좋아하잖아요.   

리뷰나 다른 페이퍼에서 다른 챕터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하게 될 수도 있겠구요. 지금은 '그래서 당신은 나를 사랑하나요?' 네, 챕터 제목이에요. 챕터 제목들을 참 잘 뽑았어요. 슈테판 츠바이크 '표절된 죽음', 몽테뉴 '잘린 혀', 볼테르 '나는 살해된 채 태어났다', 푸슈킨 '죽음을 부르는 여인', 체호프 '나는 죽는다' , 도로시 파커 '먼지를 일으켜 죄송합니다' 등등등  챕터의 제목에 어울리는 좋은 글들이기도 합니다. 이야기되고 있는 인물들에 대해 때로는 말랑하게, 때로는 건조하게, 때로는 음침하게, 때로는 가쉽같이 다양한 어조로 다루고 있는 것도 마음에 듭니다. 그렇다고 일관성이 없거나 한건 아니에요.  

사설이 자꾸 길어지네요. '그래서 당신은 나를 사랑하나요'는 말랑말랑한 어조.라고 해도 되겠죠. 그러니깐, 혹시 이 글을 보고, 이 책의 글이 다 이런가보다 할까봐 그랬어요.  

데팡부인과 당시 사교계의 꽃인 여인들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18세기 말 귀족 여성들은 서로 싫어하면서도 함께 어울렸다고 해요. 레피나스, 조프레 부인, 아이세, 그리고 데팡부인. 살롱의 전성기 프랑스에서, 각각 유명한 살롱의 여주인들이었지요.  

러시아 남부에서 노예로 팔려왔다가 우연히 일약 사교계의 스타로 떠오른 아이세. 빼어난 미모에 청순미까지 갖추고 있던 그녀는 누구보다도 강렬하고 순수한 영혼을 가지고 있었구요. 진심으로 사랑한 블레즈 데디에게 열정이 가득 담긴 편지들을 남겨요. 블레즈 데디는 아이세를 처음 만났을 때는 교활한 남자였지만, 나중에는 세상에서 가장 지조있는 남자가 됩니다. 아이세는 짧은 인생을 무척 고통스럽게 살았는데요, 그래서인지 글을 쓸 때도 간접화법으로 썼대요. 우울하고 아름다운 서간문들을 남겼습니다.  

   
  아이세가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것이 없다. 그녀의 사망 원인이 결핵이며, 죽을 때 채 마흔도 되지 않았고, 연인 곁에서 죽음을 맞았고, 그 남자는 그녀를 생각하며 남은 생을 보냈다는 사실 외에는.
단지 아이세가 편하게 눈을 감도록 도와준 사람이 파라베르 부인이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 문장이 왜그렇게 와닿는지 모르겠어요. 그 남자가 그녀를 생각하며 남은 생을 보냈다.라. 아이세가 편하게 눈을 감도록 파라베르 부인이 도와주었다는 것. 아이세의 죽음과 죽음 후를 단 두 문장으로 잘 표현한 것 같아요. 별거 아닌 거 같은데, 마음에 그려져요.   

파티와 음악으로 가득한 삶을 살았던 조프랭 부인은 79세에 전신마비과 왔는데, 웬일인지 죽을 때가 되자 다시 손가락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네요. 그 기회를 틈타 폴란드의 국왕이 된 옛 애인 스타니슬라스 포니아토와스키에게 편지를 썼습니다.  

   
 

"당신을 진심으로 사랑했어요."
그리고 조프랭 부인은 펜을 놓으며 잉크병을 쓰러뜨리고는 이렇게 말했다.
"이 손이 쓴 마지막 글자가 그이를 위한 것이 되었군."  

 
   

 데팡 부인은 진정 용기 있는 여자였다고 합니다. 어떤 일이 닥쳐도 이성을 잃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여자였다고요. 그녀는 왜 남자 하나 때문에 여자들이 불행해지는지 이해하지 못했어요. 남자와 헤어진 다음 느끼게 된 외로움도 별것 아니였지요. 그런 그녀가 56세 때 눈이 멀게 되었어요. 그녀는 책을 쓰거나 한 적은 없지만,  보들레르가 말했듯이 '새로운 문학 장르를 예고하는 것'이었을지도 모르는 편지들로 그녀는 문인의 반열에 올라 있지요.  

"죽음은 전혀 두려워할 대상이 아니다. 하루하루가 죽음으로 가는 길이며, 인간은 누구나 마지막에 다다르게 마련이니까."

"난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거의 호감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죽은 사람들에게만 편지를 쓸 것이다. 마찬가지로 감수성이 예민하고 한가한 여성들은 존재하지도 않는 상상 속의 친구들에게 편지를 써서 속마음을 드러내겠지."

데팡 부인은 나무가 되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나무는 의식은 없지만 숨을 쉬고 살아가는 생명체이기 때문이다. 특히 그녀는 느룹나무와 떡갈나무가 되고 싶었다. 이들 나무가 오래 살아서가 아니라 어두운 그늘을 많이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어쨌든 데팡 부인은 삶을 사치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죽음 앞에서 한없이 작아졌다. 숨바꼭질을 하면서 들키지 않게 해달라고 비는 어린아이, 간이 콩알 만해져서 물건을 훔치지 못하는 도둑처럼 한없이 작아졌다.  

데팡 부인의 존재 이유였던 월폴은 말년에 그녀의 편지를 통해 그녀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데팡 부인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습니다. 저자의 말을 빌리면 '마치 죽음의 신이 데팡 부인을 놓칠까 봐 얼른 손을 써서 그녀를 질질 끌고 간 것 같았다.' 고 합니다.  

부인의 하인이자 말년에 그녀의 편지를 대필하였던 비아르는 월폴에게 데팡 부인의 마지막 순간을 글로 알립니다.  

선생님, 마님의 병과 죽음에 대해 자세히 알려달라고 하셨죠. 마님이 보낸 마지막 편지를 아직 갖고 계시면 다시 한 번 읽어보세요. 마님께서 영원한 작별인사를 한 구절이 있을 겁니다. 그리고 그 편지 날짜가 8월 18일일 겁니다. 당시 마님께서는 열은 없으셨지만 죽음이 다가온다고 느끼셨습니다. 마님은 선생님께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죠. 이제 앞으로 마님 소식은 저를 통해서만 들을 수 있을 거라고요. 
마님 편지를 받아 적으면서 얼마나 괴로웠는지 모릅니다. 마님께서는 편지를 쓰시고는 다시 읽지도 못할 만큼 힘들어하셨습니다. 목이 메어 말도 안 나옵니다. 마님께서는 이렇게 받아적게 하셨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날 사랑하나요?'  

 

 

그 장면이 제게는 그 어떤 비극 작품보다 더 슬펐습니다. 비극 작품은 허구지만, 제가 본 장면은 진짜였으니까요. 마님께서는 마음속 진실만을 말씀하셨습니다. 그 말을 듣는 제 마음이 찢어질 듯 아팠습니다.  

데팡 부인은 일찍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 난 이제까지 한 번도 제대로 사랑을 해본 적이 없어요."

그녀는 월폴에게

"아무것도 사랑하지 않으며 살아가는 일은 매일 죽는 것과 같아요." 라고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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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nca 2010-04-19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죽음에 관한 책이 참 좋아요. 잘 죽고 싶어요^^;; 제목을 잘 짓는 작가는 점수 반은 따고 들어가는 것 같아요. 제목들이 너무 좋네요. 하이드님이 경어를 쓰니까 상큼합니다.^^ 죽음을 그리다, 관심이 많이 갑니다.

하이드 2010-04-19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졸다 말다 하면서 이 책을 읽고 있었는데요, 이 챕터가 문득 너무 좋은 거에요. 왠지 그 기분에 안 쓰던 경어까지 써가며 페이퍼를 후루룩 썼어요. 반정도 읽었는데, 이 책 참 맘에 듭니다.

반딧불이 2010-04-20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씀처럼 챕터들의 제목이 유혹적이네요. 갑자기 경어를 쓰시니까 소녀가 처녀가 된듯한 느낌이어요~

moonnight 2010-04-20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의 페이퍼. 왠지 자세를 똑바로 하게 되네요. 경어 때문일까요.
바로 보관함으로 넣었습니다. 아아. 왜 이렇게 읽고 싶은 책이 많을까요. ㅠ_ㅠ;
 

오래간만에 하는 것 같으네, 신간마실. 무지 기대되는 책이 있었다가, 서점에서 실물보니 좀 실망이고, 나머지는 그냥저냥 궁금해서 보관함에 넣어 둔 정도이다.  

 옌스 틸레 <그림책의 새로운 서사 형식>

나온지는 좀 되었는데, 미리보기가 안 뜬다.  원서 제목도 없고, 알라딘 저자정보에 저자 이름도 한글로만 나와있고, 몇 개 구글에 예상해서 찍어보니 나오지도 않고, 서지정보도 목차가 다이다.

1. 그림책 이해하기 2. 말과 그림의 일치 3. 광고, 텔레비전, 비상구
4. 만화의 틀을 깨고 성장하다 5. 동화 이야기꾼으로서의 삽화가
6. 어린이 성담(聖譚)과 유태인 대학살 7. 그들은 전혀 닮지 않았다.
8. 잃어버린 토스카나를 찾아 9. 비행선 조종사의 꿈 10. 그림과 말로 표현된 기억

책을 팔겠다는거야 말겠다는거야. 출판사도, 알라딘도. 이런식의 성의없는 책소개

출판사 홈피에 코딱지만한 책소개가 있어서 (그나마도 알라딘엔 없으니) 옮겨 본다


그림책에서 글과 그림의 상호작용을 상세히 분석하여, 어린이 문학 연구자들에게 그림책을 분석 비평하는 새로운 방법론, 새로운 이론, 새로운 도구를 제공한다. 모리스 샌댁, 토브 얀센의 그림을 비롯한 116개의 칼라 및 흑백 그림이 이해를 돕는다.  

 

유재원 <터키, 1만년의 시간여행>

저자 이름만 보고 사고자 했던 몇 안되는 국내 저자중 한명인 유재원 교수. 타산지석 시리즈중 그리스편을 그리스 여행당시 무지 재미나게 읽었어서 이다. 저자의 시적인 글과 정보와 인문학, 역사를 아우르는 풍부한 읽을거리들이 꽤 좋았는데 말이다.
<그리스, 신화의 나라, 인간의 땅> 제목이 훨씬 좋았는데, 개정판에서 시시하게 바뀌었네 <그리스, 유재원 교수의 그리스, 그리스신화> 이게 뭐야;; 얼척없다. 헐;; 이전 제목 정말 멋졌는데, 책이 팔리면 안 되는 이유라도 있는 걸까?


<터키, 1만년의 시간여행> 두권짜리이고, 각 2만2천원의 만만치 않은 가격이라 서점에서 미리 보았는데, 전혀 사고싶지 않아져 버렸다. 
1. 하얀 반사되는 종이. 이라이트 다음으로 싫은 종이 2. 이전 책에서 저자의 감성적인 글이 맘에 들었는데, 이 책은 100쪽가량을 읽었는데 팩트팩트팩트의 나열로 숨막힌다. 이 지역에 가서 머무를 사람이나 이 지역을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가볍게 읽기는 무리. 그렇다고 인문서로 보고 진지하게 읽기에도 무리 3. 감성적인 부분이 있긴 있다. 선배인가 하는 사람과의 이별했던 장소. 안 되긴 했지만, 공감가지 않고, 글과 어우러지지도 않는데, 자꾸 나옴. 마침 알라딘 보니  

아기아 소피아 대성당에 대해 주변에서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에, 대성당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 와 보니 아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중략) 아무도 보이지 않고 석양마저 가려진 호젓한 구석에 이르렀을 때 나도 모르게 참을 수 없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무지에 대한 창피함과 억울함이 가슴 깊숙한 곳으로부터 솟아 나왔다. 누구에게 물어 이 무지를 깨우칠 것인가? 내가 기억해 낸 사람 가운데 아무도 나에게 설명해 줄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들자 절망은 극에 달했고 설움이 북받쳤다. 울음은 오열로, 오열은 이내 통곡으로 변했다. 한참을 울었다. 그리고 입술을 깨물며 이 무식과 무지를 나의 아들과 딸들에게는 절대로 물려주지 않겠다고 스스로 다짐했다. 

이부분.도 좀 어이없었다. 소피아 대성당을 보고 독일의 고등학생도 아는 지식을 자신이 아직까지 모르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참을 수 없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무지에 대한 창피함과 억울함이 가슴 깊숙한 곳으로부터 솟아 나오며, 기억해 낸 사람 중에 아무도 설명해 줄 사람 없다는 생각에 절망이 극에 달하고, 설움이 북받치고, 울음'은 오열로, 오열은 통곡으로 변해 한참을 울었다'고??????????  

이게 뭐야! 

4. 사진들이 많다.는건 장점이겠지. 감성적인 사진은 아니고, 건축현장 실사 나간 것 같은 사진이니, 딱히 사진을 보기 위한 책이 되기도 힘들듯. 5. 그리스에서 유학했다던 저자의 그리스 책은 좋았다. (좋았던걸로 기억한다.) 터키에 대한 이 두 권짜리 책은 어떻게 나오게 된걸까? 서문에서 받는 느낌으론 그닥 방문 기간이 길었던 것 같지 않고, 앞부분에 얼핏 나라에서 돈 받아 가서 보는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 것 같은데, 방문기간이 길다고 좋은 건 아니지만, .. 책 쓰려고 잠깐 다녀왔나? .. 신뢰가 가지 않는다. 이 부분에 대한 정확한 팩트를 아시는 분 알려주면, 덧붙이겠습니다.  

무튼, 엄청 실망하고, 가뜩이나 읽을 책, 구매할 책 많은데, 고민없이 보관함에서 빼버렸다.  

제프리 디버 <블루 노웨어>

테크노 스릴러. 라는 이름을 달고 나온 제프리 디버의 책이다. 일단 랜덤하우스에서 서스펜스 작가들의 책을 꾸준히 좋은 퀄러티로 소개해주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해커가 나오는 스릴러라 킬링타임용으로 좋겠다, 싶어서 관심 갔는데, 2001년에 나온 책이란게 좀 걸린다. 다른 서스펜스와 달리, 소위 '테크노 스릴러'로 온라인, 인터넷, 해커 뭐 이런 이야기가 소재라면, 해가 다르게 급속하게 바뀌고 있는데, 2001년 작품이 지금 읽어도 재미날까? 그게 아무리 y2k의 시점이라고 하더라도 말이다.  

 테크놀로지가 주소재로 쓰이지만, 그닥 인상적이지는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아, 요즘 나온 책'이라는 느낌이 팍팍드는 시류를 담고 있는 이야기 마이클 코넬리 <허수아비> 정말 빨리 번역되어 나온 책이다. 요즘 같아선 코넬리의 책 중 가장 좋아하는 <링컨 차를 탄 변호사>보다 <허수아비>가 더 좋게 생각될 때도 종종 있는데, 그건 아마 지금의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루이스 세풀베다 <알라디노의 램프>

루이스 세풀베다의 책을 다 찾아 읽던 시기가 있었는데 .. 무튼, 오래간만에 만난 신간이라 반갑다. 작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삼은, 여행가로서의 캐릭터가 돋보이는 단편 모음집이라고 하니 지금은 세풀베다에 대한 열정이 많이 식은 상태이긴 하지만 기대가 되긴 한다.  

 혹 세풀베다에 관심 있어 읽어봐야겠다 싶다면, 이 두 권을 추천한다. 나머지 책들도 대충 다 재미 있긴 하지만, 세풀베다를 우리나라에 알린 <연애 소설을 읽는 노인>과 세풀베다 책을 다 섭렵하고 가장 좋았다 싶은 <소외> 정도가 후회없이 읽을 수 있는 작품.  

 

 
 

안나 가발다 <아름다운 하루>

연애소설을 많이 읽는다고는 절대로 이야기하지 못하겠는데, 그러고보니 참 안 읽는 편에 가깝다. 안나 가발다의 글은 왠지 좋더라. '2001년 「프랑스 루아지르(France Loisir)」지의 별책부록으로 2만 부만 배포되었던 것인데 이 책을 소장하지 못한 독자들이 블로그와 출판사 홈페이지를 통해 성화를 하자, 8년 만에 원작품을 다시 손보아 2009년 11월 출간했다.' 라는 출간 이유가 독특하고, 궁금하다. 안나 가발다의 책을 줄거리로 옮기는 건, 재미없어 보일 뿐이니, 이 짧은 책이 출간이유만 남겨본다.   

 

 

 

 노무현 자서전 <운명이다>

또 노무현이냐.고 물을지도 모르겠는데,
출판사 돌배게, 유시민 정리

라는 것만으로도 나는 이제야 노무현의 이야기를 하는 이 책을 살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지의 책들 중 출생에서 서거까지를 다룬 유일한 책이기도 하다. 1주기를 기념하여 나왔다는 글을 보니, 새삼 마음 한곳이 쑥쑥하다.  

 

  

마지막으로 좀 뜬금없지만 이효리 4집
신간소개에서 음반 소개를 한 적은 없었던 것 같지만 ^^
워낙 좋아하는 가수라

음악적으로 좋은 평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언제나처럼 팬들도 좋아할테고, 별로여도 이슈는 될테고.  

유고걸의 샤방샤방한 모습에서 스모키의 강렬한 모습으로 돌아온건 누가 봐도 우와 예쁘다, 멋지다. 느낌의 지난 앨범보다 대중에게 사랑받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  

뮤비나 음악에서 비욘세, 레이디 가가의 모습이 너무도 분명하게 떠올랐다는 것은 (표절시비나 그런거에 휘말리지는 않고 있다) 글쎄.. 혹자는 '그렇게 완벽하게 떠올리게 할 수 있는 음악성을 가지고 있는 게 어디냐' 고 말하기도 하던데, 그 말도 틀린 건 아니지만, 효리는 여전히 그 포스가 대단하고, 멋있지만, 유고걸만큼의 큰 반응을 일으킬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이제 컴백무대와 뮤비 두 개를 본 정도니깐, 좀 더 기대해 본다.  

 그 외 관심 신간 :  

 

 

 

 

이언 뱅크스의 <대수학자>가 나왔고, 클라우스 만의 <메피스토>가 나왔다.
으잌,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안개의 왕자>도 나왔다. 안개 3부작 다 나오면 한꺼번에 사야지.
창비의 <가든파티>를 재미있게 봤다면, 캐서린 맨스필드의 작품집 <가든파티>도 놓치지 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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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이효리 I'm back 표절 논란
    from Oasis 2010-04-19 14:08 
    윤도현 딸 노래 동영상에 이게 뜨길래 봤더니. 똑같네-_-   유튜브에 좀 더 자세히 비교해 올라온 영상.    매번 표절시비에 휘말리지말고 차라리 동시 발매같은 걸로 내는 게 나을 거 같다. 휘성이 불렀던 인썸니아처럼 처음부터 한국곡으로 따로 라이센스받아 같이 발표하는 거.. 나쁘지 않던데.  그러긴 존심 상하나? 존심 상하고 양심 찔리는 걸로 따지면 표절이 더
 
 
moonnight 2010-04-19 11: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그렇군요. ;;
안나 가발다는 전 왠지 잘 안 읽히더라구요. 작가의 미모가 인기에 일조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질투어린 시선 떄문인지도. ^^;;;

Mephistopheles 2010-04-19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효리씨는 브리트니 고대로 카피한 걸로 한번 크게 박살나고 무지 조심스러운 듯...

건조기후 2010-04-19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페이퍼 보고나니 바로 이효리 표절논란 동영상이 뜨더군요. 똑!같아요.

기억의집 2010-04-19 2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패떳에서 이효리 보고 좋아했는데, 이번 컴백송 들으니 너도 별거없구나 싶네요. 여기저기 짜집기나 하고... 치티치티뱅뱅은 가가 복사판이고... 요즘 애들한테 팝음악이 인기가 없어서 그런지 효리가 가가의 뮤비를 표절한 것도 잘 모르고 가가도 모르더라구요. 전 열혈 가가팬이라서 그런지 이번 효리뮤비 보면서 그녀의 한계에 대해 그리고 우리나라 엔터테이먼트의 훔치기 대작전에 다시 한번 감탄하고 있어요.
우리 언제 가가같은 가수 나오나 모르겠어요.

하이드 2010-04-19 2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니깐요. '유고걸'은 정말 쌈박하고, 역시 이효리. 싶었는데, 네곡 정도 들었는데 이번 음반이나 컨셉, 퍼포먼스는 좀 실망스럽긴해요.

노이에자이트 2010-04-21 16: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하이드 님 고향이 호남지방인가요? 대체로 호남지방에선 '어처구니 없다'를 '얼척없다'고 하는데...서울 살던 동생이 대화 중에 '얼척없다'고 하니 주변에서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물어봤다네요.

하이드 2010-04-21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잉? '얼척없다'가 호남지방 말인가요? 저 이 말 꽤 자주 쓰는데 몰랐어요. ^^ 그러고보니 집에서도 이 말을 쓰는건 저 밖에 없군요. 서울에서 나고 자랐지만, 아부지 영향으로 경상도 말은 좀 쓴다고 생각했는데, '얼척없다'는 말은 좀 의외네요.

노이에자이트 2010-04-25 1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남출신들과 사귀는 타지역 사람들은 익숙하게 들어본 표현입니다.저도 영남지방 친구와 만나면 그 친구들이 얼처기 한번 해봐! 하고 장난친답니다.그런데 이곳 호남에서는 얼척이 없다가 표준말인줄 아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