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과 천둥
온다 리쿠 지음, 김선영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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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등록을 시작하면, 단숨에 본선까지의 700여 페이지를 달리게 된다. 


피아노 콩쿠르장을 배경으로 천재 피아니스트들의 경연, 그 천재들 중에 초천재 꿀벌 왕자! 

온다 리쿠가 맘 먹고 쓰는 소년 소녀 캐릭터들이 엮이며 성장하는 이야기는 재미 없을 수가 없다. 서점대상 1위와 나오키상을 동시에 수상한 것이 전혀 놀랍지 않다. 


평소에 클래식 매니아였던 사람들이 읽으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일반인인 내가 읽기에는 정말 재미있었다. 

피아노 콩쿠르 배경이고, 피아노 작품 이야기가 대부분을 차지하는데도 그렇다. 온다 리쿠가 작품 속에서 심사위원들, 경연자들, 주변 인물들을 통해 해석하는 작품들은 일본 애니메이션 같은 과장되어 보이는 면도 없지 않지만, 어떤 그림 효과도 없이, 글로만 그려내는 작품 해석들의 심상은 독자의 상상력에 따라 다르게 읽힐 것이다. 


자연 그 자체와도 같은 천재 가자마 진(dust)과 어릴 적 천재 신동 피아니스트였으나 어머니의 죽음을 극복하지 못하고, 공연 직전 무대에서 도망친 에이덴 아야, 전방위 천재 마사루(victory) 그리고, 그런 그들을 엄격히 가르치고 심사하는 심사위원들, 스승들, 그들 모두를 성장시키는 건 '자연'인 가자마 진이다. 모두가 사사받고 싶어 하고, 가장 존경하는 피아니스트 유지 폰 호프만이 사사했다고 하며 추천서를 써 준 그를 음악계의 '기프트'로 받아들일지, '재앙'으로 받아들일지, 모두가 시험에 든다. 


이 책에서 흥미롭게 여겨졌던건, '예술'과 '기술'과 '마케팅'의 '직업'인 콘서트 피아니스트들의 세계인데, 온다 리쿠는 책에서 끊임없이 다른 직업들과 비교하며 공용어로서의 세계 어디에서나 지구인 누구에게나 통할 수 있는 음악에 대해 이야기한다. 음악만의 고유한 점과 음악이 다른 생업과 같은 점들. 


"그녀는 만날 때마다 문학계와 클래식 피아노의 세계는 비슷하다는 말을 한다. 

봐, 비슷하잖아, 콩쿠르와 신인상의 난립. 똑같은 사람이 인정 받기 위해서 온갖 콩쿠르와 신인상에 응모하는 것도 똑같아. 그걸로 먹고살 수 있는 사람은 양쪽 다 극히 일부지. 자기 책을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사람, 자기 연주를 남에게 들려주고 싶은 사람은 바글바글한데, 둘 다 사양산업이라 읽을 사람도 들을 사람도 한 줌밖에 안 돼." 


윽, 마지막 문장이 가슴을 찌른다. 


" 하염없이 키를 두드려대는 것도 비슷하고, 언뜻 보면 우아해 보이는 점도 비슷해. 사람들은 이미 완성된 화려한 무대밖에 보지 않지만, 그걸 위해 평소 아찔하리만치 오랜 시간을 얌전히 틀어박혀 몇 시간씩 연습하거나 원고를 써야 해." 


콩쿠르도 신인상도 자꾸 늘어가는데, 지속하기 위해서, 그 바퀴를 계속 굴리지 않으면, 파이가 줄어버리니깐. 

하지만, 음악계는 투자비용이 다르지. 악기, 악보, 레슨비, 발표회 비용, 꽃다발값, 의상, 유학비용, 대관료, 인건비, 전단지, 광고비, 등등. 소설은 밑천이 들지 않지. 하지만, 소설이 음악에 당해낼 수 없는 것은 세상 어디에도 통하는 음악, 언어의 장벽이 없다. 


양봉가의 아들, 피아노도 없고, 정식 교육을 받은 적도 없는 가자마 진이 '자연' 그 자체라서 인간계를 벗어난 것 같은 허술한 면이 있고, 에이덴 아야는 어릴적 도망쳤던 음악계로 다시 돌아와 끊임없이 고민하고 회의하는 것에 비해 운동선수 출신인 마사루, 이름마저 '승리victory'를 의미하는 장신에 운동선수 멘탈에 음악 천재에 전략가이자 스타성마저 지닌 바다와 같은 연주를 하는 마사루. 음악인이 아니라 인간으로도 어디 가도 빛날 완전체이다. 그런 그마저 자신과 각기 다른 스타일의 천재들을 만나 성장하게 된다. 


범인들에게 와닿는, 천재를 동경하고, 음악가의 세계로 다시 발들인 아카시도 있다. 음악가였다가 포기하고 악기점에서 일하다가 준비해서 콩쿠르 막차를 탄 그의 온화한 연주 역시 이 콩쿠르를 통해 성장하고, 길을 찾게 된다. 


가자마 진의 연주가 경연자들이나 일반 관중들에 비해 심사위원들에게 공포와 패닉을 선사한 것은 그들 마음의 연약한 부분, 과거의 꿈과 이상을 묻어둔 방을 건드리기 때문이었다. 그 때문에 그들을 조금씩 자기편으로 만들며 매 예선 아슬아슬 턱걸이로 통과한 것.  


"프로가 되면 그 작은 방은 상당히 미묘한 존재가 된다. 어렸을 때부터 품고 있었던 '정말로' 좋아하는 음악의 이미지. 음악에 대한 풋풋한 동경이, 어린아이의 얼굴로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 음악가가 되면 좋아하는 음악과 훌륭한 음악은 다르다는 업계 내의 상식이 몸에 밴다. 일로 하는 음악, 상품 가치가 있는 음악을 제공하는 데 익숙해질수록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음악이 어떤 것인지 공언하기 어려워진다.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연주, 스스로 생각하는 이상적인 연주가 얼마나 어렵고 불가능한 것인지 뼈저리게 깨닫는다. 프로 경력이 길어질수록 허들은 계속 높아지고 이상은 멀어져 가슴속의 작은 방은 점점 더 신성한 장소가 된다. 그러다 보면 그 작은 방을 열어보는 일도 극단적으로 줄어들고, 평소에는 그 존재를 일부러 잊게 된다." 


이상에 도달할 수 없고, 그 이상은 높아져만 가고, 업계에 내려오는 '훌륭한' 음악이 정해져 있고, '일'이고 '상품가치'를 생각하는데 익숙해 지면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것도 쉽지 않고, 어느 정도의 타협이 필수불가결한 일이 되고, 결국은 기술은 늘지만,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과 이상의 갭은 점점 커져가는 것일까. 순수예술이라는 것이 존재하나. 예술을 위한 예술. '돈'이 필요 없는 예술. 


엉뚱한 가자마 진은 다른 참가자들과 달리 아버지 친구인 꽃가게에서 먹고 잔다. 책 읽는 내내 꽃이라면, 꽃일이라면 상상하면서 읽었는데, 실제 꽃꽂이 선생님의 꽃꽂이 이야기가 나온다. 


"음, 꽃꽂이는 음악하고 비슷하네요." 

"그래?"

진이 가위를 다다미에 가만히 내려놓고 팔짱을 꼈다. 

"재현성이라는 점에서 꽃꽂이하고 똑같이 찰나에 지나지 않아요. 이 세상에 계속 붙잡아놓을 수는 없죠. 언제나 그 순간뿐, 금방 사라지고 말아요. 하지만 그 순간은 영원하고, 재현하고 있을 때는 영원한 순간을 살아갈 수 있죠." 


순간의 영원성이라.. 찰나의 예술, 어떻게 즐기냐에 따라 그 찰나가 좀 더 길어질수도, 짧아질 수도 있지만, 찰나라는 것은 같다. 재현하고 있을 때만이 영원한 순간이라기엔, 플로리스트는 재현하고 뒤로 빠지지. 그리고, 그 순간부터 꽃의 생명은 시작이고. 


이 뒤에 섬찟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도가시 아저씨가 꽂으면 가지도 꽃도 살아 있네요. 마치 자기가 살해당한 줄도 모르는 것 같아요." 


살해당했다니, 어이, 천재씨. 꽃꽂이는 꽃의 생명을 끊는 것이 아니라, 연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가장 아름다운 방식으로, 가장 전하고 싶은 사람에게. 


여튼, 난 무슨 이야기를 읽던지간에 꽃으로 치환해서 생각하는 버릇이 있는데, 이 책에서는 무려 꽃선생님이 나와서 꽃이야기를 해주니 황홀했다. 꽃선생님이 감수했다면 '이건 아닌데' 싶은 것도 있지만, 뭐, 사소하다. 넘어가자. 


음악계의 많은 이들이 평생을 걸고, 인생의 시간을 쏟아 부어 소리를 만들어낸다. 


"음악가란 직업의 무게, 그것을 생업으로 삼는다는 의미. 

생업이라니 이렇게 딱 맞아떨어지는 표현이 또 있을까? 실로 이것은 업, 살아 있는 업이다. 허기를 채워주는 것도 아니다, 무엇이 남는 것도 아니다. 그런 대상에 인생을 걸다니 업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이렇게나 다른 세상에 잠시 다녀왔다. 

'꿀벌과 천둥'의 세상. '봄과 수라'의 세상. 

 

원서와는 다른 국내 표지, 휘리님 특유의 수채 초록 벌판에 숨어 있는 작은 피아노 하나가 인상적이다. 

이 책과 무척 잘 어울리고, 이 책이 만들어내는 심상과도 잘 어울린다. 


음악은 항상 ‘현재‘여야만 한다. 박물관에 진열돼 있는 전시품이 아니라, ‘현재‘를 함께 ‘살아가는‘ 예술이 아니면 의미가 없어. 아름다운 화석을 캐냈다고 거기에 만족해서는 그냥 표본에 그쳐 버리기 ㅐ문이지.

이 아이의 프로그램은 호프만 선생님이 골라준 게 아니다.
그렇게 직감했다. 아마도 이것은 이 아이가 직접 만든 프로그램일 것이다. 그에게는 타고난 편집 능력이 있다. 편집이라는 말에는 다양한 쓰임이 있는데, 최근 음악가들에게 꼭 필요한 능력이다. 셀프 프로듀스 능력이라고 해도 좋다. 어떤 음악가가 되고 싶은지, 어떤 음악가로 보이길 원하는지. 그런 객관적 시점을 갖춘 음악가만이 남들과 구별되고 살아남을 수 있다. 리사이틀이든 뭐든 라이브 무대라는 것은 그때마다 한 장의 앨범을 구성하는 작업이다. 그게 남의 곡이든 각기 다른 시대의 곡이든 마찬가지다. 자기 내면으로 끌어들여서 곡을 통해서, 프로그램을 통해서 자신의 세계관을 보여주어야만 한다.

뭔가를 깨우치는 순간은 계단식이다.
비탈을 느긋하게 올라가듯 깨우치는 경우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연습해도 제자리걸음, 조금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때가 있다. 여기가 한계인가 절망하는 시간이 끝없이 계속된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다음 단계로 올라가는 순간이 찾아 온다. 이유는 몰라도 느닷없이, 그때까지 연주하지 못했던 부분을 연주할 수 있다는 걸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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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viana 2017-08-03 11: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하는 온다 리쿠는 <밤의 피크닉>,<흙과 다의 환상>,<보리의 바다에 가라앉는 환상> 이런 종류인데, 이 책은 어떤지 궁금해지네요. 한동안 정신없이 온다 월드에 빠져있다가 한참동안은 쳐다도 보지 않았는데.ㅎㅎ

하이드 2017-08-03 11:52   좋아요 1 | URL
그 안 쳐다보던 시기에 별로인 작품들 많이 나왔고, 이 작품으로 다시 온다 세계에 빠지실 수 있으실겁니다! 영민한 소녀 주인공!
 
엔드 오브 왓치 빌 호지스 3부작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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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호지스 시리즈, 첫 작품 미스터 메르세데스가 나왔을 때, 스티븐 킹이 쓴 추리소설이라는 것이 흥미로웠다. 추리소설 팬으로서는 완전히 빠져들만한 이야기는 아니였지만, 스티븐 킹의 이야기는 흥미롭고, 재미있었다. '파인더스 키퍼스'에 이은 3부작의 마지막 '엔드 오브 왓치' 는 여전히 탐정이 주인공이지만, 이제 추리소설이라기보다 스티븐 킹 본연의 '호러'에 가까운 이야기이다. 염력이니, 마인드 콘트롤이니, 그리고, 종국에는 빙의?까지. 


미스터 메르세데스, 브래디는 법의 심판을 받는 대신 전신마비, 무뇌 판정을 받고 병원에 입원하지만, 그를 정신 잃게 한 뇌의 충격이 뇌의 다른 부분을 깨워 염력 등의 능력을 가지게 되고, 그가 평생 집착해 온 '자살' 로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하려고 한다. 


증거들이 넘쳐 나지만, 세상에 브래디를 설명할 수 없었던 파인더스 키퍼의 빌과 홀리는 브래디를 잡기 위해 또 한 번 목숨을 건다. 홀리와 빌, 제롬까지 뭉쳐서 세상 찌질한 범인 브래디를 상대하게 된다. 으으.. 


가장 마음을 끄는 이야기는 빌과 홀리의 관계이다. 빌은 늙고, 병들고, 아프다. 평범하지 않았던 홀리를 세상으로 끌어내줘서 홀리가 유일하게 살아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해주는 빌, 빌의 고통과 홀리의 아픔이 이야기 내내 나온다. 


늙은 탐정의 임무 종료. 읽으면서 '로건'을 떠올렸다. 우리 시대가 특히 그런건가, 아니면, 이런 이야기들은 계속 많았으나, 이제야 눈에 들어오는건가. 전자인 것 같다. 전성기의 주인공이 늙고 힘 빠져 죽으며 퇴장하는 이야기를 쉽게 떠올릴 수 없다. 


주인공의 전성기부터 시리즈와 함께 했던 이들은 주인공들과 함께 나이 들고, 아직 그만큼 늙어 퇴장할 때는 도달하지 않았지만, 늙음을 생각하게 된다. 주인공과 비등했던 '악'의 존재는 주인공이 늙고 지친 후에는 '세상'으로 확장되는 것 같다. 


책에서는, 영화에서는 '미래'를 남긴다. '미래'를 위하며 힘껏 죽어간다. 그럼으로써 픽션이 픽션 같아진다. 소설 속의 주인공, 영웅 조차 현실에서처럼 늙고, 병들고, 죽어가지만, 유일하게 현실과 다르게 느껴지는 것.


그런 빌이 없으면 못 살 것 같았던 홀리도 힘을 낸다. 파인더스 키퍼스가 더 나오게 된다면, 더 이상 빌 호지스 시리즈는 아니겠지만, 홀리와 겁나 멋지게 자란 제롬의 파트너쉽도 나쁘지 않은데 말이다. 


찌질한 악당, 브래디의 가장 큰 무기는 자살하고 싶은 마음을 불어 넣는 것이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쭉. 

그것은 고전게임을 통한 것이지만,트위터, 페이스북, 웹사이트 등을 통해 번져 나간다. 

차별, 공부, 외모, 성정체성 등으로 고민하는 청소년들의 마음을 침범한다. 

이 주제에서는 인천 살인 사건이 떠올랐다. 현실에서 자리를 찾지 못하고, 넷상에서 만들어낸 인격에 올인하여 현실감을 잃어버리고 온라인에 의존하는 사람들.  


요 며칠 뉴스를 보면, 세상이 정말 어떻게 되려고 이러나 싶어 인터넷을 끊고, 책을 좀 더 읽어야 겠다 싶은참이다. 

책을 읽는 사람들도 점점 줄어가겠지. 이야기를 읽는 사람들도. 


추리소설 리뷰 쓰다가 넋두리가 되어 버렸는데, 추리이건 호러이건 이 이야기의 가장 큰 매력은 사람들이었다. 무력한 사람들. 때로는 지고, 때로는 이기는. 하지만, 결국에는 임무 종료를 맞이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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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7-08-01 2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설의 힘을 믿게 하는 하이드님의 페이퍼예요. 사람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하는.
저도 3권을 사긴 했는데 아직 못 읽었어요. 스티븐 킹 소설은 무섭고도, 은근히 슬퍼요ㅠㅠ;

하이드 2017-08-02 06:21   좋아요 1 | URL
이 책이 특히 슬펐습니다. 추리 아니라 호러 되어서 읭 싶었는데 등장인물들 맘이 너무 와닿았어요
 
다섯 번째 증인 변호사 미키 할러 시리즈 Mickey Haller series
마이클 코넬리 지음, 한정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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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나온 마이클 코넬리의 신간이고, 더 오랜만에 나온 미키 할러이다. 

코넬리의 책은 해리 보슈 시리즈가 더 많이 나왔고, 더 인기 있다고 생각하지만, 미키 할러 시리즈도 쌓여 가면서 점점 더 존재감과 무게감을 쌓아가고 있다. 보슈 아마존 드라마보다 매튜 매커너히가 나온 영화가 더 인상 깊기도 했고. 


미키 할러가 악당들의 변호사이긴 하지만, 이렇게까지 제대로 법정물인 적이 있었나 싶을만큼 흥미진진한 법정스릴러다. 

마이클 코넬리는 일단 기본적으로 책이 두껍고, 이야기가 재미있고, 캐릭터가 멋있음. 가장 별로인 책도 이 세 가지를 가지고 있으니, 읽어 후회 없는 작가인데, 그 중에서도 이렇게 뛰어난 작품을 만나면, 신이 난다. 


이번 책의 미키 할러의 활약을 보면서 내내 김연아의 광고를 떠올렸다. 불안한 마음들을 연습으로 하나씩 지워나가 완벽만 남기는 것. 변호사 업무에 대한 효율적이고, 과감하고, 능력 있는 미키 할러의 일처리를 보면, 일 잘하는 사람 보며 생기는 평온함이 생기게 되고, 중간 중간 빛나는 일에 대한 그만의 도덕감과 인간사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불경기가 되어 범죄자들이 변호사도 못 쓰게 되고, 미키 할러는 가난해져서 민사에 손을 대게 된다. 가장 핫한 부동산 압류에 뛰어들게 되는데,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한 중간의 이야기이다. 사회성 있는 소재가 본격적으로 다루어져 사회파 소설이 된 건 아니지만, 읽는 내내 나쁜놈들과 더 나쁜 놈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미키 할러, 그냥 죽지 않는다. 형사 소송만 하던 그가, 돈 안 되는 민사에 뛰어들면서, 대상 고객들에게 편지를 보내고, 전화번호부에 이름을 싫고, 변호사 백화점에서 신참 변호사도 구한다. 일의 다른 어떤 가치보다 '실질적으로 일을 해서 돈을 버는' 이의 모습을 보여주는 건, 형사 변호때와 같다. 


하지만, 그가 맡은 부동산 가압류 사건 중 하나가 형사 소송이 되어 버리는데.. 

교사였던 리사가 은행 부지점장을 살해 했다고 기소되게 되고, 사건의 핫함을 감지한 미키 할러는 이 사건과 관련된 모든 이야기에 대한 저작권을 계약함으로써 수임료를 받고, 이익을 챙기고자 한다. 


리사가 너무나 진상 고객임에도 불구하고, 사실, 그마저 일의 일부이니깐, 그의 팀과 재판 전략을 세워 나가고, 검사측과 싸우는 모습들이 굉장히 디테일하게 이 책의 메인 스토리로 나오는데, 굉장히 재미있다! 


책이 정말 무겁고, 페이지수도 많지만, 지루한 구석 한 군데도 없고, 결말도 그럭저럭 맘에 든다. 

다만, 책 마지막에 '변하겠다' 며 (지금도 좋은데!) 새로이 한 결심으로 다음 편에서는 새로운 모습으로 나오는건가 싶고, 사실, 그 모습이 별 기대가 안 되어서, 다음 권 벌써 재미없긴하다. 하지만 재미있겠지. 


이전편 안 읽어도 상관없다. 

시리즈 물이니깐, 읽으면 더 캐릭터에 몰입할 수 있기야 하겠지만, 미키 할러 시리즈는 다른 시리즈들에 비해 캐릭터의 성장이나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캐릭터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 진행고리가 좀 약한 면이 없지 않아, 그냥 읽고 싶은 편은 읽어도 별 지장 없다. 

 

여름 휴가 때 들고 가 후회하지 않을 보험같은 책이 여기 있다네. (짐은 좀 무거워 지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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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07-19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야겠어요 ㅎㅎ

하이드 2017-07-19 15:10   좋아요 0 | URL
사십쇼. 근데 엄청 무거워요
 

 오랜만에 마이클 코넬리네, 하고 보니, 해리 보슈 아니고, 미키 할러 시리즈이다! 

오오! 600페이지! 이번 일 끝나면 여름휴가용 책으로 사기 정말 딱 딱 좋다. 


"2008년 미국의 금융 위기 이후 경기 불황이 계속되면서 '링컨 차를 타는 변호사' 미키 할러는 어려운 시기를 겪게 된다. 딸이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어 돈 나갈 곳은 많고 잠자코 앉아 있을 수만은 없던 그는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 했을 담보대출 관련 민사소송 변호를 시작한다. 하지만 의뢰인이 자신의 집을 압류하려 한 은행가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되고, 결국 그는 다시 한 번 가장 자신 있는 분야인 형사소송 변호에 뛰어들기로 결심한다." 


이거 재판 아니지? 확인, 또 확인. 2011년 작품이고, 뭐, 워낙 순서대로 나와주지 않았으니깐..


그나저나 나 사는 것도 팍팍해 죽겠는데, 좋아하는 시리즈 주인공들도 다 늙고 힘들어져. ㅜㅜ 


내가 엑스맨 매니아가 아니었고, 육아도 돌봄도 안 하기에 망정이지, 진짜 '로건'도 보면서 힘들었다. 미스터리 소설, 판타지 영화 속 주인공들마저, 늙고, 병들고, 돈 없고, 그렇다니.


 가와이 간지의 (이름 쓸 때마다 참.. ) <단델라이언> 


와 - <데드맨>부터 읽었는데, 벌써 네권째네. 

 재미와 짜임새에 비해 첫 권 부터 애정했던 작가다. 


 난 다 재미있게 읽었소! 


 최순실 게이트에서 누가 <데드맨> 구치소에서 읽었다고 뉴스 났더라. 여튼, 가와이 간지 <데드맨>이 사회면에 나서 반갑고? 화이팅! 싶었는데, 다른 작품들이 딱히 언급되는 것 같지는 않다. 


가부라기 형사 특수부 나오는 시리즈 완결이라고 하는데, 사실, 이야기는 재미있고, 무겁고 진중한 사회파 미스터리라는 느낌보다는 엔터테인먼트 사회파 미스터리 느낌이 강하고, 시리즈이고, 형사부 나오는데도, 왠지 존재감 약해서 읽을 때마다 새로운? 이야기는 재미있다. 시리즈에 이야기만 재미있어도 문제지만, 주요 등장인물에 맘 주기 시작하면, 아무리 망작이라도 읽은 보람 찾을 수 있는 것에 비해, 음.. 


 DK 생각의 지도 시리즈를 몇 권 사 보았는데, 너무나 훌륭하고, 멋지다. 읽을거리.. 측면에서 본다면, 레퍼런스 책 같은 거라서 막 읽는 재미가 있지는 않다. 


주제가 '범죄'라면, '인간의 심리와 악의 본질을 꿰뚫는 범죄의 실체.라면 궁금하다. 










그 외 관심 신간들 
















여문연에서 나온 <여성괴물>, 일본 작가의 홍차 이야기 <홍차의 시간> 마스다 미리 이제 더 이상 읽지 않지만 <차의 시간>은 다시 궁금해진다. <문학상 수상을 축하합니다>는 현암사 믿고 읽고 싶다. '세계 8댜 문학상에 대한 지적인 수다' 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다. 일본 저자들 책이야. 일본 "활자 미디어계" 사람들이 얘기하는 문학 이야기, 짱 재미있었지. (사이토 미나코 <문단 아이돌>!) 


 

이런 초록초록한 책들도 이 여름에 읽고 싶다 















컨셉진, 6월호인데, 품절되면 어쩌지. 릿터의 반려 주제도 6월호였네. 이거도 읽고 싶고, 책이 너무 예쁜 쥘 베른의 <녹색 광선>, 오듀본 그래

픽 노블? 책 도 술렁술렁 넘겨보고 싶어. 
















에, 또, 그리고,읽어보고 싶은 국내 작가 책들 


9시 전에는 나가야지. 점심때까지 일하고, 박스테이프와 고무장갑과 계란과 대파를 사서 들어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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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말 재미있게 읽고 있는 책, 사이토 미나코의 <문단 아이돌>이다. 정말 재미있는 글을 쓰는 저자인데, 

<취미는 독서>에 이어 두 번째로 소개된 책. 


이 책은 일본에서 시대를 앞서 나간 활자 미디어 계의 스타들을 조명하는 책인데, 작가론이라기보다, '작가론'론 이라는 것이 특이. 기획도 훌륭하지만, 사이토 미나코의 글발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는 책이다. 


기대 이상인 것이, 우리나라에 소개되는 일본 작가들은 당연히 좋은 점만 부각된 마케팅으로 작가를 접하게 되는데, 일본 출판계. 보다 앞에 쓴 활자미디어계가 좋아보여. 활자 미디어계의 '아이돌'이라고 할 정도의 작가들을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볼 수 있다는 점이 무척 흥미로웠다. 


하루키에 대한 책이 우리나라에 엄청나게 소개되어 나오고, 하루키 열풍에 대한 글들부터 시작해서, 하루키에 열폭하는 문단까지 이야기거리 많지만, 현지만 하랴. 


  80년대 하루키의 데뷔부터 하루키를 가만 못 두는 활자 미디어계의 비평들을 소개하고, 신랄하게 까주고 있다. 


"하루키를 둘러싼 '고행과 논쟁으로 가득 찬 여행'은 당시 어린이들(어른들도 포함)을 매료시킨 하위문화의 최전선, 즉 컴퓨터 게임을 연상시키는 부분이 있습니다."


1부, 게임 비평 삼매경에서는 하루키 소설에서 퍼즐을 찾아 너도 나도 한마디씩 얹는 것, '하루키 퀘스트' 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분위기 비평 (문체, 세계관, 스타일 등) 에서 시작해서 퍼즐 풀기( 미장센, 메세지, 쓸데없이? 본격적 비평 시대) 그리고, '게임 도사' 로 넘어가고 '나도 공략본을 써보자' 로 마무리한다. 


하루키 책 뿐만 아니라 하루키에 대한 책들도 쉽게 구해볼 수 있지만, 하루키 비판 혹은 찬양에 그치지 않고, 유의미한 비평들을 모아 삼십여년, 아니, 사십여년 하루키 문학을 사회적으로 훅- 설명해 두었다. 


눈에 띄는 작가들은 무라카미 하루키, 요시모토 바나나, 우에노 지즈코, 다치바나 다카시, 무라카미 류인데, 

작가들이 가지는 의미와 작품의 사회적 위치와 맥락에 대해 알게 되어 가장 흥미로웠던 부부은 우에노 지즈코 부분이었다. 


 








중간에 있는 <나의 페미니즘 공부법>은 하루카 요코가 우에노 지즈코를 스승으로 페미니즘 공부한 이야기인데, 이 책도 언급되어 있다.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로 알게 된 우에노 지즈코, 역시 출판사에서 소개하는 정도밖에 몰랐으나, 문단 아이돌에서, 아.. 이만큼 번역되어 왔으면, 일본에서는 당연히 센세이션이었겠구나.를 뒤늦게 깨닫고. 우에노 지즈코가 학계에서 저널리즘의 세계로 발을 걸쳐 본인 말하길, AB형인 본인은 A형 지즈코와 B형 지즈코가 있다며. A형은 학계의, B형은 저널리즘계의 우에노 지즈코라고 말하고, 양쪽 왔다갔다 하면서 '페미니즘'이라는 주제로 '문단 아이돌'의 위치까지 오르게 된 배경과 과정, 시대에 대해 비평과 사건들을 통해 말하고 있다. 


이 때, 우에노가 뜨게 된 계기가 된 아그네스 논쟁을 보니, (소노 아야코도 참전!) 삼십년 전에 불 붙어서 이슈되었던 이야기를 우리는 이제야 조금씩 이야기 꺼내는 사람들이 있구나 싶어, 사회문화적으로 일본에 이십년 아니라 삼십년 뒤진거였나? 좌절. 우에노 글의 구린 광고카피같은 글에 대한 저자의 괴로움.을 읽는 것은, 우에노 지즈코를 소개하는 어떤 책에서도 볼 수 없었던 것들이라 정말 한참 웃으며 읽었다. 이런 부분들을 읽으면서 저자도 우에노 지즈코도 더 좋아졌다. 


읽다보면, (그런 것들만 골라뒀겠지만) 비평들도 무척 재미있고, 작품으로만 접한 작가들에 대한 비평들과 그들을 둘러싼 이야기를 읽는 것도 재미있고, 그에 코멘트 하는 사이토 미나코의 글도 너무 재미있어서, 남은 페이지가 줄어가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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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7-07-03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굉장히 재밌을거 같네요ㅎ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하이드 2017-07-04 06:54   좋아요 1 | URL
네, 재미있어요! 평소 언급된 작가들 책 읽어봤으면 훨씬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거에요. 근데, 뭐, 하루키는 누구라도 읽어보긴 했을테니깐요. ㅎㅎ 다치바나 다카시도 많이들 읽었을거구요.

고양이라디오 2017-07-04 11:08   좋아요 0 | URL
도사시군요ㅎ 하루키와 다키시씨 팬입니다ㅎ 거의 전작을 읽었습니다. 그래서 더 기대가 되요^^ㅎ